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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에게 2021년의 기억은 생생하다. 처음 매체연기에 발을 들이던 시절 만난 <지옥>과 박정자, 작품을 들고 처음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이후 많은 것이 바뀐 일상까지. “야외극장에서 다 함께 <지옥> 시즌1을 봤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럼에도 3년 만에 다시 박정자를 만나니 “낯섦”이 앞섰다고 한다. “박정자도 인생에서 지옥이라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경험한 것이 아닌가. 큰일을 겪은 후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리는 것처럼 이 생경함을 그대로 가져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박정자가 경험한 지옥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김신록은 초반 박정자의 대사 중 “그리움”과 “절망”이라는 상승과 하강의 키워드 사이에서 “그리움의 대상인 아이들에게 가 닿고 싶어 하는 격렬한 욕망”을 추출했다. “부활 후에도 끝없이 욕망하고 좌절하는 인물”이기에 현실에서도 여전히 지옥도처럼 눈앞에 어른거리는 “혼재된 수많은 이미지를” 본다는 것이다. “눈앞의 김정칠이 실재인지 환각인
BIFF #2호 [인터뷰] 있는 힘껏 나로부터 멀어지는, <지옥> 시즌2, <전, 란> 김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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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이 세상을 마음껏 즐기세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에서 배우 김성철은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기존 캐릭터를 재해석해 연기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자신이 올랐던 뮤지컬 무대들을 상기하며 답했다. “뮤지컬에선 같은 캐릭터를 여러 배우가 연기하기 때문에 배우 간의 비교는 숱하게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에 익숙하고, 배우 각자의 매력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편이라 부담 없이 임했다.” 김성철이 집중한 것은 “정진수의 목표”였다. “작품을 시작할 때 대본을 손으로 써본다. 그러다보면 맡은 인물의 대사에서 반복되는 말들이 걸러진다. 내가 느낀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정진수의 내면엔 두려움이 내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세상 사람들도 알아야 한다고 여긴다. 속으론 두려움에 떨면서도 겉으론 의연하게 의장 행세를 하는 정진수의 간극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1~3화 중 김성철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BIFF #2호 [인터뷰] 상상하고 감각하며, <지옥> 시즌2 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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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첫사랑 기억 조작이란 단어가 유행했다. 따지고 보면 제법 잘 어울리는 단어 조합이다. 돌아갈 수 없는 호시절을 회상할 때면, 아리고 부끄러운 실수마저 풋풋하고 서툴러서 끝내 그리운 순간이 된다. 동명의 대만 청춘영화를 리메이크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노스텔지어를 자아낼 얼굴로 진영과 다현을 선택했다. 개인 촬영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촬영장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던 두 사람의 모습마저 학창 시절 누군가의 일기 속 한 페이지처럼 보였다.
- 10년 차 배우 진영에게도, 첫 연기 도전에 나선 배우 다현에게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진영 최근엔 드라마 위주로 활동했지만 항상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다섯 번이나 볼 정도로 원래부터 원작을 좋아했었다. 시나리오가 들어오기 한 달 전에도 볼 정도라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운명임을 직감했다. 시나리오를 살펴보니 그간 연기했던 작품 중 가장 분량이 많았다. 화면
BIFF #2호 [인터뷰] “모든 시간이 아름다운 청춘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배우 진영, 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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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의 땅>Tale of the Land
루루 헨드라 /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완, 카타르 / 2024년 / 99분
10.04 B3 16:00 / 10.05 C3 10:00 / 10.09 C7 10:00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보르네오 섬의 바다 위에 한 수상가옥이 위태롭게 떠 있다. 그곳엔 다약 원주민인 마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마이는 허름한 집이 머지않아 가라앉을까봐 걱정이다. 그들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이가 앓고 있는 심각한 병 때문이다. 마이는 땅을 밟으면 반드시 기절한다. 할아버지는 이것이 땅의 저주라며 육지로의 이사를 완강히 거부하지만, 마이는 자꾸만 땅에 끌린다. 그리고 자신을 이 상황에 부닺치게 한 조상들과 부모님에 대해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출신 루루 헨드라 감독의 <생존자의 땅>은 대부분 물 위에서 진행되는 영화이지만 신기하게도 보는 내내 땅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인물들의 전사를 명확히 설명하기보다는 그들
BIFF #2호 [프리뷰] 루루 헨드라 감독, '생존자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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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의 영치품 매점>Kaneko’s Commissary
후루카와 고 / 일본 / 2024년 / 126분
10.04 C3 19:30 / 10.10 C7 16:30
