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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치의 그답지 않은 동시에 그다운 영화 <스트레이트 스토리>에서 또 한번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음악을 담당했다. 그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특이한 점은 달콤함과 기괴스러움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음악은 막대사탕처럼 달콤하다. 그 달콤함은 깊은 맛을 내는 그것이 아니라 입에서 살살 녹으며 사라지는, 그리고 이내 특유의 씁쓸한 쇠맛을 혀에 남기는 공장생산사탕의 그것이다. 그 씁쓸함은 달콤함을 즐기는 아이의 혓바닥에 (거의 의식하기 힘들지만) 아주 미세한 정도의 소름을 돋게 한다. 그리고 그 소름이 바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세상을 살아가는 독한 맛이다. 소비사회의 독약맛을 그렇게 무의식중에 길들이며 아이들은 사탕을 빨아먹는다. 그 씁쓸한 쇠맛은 바로 다음에 다시 혀를 적시는 달콤한 사탕의 맛으로 대체된다. 그런 끝없는 대체가 방부제와 설탕과 인공색소로 버무린 막대사탕을 먹는 독한 재미다.데이비드 린치는 바로 그런 사회 속에서 사는 기쁨과 슬픔과 한마디로 독한
<스트레이트 스토리>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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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Rock닭의 울음소리 앨범 발매 기념 공연>연세대학교 대극장8월4일 일요일 1부 3시∼5시30분2부 7시30분∼10시02-324-956297년에 발표된 인디 컴필레이션 <Rock닭의 울음소리>에 이어, 그간 클럽 문화의 침체를 털고 두 번째 컴필레이션을 선보이는 인디 밴드들의 축제.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출연했던 문혜원이 함께 하는 뷰렛, 피터팬컴플렉스, 부비트랩 등 경쾌한 모던록 계열과 강력한 랩메탈 계열의 밴드들이 각각 1, 2부를 구성하며 게스트로 자우림과 타카피가 참여한다.<2002 헌정 Live Concert 송골매>대학로 SH Club8월2일 7시02-3272-3968(주)소닉스미디어얼마 전, 80년대의 대표적 그룹 송골매에 헌정하는 앨범작업에 참여했던 젊은 밴드들이 이번엔 송골매에 콘서트를 바친다. 시베리안허스키, 그랜드 슬램, 아프리카, 네이키드, 자우이, 칸, 시즌 등이 <처음 본 순간> <한줄기
2002 헌정 Live Concert 송골매 외1(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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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의 환상, 한국영화의 나르시시즘>김경욱 지음책세상 펴냄4900원
이데올로기 비평은 오늘의 한국 영화비평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일반 관객으로부터는 “영화란 재밌으면 그만이지”라는 무서운 단언으로 일축되기 십상이고, 매체로부터는 “엄숙하고 딱딱하다”는 혐의로 외면받기 일쑤다. 이 책은 한국영화계에 왜 이데올로기 비평이 절실한지 간곡하게 증언한다. 저자는 최근 한국 블록버스터들의 몰역사성, 퇴행성, 비윤리성을 꼼꼼히 따지며, 한국영화의 성공신화에 감춰진 그늘을 응시한다.
블록버스터의 환상,한국영화의 나르시시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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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 조수미워너뮤직 발매94년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소프라노 조수미의 베스트음반. 월드컵 기간 동안 귀에 익은 최신곡 를 비롯해 <Smoke Gets In Your Eyes> 등 재즈와 뮤지컬곡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와 피아노 반주만으로 들려주는 헨델의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그리운 그 이름> 등이 담긴 ‘오페라&아트송’ 등 2장의 CD로 구성돼 있다.<Only A Woman Like You>마이클 볼튼자이브 발매‘블루 아이드 솔’(Blue-Eyed Soul), 곧 백인의 솔로 한 시대를 풍미한 마이클 볼튼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보. 블루스와 하드록을 거쳐 솔에 이른 볼튼은 호소력 있는 보컬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Only A Woman Like You> 같은 특유의 발라드는 물론, 라틴 팝의 향취가 물씬한 첫곡 <Dance W
My Story/Only A Woman Like You 외1(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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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Oasis)가 돌아왔다. 2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 <Heathen Chemistry>와 더불어 말이다. 블러(Blur)와 함께 1990년대 브릿팝(Britpop)의 맹주 노릇을 했던 오아시스. 세월의 흐름과 트렌드의 변덕은 이들의 영광을 다소 퇴색시켰던 게 사실이다. 물론 여기엔 난폭하기로 소문난 노엘과 리엄 갤러거 형제의 악동 행각도 한몫 단단히 했지만.<Heathen Chemistry>는 오아시스의 ‘심기일전’이 흘러 넘치는 음반이다. 이들 특유의 활력은 여전하고,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 또한 건재하다. 오아시스가 쌓은 명성과 스타덤이 한때의 요행수가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그러나 <Heathen Chemistry>는 단순히 이들의 건재함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오아시스의 음악세계가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보여줬던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이 대폭 절제되어 있는 대신, 좀더 느긋해지고 완숙
