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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튬플레이, 흔히 코스프레라고 일본식으로 부르는 이 퍼포먼스는 사실 매우 창조적인 일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복식을 선택하고, 그대로 디자인해, 의상을 제작하고, 의상을 입은 뒤, 무대에 올라 어울리는 퍼포먼스까지를 진행하는 매우 다채로운 실력을 필요로 한다. 코스튬플레이를 시작하는 동호인들은 대부분 스스로 실패를 경험삼아 배워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지난 5월 코스튬플레이대회를 개최하기도 한 청강문화산업대학의 패션디자인과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코스튬플레이 워크숍을 개최한다. 청강 제1기 코스튬플레이 패션캠프는 20명 정도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7월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대학 내의 기숙사에서 숙박을 함께하며 직접 의상을 제작하게 된다. 무대의상 디자이너와 패션디자인과의 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이번 캠프는 코스튬플레이에 관심이 많은 중고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문의: fashion@chungkang.ac.kr, 031-639-5970/2).
코스튬플레이 워크숍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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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작품이든 ‘김원우’라는 이름 앞에 ‘별종’이라는 접두어를 붙이게 된 것이 어언 문단 주변에 자연스러워진 듯하다. 문장은 물론 일류고 작품 짜임새 탄탄하고 예술성이 무지근하지만 아무래도 문학과 시대의 흐름에 비해 별스럽고, ‘종’을 ‘쫑’으로 된소리 발음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소 이를 악물면서 (지칭자든 대상자든) 모종의 억하심정도 씹게 마련인 ‘별종’까지도 얼핏 어울린다는 투가 그의 평가에 늘 묻어나는 듯.하지만 그가 ‘별종’이라니 당치 않다. 사실 김원우는 누구보다 정신 말짱하고 누구보다 정상적인 작가다. 어려우면 돌아가라는 격언은 소설 (줄거리의) 미학에서 이론의 여지없는 전락의 덫에 불과하다. 생애의 의미(의 아름다움)를 줄거리화하는 어려운 과정을 어려울 때마다 돌아간다면 ‘전설의 고향 이야기’ 모음집과 무엇이 다른가. 무엇보다 소설에서야말로, 돌아가는 길은 길이 아니다.정상적인 소설가라면 어려운 길을 곧장 갈 것이고 훌륭한 소설가가 난해를 통과할 때 문체는 당연히 삶의
김원우 소설집 <객수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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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는 헐리우드영화 사상 가장 힘있고 희망찬 테마음악의 하나다. 근음과 5도 음을 과감하게 먼저 짚은 뒤 기운차게 근음의 옥타브 위로 뛰었다가 다시 5도 음으로 내려오길 반복하고 2도의 메이저 화음을 거치며 이국적이면서도 희망차게 맺어지는 이 테마는 언제 들어도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테마는 매우 미국적이다. 어떻게 돌아갈지 불확실하지만 과감하게 도약하는 남성적인 매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테마 하나로 존 윌리엄스는 영화사에 획을 그었고 길이 남는다.‘별들의 전쟁’을 국가 기간 사업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순진한 전쟁놀이인 이 영화가 나라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암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사람들은 우주 개발을 두 차원에서 생각한다. 하나는 지구의 전쟁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기지’의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 식민지 개발의 연장선상에 있는 우주 개발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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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한국에 오다니, 늦은 감이 있으나 기대된다. 두 밴드 모두 미국 서부쪽, 특히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다. 그쪽의 문화적 분위기를 잘 머금고 있는 밴드들인데, 뭐냐면 한마디로 ‘잡탕’들이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상대적으로 훨씬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음악도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베이시스트 플리(Flea)의 뚜렷한 주관과 죽이는 베이스 플레이를 가운데다 놓고 있는 이 밴드의 음악은 ‘훵크’(funk)적인 요소와 ‘펑크’(punk)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특징지워진다. 호주에서 이민온 플리는 기본적으로 변두리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라면서 조지 클린턴의 팔리아먼트와 펑커델릭, 그리고 섹스 피스톨스와 클래시를 같이 들었다. 그게 섞이면서 레드 핫 특유의 혼합적인 그루브가 탄생한다. 이들이 90년대 초반에 발표한 <피, 설탕, 섹스, 마술> 앨범은 확실히 명반이다. 또한 오리지널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사실 그는 두 번째 기타리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제인스 어딕션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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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라는 ‘생산연도’가 찍혀 있음에도,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이 여기 이 땅에 당당히 ‘신보’로 선전되는 건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바로 이 음반이 ‘라이선스’인 탓이다. 모던/인디 록을 주로 발매하는 알레스뮤직이, 미국 인디 레이블의 간판 중 하나인 마타도어와 계약을 맺고 최근에 국내 발매한 음반인 것이다. 이 음반의 주인공인 욜 라 텡고(Yo La Tengo)는 1984년 뉴저지에서 결성된 삼인조 베테랑 밴드로, 미국 인디 록의 대표급 선수다.<And Then…>은 1997년에 나온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과 더불어 욜 라 텡고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그래서인지 두 음반이 함께 라이선스, 그것도 보너스 음반을 포함한 딜럭스 에디션으로 나왔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성 높은 음반이기에 ‘신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돋보일 수 있을까 걱정이
