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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들은 책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러나 요새의 액션영화들은 게임의 흐름을 따라간다. 옛날 영화들은 만남 자체를 설명하지만 요새 영화들은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옛날 영화들은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결국에는 어떻게 끝났는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그러나 요새의 영화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게임에서 다음 싸움꾼을 만나듯, 만남은 우발적이다. 설명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만남/난관을 어떻게 타개하느냐일 뿐이다.최신의 액션영화 <트리플X>는 그렇게 주인공이 우발적으로 만난 게임의 대상들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느냐를 영화화하고 있다. 이 영화는 최근에는 공식적인 스포츠의 일부가 된 여러 가지 극단적 레저/스포츠의 분야들을 액션과 연결시키고 있다. 스카이다이빙부터 바이크 라이드까지, 미국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하릴없이 목숨거는 그 허공의 스포츠들 말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건 딱 두 단어다. 하나는 스피드, 다음은 힘. 스피드와 힘이 실려 있는 음
<트리플X>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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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 속에 마을 하나가 있다. 스머프의 마을도 보노보노의 놀이터도 아니다. 예쁜 가게와 알록달록한 놀이동산이 있는 이곳은 실바니아 마을. 동물 가족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실바니아 패밀리>는 이 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60부작 TV시리즈다. 화별 러닝타임은 2분으로, 오는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KBS TV유치원을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특이한 것은 일본 에포크사의 캐릭터를 한국에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는 점이다. 제작진 라인업도 든든해서, 코코엔터프라이즈가 기획 및 마케팅, 일신창업투자가 투자, 팡고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담당한다. 감독으로는 <아름다운 시절>로 2000년 대한민국영상만화대전 대상을 수상했던 문제대 감독이 활약할 예정이다. 그동안 화제가 됐던 수많은 클레이애니메이션 광고 시리즈를 제작했다. 한편 시나리오는 <아장닷컴>의 오상민, 김희연씨가 맡았다. 5분가량의 영상은 이미
즐거우니 즐겁구나,<실바니아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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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트 킹> 복간 프로젝트1970년대 한국 SF만화를 대표하는 고유성의 <로보트 킹>이 복간된다. 국내 고전만화의 복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딴지일보>는 <로보트 킹>의 11부작 전체 시리즈 중 1부 탄생편 3권을 먼저 발간하기로 했다. <로보트 킹>은 외계인의 선진 기술로 만들어진 거대 로봇을 정의의 소년이 조종해 악당을 무찌른다는 전형적인 거대 로봇물의 설정을 따르고 있는데, <게타 로보> <자이언트 로보> 등 일본 로봇만화의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만화가 고유성 특유의 착상과 개그 터치들이 가미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복간본의 발간 형식은 최근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국내 만화 출판의 새로운 형태인 선주문 방식으로, 오는 10월6일까지 1천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로보트 킹의 설계도, 작품연보, 캐릭터 사전, 박무직의 오마주 만화 등이 들어 있는 <로보트 킹 설정 자료집>이
<타짜> 4부 `벨제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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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원의 <우리는 무지개를 타고 간다>라는 만화는 웹진 코믹스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거칠고 조악한 데생에 흔히 따르게 마련인 엽기적 이야기 대신 따뜻한 감성이 특이하다. 초록배매직스의 인디코믹스 7번째 작품으로 2000년에 나왔다. 한국만화의 소중한 자산인 이두호의 <객주>는 바다출판사에서, 고우영의 <삼국지>는 북하우스에서 고급스러운 장정으로 새롭게 출판되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명료한 선’으로 대표되는 <땡땡>의 그래픽은 유럽을 대표하는 시각이미지며 문화적 아이콘이다. 많은 유럽 사람들이 멋진 모험소년 땡땡과 그의 충견 밀루를 사랑한다. 도서출판 솔에서 모두 5권이 2002년에 출판되었다. 우데르조와 고시니 콤비의 <아스테릭스>는 로마에 맞선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 현실문화연구에서 출판한 프라도의 <섬>은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적인 작품이다. 이야기가 묘하
도서대여점과 만화시장 침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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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자신은 그런 직관 때문에 행복하기도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처음 나가본 CF 오디션. 계산없이 늘어져 있다가 “너 참 지루해 보인다”는 ‘평’을 들으며 메인 모델이 됐다. 연기를 계속하게 만들어준 <플란다스의 개>도 봉준호 감독의 “있는 그대로”라는 요구를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벌써 일곱편, 많이도 찍은” 지금은 가끔 걱정된다. “저는 정말 연기력에 자신이 없거든요. 나이 먹으면 어떤 모습일까 무섭기도 한데, 그래서 생각 안 하려구요. 연극하신 엄마도 연기 가르쳐달라고 조르면 아직 때가 안 됐다고만 해요. 경험이 쌓이면 눈이 떠질 때가 있겠죠.” 뉴욕에서 보낸 3주일의 휴가. 돌아다니는 것보다 가만히 쉬는 게 좋아 공원 벤치에 늘어져 있거나 자전거를 타고 놀면서도, 빨리 돌아가 일하고 싶었던 것은 그 깨달음의 시기를 앞당기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까.“저 너무 행복해 보여요? 남들이 얄밉게 보인다고 그러지 말랬는데. 쉽게 만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해 주세요.” 욕심이
