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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밴드 켄트의 음악을 처음 들은 게 꼭 10년 전이다. 뉴 밀레니엄이 시작된 그해로부터 이제까지 이 밴드를 놓아본 적이 없는데 새 앨범을 들으면서 새삼 옛날 생각에 빠지게 된다. 10년 전의 음악처럼 들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매번 다른 식의 방법론을 선보이곤 했다. 특히 전자음을 활용하는 부분에선 그걸 밴드의 자양분으로 삼은 경우인데 8번째 앨범인 ≪Rod≫에는 스튜디오와 교회에서 녹음되어 어쿠스틱과 전자음의 충돌이 환기하는 공감각적인 인상이 특별하다. 종소리와 오르간 반주에 합창이 주도하는 첫곡 <18:29-4>이 그렇고 리버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varta linjer>와 댄스비트가 넘실거리는 <Ensamheten>이 특히 그렇다. 켄트는 2005년 이후론 영어 앨범을 발매하지 않는다. 굳이 영어로 노래하지 않아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보일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켄트는 의심 없이 새 앨범을 구입하는 밴드기도
[음반] 공감각적 사운드, 특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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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튼스 갓 탤런트>로 슈퍼스타가 된 폴 포츠의 대를 이은, 유튜브 조회 3억건의 신화를 만든 수잔 보일은 확실히 휴머니즘과 대중음악의 관계를 상징하는 인물일 것이다. 볼품없는 외모와 허름한 옷차림에 비해 무대에서 사람들을 경악시켰던 목소리의 대비야말로 수잔 보일을 드라마틱한 신드롬의 여주인공으로 만든 이유. 비록 프로그램에선 우승하지 못했지만 1등보다 더 기억에 남으며 이렇게 앨범까지 냈다. 역시나 목소리는 아름답다. 서정적인 오케스트라와 감정이 풍부한 발성이 넘실거린다. 롤링 스톤스의 <Wild Horses>,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타이틀곡 <I Dreamed A Dream>, 마돈나의 <You’ll See>와 신곡 <Who I Was Born To Be>로 이어지는 구성은 한치의 어긋남없이 사랑스러운 발라드를 선보인다. 개인적으론 지나치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건 왠지 거짓말 같아서 의심스럽지만 생각해보니 겨울이
[음반] 휴머니즘과 대중음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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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기성품인가, 예술인가. 마틴 크리드의 작품을 보면 마르셀 뒤샹(그는 남성용 소변기를 <샘>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명명했다) 이래로 끊임없이 던져왔던 이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크기 순서대로 나열된 선인장, 부피에 따라 층층이 쌓인 종이상자, 벽에서 번쩍이는 네온사인. 이것이 마틴 크리드의 예술 세계를 대변하는 작품들이다. 모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이며 일상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 마틴 크리드가 될 수는 없다. 아주 ‘만만한’ 모습이지만, 마틴의 작품 속에는 집요한 연구와 자기 절제가 있어야만 가능할 엄격함과 단순함이 존재한다. 그냥 아무 데나 선인장을 세워놓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위치와 배경을 선정해 놓는 것이고(<Work No.960>), 네온사인의 문구를 결정할 때에도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단어를 고뇌 끝에 집어넣는 것이다(<Work No.890: Don’t Worry>). 언
[전시] 쉬운 작품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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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예뻤다. 마을 남자아이들이 그렇게 속삭였고 거울도 확인시켜주었다. 자신이 철저히 낯선 사람앞에서만 수줍음을 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마침내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혈혈단신으로 런던행 열차 삼등칸에 오르던 날, 봄바람이 약속했다. 오늘이 너의 남은 생을 통틀어 가장 초라하고 추운 하루일 거야. 그러나 세상은 그녀의 열정을 알아봐줄 틈을 좀처럼 내지 못했다. 극작가가 점심을 먹는 두 시간 동안 찌는 듯한 오디션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보면 화장은 녹아내리고 마음은 무너졌다. 한때 스캔들을 염려하는 배우의 삶을 그렸으나, 이제 그녀는 가끔 윤기있는 한끼 식사를 위해 애인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영양과 희망의 결핍으로 갈라진 머릿결과 말라붙은 표정을 쇼윈도에 비추어보며 여자는 생각했다. “난 무인도에 가더라도 시선을 끌지 못할 거야.”
