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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넓적한 얼굴, 쭉 찢어진 눈, 펑퍼짐한 몸매…. 비온 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www.b-on-d.com)가 기획하는 13부작 TV시리즈 <호박전>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아니라 못생기고 힘센 여주인공들을 내세웠다. ‘마법의 호박단지에 얽힌 전설’인 <호박전>은 그래서 ‘호박 같은 소녀들에 대한 전설’로 풀이해도 좋을 듯싶다.배경은 조선시대. 호박단지 속에 꽃향기를 저장하는 게 취미인 강이와 태권도에 능한 의리파 청이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다. 너무 못생겨서 또래들에게 놀림받는 강이를 청이는 언제나 감싸준다. 그런 강이에게 비밀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꽃향기를 이용해서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이야기는 이들이 사는 마을에 웅얼초가 피면서 시작된다. 사악한 기운을 퍼뜨리는 웅얼초는 악은 강하게 하고 선은 약하게 하는 풀로, 대마왕 다킬의 세력을 상징한다.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강이와 청이, 그리고 청이의 남동생 소쿠리 보이만이 대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비온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TV시리즈 <호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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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만화캠프, 만화교실 등이 열린다. 첫 번째 주자는 청강문화산업대학(학장: 이수형)과 <스포츠투데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겨울만화캠프다. 2003년 1월7일부터 9일까지 2박3일 동안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 캠퍼스에서 열린다. 박산하, 김진태, 윤태호, 비타민, 김미영 등 인기작가와 만화창작과 교수들이 참가한다.
프로그램은 만화창작. 만화도자기 및 만화판화 제작, 캐리커처 그리기 등이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생까지 선착순 100명을 모집한다. 참가비는 15만원(문의: 02-2002-0362, dreamy@sportstoday.co.kr).
부천만화정보센터는 2003년 1월4일부터 2월7일까지 매주 3회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제6회 신나는 만화교실’을 연다. 어린이반. 청소년반 각 30명이며 수강료는 각각 5만원, 6만원이다(문의: 032-320-3745).
겨울방학 맞이 만화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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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신문지면에 연재되는 시사만화는 현장성을 생명으로 한다. 어제 일어난 사건이 바로 오늘의 신문지면에 실리고 동일한 시간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메타포가 등장한다. 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거친 목판의 선이 살아 있는 이도영의 만화에서 시작된 한국의 시사만화는 근 100여년 동안 꾸준히 신문지면을 통해 독자와 만났다. 50∼60년대, 풍자로 칼날을 벼린 시사만화는 박정희의 집권 이후 강렬한 통제에 짐짓 한켠에 비켜 서 모두를 비판하는 양비론을 주무기로 하는 시사만화로 변화하며 지루해지기도 했다. 힘빠진 시사만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작가는 박재동이다. 아직까지 박재동처럼 전투적이고도 서정적인, 직설적이면서 우화적인 만화를 보여준 작가는 많지 않은데, 아마 시대의 힘과 만화가 가장 행복하게 만났었기 때문이리라.박재동은 <한겨레신문>에서 1칸짜리 시사만평을 담당했지만 이야기에 대한 욕구를 풀기 위해 한 페이지 정도에 해당하는 여러 형태의 만화를 ‘그림 이
일상과 풍자,<박시백의 그림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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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야당, 제3당 노동당에, 심지어 사회당까지 아는 인사들을 줄줄 늘어놓고 살고 있으니 내게는 대통령선거라는 게 심사복잡한 일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신경 안 쓰려 하지만 그럴 수 없고, 내내 무신경한 척하다가 개표 결과를 지켜보자니 괜히 회고적으로, 혹은 ‘회고전’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젊은 혁명’을 ‘회고적’으로 바라보는 내 팔자를 생각하자니 급기야 한심할 수밖에 없고, 감동적인 드라마에 틀림없으나 저 드라마가 누구 드라마냐 생각까지 들고, 어쨌거나 잘된 놈(들) 축하할 일이고 안된 놈(들) 위로해줄 일이지만, 어쨌거나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 나이 망 50인데도 여전히 ‘모종의 말석’에 있는 듯한, 좋게 말하면 청춘감, 나쁘게 말하면 양아치 정신을 늘 부추기는 이 나라의 정치-문화의, 진정한 원로는 찾아보기 힘들고 늙음만 무거운 분위기가 일거에 씻기는 듯한 기분이 들어 우선 그렇고, 내 나이가 부쩍 ‘대통령과 가까운’ 나이라는 생각이 들