오아시스의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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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8년 전쯤 되나. 창비사의 한 방에서 김사인(문학평론가)과 오랜만에 만나 시분저분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 밖 복도에서 무언가가 흘끗 지나갔다. 어잉? 사인아. 여기 무슨, 사슴 키우냐?… 예?… 무슨?… 방금 사슴 한 마리가 휙 하고 지나갔다니까?….당시 계간지 창비의 편집위원인가 자문위원인가에 이름을 올리고 그러잖아도 착함과 웃음이 얼핏 너무 ‘헤퍼’(?) 보이는 얼굴을 다시 한번 착한 웃음으로 단도리하며 쑥스럽다는 듯, 그러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선배 겸 손님 ‘접대’에 마음을 쓰던 그의 표정이 일순, 황당해졌다. 4층 건물 복도에 무슨 사슴 한 마리?… 하지만, 다시 사슴이 휙 지나가고 그는 곧 파안대소했다. 아, 저분요? 형, 황인숙씨 처음 보나? 핫하, 맞아. 사슴 한 마리, 하하. 잘 봤어….그렇게 나는 시인 황인숙을 처음 만났고 그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사슴의 ‘살림 혹은 체온’을 갈수록 가깝게 느끼는 ‘친밀의 경이’를 시도 때도 없이 느낀다. 경이라… 가령 다
황인숙 동화/이제하 그림 <지붕 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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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코네는 음악으로 한 장르의 컨벤션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의 테마다. 방울뱀의 춤이나 시체 위를 맴도는 까마귀 울음, 사막의 황량한 밤에 떠도는 알 수 없는 메아리, 머리 가죽을 벗기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의식, 그 모든 걸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냉혹하고 비정한 느낌의 이 테마는 바로 마카로니 웨스턴(미국 사람들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부른다)과 동격이다. 또한 마카로니 웨스턴은 이 테마로부터 직접적으로 연상된다. 이 테마의 느낌이 없는 마카로니 웨스턴은 존재하지 않는다.엔니오 모리코네는 이국적인 피리소리, 펜더 트윈 리버브 앰프가 내는 독특한 ‘또요요용’(영어로는 twang) 하는 울림의 전기기타, 민속음악적인 북소리, 그리고 유럽 특유의 풍부한 스트링 오케스트레이션을 혼합하여 이 테마를 탄생시킨다. 거칠고 냉혈적이며 일자무식인 듯한 스트레이트한 음악이지만 몇번을 들으면 이 테마가 얼마나 세
<석양의 무법자>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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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제작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은 출판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수 있는 확률이 제일 높은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수많은 공모전과 인기투표, 단행본 출간 등 수백, 수천대의 경쟁률을 뚫은 인기작만이 누리는 권리이긴 하지만 연재 도중에도 어느 정도 인기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거의 어김없이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작업이 진행되는 환경은 문화 콘텐츠상품의 기반으로서 ‘만화’가 넘칠 정도로 제작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하지만 인기 만화는 인기 애니메이션이 되기 위한 조건일 뿐 실제로 원작만화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면상의 만화를 입체인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분위기가 돌변하는 경우도 있고, 한정된 시간 속에 많은 원작 속의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스토리가 엉망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모든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작품을 제작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나 자금, 스탭들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팬들이 가
애니도 리콜이 되나요?<공각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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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만화가 6인의 기획전 ‘판타지’가 8월6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창’에서 열린다. 이애림, 이향우 등 기성 만화잡지계에서도 꾸준한 활동해온 이들은 단순한 인쇄 매체를 넘어서 만화의 풍부한 상상력을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기존의 만화전시회처럼 단순히 원화를 내거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소품을 활용한 입체만화, 실사와 일러스트레이션을 결합한 설치만화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이향우의 ‘판타지’, 최인성의 ‘숨바꼭질’, 권신아의 ‘폐쇄공간의 복제’, 이태영의 ‘길 잃은 자들의 도시 쌍뜨라 니 콘드로스’, ‘호흡기 질환의 개’(meat ball), 이애림의 ‘춤’ 등 6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펫숍 오브 호러즈> 완결차이나타운의 신비한 동물 가게를 중심으로 인간, 동물,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뒤얽힌 이야기를 담은 아키노 마쓰리의 <펩숍 오브 호러즈>가 전 10권으로 국내 완결 출간되었다.
