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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때였다면 무심결에 넘겼을 만한 사망사건 하나가 서울 한가운데에서 일어난다. 블랙아이스로 인해 중심을 잃은 버스가 보행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안타까운 사건. 이 일의 미스터리는 사망자에 대한 기록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인데, 이것이 우연이 아닌 조작된 사건이라고 믿는 한 사람이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살인을 설계하는 일을 하는 영일(강동원)이다. 그 버스 사고로 아끼는 파트너를 잃은 영일은 그날 이후 모든 것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자신이 세상을 조작하는 만큼, 자신을 노리는 상대 역시 치밀할 거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 의심은 설계팀에 분열을 일으키고, 다음 작업까지 영향을 준다. 타깃은 전 국민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새 검찰총장 후보인 주성직(김홍파), 의뢰인은 그의 딸인 주영선(정은채)이다. 영일은 수백대의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는 현장에서 우연을 조작하려고 하는데 바로 그곳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노리고 있는 거대한 존재를 감지한다.
<설계자>는 &
[리뷰] ‘설계자’, 프로가 저렇게 우연에 기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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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 인류와 생명체를 위협하는 긴급한 사안에 대해 힘을 합쳐 방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거대 기업을 위한 지도자를 지지해선 안됩니다. 원주민 생태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우리 자녀들과 아이들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사람,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에 의해 입막음당한 사람, 이런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지도자를 지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당연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저도 오늘 밤 이 자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환경단체의 기조연설이나 유엔의 환경 관련 포럼의 발표가 아니다.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수상 소감이다.
사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는 그해 아카데미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징크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번번이 눈앞에서 좌절된 그의 간절한 염원이 이번에는 이뤄질지에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였다. 하지만 인간 디캐
[송경원 편집장] 여전히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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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은 민중의 공분을 사는 거대 권력자 악인 조태오(유아인)를 상대로 경찰이 판을 뒤집고 응징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베테랑>는 사법 체계의 한계를 질타하는 여론 속에서 여전히 시스템 안에서 악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선과 악은 구분될 수 있는가.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 전편보다 확장된 질문에서 출발해 <베테랑>를 완성한 류승완 감독을 칸영화제 현장에서 만났다.
- 9년 만의 속편이다. <베테랑2>는 어떤 배경에서 출발했나.
= <베테랑>이 예상치 못하게 큰 성공을 거뒀다. 선악의 경계를 명확히 그어놓고 일종의 유사 스포츠 경기처럼 관람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게 너무 크게 터졌다. 개봉 당시에도 두려운 마음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베테랑>의 성공이 무척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베테랑>을 새롭게 접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몇몇 대사들이 밈이 되고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전통적인 의미의 빌런을 없애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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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9년 만의 속편이 5월20일(현지 기준)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다. “액션신과 곳곳에 있는 유머 코드를 잘 집어내는 최고의 감독 류승완”(독일 배급사 스플렌디드 이사 마르코 몰러스)이 “놀라운 세트피스, 잘 구성된 스토리, 그 중심에 있는 사회적 이슈, 버스터 키튼에게 경의를 표하는 몇 개의 시각적 개그”(<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를 보여줬다는 반응이다. 칸영화제 현지에서 <씨네21> 기자들이 보내온 <베테랑2> 첫 반응을 전한다.
김혜리 기자
세고 독한 형사 히어로가 주도하는 ‘사이다’ 액션 영화로 <범죄도시>가 있기 전에 <베테랑>이 있었고 더 거슬러 <공공의 적>이 있었다. <베테랑>에서 약자를 편드는 한국 민중의 근본적 선의를 뒷배 삼아 응징의 카타르시스를 폭발시켰던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듯 ‘사이다’라는 표현의 이면을
쉬운 길을 버리고 ‘사이다’의 이면을 살핀다, <베테랑2> 칸영화제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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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일요일 – 임수연 기자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 어제 본 작품들의 <스크린 데일리> 별점을 체크하는 것이다. 리뷰와 별점을 함께 공개하는 <인디와이어>와 <가디언>은 좀더 유심히 살펴본다. 그럼에도 이 별점은 개인적인 감상이나 체감과 따로 갈 때도 많다. 이를테면 어제 공개됐던 자크 오디아르의 <에밀리아 페레즈>는 <스크린 데일리> 별점은 2.4점으로 평이한 수준이지만 현지 기자 시사회 반응은 가장 좋았다. 중간에 나가는 기자가 거의 없었고 웃음도 자주 터졌고 프레스 상영이 끝난 후 드물게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해외 감독 인터뷰 전후에 스몰토크를 나눈 외신 기자들 중 올해 칸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로 <에밀리아 페레즈>를 꼽는 이들만 3명을 만났다. 영화제 초청작 답지 않게 ‘통속극’ 같은 스토리가 먹힌 걸까? 갱단의 두목으로 많은 부를 축적한 남자가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며 죽은 척
[칸 다이어리 4] 자크 오디아르, 레오스 카락스 그리고 류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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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은 칸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전 세계 영화인들과 언론인들이 모이는 칸에서는 공식 행사 외에도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올해는 칸 현지 소식을 좀더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지면보다 발 빠르게, 온라인에 칸영화제 소식을 먼저 전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77회 칸영화제 기간 동안 <씨네21> 기자들의 일기장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77회 칸영화제 다이어리’는 영화제 개막부터 폐막까지 쭉 이어진다.
