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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다고 한국까지 왔어요? 미쿡에서 걍 살지.
=마덜 찾으러 왔죠.
-대체 엄마가 누군지 알고? 나 같으면 찾으러 안 와요. 자식 버린 부모 뭐 하러 찾으러 와요? 게다가 미국인 양부모님들도 아주 훌륭하신 분들이더만. 양어머니는 아파서 사경을 헤매는 상태인데다가 말이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잖아요. 아무리 저를 버렸어도, 그래도 부모잖아요.
-에이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건 한국적인 개념이고….
=아니에요. 미국에도 똑같은 말 있어요. Blood is thicker than water.
-흠. 흠. 그건 그렇고. 미국에서 주니어 선수로 뛰긴 했지만 갑자기 한국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에 들어간다는 게 말이나 되남.
=국가대표팀이 되면 엄마가 절 알아보실까봐 그런 거예요. 입양아들이 친부모 찾기가 그리 쉽지가 않거든요. 부모쪽에서 보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 어떻게든 유명해져야 했어요.
-뭐 그건 그렇다고 합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기를 버린 엄마를 만나겠다고
[가상 인터뷰] <국가대표> 차헌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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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불신지옥>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오서소
[헌즈다이어리] <불신지옥>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오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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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그놈에게 딴 여자가 생겼다. 만화가인 소피(장쯔이)는 결혼을 두달 앞두고 떠나간 연인 제프(소지섭)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일단 제프를 되찾아 다시 차버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소피의 상대는 최고의 톱 배우인 안나(판빙빙). 외모로나, 능력으로나 상대가 안되는 소피가 할 수 있는 건 스토킹과 눈물을 흘리는 일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찾아간 파티장에서 소피는 사진작가인 고든(허륜동)을 만난다. 친구가 말하길 고든은 안나의 전 애인이란다. 소피와 고든은 합심해 패자부활전을 벌인다.
<소피의 연애매뉴얼>(이하 <연애매뉴얼>)에는 1990년대와 2000년대가 섞여 있다. 멕 라이언이 군림했던 로맨틱코미디 시대의 향수와 뉴욕발 칙릿 열풍의 여파가 베이징에서 만난 셈이다. 전문직 여성의 사랑과 결혼, 이별에 관한 수다가 이어지는 가운데, <프렌치 키스>나 그보다 한국에서 먼저 등장한 <패자부활전> 혹은 <애딕티
장쯔이의 새로운 얼굴 <소피의 연애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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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전국 1등의 우등생이자 반장인 정훈(유승호)은 같은 반 친구인 태규와 갈등을 빚는다. 사건은 4교시 체육시간에 벌어진다. 빈 교실을 지키던 태규가 누군가의 칼에 찔려 살해당한 것이다. 함께 주번 일을 맡아 하던 정훈은 용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하고, 우연히 현장에 들이닥친 다정(강소라)은 그에게 4교시가 끝나기 전까지 진짜 범인을 찾자고 제안한다. 추리소설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다정은 정훈과 함께 현장을 조사하는 등 증거를 모아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공식은 간단하다. 범인은 학교 안에 있다. 그는 정훈이 태규와 주먹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악용하려 했을 것이다. 게다가 피 묻은 태규의 노트북이 사라졌으니 이를 가진 누군가가 범인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개봉한 <고死: 피의 중간고사>가 비슷한 컨셉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공포물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4교시 추리영역>은 기본적으로 추리극의 얼개를 갖춘 영화다. 4교시에
범인은 학교 안에 있다 <4교시 추리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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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어달, 나는 계속 설득에 실패하고 있다. 칼럼의 제안자가 원고까지 쓰는 변태적 시스템의 희생양이 되는 바람에, 당최 남자 손 마지막으로 잡아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 판국에 ‘작업의 순간’같은 제목의 칼럼을 맡게 되어 고통스럽다, 그러니 나를 바꾸건 코너를 바꾸건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라는 요지로 편집장을 설득하고 있는데, 하여튼 계속 실패하고 있다. 그래서 EBS 다큐프라임 <설득의 비밀>을 보고, <설득: 심리학에서 답을 구하다>도 읽었다. 설득에는 엄연히 왕도가 존재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물론, 연쇄살인범도 잘생기고 말주변만 있으면 별 어려움 없이 범행을 계속할 수 있는 법이고, 어린이들은 잘생기고 예쁘기만 하면 ‘아는 사람’으로 인식해 유괴범인지도 모르고 끌려가기 십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이래서 소쩍새는 그리 슬프게 울고 엄마는 살을 빼라고 하셨나보다), 그런 외적이고 천부적인 조건 말고도 설득의 달인이 되는 방법이 있다고 말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물어라, 그러면 얻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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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이치 쓰즈키(Kyoichi Tsuzuki)라는 사진가가 있다. 에디터, 저널리스트, 아트 큐레이터 등으로도 활동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2000년대 초·중반 즈음 <류코추신>(流行通信)이라는 일본 패션지에 ‘Happy Victims’라는 사진 프로젝트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가 렌즈에 담은 행복한 죄인들이란 한마디로 ‘패션 오타쿠’였다. 한 가지에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인구 대비 세계 최고일 것으로 확신하는 일본에서, 한개의 패션 브랜드‘만’ 사는 사람들 찾는 건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70명은 거뜬히 넘는 사람들이 마니악한 브랜드 추종을 보여줬다. 구찌,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부터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 마르니 심지어 나이키도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오타쿠 문화의 정점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는 저러지는 말아야지 했다.
