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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항구에서 이 밤을피나 바우쉬 무용단을 만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 그들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마음, 그들의 마음을 기다리는 마음, 그들의 열정을 탐닉하려는 마음, 뜨거움과 너무도 차가운 순간들이 격돌하는 공간들, 긴 머릭카락 사이로 뿜어져나오는 바다 내음새. 긴 치맛자락은 어느새 철새가 되어 뛰어 날아오르고 지구 저편의 소식을 물어온다.뼈 마디마디에서 울려퍼지는 탱고울음누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는가? 긴 잠에서 막 깨어난 의식은 남국의 햇살과 바다, 그리고 이국적인 문화를 만나 충돌하고 춤춘다. <마주르카 포고>는 이렇게 우리를 파고든다. 거대한 바위 절벽 아래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도발적인 아름다움은 웅장하기까지 하다. 객석으로 넘쳐흐를 것 같은 바위 절벽 위에서 한 남성 무용수의 터질 것 같은 질주로 시작되는 도입 부분부터 우리는 이미 이 가상의 공간이 우리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예감한다. 브라질의 삼바음악이 관객의 눈을 유혹하고 흔들리는 영상 너머 리스본의
피나 바우쉬의 <마주르카 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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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2> 출간한승희 외 5인 | 대원씨아이 | 8천원지난해 꼭 이맘때, ‘국내 작가들의 첫 야오이 단편집’을 컨셉으로 나왔던 <유스>(YOUTH)를 기억하시는지? 는, 이름 그대로 고급 사양의 야오이 단편집이라는 <유스>의 컨셉은 그대로 가고 작가진만 바꿨다. 이번에 참여한 작가는 한승희, 이상은, 이소영, 최경아, 고야성, 심혜진. 이른바 인기작가들로만 구성되긴 했지만, 작가별로 작품질의 편차가 심한 편이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작품은 심혜진의 <우리는 친구>. 단짝 친구들이 서로 좋아하게 된다는 너무도 뻔한 구조지만, 작가 특유의 말랑하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와 재치있는 대사들이 첨가되면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성장드라마가 되었다. 심혜진은 야오이물의 공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일가를 이룬 듯 보인다. <우리는 친구> 외에 고전 해학 야오이 에로물이라고 일컬을 만한 고야성의 <떡쇠뎐>이나, 매끈한 드라마를 보여
[만화가 화제] 야오이 단편집출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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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의 영국을 좋아하시나요?”신예 만화가 모리 가오루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연하죠. 그 시대는 지금 우리를 흥분시키고 있는 수많은 만화들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니까요. 산업혁명은 쿵쾅거리며 내달렸고 빅토리아 왕조의 엄격한 윤리는 까탈스러웠지만 대중은 반항이라도 하듯 어두운 쾌락의 세계에 빠져들어갔죠. 메리 셸리의 공포, 코난 도일의 추리, H.G. 웰스의 SF와 같은 대중문학이 모두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들은 지금 대중만화의 가장 중요한 ‘장르’들이 되어 있지요. 그러니까 검은 옷에 흰 앞치마를 두른 여자, 당신의 만화 <엠마>는 당연히 홈스식의 영국형 추리물이겠죠. 무엇보다 확실한 건 그 여자가 ‘안경’을 썼으니까요. 하지만 모리는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혹시 메이드(하녀)는 좋아하세요? 저는 굉장히 좋아해요.”어처구니없게도 <엠마>는 메이드 만화였다. ‘메이드의 옷은 반드시 까만 색으로’라는 신사의 고집까지 거들먹거리며, 독자의 관심보다는 만화가의 취향
메이드를 좋아하세요?모리 가오루의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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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일희한한 일이다. 일찍이 명동성당이, 더군다나 농성 중에 이렇게 고즈넉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라크 파병반대 농성 천막 안에는 아무도 없고 어둠으로 더욱 경건한 성당 본체 건물 옆에, 하얀색이 희미한, 그래서 다소 엄혹한 시멘트 바닥 위에, 웬 사람 열댓명이 성모마리아만큼이나 편안한 원을 이루고 돌아가며 나지막이 시를 읽고 있다.희한한 일이다. 사회를 보는 것은 분명 최열(환경운동가)이고 앉아 있는 사람은 최승호, 김상미, 박찬일 등 섬세한 시인이야 당연하지만, 이수호(전 전교조 위원장), 임진택(판소리꾼·연출가), 박호성(서강대 교수), 양길승(원진종합센터장), 그리고 무슨무슨 운동단체 사무국장, 무슨무슨 잡지 편집장…. 모두 수백명, 심지어 수천명을 대동하고 호령하고 심지어 동원하는 운동권 한 가닥들인데 오늘 이들은 적막을 뿜어내고 있다. 그런데 왜 적막하지 않고, 고요가 풍요롭지?최승호는 정현종의 시를 읽고 이수호는 김용택의 시를 읽고 박호성은 곽재구의 시를, 누구는