김동식 비평집 <냉소와 매혹>,김수이 평론집 <풍경 속의 빈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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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이 2002년 최후의 격돌을 눈앞에 놓고 있다, 고 이야기된다. 사람들은 자못 흥분한다. 그 사이에 007 시리즈 <007 어나더데이>가 있다. 007까지 포함하여 세편의 메이드 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전세계에서 흥행을 위해 불뿜는 경쟁을 벌인다, 고 이야기된다. 사람들은 흥미진진함을 느낀다.그러나 적어도 O.S.T의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이 경쟁은 일종의 허수의 싸움일 수도 있다. 세편의 O.S.T가 모두 워너에서 나왔다. 이래놓고 보면 경쟁이라는 건 괜히 붙여지는 것이기도 하다. 흥행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고 사람들은 그 허수의 상승작용을 알면서도 받아들인다. 이걸 꼭 할리우드의 흥행방식이라고만 할 수 없다. 마케팅의 고전적인 수법의 하나이기도 하니까. 그렇기는 해도 이런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들이 다른 나라 같으면 일년에 한편이 나올까 말까한데 할리우드는 한 시즌에 몇개씩 나온
역시, 클래식의 정답,<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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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뮤지션 가재발의 두 번째 앨범 <Another One>이 발매되었다. 데뷔 앨범 <온다>를 발매한 지 2년 만이다. 가재발이라면 생소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그는 이미 테크노 음악계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박지윤, 샤프, 이수영, 이윤정, 이정현, 비 등의 음악에 자신의 하우스 비트를 실어준 적이 있다. 그러니 이들 대중적인 가수들의 음악을 접한 사람이라면 가재발의 이름은 모르더라도 그의 ‘비트’는 이미 접해본 것이다.가재발의 두 번째 앨범을 들으면서 먼저 오는 것은, 어떤 얼굴없는 펄스값이 흐르고 있다는 점. 비트가 갖는 익명성의 원리를 그의 음악이 일깨운다. 그의 음악은 다른 기기들보다도 특히 ‘컴퓨터’라는 장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준다. 물론 샘플러나 드럼 머신, 그리고 시퀀서 같은 여러 장비를 사용하겠지만 그 기기들이 지닌 각각의 ‘개성’을 강조하는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가재발은 그 기기들의 특성을 컴퓨
테크노 뮤지션 가재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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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웅들을 한번 꼽아보자. 귀밝은 ‘소머즈’와 고혹적인 미소의 ‘원더 우먼’. 그리고 근육질의 ‘소냐’와 재기발랄한 ‘미녀 삼총사’. 아, 두툼한 입술의 ‘툼레이더’도 빼놓을 수 없다. 거의 마초 스타일로 힘만 앞세우는 남성 영웅들과는 달리, 여성 영웅들은 때론 그 존재만으로도 강력한 무기가 된다.디즈니는 지난 6월 미국 텔레비전을 통해 여성 영웅들의 대열에 이름 하나를 새로 등록했다. ‘킴 파서블’(Kim Possible). 열다섯살난 여고 2년생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얕보면 곤란하다. 학교 과제물 준비와 교내 치어리더 연습에 바쁘고, 새 옷을 사고 싶어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도 빠질 수 없는 평범한 학생이지만 악당 드라켄이 출몰하면 금세 지구를 지키는 여전사가 된다.이런 일상성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 구조야말로 <킴 파서블>만의 매력으로 보인다. ‘옆집 사는 처녀’(어느새 누나라고 부를 수 없는 나이가 돼버렸다!) 같은 평범함에 스노 보드, 스케이트 보드, 암벽
지구는 옆집 아가씨가 지킨다?,새로운 여성영웅 <킴 파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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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만화경 전시회젊은 만화가와 미술가들이 만화를 주제로 모인 이색 전시회가 오는 12월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 광화문 갤러리에서 열린다. 만화 전시 기획자인 김성진이 기획한 만화가 부문에는 이애림, 변병준, 아이완 등 탄탄한 데생과 독특한 상상력을 힘으로 독창적인 만화세계를 펼치고 있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미술비평가 김기용이 기획한 미술가 부문에는 강영민, 김학민, 김흥인 등의 화가, 설치 미술가들이 만화를 테마로 한 색다른 미술 작업을 선보인다. 그 밖에 강일구, 김정택 등이 참여하는 카툰 전시와 양아치 김준 등이 참여하는 애니메이션 상영이 함께 열린다(문의: 02-399-1773).겨울 키즈툰 애니틴 스쿨서울 애니메이션센터는 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 청소년 만화 애니메이션 창작교실을 연다. 2003년 1월6일부터 10일간 펼쳐지는 이 행사는 만화창작 교실, 플래시애니메이션 교실, 만화 애니메이션 드로잉 교실 등으로 이루어지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어린이