조태일 시집 <식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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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거창한 외침이 들려온다. 한데 이게 웬일. 정작 지구 수호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는 주인공 병구 역의 신하균은 양봉할 때 쓰는 모자를 쓴 채 꿀병을 허공에 휘두르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꿀이 외계인의 침략을 막는 비밀병기인가 하면, 이것도 완전히 헛다리 짚는 얘기다.강원도 영월군 함백산 웃자락에 차려진 <지구를 지켜라!>의 촬영장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답게 늦여름 햇살만으론 시린 팔뚝을 가리기 어려운 곳이다. <지구를 지켜라!>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쳐들어온다고 믿고 있는 병구가 외계인으로 의심되는 강 사장(백윤식)을 납치한 뒤 벌이는 소동을 담는 블랙코미디. 영화의 주배경인 이곳에는 1억2천만원을 들였다는 병구네 집 세트가 지어져 있었고, 벌통 50여개도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이날 촬영분은 강 사장의 실종사건을 추적하는 추 형사(이재용)가 병구를 의심하면서 대결을 펼치는 내용.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
콜드플레이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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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로 일약 최고급의 감독 대열에 오른 샘 멘데스 감독의 후속작 <로드 투 퍼디션>은 갱스터 무비이다. <아메리칸 뷰티>는 할리우드치고는 비교적 진지하게 미국인의 삶을 바라본 역작이었다. 영국 태생이라서 그랬나, 그의 시선은 냉정하다. 샘 멘데스는 이 데뷔작으로 아카데미상을 탔다. 너무 미리 찾아온 명성을 등에 업고 만든 그의 두 번째 작품은 여전히 신인감독인 그에게는 과할 정도의 버젯과 캐스팅이다. 톰 행크스, 폴 뉴먼, 주드 로, 이렇게 세 명배우가 그의 영화를 위해 연기한다. 그가 이번에 마주한 시대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시대, 대공황의 시대이다. 감독은 청부살인업자인 아버지와 그의 아들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 최악의 시대를 거칠게 살아온 미국 사람들의 ‘거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감독은 오히려, 그 최악의 시대를 통해 미국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확인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또다시 냉정하다.음악은 <아메리칸
<로드 투 퍼디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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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머피의 법칙처럼 어릴 때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은 항상 밥 먹을 시간이나 이른 아침, 아니면 제사와 같은 큰일이 있을 때 방영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또 하나의 법칙을 더하자면, 그런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단편은 재방송을 안 하거나 아니면 또다시 보기 힘든 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이 보통이다. 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이 정식비디오로 전편이 출시되는 경우가 채 10∼20%가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보니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나서 어린 시절 약 10년간 보아왔던 애니메이션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다시 찾아보는 데 다시 10년의 세월이 걸렸다.추억 속의 애니메이션을 모아가는 후반 10년 동안의 즐거움 중 하나는 자신이 보아왔던 작품 속에서 여러 번씩 중첩되어지는 이름을 접하면서 내가 좋아했던 작품들의 성장사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예로 들자면 어린 시절 푹 빠져 보던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추억의 기
꿈속의 애니,애니 안의 꿈 <천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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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서울만화모형공모전’의 결과 발표 및 시상식이 9월27일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렸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주관하는 이 공모전은 한국 만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모형화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캐릭터 산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 2회째를 맞은 올해 공모전에서는 총 48개 작품이 응모한 가운데, 임종열의 ‘임꺽정’(<임꺽정>, 이두호 원작)이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이재성의 ‘복면 엑스’(<스카이 레슬러>, 장태산 원작)와 원세희의 ‘레드 블러드-판테라’(<Red Blood>, 김태형 원작)가 금상을, 심명환의 ‘한비광’(<열혈강호>, 전극진·양재현 원작)과 정훈이 원작의 <영화 vs 만화>의 주인공 ‘남기남’과 월드컵을 소재로 한 박환웅의 ‘꿈은 이루어진다’ 등이 은상을 공동 수상했다. 