나는 옷을 좋아한다. 이 글을 의뢰받고 주제는 옷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위에서 말한 ‘죄인들’
[나의 길티플레져] 정신차리면 계산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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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보고 나서 과연 이 영화의 감독 조민호에게 이런 유형의 스토리가 적성에 맞는가를 생각했다. 조민호는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다. 데뷔작인 <정글쥬스>나 두 번째 영화인 <강적> 모두 저평가된 불운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영화들의 매력은 모두 장르관습의 평평한 지점을 뚫고 나오는 기이한 에너지에서 나온다. <정글쥬스>의 초·중반까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량리 빈민가 주변 아이들과 청년들의 방기된 삶의 꼬락서니가 주는 면면은 낯선 무서움과 웃음을 동시에 안겨준다. <강적>에서 전형화된 버디 무비의 꼴은 도시 후미진 구석에서 벌어지는 액션의 박력으로 가볍게 상쇄된다. 상금을 타기 위해 인터넷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자 호주까지 날아간 여덟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벌이는 생존수난극을 다룬 <10억>은 조민호의 이전 영화들 가운데 가장 스테레오 타입에 갇혀 있다. 모든 게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고 반전도 대단한 것
[김영진의 점프 컷] 조민호는 결국 실패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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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커다란 붉은 스카프가 하늘을 난다. 그리고 이내, 스카프가 사라짐과 동시에 2시간여 진행된 재난의 여정이 정리된다. 붉은 등대, 다리 위를 흐르는 붉은 빛깔의 휘발유, 그리고 급작스레 화기를 뿜는 라이터에 빨간 원피스를 걸친 소녀까지, 영화 속 디테일이 쌓여 이르는 이른바 레드 계열의 인상은 분명 무언가를 지향하는 듯 보인다. 재난의 예고, 사건의 전조. 여기에 몇 가지를 더할 수 있겠다. 만식의 작은아버지가 간판에 부딪히기 직전 이미 날아오는 간판을 본 듯 소리를 지르는 연희의 컷은 이 영화의 편집 역시 같은 원칙 아래 움직였음을 이르는데, 물리적 긴장감의 유발보다는 좀더 유연한,- 이를 한국적인 정서라 칭할 만 하겠지만 이보다 더 적극적인- 분명 <해운대>의 연출적 지향점은 윤제균의 이전 작품들과 궤가 같아 보인다.
하늘을 나는 붉은 스카프의 그 ‘레드’
<해운대>에 등장하는 집단의 단순화는 분명 장르적 관습에서 비롯됐다. 부분이 갖는 감정적 동요가
[영화읽기] 전작을 뛰어넘은 건 CG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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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난영화 가운데는 가끔 재난 ‘예방’이나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 특이한 작품들이 출현한다. 일찍이 <타이타닉>이나 <노이 알비노이>가 보여주었듯이 이런 이야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재난의 성질 자체인데 그것은 단지 갑자기 주어진 것, 하늘이 내린 것, 우연히 마주친 엄청난 재앙으로 나타난다. <해운대>는 이런 유형의 특이한 재난영화에 속한다. 재난은 영화 끝나기 20분 전쯤에 시작되며,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외로운 ‘선지자’인 지질학자 김휘(박중훈)가 당국에 하는 경고를 제외한다면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재난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재난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묵시록
이와는 달리 많은 재난영화의 줄거리는 예방과 탈출을 위해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투 과정에 주목한다. <딥 임팩트> <아마겟돈>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에서 최근의 <노잉>이나 <지구가 멈
[영화읽기] ‘한국적 인연’의 낙후성에 신선한 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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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두달 전, 바람난 남자친구를 되찾기 위한 과학적인 다단계 복수극
<소피의 연애매뉴얼>의 두 주연배우 장쯔이, 소지섭이 지난 8월 13일
신라호텔 에메랄드 홀에서 내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연 배우와 제작자로서 한국을 찾은 월드스타 장쯔이와 첫 중국영화에
참여하게 된 소지섭까지 두 탑스타가 그 동안의 이미지를 벗고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만큼 시종일관 애교 넘치는 웃음과 상큼하고
귀여운 모습들을 선사하며 국내외 언론 매체들의 눈길을 끌었다.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8월20일 개봉한다.
