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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헤리티지 AI 영화, 시공간을 뛰어넘으며 - 대상 <걸리버 율도국 이야기> 박진호 연출자
이자연 사진 최성열 2025-09-14

"또 묶여있다니." 여느 모험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우연히 율도국에 떨어진 걸리버 이야기를 담는다. 그곳에서 걸리버는 모든 이를 평등하게 대하는 이상적인 지도자 홍길동을 만난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인물들의 운명적 만남이라는 신선한 소재는 어떻게 출발했을까. <걸리버 율도국 이야기>의 원작과 각본을 맡은 박진호 문화유산디지털복원가는 오랜 리서치를 기반으로 그간 AI 영화에 보완되어야 할 것들을 분석했다. "글로벌 AI 영화를 모두 보면서 치명적인 문제를 두 가지 발견했다. 먼저 구체적인 스토리가 없다는 점. 그리고 화려한 기술한 현란하게 보여줄 뿐,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명확한 철학이 없다는 점. 그렇게 인간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스토리를 가장 먼저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박진호 문화유산디지털복원가는 AI의 유연함처럼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기로 했고, 그렇게 걸리버와 홍길동이 만나는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

<걸리버 율도국 이야기>의 정점은 역동적이고 화려한 전투신에 있다. 율도국 광산에서의 전장이나 장엄한 바다 위에서의 해전.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극적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소휘수 공동연출자는 클링 AI와 미드저니를 주요하게 활용했다. 극영화였다면 분명 무수한 인적 자원과 자본, 시간과 체력이 요구되었을 장면이었다.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의 문을 열고 난 이후 150여년 동안 영화의 문법은 오직 감독이 손수 기획하고 연출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규칙이 모두 붕괴됐다. 머릿속에 나만의 청사진을 갖고 프롬프트로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면 모두가 자기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AI 기술이 진보하지 않았더라면 <걸리버 율도국 이야기> 또한 평생 빛을 보지 못하고 내 안에 남아있었을 것이다."(박진호 문화유산디지털복원가) 다만 AI의 확장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AI 영화는 거대한 모험 장르에는 적합하지만, 미세한 얼굴 근육을 쓰거나 눈물 타이밍을 맞추는 감정 중심의 이야기에는 아직 어색함이 있다. "그렇기에 연출자의 안목이 필요하다. 도자기 장인이 천 개의 도자기를 만들 때 아쉬운 950개를 깨부수고 나머지 50개만 시장에 내보내는 것처럼 AI 생성 또한 90%를 버리고 남은 10%로 작업한다. 무엇을 활용할 것이냐.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인식할 것이냐. 이 지점에서 연출자의 안목이 중요하다."

걸리버 율도국 이야기 스틸

박진호 문화유산디지털복원가는 <걸리버 율도국 이야기>의 후속작인 <아쇼카 로드>를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신라 진흥왕이 세계적 인물을 만날 예정. 이어 튀르키예와 합작한 장편 AI 영화 또한 기획 단계에 있다. 시·공간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는 헤리티지 AI 영화. 그가 창조하고 설계한 장르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무한한 가능성만을 목도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