물리적 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응시와 대화의 기술인 면회는 어쩌면 가장 사려깊은 소통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교도소 수감자의 가족을 위한 영치품 전달과 면회 대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가네코는 이 두가지가 수감자들의 절대적인 권리라고 말한다. 그의 원칙은 아들의 학교 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사이코패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분노하고 슬퍼하면서도 그는 수감자 어머니의 청탁을 들어주지만, 아들이 교내 따돌림의 대상이 되면서 상황은 변화한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인간의 한 얼굴에 공존하는 선악의 모호성을 질문하는 스릴러이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결점과 과오를 인정하며 공존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드라마다. 아들의 피해를 발견한 가네코는 과거 자신을 수감자로 만들었던 잠재된 폭력성과 다시금 마주한다
BIFF #2호 [프리뷰] 후루카와 고 감독,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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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킬러스>The Killers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 한국 / 2024년 / 119분 /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10.04 L2 19:00 / 10.07 L3 10:30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살인자들>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 새롭게 펼쳐진다. <더 킬러스>는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네 편의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헤밍웨이의 원작이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작품인 만큼, 네 편의 영화도 킬러라는 설정을 비롯한 몇 가지 교집합만을 제외하곤 전부 자유롭게 연출됐다. 김종관 감독의 <변신>은 바를 배경으로 바텐더가 숨겨 둔 매혹적인 비밀을 탐구한다. 노덕 감독의 <업자들>은 불합리한 하청노동 문제를 다루되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입혀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현실을 지적한다. 밀폐된 술집에서 신원이 불분명한 살인마의 실체
BIFF #2호 [프리뷰]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감독, '더 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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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얼굴>
이제한 / 한국 / 2024년 / 126분 /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10.05 KT 16:00 / 10.07 L3 19:30 / 10.08 L3 12:00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환희의 얼굴>은 단편소설처럼 목차를 비추며 주인공 환희와 연결된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보여준다. 환희는 곳곳에 존재한다. 하루는 가까운 선생님에게 다짜고짜 돈을 빌려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고, 또 하루는 제주 식당에서 동료에게 크림브륄레와 퐁당오쇼콜라를 비교·설명하며 오픈을 돕는다. 유학을 고민하는 남자와 그의 엄마 이야기를 순순히 들어주기도 하고, 책 서문에 쓰인 이야기가 자신을 가리키는 줄 알고 대뜸 작가를 찾아가기도 한다. <환희의 얼굴>은 환희가 누구인지, 어떤 정체성을 대변하는지 명확하게 가리키지 않는다. 그저 환희의 진솔한 모습을 통해 관객의 자발적인 공감을 이끌 뿐이다. 영화 전체를 동요시키는 큰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작고 사
BIFF #2호 [프리뷰] 이제한 감독, '환희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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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시즌2> Hellbound Season 2
연상호 / 한국 / 2024년 / 139분 / 온 스크린
10.04 B1 19:30 / 10.09 L5 16:00
박정자의 충격적인 부활로 끝을 맺은 <지옥> 시즌1을 기억한다면 정진수의 복귀로 문을 여는 시즌2의 이야기가 더욱 반갑게 다가올 것이다. 첫 고지가 도래한 뒤로 4년, 한반도는 정체기를 맞은 종교집단 새진리회와 세를 넓힌 폭력집단 화살촉, 시연에서 살아남은 아이를 지키는 조직 소도와 사회 통제를 꾀하는 정부의 4파전이 펼쳐지는 혼탁한 정치의 전장이다. 하나둘씩 등장하는 부활자들의 존재와 증언은 여론의 패권은 물론 초자연적 현상 아래 무력한 인간의 위치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카드다. 새진리회가 박정자를 활용해 새 해석을 선점하려는 사이 소도는 정진수의 행방을 쫓고, 화살촉의 컬트적 구원관에 아내를 잃은 남자는 정진수와 세상에 대한 복수에 뛰어든다. <지옥> 시즌2는 화살촉으로 대표되는
BIFF #2호 [프리뷰] 연상호 감독, '지옥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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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말 죽이기> To Kill a Mongolian Horse
쟝샤오쉐엔 / 말레이시아, 홍콩 / 2024년 / 98분 / 아시아영화의 창
10.05 L2 20:00 / 10.06 C7 20:00 / 10.10 C2 19:30
뛰어난 경마 기수였던 두 친구 사이나와 하싸는 생계를 위해 전통 기마극단에 취업한다. 아버지의 빚과 도시에 사는 아들의 학비를 위해 사이나는 일을 늘리고 가축을 팔지만 오랜 세월 함께한 흰 말과 농장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한편 토목회사는 관광사업을 위해 땅과 말을 팔라며 사이나에게 보상금을 제안하고, 하싸는 낙마 사고로 말을 탈 수 없게 된다. 따뜻해진 기후에 사람들은 눈을 그리워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겨울은 소외된 이들에게 유독 시리다. <몽골말 죽이기>는 몽골의 고도 발전 속 본연의 위치를 위협받는 객체들을 포착한다.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너른 들판과 지평선 너머에서 길어 올린 여명은 무던히 밝은 도시와 대비되는 농밀한 아