욜 라 텡고, 라이선스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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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11권까지 나왔다. 경기문화재단은 내가 알기로 문화예술진흥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방재단이다. 그 초석을 놓은 것은, 다시 내가 알기로, 운동권 살림에 관한 한 ‘전설적’에 달했던 김학민(학민사 사장)이다.그는 출판은 물론 민중문화운동협의회(이하 ‘민문협’)를 주도하면서 ‘딴따라’들과 교유했던 경험을 십분 살려 상상력 풍부한 프로그램들을 입안했고 자신의 ‘예쁜 멧돼지’ 형용에 걸맞게, ‘저돌의 미학’으로 추진했다. 서울 밖 나들이를 어지간히 싫어하는 나도 한번, 아니 두번을 불려갔고, 지방자치라는 게 정말 좋다는 것을 실감했었다.‘경기도의 굿’, ‘경기문학지도’(2권), ‘경기도 5일장’, ‘경기만의 갯벌’, ‘경기실학’, ‘일제하 종교계 민족문화운동’, ‘화성성역의궤’, ‘경기 도자기 역사’ 등의 항목을 4천매가량의 원고로 세세하게 살피고 있는 <기전문화예술총서>는 기존의 관제 지지(地誌)를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압도한다.한마디로 문장이 깔끔하고(관제 지
경기문화재단이 펴낸 <기전문화예술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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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은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잠수부다. 그 점이 맘에 들고 또 맘에 걸린다. 이번 영화는 구조 자체가 끝없이 과거의 심해로 자맥질해 들어간다. 나 역시 그 일요일 낮의 기억을 영화를 통해 되살린다. 김득구가 레이 붐붐 맨시니와 혈투를 벌인 뒤 혼수상태에 빠지던 날 말이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당시를 영화 속에 재현하고자 노력한다. 또 영화 속의 김득구는 끊임없이 어린 시절의 바다로 자맥질해 들어간다. 영화가 끝난 뒤 자막 올라갈 때 흐르던 음악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일동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MBC 스포츠’로 타이틀을 바꾼, 매주 일요일 밤에 하던 권투시합 때마다 나오던 음악이다. 최고의 타이틀 선곡이라고나 할까. 음악이 당당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영화를 보며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 시절을 풍미한 이 타이틀 음악을 들으며 거의 전율했던 초등학교의 기억 때문이다. 이 음악이
<챔피언>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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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동숭아트센터 동숭홀7월14일까지 평일 7시30분 금·토 4시30분·7시30분일 3시·6시30분오디뮤지컬컴퍼니02-399-5888, 1588-1555남녀간의 사랑만큼 격렬하지 않지만 깊은 강처럼 속깊은 형제간의 사랑을 그린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앙코르공연. 기존 앙코르공연과 달리 음악과 각본을 새롭게 창작했다. <오페라의 유령>의 유령으로 출연했던 김장섭이 동생들을 위해 묵묵히 가장노릇을 해온 맏형 동욱을, 가수 겸 배우인 채정안이 실수투성이 여동생 미리를 맡는다.제2회 밀양공연예술축제밀양연극촌 스튜디오극장, 숲의 극장 등7월17∼28일우리극연구소, 밀양연극촌 055-355-2308연출가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가 건설하고 있는 밀양의 연극촌에서 벌이는 연극축제. 10개의 극단과 젊은 연출가들이 참여하는 젊은 연출가전, 성균관대 등 6개 대학이 벌이는 대학극 페스티벌이 열리며, 이윤택의 해외극 시리즈로
사랑은 비를 타고/제2회 밀양공연예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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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 reme Mucho 플라시도 도밍고EMI 발매---힘과 아름다움을 겸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른 라틴음악 앨범. 쿠바, 멕시코, 도미니카 등 라틴아메리카 3개국 노래를 모았다. ‘나를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는 뜻의 앨범제목이 말해주듯, 사랑에 관한 노래가 많다. 타이틀곡 Quie reme Mucho 이외에 Celos/Usted Tres veces te amo Cocula 등 나른하고 끈적한, 때로는 격정적인 라틴 리듬의 곡들을 도밍고 특유의 매끄러운 음색으로 들려준다.Untouchables콘소니뮤직 발매---펑키한 리듬과 헤비메탈의 육중한 사운드, 공격적인 보컬로 소외된 이들의 절망과 세상에 대한 분노를 내질러온 콘의 새 음반. Life Is Peachy같은 초기작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음색과 강력한 디스토션으로 터뜨리는 절규에 가까웠다면, Untouchables에는 그간의 변화가 응집돼 있다. 팬들의 실망을 샀던 전작 Issues에