광화문 만화경 전시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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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구석에 작게 켜진 불꽃이 어느새 수십만의 촛불이 되어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올려다보기도 버겁게 커져버린 주류 미디어 어느 곳도 하지 못한 일을, 민들레 홀씨처럼 작은 사람들의 입과 입이 해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눈을 씻어줄 신선한 만화들도 이름 높은 만화잡지와 스포츠신문에서 찾지 않는다. 그보다는 네트워크를 따라 흐르는 따뜻한 칭찬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이 좋다. 오늘도 우리에게 귀찮이즘을 전하느라 스스로 귀찮이즘을 포기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운 스노우 캣(snowcat.co.kr)과 효순-미선이에게 가장 따뜻한 헌시를 보낸 강풀닷컴(kangfull.com)은 이미 ‘모르면 007’이 될 정도의 이름을 얻고 있다. 그 리스트에 하나 더. 왜 이제서야 찾아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는 성게군과 친구들의 따뜻한 일기 마린 블루스(marineblues.net)를 추가하고 싶다.바닷가 소년의 서울생활 25시마린 블루스는 바닷가에서 자라난 정철연이라는 친구
웹 만화 `마린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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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이라는 긴 제목의 영화는 이무영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동성애를 낀 삼각관계를 비롯해 비현실적인 관계 설정들이 다소 엽기적인 방식으로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이무영 감독 특유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들이 배어 있다.음악은, 이런 식의 그로테스크한 리얼리즘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데 상당히 적합한 사람들이 맡아서 했다. 바로 장영규와 백현진, 달파란을 비롯한 일련의 사람들이다. 근래 들어 한국 영화음악의 작업이 집단화되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주도하는 가장 대표적인 그룹은 역시 ‘M&F’일 것이다. 조성우를 중심으로 모인 뮤지션 그룹인 M&F는 녹음이나 배급까지도 자체적으로 해결해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무래도 음악의 생산이 민첩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 영화음악인 만큼 이런 능력을 갖춘 집단이 영화음악산업의 합리화를 위해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집단이 장영규, 달파란, 방준석, 백현진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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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 스타일의 역사>는 1907년에 만든 어떤 영화 속의 한 장면부터 1910년대, 60년대, 그리고 70년대에 만든 영화들의 장면들을 잇따라 제시하면서 이것들이 우리에게 보여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서로 어떤 차이가 있고 또 어디에서 연속성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에서 보드웰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 다시 말해 미장센, 프레이밍, 초점, 색상 조절, 편집과 사운드 등을 포함한 영화테크닉의 체계적이고 의미있는 이용(이것이 스타일에 대한 보드웰의 정의이다)에는 역사가 있으며 이 역사는 분석과 설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드웰은 “스타일상의 연속성과 변화의 패턴들을 발견하고 설명하려는 시도” 즉 스타일의 역사기술이 인문학 분야의 영화연구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정당화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그들(스타일의 역사가들)은 영화를 매력있게 만드는 특질들에 주목하도록 우리에게 가르쳐왔다.
