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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 빈즈 완결안노 모요코의 <젤리 빈즈>(시공사)가 전 5권으로 완결 번역되어 나왔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중학생 마메를 주인공으로 화려한 스타일 감각을 뽐낸 이 작품은 야자와 아이의 <파라다이스 키스>와 더불어 소녀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필독서가 되어왔다. 단지 즐거운 마음으로 옷을 만들어왔다가 자기 옷에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모든 사람들의 개성에 걸맞은 옷을 만들어가기로 마음먹는 마메의 변화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컬렉션을 만들어낸다. <젤리 인 더 메리 고 라운드>의 모델 주인공들이 조연으로 출연해, 안노 모요코 마니아들을 더욱 기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로버트 크럼 스케치북미국 얼터너티브만화의 산실 판타그라픽스는 그들 정신의 스승인 로버트 크럼의 스케치 북 시리즈 <The R. CRUMB SKETCHBOOK> 제9권을 최근 출간했다. 실제 만화 작품에서도 낙서가 지닌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 로버
<젤리 빈즈> 완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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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day-The Ballad Album>이타마라 쿠락스헉스뮤직 발매유럽에서 주로 활동한 브라질 출신의 재즈 보컬리스트 이타마라 쿠락스의 새음반. 이타마라 쿠락스는 목소리를 악기처럼 울리게 하는 독특한 가창법으로 유명하다. 이번 음반에는 재즈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 쿠바의 피아니스트 곤잘로 루발카바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가했고 2001년 작고한 루이즈 봉파의 마지막 레코딩도 들어 있다. 버논 듀크의 <April in Paris>, 독일의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인 클라우스 오거만의 <I Love You>, 루이즈 봉파의 <Man Alone>, 안토니오스 카를로스 조빔의 <Amparo>와 <Ligia> 등 세계 각국의 부드러운 발라드곡이 담겨 있다.<Saving The Rock>EMI 발매얼마 전 미국의 문화잡지 <롤링스톤>의 커버는 ‘Rock is Back!’이었다. 10대들을 위한
이타마라 쿠락스의 외 문화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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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한국 현대소설가 중 성품이 남정현만큼 개결한 사람은 없다. 동시에 소설작품이 그리 끈질기고 지독한 풍자로 투철하고 일관된 경우도 없다. 개결의 극단이 풍자의 극단을 낳는(혹은 극단에 달하는) 한국문학사상 희귀한 광경을 가능케(혹은 불가피하게)한 것은 해방에서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진 ‘오랜 비극’이고 4·19 민주혁명이 5·16 군사쿠데타로 실종되는 일순의 낭떠러지다.결핵에 시달리던 그는 1958년 등단 3년 만인 61년 <너는 뭐냐>로 동인문학상을 받으며 말 그대로 문단의 총아가 되었으나 1965년 발표된 <분지>(똥땅)로 반공법 필화 구속, 2년 뒤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문단 주류에서 급속히 밀려났다.누이동생의 ‘국부’가 본토 부인 것만 못하다며 스미스 상사가 밤마다 학대하는 것에 ‘의문’을 느낀 홍길동 10대손 홍만수가 때마침 방한한 본토 부인 ‘치부’의 면적을 향미산에서 살펴본 죄로 ‘펜타곤이 동원한 공식 집계’, ‘대한민국 1년 예산’
국학자료원이 펴낸 <남정현 문학전집>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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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베넥스의 <디바>는 새 장을 연 영화 축에 든다. 이 영화는 과도하다 싶지만 촌스럽지는 않은, 화려한 푸른 색조의 이미지와 이리저리 꼬이는 내러티브가 공존한다. B급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돈가방’ 중심의 내러티브에 오페라 가수의 환상이 구멍을 낸다. 음반취입마저도 거부하는 이 순수한 오페라 가수의 대척점에는 ‘여자를 팔아 마약을 사는’ 파리 암흑가의 지배자가 존재한다. 이 역시 일상적 현실의 자리는 아니다. 한겹 밑바닥이다. 암흑가의 지배자는 경찰서장이기도 한데, 그런 방식으로 현실 밑바닥은 하나로 추하다. 환상으로 통하는 구멍과 추한 밑바닥 사이에 주인공인 우체부 쥘이 낀 채로 존재한다.그가 그 둘을 드나들게 된 것은 ‘카세트’ 때문이다. 녹음된 소리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현실에서 환상으로, 다시 밑바닥 현실로 드나들도록 만드는 티켓이다. 오페라 마니아인 이 우체부는 나그라를 통해 몰래 자기가 연모하는 오페라 가수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혼자 즐긴다. 구차한 현실의