5월 18일 토요일 – 김혜리 기자
극장 객석에 파묻혀 있긴 아깝다 싶은 날씨가 시작될 즈음, 칸 국제영화제는 자신만만하게 막을 올린다. 칸에 다녀오는 일은 누구에게도 수월하지 않다. 전년도 12월쯤 시동을 거는 갈까말까의 고민은 영화를 향한 나의 난치성 허영심이 수십 가지 현실적 ‘그렇지만’과 엎치락뒷치락하는 동안 계속되다가 2월말쯤에 결판이 나곤 한다.
작년에 도착한 첫날 본 칸 영화는 무려 &l
[칸 다이어리 3] 란티모스와 코폴라 신작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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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춤을>(1990) 이후로 34년.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가 처음 상영되는 칸 뤼미에르 극장은 정통파 할리우드 슈퍼스타이자 90년대 섹스 심볼의 신작을 기다리며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5월 19일 오후 6시(현지 시각 기준) 레드 카펫에 도착한 케빈 코스트너는 출세작에 이어 다시 한번 제작, 연출, 주연을 소화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첫 장면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까지 코스트너를 부르짖는 관객이 있었을 정도로 팬들을 고무시킨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는 백인 정착민과 원주민인 아파치족, 그리고 서부 개발 계획을 주도하는 연방군이 ‘호라이즌’이라 불리는 백인 정착지에서 만나 죽고 죽이는 이야기를 그린 정통 서부극이다. 기자회견에서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이 영화의 이야기는 “플롯이 아니라 여정”으로 구성된 탓에 세 주체를 엮어내야 할 주요 갈등은 일화 형식으로 호라이즌 곳곳에 산발해 있다. ‘사가’라는 자부심 가득
정통과 구식의 차이, 케빈 코스트너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 현지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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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와 전혀 다른 가족 판타지를 차기작으로 골랐다. 직접 각본을 쓰는 등 이 작품에 굉장한 의욕과 오랜 애정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존 크러진스키 언제나 상상 속 친구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어떻게 제작할지 뚜렷하게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린이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계와 그들이 바라보는 자신들의 모습, 자신들의 가장 자랑스러운 모습에 대해 더욱 사실적인 조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의 친구’들은 그저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아니라 어린이들의 소망, 꿈과 야망, 도전정신을 담은 타임캡슐이다.
- 주인공 소녀 비 역을 맡은 케일리 플레밍은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한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케일리 플레밍 <워킹 데드> 시즌 촬영을 끝낸 뒤 잠시 연기를 쉬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었다. 얼마 뒤 에이전트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존 크러진스키가 이런 영화를 만들고 있으니 네가 오디션에 응시해봤으면 한다’는 거였다
[인터뷰] ‘마음’에서 시작해 ‘희망’으로 끝난다, 존 크러진스키 감독, 배우 케일리 플레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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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이야기에는 두 사람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너무 많은 매체에 둘러싸여 너무 많은 이야기를 소비하다 보면 이 당연한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이야기는, 듣는 사람만큼 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것을 안겨준다. 타인에게 알기 쉽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이 몰랐던 자신을 다시 마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여기, 듣는 위치에 익숙해져 언젠가부터 이야기를 ‘전하는’ 행복을 망각한 우리를 위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일깨우는 영화가 오래된 다락방 문을 두드린다.