데이비드 보드웰의 <영화 스타일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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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에 데뷔하여 직장생활(들)을 곧 때려치우고 배짱좋게도 ‘전업 시인’을 선포하고부터 내심은 줄곧, 마흔도 넘어 쉰살이 되면 실업자 시인들은 도대체 뭘 먹고살며, 뭘 내세우고 사나 궁금했었는데 정말 50을 한해 남기고 보니 생계가 여전히 막막하면서도 앞서간 사람들이 밟은 전철이 예상되기는 한다. 문단처럼 ‘나잇값’을 쳐주는 데가 다시 없는 것. 회의도 많고 심사도 많고 위원도 많고 그것들에 매회마다 따라붙는 거마비가 쏠쏠한 게, 식솔만 없으면 글 안 쓰고 그냥 버티고 싶을 정도다.한해도 저물고 이렇게 사는 인생에 다소 회의가 들 즈음이면 송년회를 겸한 시상식, 혹은 시상식을 겸한 송년회 초청장이 쇄도하는데다 사마다 혹은 상마다 무슨 경쟁이 붙었는지 ‘담당자’들의 참석 권유 전화도 오는지라 ‘회의하던’기분은 씻은 듯 사라지고 내가 무슨 중요한 인사라도 되는 양 우쭐해지기까지 한다.‘가난한’ 옛날에도 가난한 기준으로 보면 사정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40수 50수란 말이 있는
망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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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회사 건물은 어김없이 환해진다. 수위 아저씨가 문을 열고, 청소 아주머니가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몇십년을 한결같이 살아온 분들. 이들과 새벽에 마주치는 순간, 삶에는 먹고 자는 것 이상의 신성한 의미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이 모진 비바람을 견디게 하고, 저토록 평화로운 표정까지 만들어냈을까. 자기 자리에서 성실하게 삶을 지켜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그 표정을, 단편 <등대지기>에서 보게 됐다.김준기 감독이 만든 <등대지기>는 8분40초 분량의 3D애니메이션이다. 2002년 대한민국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을 수상한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따스함이다. 내용과 영상이 모두 따뜻한 느낌. 3D 영상임에도 이런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기술적으로도 대단하게 뛰어난 것처럼 보이지 않는 <등대지기>가 빚어내는 따스함은, 바로 주인공 두보에게서 비롯된다. 느릿느릿한 움직임과 넉넉한 표정. 할머니가
추운 세상 밝히는 따뜻한 불빛,<등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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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0일(화) 오후 7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류학박물관에서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관한 공식 기자회견이 개최되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주요 프로그램과 전시에 대한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리로 해외특파원을 포함한 국내외 기자 400여명과 만화가, 출판사, 후원사, 각국 정부기관 등 만화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만화특별전의 총괄 큐레이터인 성완경 준비위원장은 역사전, 작가전, IT만화전 등의 행사를 작품 이미지와 함께 소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내외신 기자들을 포함한 세계적인 만화인들은 낯선 한국만화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보이며, 특히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한국만화콘텐츠에 큰 관심을 표명하였다. 그중 사이버 머니를 이용하여 인터넷으로 한국 만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 등에 매우 놀라워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이후에 진행된 리셉션에서도 한국 만화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공세와 인터뷰 요청이 잇따라 세계 만화계의 높은 관심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문의: 02-2166-
한국 만화,세계인의 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