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벡이 돌아왔다고 ‘이달의 앨범’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앞다투어 외지들이 대서특필한다던데 연륜있는 <롤링스톤>도 별 다섯을 아낌없이 줘버렸다던가 아, 그런데 이번 앨범은 <Mutations>처럼 본인 얼굴이 크게 나온 앨범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어떤 음악인지 안 들어봐도 알겠군….
벡이 3년 만에 발표한 <Sea Change>를 두고 이런 식의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이라면 그가 1994년 낙오와 게으름을 강령으로 채택한 청년 송가 <Loser>로 단숨에 ‘승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사실쯤은 정보축에 끼워주지도 않을 것이다. 온갖 음악을 다 꿰어놓고 포스트모던한 패스티시와 ‘믹스 앤 매치’로 집성된 사운드 콜라주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놓곤 한다는 그의 천재 신화나, 생부인 블루그래스 뮤지션 데이비드 캠벨을 위시한 예술가 가계도 역시 가십거리쯤 되려나.
그렇다면 (물론 틈틈이 새로운 곡들이 홈페이지에서 공개되어 왔으므로 예측가능했지만) 이번 앨범의 향방은 벡의 음악 지형도를 놓고 볼 때 섹시하고 경쾌한 훵크 사운드의 향연 <Midnite Vultures>(1999)에서 다시 일렉트릭 포키 특유의 정감이 묻어나는 <Mutations>(1998)로 회귀 혹은 발전한 버전이라는 일반적인 설명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Mutations>와 동일한(라디오헤드와도 작업했던) 프로듀서 니겔 고드리치(와 그의 밴드)도 이런 판단의 증인인 셈이다.
벡의 신작에 대한 만족도는, 따라서 ‘서정파’냐 ‘실험파’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날 듯하다. 또는 단순 회귀냐 진일보냐를 두고도 다소 논란이 될 수도 있다. 무감한 듯한 그의, 주워섬기는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훨씬 매끄럽고 애상적인 사운드를 펼치기 때문이다. <Lonesome Tears> <Lost Cause> <Already Dead> 등의 제목만 조합해 봐도 이런 분위기를 눈치채기 쉬운데, 그 ‘주목할 만한 변화(sea change)’가 오랜 연인이었던 리 라이몬과의 이별에서 촉진되었으리라 가늠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무렴 어떤가. 이런 정서들이야 벡 본인이 항변하듯 인간의 보편적 경험에서 오는 것 아니겠는가.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러밍이 주도하다가도(<The Golden Age> 등), 분명 <Mutations>와는 다른 점으로 보이는, 때로는 장엄하고 비장한(무한대로 뻗어나갈 것 같은 <Lonesome Tears> 등), 때로는 우아한(<Paper Tiger> 등) 현악 섹션(몇몇 곡은 부친 캠벨의 솜씨다)을 비롯해 다채로운 악기와 풍성한 사운드가 이런 멜랑콜리를 보조한다. 콜라주 ‘짬뽕’ 실험도 부가되지만 서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일 뿐. 닉 드레이크나 행크 윌리엄스 같은 포크나 컨트리는 물론이고, 한술 더 떠 많은 이들이 브라이언 윌슨(<Sunday Sun>)이나 커트 코베인(<Little One>)까지 언급하기도 했는데, 어떤 소스를 사용했든 간에 그 모두 은은한 잔향의 결, 슬픔의 풍경 안에 머무르는 것이다.
때마다 자기 영역을 만들곤 하는 벡의 좌충우돌 파노라마가 언젠가는 공식화되어 진부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에는 아직 이른가보다. 여전히 화제들을 몰고 다니는 걸 보면. 여전히 그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최지선/ 대중음악웹진 편집위원 fust@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