수상작들은 9월27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2002 서울만화모형공모전’ 결과 발표 및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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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펼치자마자 마구 튀어나오는 사람들,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운 맹렬한 눈빛들,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욕설과 주장과 침의 파편들….이곳은 어디일까? 혹시 나도 모르게 아랍의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돼온 것은 아닐까? 영문은 알 수 없지만 나는 곧 이곳이 분주한 아랍의 시장이나 어수선한 선술집이라는 것만은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두꺼운 안경을 쓴 미국 청년이 내 손을 잡아끈다. 그 역시 내키지 않는 듯하지만 이곳에 찾아온 이상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CNN과 미국의 정보망이 빨아서 보여주는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진짜 피와 모래가 뒤섞여 있는 진흙탕 팔레스타인을.1990년대 초,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무장봉기)의 첫 시기에 이루어진 방문의 기록을 담은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글논그림밭)은 여러모로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잇는다. 사코는 슈피겔만이 그랬던 것처럼, 화려한 원색의 슈퍼 영웅들을 멀리 차버리고 오직 검은 잉크의 힘만을 믿고 묵묵하게 역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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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콘서트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9월28, 29일 18시SJ엔터테인먼트02-399-5888, 1588-1555, 1588-7890
‘성공한’ 홍익대 앞 인디밴드의 대명사 자우림의 콘서트. 데뷔한 지 5년이나 되었지만 새 앨범을 낼 때마다 다양한 빛깔의 장르적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자우림은 이번 콘서트에서 얼마 전 발표한 네 번째 정규앨범 에 실린 등을 보컬 김윤아의 몽환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조명을 객석에도 설치하는 등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도 돋보인다. 공연실황을 20여대의 카메라에 담아 DVD로도 발매한다고.
자우림 콘서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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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시오노 나나미 지음한길사 펴냄1만2천원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영화에세이. <제3의 사나이> 등 고전 할리우드영화부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같은 최근의 영화들까지 섭렵하며 예리하게 영화에 대한 단상과 추억들을 덧붙인다. ‘젊은이의 감수성이란, 정신적 나태에 빠진 어른들의 일시적인 항복 상태의 징표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민하고 깊은 감수성은 진실로 어른들에게만 허락되는 신의 선물이 아닐까’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성인’의 영화에세이.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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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ccato Green> 스웨터라디오 뮤직 발매경쾌하고 상큼한 모던록을 들려주는 인디 록밴드 스웨터의 첫 정규음반. 보컬과 기타에 이아립, 드럼에 신세철, 키보드에 임예진의 혼성 3인조인 스웨터는 99년부터 홍익대 앞 클럽에서 활동해왔다. 감성적인 선율과 포근하면서도 몽환적인 여운을 지닌 사운드 등 모던록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음반으로, <별똥별> <바람> 등 소녀적인 미성과 무심한 듯 서늘한 울림이 뒤섞인 보컬, 가볍게 쟁쟁거리는 기타의 선율이 맑다.<The Rising> 브루스 스프링스틴소니뮤직 발매직선적이면서 힘있는 정통 미국 로큰롤의 대부와 같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7년 만의 신보. 84년 이후 모처럼 E-스트리트 밴드와 재결합한 은 9·11 테러 이후의 혼란, 그러한 세상을 살아가는 절망과 희망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음반. 감상적인 기타 선율과 호소력 짙은 보컬의 부터 박력있는 <Waitin’ On A Sunny
Staccato Green/The Rising/3호선버터플라이.../All About Us(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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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뮤지션 토와테이(정동화)는 일본 출신으로 세계 팝 음악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DJ라 할 만하다. 사실 그의 음악활동이 처음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음악적 성장은 그가 뉴욕의 디자인학교인 ‘파슨스’에 유학을 간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학교를 다니면서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했던 그는 전설적인 테크노 힙합 DJ인 아프리카 밤바아타(Africa Bambaataa)를 만나면서 뉴욕의 힙합-일렉트로니카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나 정글 브러더스 등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최고로 지적인 힙합 뮤지션들과 교류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자신의 이름을 뉴욕의 클럽들에 각인시켜나갔다. 그의 경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은 1990년대 초 일렉트로니카 댄스 트리오 ‘Deeelite’에 참여해 전세계적인 히트곡 <Groove is in the Heart>를 발표하면서부터. 그뒤 그 명성이 일본으로 역수입되어 그는 일본의 일렉트로
토와테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