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업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일찍이 대두되고 적극적으로 활용된 곳은 단연 시각효과(Visual effect) 부문일 것이다. 2025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이주원 덱스터 스튜디오 시각효과 감독과 김준형 M83 스튜디오 부사장이 단상에 올라 AI가 접목된 VFX의 현황을 현실적으로 정리했다. 각 강연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덱스터 스튜디오 이주원 감독은 ' AI 기술 발전에 따른 VFX 산업의 변화'를, M83스튜디오 김준형 부사장은 'VFX에 적용되는 AI 기술'의 사례를 설명했다. 두 강연은 공통적으로 현재 영화가 제작되는 모든 단계에 AI가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VFX가 적용되는 단계는 총 11개에 달한다. 컨셉 아트, 매치무브, 로토스코프, 모델링, 리깅, 애니메이션, 텍스처링, 라이팅, 렌더링, 마테 페인팅, 컴포지팅이 여기에 해당한다.
먼저 컨셉 아트는 작품 무드를 미리 확인하는 이미지를 가리키지만 프롬프트 명령에 따라 영상으로 추출할 수도 있다. 런웨이 알레프, 구글 VEO3, SEEDANCE 1.0 등이 가장 대표적인 툴로 꼽힌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구체 사항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아바타> 시리즈 기술로 유명해진 모션캡쳐는 얼굴의 움직임이나 미세한 근육 변화 등을 섬세하게 기록해야 VFX 작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바로 매치무브라 일컫는다. 매치무브를 위해 애니메이터가 하나하나 작업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더 크게 웃어봐, 더 크게 슬퍼해봐" 같은 명령만으로 다양한 장면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가 이 기술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VFX 기술 중에서 AI의 접목이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단연 로토스코핑이다. 로토스코핑이란 이미지의 일부를 바꾸거나 합성을 할 때 레이어를 일일이 분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가장 노동집약적인 프로세스로로 유명하지만 AI 덕분에 자동적인 레이어 분리가 가능해졌다. 마블 <만달로리안>의 경우 복잡한 배경 합성이 필요하지만 AI 로토스코핑을 통해 기존 대비 90%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덱스터 스튜디오 이주원 감독은 "이로써 인간들은 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하고, 인공지능은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한 노동에 투입되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빛과 그림자를 항상 양립하는 법이다. AI와 VFX가 급속도로 빠르게 결합될 때 인간에겐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될까. 덱스터 스튜디오 이주원 감독은 "VFX 아티스트의 노동시간이 대폭 줄면서 임금이 하락하고, VFX 단가 자체도 떨어질 수 있다. 또 기술 활용도에 따른 스튜디오 간 양극화 또한 심화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을 직면한 작업자들의 중심을 가다듬었다. "AI는 막을 수 없다. 따라서 AI의 역할을 VFX 아티스트의 역량을 강화하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데이터 중심인 AI와 감성중심인 인간의 감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성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