Quie reme Mucho/Untouchables/The Eminem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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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때문이지. 이태준이야 성북동에서 존경받던 유진데, 넉넉한 재산까지 두고 뭐하러 월북을 하겠어…. 고등학교 때 살던 삼선교집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있던 책가게 아저씨는 이 책을 건네주면서 내게 그랬었다.극심한 협심증 때문에 말이 너무 느리고 또 숨을 쉴 때마다 악취가 배어나오던 그 ‘소설가 이태준 친구’ 아저씨는 사전-참고서류의 책방 주인과는 다른 세월의 무게를, 다소 음울하게 풍기고 있어서 어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월북’ 시인의 책 ‘실물’을 받아들었더니 덜컥 겁이 났다.이 책을 내가 그때 읽기나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정지용 시작품을 ‘제대로’ 읽은 것은 시인이 되고 정지용 시집 원판을 제록스한 것들이 나돌던 82년 무렵쯤일 게다.하지만 나는 책의 매력에 곧장 빠져들었다. 책장은 나달나달하고 활자는 엉성했지만 장정이 우아하고 돈없던 시절 종이가 귀하고 글이 귀하던,그래서 모든 것에 정성이 밴 책이란 시인이 될 생각이 전혀 없던 그때도 시간 자체를 아늑하고 소
건설출판사 간 <정지용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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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역사의 건널목>안정효 지음들녁 펴냄1만2천원
‘할리우드 키드’ 안정효씨가 <전설의 시대>에 이어 들려주는 20세기 영화와 문학, 역사에 대한 ‘네버엔딩 스토리’ 두 번째 책. 지은이가 서문에서 밝혔듯 “역사와 설화가 중첩된 시대를 정리하고 문학과 역사가 만나서 이루어진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작품”들을 훑어간다.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 등 모험활극에서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 영국의 오락 사극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풀려나온다.
<신화와 역사의 건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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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매일 새벽에 통행금지가 풀리고 영업이 끝나면 거의가 청진동 등의 해장국집을 거쳐 남산식물원 근방의 커피점에 모이는 게 단골 고고족과 여러 밴드들의 일과여서 새벽이면 이곳이 여러 밴드들의 집합소가 되어 서로들 만나 얘기도 나누고 쩔기도 하고 모두들 한가족같이 친하게 지냈다. 그 당시의 이태원은 히피 천국이였고 언덕 따라 양쪽에 쭉 늘어선 작은 클럽에선 여러 무명의 그룹들이 경쟁하듯 매일 밤 라이브 뮤직을 연주했다.” ‘재미음악인’ 심형섭(미국명: Tommy Shim)이 그의 홈페이지에 쓴 자서전(http://www.tomshim.com/ftstep.htm)에 나오는 이야기다.그는 지금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다. 이유는 앞의 문장에서 “쩔기도 하고…”라는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듯 1976년 초 “연주하던 업소에 악기를 그대로 둔 채” 미국으로 쫓기듯 떠나갔기 때문. 그리고 1970년대 초 고고클럽 씬에서 ‘헤비 사이키델릭 록의 전설’로만 알고 있던 ‘그룹사운드’ 피닉스(Phoen
휘닉스의 <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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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이다. 모자를 벗어라! 이만하면 가히 전 인류적 스케일의 주제다. 그러면서도 고도의 만화적 테크닉이 발휘되어 재미가 있다. 초현실주의 시인 필립 수포의 자동기술을 방불케 하는 거대진폭의 상상력이다. 더구나 이 영화는 무한탐욕의 폭식성을 자랑하는 일본의, 나아가 세계의 자본주의적 신경증을 밑으로부터 정신분석해내고 있기까지 하다. 영화는 탐욕과 집착에 관한 생태학적, 동화적 보고서이다. 800만 정령들이 노는 거대한 목욕탕. 먹을 것, 놀 것, 여자, 금, 모든 쾌락이 있는 그곳에는 틀림없이 일제 전범의 혼도 놀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미야자키는 일종의 역사적 속죄를 수행한다. 그래서 전 인류적 스케일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시선은 줄곧 열살짜리 깡마른 소녀의 것이라니! 미야자키 하야오는 위대하다.음악은 그의 단짝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소개할 때 이미 그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영화적으로 볼 때에는 <바람계곡…>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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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자그레브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4대 애니메이션페스티벌(자그레브, 안시, 히로시마, 오타와)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랜 행사다. 하지만 예전 유고슬라비아라는 공산권 국가에서 개최된데다가 분리독립과정에서 벌어진 내전 등으로 인해 실제로 참가한 한국 사람은 거의 없다보니 ‘히로시마’나 ‘안시’에 비해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필자는 회사에서의 출장방침으로 운좋게 이 페스티벌을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유럽의 변방에 도착한 뒤 가장 큰 인상으로 다가온 것은 체제기간 중에 보았던 중세시대의 고풍스러우면서도 거대한 건축물이나 우아한 공원 같은 모습이 아닌, 오는 길에 탄 국적항공인 크로아티아항공기의 기내에서 상영된 <교수 발타자르>(Balthazar)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생산국 중 하나인 일본에서조차 항공기에서 상영된 자국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 정도이고 디즈니와 같은 메이저의 작품도 항
연륜의 촌철살인, <발타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