<소피의 연애매뉴얼>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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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아이스 에이지 3> 과학사에 길이 빛난 위대한 발견
[정훈이 만화] <아이스 에이지 3> 과학사에 길이 빛난 위대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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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잡혀갈지도 몰라요.”(웃음)
지난 8월5일 광화문광장, <친구사이?>의 엔딩신 보충촬영을 앞둔 김조광수 감독의 엄살 아닌 엄살이다. 찍어야 할 장면이 키스신이기 때문이다. 흔하디 흔한 게 키스신인데 뭐 그리 걱정이냐고? 영화의 주인공인 석이(이제훈)와 민수(서지후)의, 그러니까 ‘남남커플’의 입맞춤인 것. 군에 입대한 연인 민수를 면회하러 갔다가 예고도 없이 찾아온 민수의 어머니 때문에 졸이는 석이의 안타까움만큼이나, 여관방에 함께 누운 어머니 몰래 서로를 탐하고 싶은 가슴 벅찬 욕망만큼이나 간절함이 묻어나야 한다. 그것도 엑스트라가 아닌 실제 군중 사이로 들어가서 말이다. “원래는 새벽에 아무도 없는 종각에서 찍었다. 그렇게 찍어보니 약하더라. 뭔가 감성이 폭발하는 게 있어야 했다. 그게 바로 사람 많은, 서울의 심장부에서 남들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키스하는 것이다”는 감독의 말을 들어보니 괜한 엄살은 아닌 듯하다.
관건은 역시 찍어야 할 컷들을 순서에
게이영화 찍기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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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각에도 불철주야 표준어를 연마할 김연수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새하얀 모나미 볼펜을 가로로 물고 ‘가갸거겨고교구규’를 외치고 있을까(오호, 입술 사이로 질질 흐르는 침이 보이는구나), 아니면 표준어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고 있다가 김연수가 사투리로 말할 때마다 입술을 내려치는 것은 아닐까(오호, 이미 도톰하게 퉁퉁 부은 섹시한 입술이 되어 있으려나), 아무튼 어떤 방식으로든 표준어를 연마하는 것은 꽤 재미있는 구경거리일 텐데 놓치니 아쉽다. 어떤 방식이든 효과가 있다면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다. 나도 사투리를 쓴다. 김연수만큼은 아니지만 대화를 시작한 지 5분 정도 지나면 “고향이 경상도쪽이죠?”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참고로, 김연수는 30초 만에!). 놀라운 것은 이런 어정쩡한 발음으로 인터넷 문학 라디오인 ‘문장의 소리’에서 DJ를 맡고 있다는 것인데(‘부정확한 경상도 사투리로 방송하는 라디오를 듣고 싶다면 다음 주소로 오세요.’ http://radio.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소통 불량자’라면 공감 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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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 라즈베리는 따논 당상’이라는 ‘조소’에 힘입어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이 첫주 보다 절반 이상의 관객을 뺏기며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신작이 유독 많은 주라 경쟁이 치열했던 한 주였다. 1위 후보작이었던 바네사 허진스 주연의 청춘영화 <드림업>을 제치고, 그 자리를 탈환한 영화는 SF <디스트릭트 9>이다. 인간에 의해 공격받고 지배받는 외계인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영화로, <트랜스포머>에 버금가는 에이리언들의 화려한 액션이 펼쳐진다. 피터 잭슨이 제작을 맡고 신예감독 네일 브롬캠프이 연출. 2005년 자신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SF 단편 <Alive in Joburg>를 장편 영화한 것이다. ‘신개념 SF’라는 충격을 선사하며 호평을 얻었다.
오드리 니페네거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영화화 한 동명의 영화가 첫 주 3위에 오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레이첼 맥아담스가 시간여행
신개념 SF <디스트릭트 9>, 미국 박스오피스 침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