색다른 만화, `판타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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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두근, 난생처음 제대로 된 거짓말을 해보려고 하는 어린애 앞에서 부모나 선생님이 빙그레 웃고 있다. “너, 거짓말이지.” 자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그 눈길. 갑자기 머리 뒤가 쭈뼛 서면서, 혹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그 여자애를 좋아하는 것도, 어제 도시락의 당근 반찬을 몰래 버린 것도 모두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빨리 딴 생각을 해야 한다. 이젠 생각조차 거짓으로 꾸며야 한다.어린 시절 한번쯤 해볼 만한 생각. 그런데 이 만화에서는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 그것도 단순히 자기 앞의 사람이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것만이 아니라, 주변 수십 미터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 모두를 읽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선천성 R형 뇌량 변성증의 돌연변이, 통칭 사토라레. 그들은 예외없는 IQ 180 이상의 천재들로, 머릿속의 폭발할 것 같은 강한 정념이 좁은 항아리 밖으로 흘러나오는 물처럼 넘쳐나오게 된다
사토 마코토의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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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est Hits “Passion”>이은미유니버설 발매맨발 차림의 생기 넘치는 라이브 무대로 이름난 가수 이은미의 베스트 음반.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3집 수록곡 <기억될 거야>와 이은미를 세상에 알린 초기 히트곡 <기억 속으로> 등 내쉬빌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새롭게 다시 부른 노래들, 하모니카를 사용한 편곡이 색다른 <어떤 그리움> 등 감미로운 발라드부터 재즈와 록의 퓨전인 <시선> <비밀은 없어>와 <참을 만큼 참았어>의 록 스타일의 힘있는 음색까지 자유롭게 소화하는 이은미의 음악을 모았다.<P.Diddy & Bad Boy RecordsPresent…We Invented The Remix>BMG 발매“우리는 리믹스를 발명했다.” 음반의 첫머리와 제목에서 소개하듯, 퍼프 대디에서 ‘P.디디’로 개명한 션 콤즈는 자신의 레이블 배드 보이를 이끌며 90년대 힙합의 톱스타이자 프로듀서
Greatest Hits ˝Passion˝/Innocence of the Night(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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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바디스, 역사는 어디로 가는가2>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엮음푸른숲 펴냄2만3천원1846년, 바이에른의 국왕 루드비히 1세는 이순의 나이에 스물아홉살짜리 무용가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이 스캔들을 후세의 역사가는 꼼꼼한 자료조사를 통해 세밀하게 복원했다. 루드비히 1세의 연애사건 이외에 합스부르크 왕가의 계승자였던 루돌프 황태자의 동반자살,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사건 등 ‘스캔들과 배신, 재판’을 소재로 한 역사적 사건 9가지를 추려 모았다.<델라구아다>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홀7월31일부터 화·수·목 8시금 8시·10시30분토 7시·10시,일 7시(단, 7월31일∼8월2일 8시, 8월3∼4일 7시 1회 공연)02-501-7888문화방송, 세종문화회관, 코리아픽처스연극과 콘서트, 게임, 서커스, 롤러코스터, 춤과 술, 파티 등을 한꺼번에 혼합한 것 같은 퍼포먼스. 수직상하로 움직이거나 공중을 날아다니며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
쿠오바디스,역사는 어디로 가는가2/델라구아다(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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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부츠>LG아트센터8월14∼18일 평일 8시공휴일 및 주말 3시·7시02-2005-0114LG아트센터
남아프리카의 뮤직 퍼포먼스인 ‘검부츠’ 첫 내한공연. 검부츠란 18세기에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의 광산에서 착취당하던 흑인 광부들이 작업 때 신었던 고무장화로, 검부츠 춤은 그들이 만들어낸 전통춤이다. 12명의 흑인 젊은이가 웃통을 벗은 채 작업복과 검부츠 차림으로 등장, 강렬한 비트의 검부츠 춤을 추면서 <넬슨 만델라>에서 <I’m too Sexy> 등 20여곡의 노래를 아카펠라로 부른다.
검부츠(공연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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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연(문학평론가)은 시쳇말로 ‘더럽게’ 유식하다. 성석제(소설가)가 동서문학상 탈 때니까 한 2년쯤 전인가, 시상식 뒤풀이 자리란 게 유쾌하면서도 초상집 못지않게 ‘모종의 깽판’을 반은 우려하고 반은 예상 혹은 기대하는 어설픈 긴장이 감돌게 마련이라서 농담 겸 아는 척 몇 마디 하려다가 문장 서너줄에 결정적인 ‘용어 부정확’을 세건이나 지적받고 난감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다.그는 시대가 가난했던 시절 ‘행복과 영양’의 상징이었던 ‘원기소’ 혹은 ‘비락’ 모델로 나왔다는 소문을 입증하듯 지금도 얼굴이 ‘부유’하지만, 평론 문장 하나는 또래 평론가 중 단연 ‘다이어트’에 성공, 날씬하고 미끈해졌을 뿐 아니라, 학문이 깊고 시각이 날카로울수록 문장이 오히려 아름다워지는 경지를 바야흐로 이루고 있다 하겠는데, 약 3년 전 출간된 이 사전은 그 경지의 ‘더 찬란한’ 전야제(前夜祭)격이다.아리스토텔레스 이래 합리의 전통과 그것을 뒤집는 ‘포스트 모던’을 두 사상간 공간적 투쟁이
아름다운 연착륙,<현대문학-문화비평 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