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편이 나오지 않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보려면 하루종일 걸린다. 편마다 3시간, DVD로 나온 확장판은 4시간. 책으로 나온 <반지의 제왕>은 출판사마다 약간 다르지만 약 6권 정도의 분량이다. 거기에 <실마릴리온>과 <호빗>. 톨킨이 만들어낸 ‘중간계’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 서사시 정도로 만족하지 않는다. 톨킨이 원한 것은 하나의 세계, 그것도 철저하게 현실적인 세계였다. “가운데땅은 가상의 세계가 아닙니다. 이 이름은 midden-erd에서 유래된 middel-erd의 현대형으로,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세계, 곧 인간이 사는 땅을 가리키는 외쿠메네의 옛 이름”, “내 이야기의 무대는 이 지구,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지만 역사적 시기는 가상의 것”이라는 톨킨의 말은 ‘신화’를 창조해내겠다는 원대한 야망을 드러낸다. 3만7천여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중간계는 톨킨에 의해 창조되고, 거기에 영감을 얻은 수많은 연구가와 삽화가, 작가들에 의하여 풍성해졌다. <반지의 제왕>을 보는 것은 단지 출발일 뿐이다. 중간계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그렇다면 중간계의 역사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것일까 이제 중간계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날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안내서 두권이 나왔다. 이 두권을 만나는 것만으로 중간계의 일원이 될 자격이 생긴다.
우선 전체적인 중간계의 윤곽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톨킨 백과사전>(데이비드 데이 지음/ 해나무 펴냄/ 3만3천원)이 좋다. 영국의 작가이자 저명한 톨킨 연구가 데이비드 데이가 쓴 <톨킨 백과사전>은 톨킨의 작품에 등장하는 종족과 모든 생명체, 장소, 시간, 사건들을 해설해놓은 백과사전이다. 역사, 지리, 사회, 자연, 인물의 다섯 가지 주제별로 나뉜 <톨킨 백과사전>은 중간계에 관련된 500개 이상의 표제어를 수록하고 있다. <톨킨 우화집>을 비롯하여 <톨킨의 모든 것> <톨킨 입문서> <톨킨의 캐릭터> 등 다양한 해설서를 저술했고 신화와 민담 등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데이비드 데이는 톨킨이 창조해낸 거대한 세계의 모든 것을 <톨킨 백과사전>에 담았다. 3만7천여년에 이르는 중간계의 총체적인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에는 최고의 책이다. 무엇보다 장을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천연색의 삽화는 영화로 만났던 이미지를 더욱 확장시켜준다.
<지도로 보는 반지의 제왕>(카렌 윈 폰스테드 지음/ 황금가지 펴냄/ 1만8천원)은 제목 그대로 중간계를 100여장의 지도로 해설하는 책이다. 유명한 지도제작자인 카렌 윈 폰스테드는 대학의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반지의 제왕>을 배경으로 지도를 제작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반지의 제왕>을 비롯하여 <잃어버린 왕국> <드래곤 랜스> 등 판타지 소설의 세계를 지도로 만들어냈다. 지도만으로는 톨킨의 세계를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기 때문에, <호빗>과 <실마릴리온> 그리고 <반지의 제왕>과 각종 연구서에 나타난 종족들의 이동 경로와 지형 및 역사적 도시의 설립 배경, 그리고 지역간의 거리와 산맥 형성의 흐름, 인물들의 이동과 사건의 경위와 날짜까지 꼼꼼하게 정리했다. 시대별 중요한 전쟁의 전투 배치 및 진행 경로도 있다. 또한 <지도로 보는 반지의 제왕>은 중간계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과 인물들의 기원들, 제2시대와 제3시대에 있었던 대전쟁 등의 역사적 사실들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