최악의 고역은, 마음의 바닥을 주걱으로 긁어도 한줌의 자긍심을 그러모을 수 없는 순간조차 도도한 표정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김혜리의 그림과 그림자] 어느 가난한 여배우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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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이 시점에 몇명 있지도 않은 친구 중 하나가 나의 안티였음이 밝혀지다니(<씨네21> 732호 ‘오마이이슈’ 참조) 먼저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나, 손석희 정말로 좋아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그 사람이 만들거나 참여한 작품을 꼭 경험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박찬욱을 좋아한다고 박찬욱 영화를 꼭 봐야 하는가 말이다(으응? 이거 아냐?).
그녀의 주장을 반박하고 싶지만 주얼리 정을 더 좋아하긴 한다. 실은 사랑한다. 한때 MSN 대화명이 보사마였으며, 방송 담당후배에게 보사마 인터뷰는 어떻겠냐며 지그시 강압적으로 기사화도 성사시켰고 매일 잠자리에 들기 직전 그가 출연한 <지붕 뚫고 하이킥!>의 모든 장면을 낱낱이 복기하는 짓을 <거침없이 하이킥>에 이어 또다시 하고 있다.
내가 <지붕킥>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청춘남녀들의 러브러브 사각관계도 아니고, 해리와 신애의 <
[아저씨의 맛] 올해의 아저씨로 그대를 선정하리 (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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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이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팬들 모두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사적인 애정과 별개로 ‘언제 적?’이란 생각부터 드는 게 정상이니까. 그러면서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김주혁이 등장할 때, 주말 <개그콘서트>에서 허경환이 등장할 때 들려오는 그 음악부터 떠올랐다. TV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를 보니 황정민도 왕년에 그 음악에 맞춰 무던히도 바바리코트를 입었다니 그 추억의 깊이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하여간 현재 아시아에서 왕년의 주윤발과 장국영의 무드를 그대로 살려낼 만한 배우도 없을뿐더러 좋아하는 작품일수록 원전을 그대로 내버려뒀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다들 걱정했을 것이다.
바로 그 <영웅본색> 리메이크작을 송해성 감독이 <무적자>란 제목으로 연출하는데, 대략 그 캐스팅을 정리하면 주윤발이 연기했던 배신자를 처단하려다 다리를 다치는 전직 폭력배 역은 송승헌이, 폭력조직에서 일하다 후배의 배신으로 감옥살이를
[오픈칼럼] 안길강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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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씨네21>에 실린 김영진의 <나는 곤경에 처했다!>(이하 <곤경>) 평문(‘김영진의 점프 컷’)과 다른 견해를 말하기 위해 쓴다. 그는 호의적으로 썼고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김영진도 절찬한 것은 아니다. 그에 따르면 “어떤 숭고나 고양, 반영, 아이러니의 느낌이 배어 있지 않”고 “홍상수 영화에서의 비약의 순간 같은 것이 없”지만, 이 영화는 “상당한 감각을 지닌 감독의 대사 구사력과 그 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유머감각”과 “우리가 야심이라고 부르는 것에 매어 있지 않은 태도로 인물과 상황을 만들어내는 재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흥미로운 세대의 기록”이다.