이미지의 음악,<디바>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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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이 어느덧 7년차가 된 건가 이는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름이 호기심의 대상이던 때로부터 훌쩍 뛰어넘은 시차임을 의미한다. 긴 세월에 비한다면 정규 앨범의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인디 음악 신의 대표 밴드로 기록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부단한 멤버 교체와 더불어, 인디 신의 침체기 같은 내·외부적 진통도 그들이 뚫고 나온 세월에 포함된다. 그 때문일까. 새로운 라인업(리드기타는 이능룡, 베이스기타는 정무진, 드럼은 전대정)으로 단장하고 발표한 4년 만의 신작 <꿈의 팝송>을 두고 말들이 오간다. 시끌벅적했던 첫 쇼케이스에 이어, 동 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린다는 음반 판매고에 대한 여러 뒷이야기들이 무성하다(진위 여부는 알기 어렵지만).대부분의 밴드들은 통과의례처럼 시간이 흐르면 세련된 사운드를 추구하게 마련이다. 언니네 이발관이라고 예외일까. ‘언니네식 전통’에 따라 주 공격수로 배열된 첫 세곡을 보자. 첫곡 <헤븐(단 한번의 사랑)>과 세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 새 앨범 <꿈의 팝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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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힘들었던 과거라도 돌아보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기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세한 맥락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마음의 고통은 무디어지고, 수없이 흘린 눈물이 사라지면 우리는 과거를 추억한다. 오늘 꺼내들어 다시 보는 이상무의 <비둘기 합창>은 지나버린 과거의 초상이다. <비둘기 합창>은 1978년, 70년대의 대표적인 아동잡지 <소년중앙>에 연재된 뒤 1980년 동광출판사에서 단행본 5권으로 출판된 뒤, 딱 22년이 지난 2002년 바다그림판 시리즈로 새 옷을 입었다.만화를 통한 20년 전으로의 여행장르적으로 보면 <비둘기 합창>은 대가족물의 전형적인 구조를 담고 있다. 대가족물은 주로 TV의 일일드라마에서 자주 애용되는 장르로 전체 가족과 연관을 맺은 갈등과 개별 인물들의 소소한 갈등들이 흥미롭게 엇갈리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프오페라의 갈등구조에 대가족 시트콤의 웃음이 함께 뒤섞인 형태다.TV 미니시리즈로도 각색되
이상무의 <비둘기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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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일 국립중앙도서관 대강당에서는 만화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2002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의 수상식도 함께 거행되었는데, 저작상에 <로망스>를 저작한 윤태호, 출판상 부문에는 <비빔툰>을 출판한 문학과 지성사, 공로상에는 만화가 길창덕, 학습만화상에는 아이세움 출판사와 인기상에는 <아색기가>의 양영순과 <열혈강호>의 양재현, 전극진이 공동수상했다. 신인상에는 <꽃>의 박건웅과 <취중진담>의 송채성이 역시 공동수상했다. 저작상, 출판상, 공로상, 학습만화상, 인기상 수상자에게는 문화관광부장관 상패 및 상금 각 500만원이 주어지며, 신인상 수상자에게는 문화관광부장관 상패 및 상금 300만원이 각각 주어진다. 선정된 수상작품은 일정량을 구입하여 해외문화원 및 공공도서관 등에 보급된다. 이번 출판만화대상에서도 확인되는 것은 메이저 만화출판사들의 퇴조와 일반 출판사들의 강세다. 총 8개 부문의 수상작 중
