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14일, 빔 벤더스가 80살 생일을 맞았다. 독일-프랑스 합동 방송인 <아르테>는 그의 생일을 잊지 않고 <파리, 텍사스>와 <베를린 천사의 시>를 특별 편성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무궁동의 빔 벤더스>를 제작해 방영했다. 다큐멘터리 속 빔 벤더스는 베를린 국립 도서관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다. <베를린 천사의 시> 속 천사들이 거닐던,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의 속삭임이 가득하던 그 장소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카메라로 사람들과 풍경을 관찰하며 사진을 찍던 기억을 떠올린다. 카메라로 세상을 응시하던 벤더스의 ‘관찰자 시점’이 이미 8, 9살 무렵에 시작된 것이다. <무궁동의 빔 벤더스>는 특히 사진가로서의 벤더스에 주목한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외과의사였던 아버지의 꿈이 사진 작가였음을 고백하며 자신이 그 길을 따라갔음을 고백한다.
빔 벤더스의 80살 생일은 독일에서도 큰 행사였다. 독일 언론과 문화계는 빔 벤더스를 ‘영원한 탐색자’, ‘길 위의 예술가’라고 치하하며 그의 영화와 삶을 기리는 기사와 행사, 뉴스를 쏟아냈다. 본연방미술관은 벤더스의 영화, 사진, 스토리보드, 개인 소장품을 가지고 특별전을 꾸렸고, 베를린 갤러리 바스티안은 벤더스의 사진전을 열었다. 요크 그룹과 바빌론 극장 같은 베를린의 유서 깊은 아트하우스 영화관은 회고전을 열었다. 독일 유력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중요한 영화 기념비를 세웠다”며 벤더스의 업적을 돌아봤으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축전을 보냈다.
벤더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거장이지만 결코 독일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인기를끈 근작 <퍼펙트 데이즈>는 일본에서 촬영했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쿠바에서, 사진계의 거장 세바스치앙 사우가두의 작품 세계를 찾아가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은 브라 질에서 만들었다. 그는 장르의 경계도 허물었다. 무대예술을 영화로 불러들이는 실험을 감행한 <피나>는 3D 기술과 춤을 결합하며 놀라움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