곰브리치가 미술을 두고 그렇게 말했듯이, 누군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 데 잘못된 이유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김영진이 말한 위의 장점들은, “(주인공)이 어떤 기왕의 범주에도 묶이지 않는 인물의 개성을 보여준다”고 말한 대목을 뺀다면, 그 자체로는 대체로 동의할 만하다. 그런데
[전영객잔] 영화는 영화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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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1990년대, 경제호황의 그늘 속에서 자폐적으로 내성 세계로 파고들던 세기말 소년이 관계에 눈을 돌리고 원망(怨望)이 아닌 원망(願望)의 열정을 품었다. 자기 세계 속에 갇혀 있던 이카리 신지가 무언가가,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있어서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초호기는 동물처럼 달리고 또 달린다. 에반게리온은 그렇게 신세기를 맞았다.
어쨌든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파(破)>는 기존 관객이든 새로운 관객이든 누구나의 피를 뜨겁게 만들 애니메이션임에 분명하다. 다섯 차례에 걸쳐 일어나는 사도와의 대결 시퀀스는 현재 일본 아니메 기술의 첨단과 극적 쾌감의 최고도를 선사한다. 여기서 안도 히데아키는 서사를 요약하고 신비의 요소를 복병처럼 숨겨두는 숨은 보물 찾기 놀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감성의 전개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에반게리온: 파(破)>는 새롭다. 오랜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 인식의 지점들을 꾹꾹 눌러줘가며 그노시스적 세계
[영화읽기] 열혈 감성, 현실의 권태를 뚫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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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영화 한편을 보고 난 듯하다. “자, 고기를 썰 때는 이렇게 사선으로 단번에 잘라야 해요, 보세요, 이렇게 썰린 단면이 깔끔해야죠. 망설임없이 자르세요. 자, 깔끔하게 자르려면 뭐가 필요하겠어요? 그렇죠. 숯돌에다 칼을 잘 갈아두어야겠죠.”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어찌나 피와 고기와 살과 칼과 뼈를 많이 보았던지 극장문을 나설 때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로 보이더라. <닌자 어쌔신>에 대한 평은 요리칼럼니스트 박찬일씨에게 넘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박찬일 칼럼니스트라면 아마도 사람 뼈의 강도와 칼날의 각도 같은 걸 치밀하게 계산하고, 흘러나온 피의 양과 잘려나간 단면을 연구하여 맛있는 칼럼을 만들어내겠지만, 내가 알기로 박찬일 칼럼니스트는 이런 영화라면 질색한다. 아마 포스터 근처에도 못 갈 것이다. 나는 이런 영화,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힘들었다. 칼 쓰는 영화 좋아하고, 피 철철 넘쳐흐르는 영화 좋아하지만 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고통이 몸을 정화시키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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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어필지수 ★
엉뚱 지수 ★★★★★
드디어 때가 왔다.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퍼지고 TV에선 온갖 특집 방송이 편성되는 시즌, 옆구리가 시리다고 투덜대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따위 별거 없다고 약 올리는 커플들의 시간 말이다. 11월 말부터 12월 초에는 여전히 캐럴 음반이, 그야말로 쏟아진다. 여기서 밥 딜런의 ≪Christmas In The Heart≫를 소개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 앨범은 10월에 발매되었다. 2009년에 가장 일찍 튀어나온 캐럴 앨범인데, 밥 딜런 음악 인생 47년 만의 첫 캐럴이자 34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물론 그래서 이 앨범이 대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그리 대단하지도 않다. 여기서 이걸 소개하는 건 ‘이상하지만 좋기 때문’이다.
앨범엔 모두 15곡이 있다. <Here Comes Santa Claus>를 비롯해 <Winter Wonderland>와 <Little Drummer Boy> <Silv
[음반] 걸걸하고 불안한 캐롤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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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의 사연>(이하 <악연>)에는 진짜 악당이 나온다. 이름은 ‘홍어단’. 암모니아 향기 가득한 홍어를 트레이드마크로 하고 있다. 어이없다. 홍어의 색과 모양을 본뜬 슈트를 입고, 끈적끈적한 홍어폰을 쓴다. 홍어폰은 30초 동안 전화를 안 받으면 괴음을 내면서 피를 토한다. 황당하다. 홍어단은 지구 정복을 위해 말도 안 나오는 이상한 괴수를 만들어낸다. 악당이 있으면 정의의 사도도 있는 법. 홍어단에 맞선 이들은 사랑의 힘으로 지구를 지킨다고 하는 ‘러브레인저’다.