2002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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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에 붕 떠 있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요즘 들어 자꾸 드는 느낌이다. 많은 부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려는 것은 아닌지, “양치기 소년이 아니냐”는 비판이 결국 사실은 아닌지, 그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데모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인 현실에서 쓰여지는 글은 본질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는, 왜 자칫 공허해질 수 있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나. 개인의 기호를 떠나서, 결론은 하나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땀방울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ESP kids>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이하 DDS)가 제작하는 26부작 TV시리즈다. 그동안 이 회사가 만들어온 <런딤> <아크>와 마찬가지로 3D 애니메이션이다. DDS는 그 동안 들인 공에 비해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
2099,세기말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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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연재 중이던 인터뷰 원고 말미에 다소 뜬금없이, ‘추신’으로 이렇게 썼다. 군 복무 시절 1군사령관일 때 잠깐씩 마주친 그는 표정이 매우 온화했다. 박정희가 사망하고 계엄사령관에 오른 그는 민주화운동 세력에 ‘군부의 희망’으로 비치다가 전두환의 하극상 신군부에 피체, 보충역 2등병으로 강등되고 실형을 살다가 88년 대장 계급을 회복하고 97년 무죄가 확정된 뒤 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맡았으나 큰 역할은 하지 못했다. ‘군부의 희망’이 필요하던 시기는 아주 짧았다. 그때 희망이 실현되었다면 5·16에 의해 ‘군사적’으로 왜곡된 한국 현대사가 어느 정도 교정될 수 있었을까, 라고 묻는 것은 부질없지만, 어쩔 수도 없다….세계사에 유례없이 가혹했던 6·25 전쟁을 치르고도 ‘대한민국 군인’이 마음속에서 우러난 존경을 받기 힘들게 된 매우 희한한 남한 상황은 6·25 전쟁의 ‘형식’이 유감스럽게도 민족상잔이었고, 무엇보다 박정희 군사쿠데타
정승화 자서전 <대한민국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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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다 보면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음악인도 예외는 아니다. ‘히트곡 모음집’ 형태의 음반이나 특정시대의 편집음반이 자주 나오는 것은 꼭 음반사의 이윤동기가 아니더라도 지난 음악을 정리하고픈 음악인의 의사와 무관하지 않다. <Body & Feel>은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든 노장 음악인 신중현의 음악인생을 결산하는 기념음반이다.<Body & Feel>(2CD)에 담긴 18곡은 대체로 신중현이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만들어 발표(했거나 이때 히트)한 곡들이다. <님아> <커피 한잔> <봄비> <미인> 등은 이 시기 청년들의 ‘애창가요’였고, 신중현은 이른바 ‘솔·사이키 가요’ 열풍을 일으킨 인기 작곡가이자 가수 조련가로서 명성을 날렸다. 어느 정도였냐면, 작곡가와 가수 조련가로서 신중현은 요즘으로 치면 박진영, 서태지, 유영진과 비슷했고, 당시 인기면에서 그가 키운 펄시스터즈, 김추자,
신중현의 히트곡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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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샘>은 기본적으로 이름에 관한 영화다. ‘샘’이라고 너무도 흔하게 이름지어진, 더군다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 호명되어 보호소에서 자란 남자가 있다. 그에 의해 ‘루시’라고 너무 구닥다리식으로 이름지어진 딸이 있다. 이 아이는 양부모 밑에서 자라거나 보호소에 맡겨지도록 ‘호명’될 찰라에 있다.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이 이 사회를 어떻게 이름짓는지 보여준다. 이 맥락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제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미국의 복지제도가 일곱살난 딸과 일곱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아버지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다루는지, 다시 말해 그 관계를 어떻게 이름짓는지, 부녀관계라 부를 것인지 말 것인지 심각하고 진지하게 추적해 나가고 있다.그런 동시에 이 영화는 비틀스에 ‘관한’ 영화로 비쳐지기도 한다. 비틀스가 영미 계통의 서양사람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잡아 있는지, 혹은 자리잡아가고 있는지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 비틀스 앞에서, 어쩌면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다 샘