BIFF #2호 [프리뷰] 쟝샤오쉐엔 감독, '몽골말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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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에 수감된 여인> Visiting Hours
파트리샤 마쥐이 / 프랑스 / 2024 / 107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10.05 BH 16:00 / 10.06 C5 20:00 / 10.10 C4 19:30
직업과 재력, 취향, 자녀의 유무까지 판이한 미나와 알마. 두 여자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교도소에 수감된 남편을 두었다는 것이다. 면회 허가를 위해 추태를 부리는 미나를 본 알마는 그녀에게 기묘한 호감을 느낀다. 머지않아 알마의 집에 얹혀살게 된 미나 가족. 알마의 도움으로 직업도 얻고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게 되었지만 상류층 사교계의 격식과 남편과의 관계, 알마의 태도는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다. 딱딱한 감옥과 고딕 호러에 어울릴 법한 저택은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을 이루는 두 축이다. 독특한 색감의 벽과 문을 겹겹이 배치한 숏들과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미묘한 표정을 감싸는 몽환적인 심리 묘사는 알마를 세속적이면서도 불투명한 중년 여성으로 그
BIFF #2호 [프리뷰] 파트리샤 마쥐이 감독,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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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일대> Caught by the Tides
지아장커 / 중국 / 2024년 / 112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10.05 BH 20:00 / 10.07 C1 16:30
가히 세월의 기록이다. 지아장커 감독은 20여년의 세월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엇갈려온 두 남녀의 운명을, 급격한 산업화·경제 발전과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관계맺음의 방식이 완전히 변화한 중국의 풍경을 천천히 돌아본다. <풍류일대>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형식을 유려하게 엮는다. 극의 전반부에 오랜 시간 아카이빙 됐을 푸티지를 적극 활용하는 반면, 두 남녀의 굴곡 있는 애정선을 놓치지 않고 짚어내는 식이다. 중국의 20년을 압축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시야를 확장하면서도 극중 인물들의 시점을 활용해 세밀한 묘사를 놓치지 않는 점이 흥미롭다. 두 연인은 지아장커 감독이 <임소요>에서도 다룬 바 있는 빈빈과 차오차오다. <천주정> <산하고인> <
BIFF #2호 [프리뷰] 지아장커 감독, '풍류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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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우> Flow
긴츠 질발로디스 / 라트비아, 프랑스, 벨기에 / 2024년 / 85분 / 오픈 시네마
10.04 BT 20:00 / 10.06 B3 13:00
삶을 향한 의지는 어떻게 발현되고 어떻게 충족될까. 갑작스러운 대홍수가 세상을 뒤덮은 어느 날, 천재지변의 공포에 휩싸인 검은 고양이는 수재(水災)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워 보이는 돛단배로 향한다. 그 안에는 이미 같은 상황에 놓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여우원숭이, 카피바라 등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은신하고 있다. 서로의 존재를 경계하던 것도 잠시, 어느덧 작은 배는 모두의 피난처가 되었다. 각기 다른 신체 능력, 소통 방식을 지닌 동물들은 공통된 어려움을 앞에 두고 조금씩 서로를 맞춰나간다. <플로우>는 가지각각 동물들의 생존 본능과 생애 의지를 조명하지만 그들에게 쉽게 안락함을 내어주지 않는다. 거대한 새에게 사냥당하는 고양이의 모습이나 소용돌이치는 폭풍우 등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불쑥
BIFF #2호 [프리뷰]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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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그램의 경향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이 질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경향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늘 그렇게 생각해 왔고 대체로는 경향보다는 지향을 강조해 왔다(이 지면의 소재와 관련된 올해의 실무적 지향이라면, 작년에 비해 비전 섹션을 10편에서 12편으로 다시 늘렸다는 점이다. 독립영화 감독들과 신인 감독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다만, 경향 면에서 올해의 경우에는 말해볼 만한 색다른 것이 있는 것 같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전부 모아 놓고 보니 어떤 경향 한 가지가 보인다. 물론 여기 모인 작품들 사이에서 그어진 우연의 선일 수도 있겠지만, 경향이란 어차피 그런 발생을 두고 하는 말 아니던가. ‘다양한 여성 인물형과 출중한 신인 여배우들의 출현’이라는 표현으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너무 확실하고 많아서 다소 놀라는 중이다. 뉴 커런츠 섹션의 한국 작품 2편과 비전 섹션 12편을 대상으로 생각해 보았다.
<새벽의 Tan
BIFF #2호 [스페셜] 2024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경향은, 여성의 저력, 새로운 얼굴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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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 섹션에 상영된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 중에서 두 편을 선정하여 각각 3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BIFF #2호 [프리뷰] 뉴 커런츠 상영작 영화별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