‘상상의 친구’와 이야기 나누기
<이프: 상상의 친구>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함께했던 ‘상상의 친구’ (Imaginary Friend)들에 대한 이야기다.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을 본 사람이라면 솜사탕 몸과 코끼리 얼굴을 한 채 사탕 눈물을 흘리던 ‘빙봉’과 겹쳐 보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들은 혼자서도 참 잘 논다. 혼자 말을 하며 소꿉놀이, 인
[기획]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 - <이프: 상상의 친구>의 뭉클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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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씨네21>은 2024년 한국영화의 산업구조를 진단하는 연속 기획을 펼치고 있다. 당시 한국영화계의 주요 화두였던 홀드백 법제화 논란의 이면을 살피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난 기사의 마지막에선 “4월경은 특히 중요한 변곡점이 될 예정이다. 홀드백 이슈를 포함해 한국 영화산업 위기 극복 협의회의 자율 협약 내용이 발표된다”라는 말과 4월을 기약했다. 하지만 4월이 지나도 자율 협약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기획 연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취재 결과 자율 협약은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대신 한국영화계는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의 활동을 중심으로 객단가, 스크린상한제, 홀드백 등 영화산업의 주요 이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대응의 첫발은 5월2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한국영화 생태계 복원을 위한 토론회’였다. 이후 영화계는 국회 토론회를 통한 영화산업 관련 법률의 개정 논의 등 다양한 위기 극복의 활로를 찾을 예정이다. 이에 <씨네
[기획] 연속 기획② 2024년 한국영화 구조 진단 - 객단가, 스크린상한제··· 법제화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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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의 다른 길에서 배우 신혜선을 만난다. 한국 드라마를 애정하는 시청자에겐 <비밀의 숲>이라는 장르 사상 최고의 작품을 출세작으로 인정받은 사람으로. 코로나19라는 어려움을 겪어온 업계 종사자에겐 근 3~4년간 한국의 허리급 상업영화들을 주연으로 견인해온 배우로. 무엇보다도 20대 여성에겐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올라와 결코 의심할 수 없는 방식으로 30대를 열어젖힌 여자 선배로. 2020년에 영화 <결백>과 <도굴>을, 지난해엔 <타겟>과 <용감한 시민>을 선보였던 신혜선이 또 한편의 영화를 내놓은 지금, 당신이 어떤 경로로 신혜선을 만났든 결국 길은 하나로 이어진다. <씨네21>은 <그녀가 죽었다> 개봉을 계기로 배우 신혜선이 그간 걸어온 길에 뒤늦은 동행을 요청했다.
“팬들에게 선물로 받았다”는 하얀색 휴대용 선풍기를 목에 걸고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그를 본 순간부터 영화, 드라마, TV와 웹
[인터뷰] 매번 다르게, 신혜선답게, <그녀가 죽었다> 신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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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시리즈의 세계관 확장에도 여러 부침이 있었다. 디즈니는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면서 조지 루카스 감독이 오랫동안 구상했던 확장 계획을 그대로 이어받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스타워즈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가 흥행하면서 J. J. 에이브럼스 감독 지휘하에 착착 진행되는가 싶더니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의 흥행 부진으로 조시 트랭크, 제임스 맨골드 감독 등이 연출자로 거론되던 ‘보바펫’의 스핀오프 영화가 엎어졌다.
존 패브로 감독의 지휘 아래 <만달로리안> 시리즈가 성공하면서 패티 젱킨스 감독이 연출할 것이라 발표했던 <스타워즈: 로그 스쿼드론>도 잠정 연기됐다. 이는 오리지널 9부작 외에 스핀오프 앤솔러지 시리즈로 기획된 영화였다. 이제 시리즈의 나아갈 길은 극장판 중심이 아닌 스트리밍 시리즈 중심으로 정해진 듯하다. 올해 공개 예정작은 넷플릭스에서 <러시아 인형처럼>을 히트시킨 레슬리 헤들랜드
베이비 요다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까?, <스타워즈> 시리즈의 세계관 확장 진행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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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길이다.”(This is the Way.)<만달로리안>의 만달로어인들이 내뱉는 행동강령 같은 이 대사가 47년 역사를 지닌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유행어가 되었다. <만달로리안> 시즌2는 2020년 12월 공개되자마자 미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스트리밍 시리즈에 올랐다. 일명 아기 요다, 그로구의 매력과 더불어 베스카 갑옷을 두른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이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디즈니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존 패브로 감독이 루카스필름의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데이비드 필로니 등과 함께 만든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프랜차이즈 세계관 확장의 훌륭한 성공 사례다. <스타워즈> 세계관을 지배해왔던 스카이워커 가문의 ‘부자 관계’ 트라우마를 정반대 관점에서 재해석한 방향이 흥미롭다. 처세에 능한 베테랑 현상금 사냥꾼이 사랑스러운 베이비 그로구를 목숨 바쳐 보호하는 ‘유사 부자’ 이야기라니. 40여년 동안
저항의 시대는 계속된다, <애콜라이트>를 기다리며, OTT 시리즈가 <스타워즈>의 오리지널리티를 이어받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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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대서사시를 자랑하는 스페이스오페라의 대표주자는 <스타워즈>다. 47년 동안 무수히 많은 작품이 프랜차이즈의 세계관을 가득 채웠다. 6월 디즈니+에 공개될 신규 시리즈 <애콜라이트>를 보기 전 빼곡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역사와 기록을 톺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설의 시작 - <스타워즈>의 역사 한눈에 살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