<아이 엠 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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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페스티벌 취재를 하다보면 “이런 건 참 괜찮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영화제 기간 중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모아 따로 상영하는 점이다. 지난해 프랑스 안시페스티벌의 경우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프로그램’ 코너가 있었다. 1998년 일본 히로시마페스티벌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어린이에 의한 애니메이션’(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으로까지 세분화해 놓았다. 이런 ‘영양가 높은’ 작품이 상영되는 극장은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들로 가득 차게 마련이다. 지난 10월2일부터 6일까지 열린 캐나다 오타와페스티벌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위는 아예 경쟁부문 공모전 중 네 번째 섹션을 어린이용 작품만으로 구성했다.여기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지 않나 싶다. 첫째 애니메이션이란 어른들을 위한 예술이라는 점, 둘째 그만큼 어린이들을 배려한다는 점이다. “만화영화는 원래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발상인 것이다.몬트리올의 국
어른 애니,어린이 애니 <첫눈을 노래하는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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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쾌걸> 20권 발간<스포츠 투데이>에 인기리에 연재 중인 김진태의 <시민 쾌걸>이 단행본 20권을 발간했다(학산문화사 펴냄). 사회 부조리를 해결하겠다는 열망은 가득하지만 항상 사고만 치고 다니는 비디오가게 주인 조로를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개성을 펼쳐 보이고 있는 작품. 시사와 문화의 이슈, 영화와 드라마 패러디, 독특한 SF개그 등 풍부한 소재들에 접근하면서 한국의 토착적인 서민정서를 잘 드러내주는 것이 이 만화의 큰 장점이다. <굿모닝 보스> <보글보글> 등을 통해 국내 개그 만화계의 대표자로 떠오른 김진태는 <시민 쾌걸>의 장기 연재로 자신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고 있다.<청공> 완결하라 히데노리의 청춘 야구만화 <청공>이 전 13권으로 완결 발간되었다. 고교 시절 전국대회에 출전하겠다는 꿈을 키워나가던 한 소년이 여자친구의 폭행사건에 얽혀 인생을 망쳐버리지만, 그가 돌봐주던
<시민 쾌걸>,<청공>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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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선로에 취객이 떨어졌다. 기차는 달려올 것이고, 그는 죽을 것이다. 누가 그를 구해줄 것인가 많은 생각이 오갈 것이다. 먼저 자신에겐 아무 피해가 없을 것인가를, 나말고 그를 구해낼 사람은 없는가를, 저 사람은 과연 구해낼 가치가 있는가를…. 그러나 그런 판단 이전에 그에게 내달리는 사람이 가끔 있다. 도쿄의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씨가 그랬고, 그는 죽었다. 그에게 다시 물어볼 수 있을까 당신이 똑같은 경우에 다시 처하게 된다면, 그를 살리기 위해 달려들 것인가 그런 낯 모르고 가치도 알 수 없는 인간을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질 필요가 있을까 오쿠 히로야의 <간츠>(시공사 펴냄)는 바로 그 물음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현실보다 훨씬 치사하고, 잔인하고, 끈질기게 묻는다.용감한 카토와 어정쩡한 쿠로노가 그 시험장에 들어간 고등학생들이다. 그들은 지하철 선로에 엎어져 있던 노숙자를 구해내려다 열차에 치어 죽는다. 그러나 죽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정체불명의 방에서 온전한 몸으
오쿠 히로야의 <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