<파워레인저>류의 전대물을 기막히게 비틀어 만든 <악연>은 황당함으로 이루어진 만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괴상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그게 또 잘 읽힌다. 신기하다. 홍어단에서 괴수를 디자인하는 도식이라는 주인공과 러브레인저 핑크의 러브라인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회씩 짧게 끊어서 개그에만 집중하는 에피소드식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개그만
[스크롤잇] ‘싸대기몬’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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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조금 전성기가 지났지만 1990년대의 재닛 잭슨은 마돈나와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에 맞먹거나 어느 정도는 그들을 능가하는 압도적인 스타였다. 특히 90년대 여가수가 내놓은 단 한장의 걸작 앨범을 꼽으라면 당연히 재닛 잭슨의 89년작 ≪Rhythm Nation 1814≫(89년 발매지만 영향력은 91년까지 지속됐다)여야만 한다. 한장의 앨범에서 무려 7곡의 ‘빌보드 톱5’가 나왔을 뿐만 아니라, 그중에서 무려 네곡이 1위, 두곡이 2위였다. 게다가 한곡도 빠짐없는 팝의 클래식이다. 이건 경쟁자들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기록이다. 이후로도 재닛은 <That’s The Way Love Goes>나 <All For You> 같은 명곡을 만들어냈지만 그 유명한 슈퍼볼 사건 이후 조금 수그러들었다. 어쨌거나 오빠가 영원히 사라진 지금, 오빠의 명성에 결코 좌초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온 여동생의 베스트가 나오는 건 의미심장하다. 특히 신곡 <
[음반] 잭슨가는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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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을 좋아하는 사람만큼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엄친아’라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감성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고 허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루시드 폴은 이제 발매되자마자 차트 1, 2위에 드는 음악가가 되었다. 적이 많다는 건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얘기다. 개인적으론 그에게서 뭘 기대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상반되는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레 미제라블≫은 ≪국경의 밤≫과 비슷한 곳을 지향한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유년기에 대한 향수를 동시에 드러냈던 전작처럼 ≪레 미제라블>은 노스탤지어를 경계로 여기와 저기를 오간다. 그걸 이상과 현실의 접목이라고 부를 사람도 있을 테고, 감상적인 현실감이라고 부를 사람도 있을 테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레 미제라블≫은 어쩌면 가장 루시드 폴‘다운’ 앨범으로 들린다. <고등어>의 “날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라는 가사는 좀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음반] 유랑하는 노스탤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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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0년 경인년은 호랑이의 해. 또 다른 1년을 잘 살아낼 각오로 호랑이 정기를 듬뿍 받는 건 어떨까. 롯데갤러리에서는 12월29일부터 민화가 서공임의 개인전, <100마리 호랑이>를 개최한다. 제목 그대로 화폭 가득 100마리 호랑이를 풀어놓았다. 흥미로운 점은 50마리는 할아버지, 50마리는 젊은 호랑이라는 것. 호랑이 나이를 어떻게 계산하냐고? 굉장히 간단하다. 곰방대를 빨거나 까치를 바라보고 있으면 할아버지고, 고양이의 골격을 하고 있거나 개성있는 마스크를 자랑한다면 젊은이다.
사실 나이는 비유일 뿐이고, 할아버지 호랑이 그림은 전통 민화, 젊은 호랑이 그림은 현대적 민화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서공임 작가는 18~19세기에 조선에서 활약했던 무명 화가들에 바치는 오마주로 전통 민화를, 그 정체성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현대적 민화를 그렸다고 한다. 이 작품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엿보이는 호랑이의 든든한 풍채와 순박한 표정
[전시]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