다시,반전평화시 낭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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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는 ‘공연’들이 있다. 공연이라 하면 우선 무대 위에서 뮤지션이나 연기자, 댄서가 자기 몸을 움직여 현장에서가 아니면 듣거나 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소리를 내거나 연기를 하거나 춤을 추어야 한다. DJ가 하는 디제잉(DJing)은 그런 의미에서라면 엄밀히 말해 공연이 아닐 수도 있다. 그가 트는 소리들은 이미 데이터로 저장된 것들이어서 어느 공연장에서도(만일 데이터 에러가 아니라면) 똑같이 재생된다. 그렇긴 해도 DJ의 공연 역시 공연의 범주 안에 들지 않는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 재생되는 데이터들이 믹스되고 컷되는 과정에서 공연 특유의 ‘일회성’이 성취될 수 있다. 또 DJ의 공연 역시 특유의 현장감을 발휘한다. 유명 DJ들의 공연은 ‘틂’ 자체가 볼거리이기도 하다.2003년 4월5일, 식목일이자 토요일인 날에 내한 ‘디제잉’을 한 디제이 섀도(DJ Shadow)의 ‘틂’ 역시 그랬다. 사람들은 그 비트에 적당히 춤을 추면서 무엇보다도 그의 디제잉
DJ 섀도 서울 공연,음악의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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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으로 유명한 <포트리스>가 애니메이션 방영에 이어 이번엔 만화화되었다. 4월부터 월간 <팡팡>에서 연재를 시작한 <포트리스>는 애니메이션을 기초로 만화가 최정익과 스토리 작가 유경원에 의해 새롭게 구성되며, 애니메이션의 한국 방영 시기에 맞춰 올 컬러로 단행본을 출시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포트리스>는 CCR을 비롯해 SBS, 대원C&A, 동우애니메이션, 반다이코리아 등의 한국 기업과 선라이즈, 반다이 등 일본 기업 7개사가 공동 투자·제작했으며, 일본에서는 를 통해 4월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포트리스>는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탱크들에 변신로봇 개념을 도입해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선보이게 된다고. 국내에서도 S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인 <포트리스>는 주제곡를 그룹 쿨이 불러 화제가 되고 있다. 쿨이 열창한 주제곡은 한국 방영분뿐 아니라 일본 방영분에서도 그대로 쓰여 국내 최초로 일본
[만화가화제] PC,TV,만화로 만나는 <포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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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강을 건너온 깊은 슬픔그 얼굴은 슬프다. 작은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고, 고수머리 동그란 얼굴에는 늘 그늘이 내려앉아 있다. 누나와 아버지의 힘겨운 일상은 고스란히 폭력으로 되돌아오고, 제제는 폭력을 피해 꿈의 세계로 숨어든다. 하지만 어른들은 다섯살짜리 꼬마 제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제제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얼굴도 슬프다. 여섯달째 실직상태인 아빠는 일곱이나 되는 식구를 건사하지 못해 늘 고개를 떨어뜨리고 살고 있다. 좋은 아빠였을 수도 있을 테지만 아빠를 위로해주는 제제의 노래도 자신의 처지를 놀리는 것으로 들을 정도로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있다. 영국인 방직공장에 다니는 엄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때문에 늦은 밤 파김치가 된 몸으로 돌아오는 힘겨운 노동의 하루를 살고 있다. 제제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글로리아 누나의 얼굴도 어찌할 수 없는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슬프다. 슬픔은 칸 안에 깊게 내려앉고, 독자들의 마음으로 전이된다.슬픈 하루를 즐거움으로 바꾸
복간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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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2월, <창작과 비평> 봄호를 통해 내가 시인으로 데뷔(라는 말은 여전히 쑥스럽고 낯설지만)했을 때 창비 출판사 편집장은 이시영(시인)이었다. 그는 당시 첫 시집 <만월> 한권을 냈을 뿐이지만 이미 가장 빼어난 한국 서정시인의 한명으로 손꼽히는데다 안경테 속 눈동자가 이따금식 번뜩이는 것말고는 외모가 대체로 허하게 구부정하고 표정은 모더니즘이 가끔 묻어나기는 하되 뭔가 ‘유구한’ 것이 바탕을 이루고 있어서 나는 그가 편집장을 맡은 지 한 10년은 족히 됐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신참 편집장이었다. ‘창비’와 ‘문지’는 곧 강제 폐간되고 군사독재보다 더 가혹한 가난이 특히 창비쪽 문인들을 덮쳤다. 이때 ‘창비 이시영’이 없었다면 빈사자가 발생했을지 모르고, 다른 사람이 이시영 역을 맡았다면 아직도 생존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그는 창고 건물을 빌려 연명하던 창비 출판사 재정을 끈질기게 축내며, 시도때도없이, 혹은 아침부터 찾아와 죽치는 문인과 재야지식인들에
옛날과 오늘,이시영 퇴임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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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은 이 책을 “화장실에 앉아서도 프로이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대단한 야심이다. 머리 싸매고 몇년 공부해도 해독되기 힘든 연구대상을, 용변 보는 틈을 선용해 이해하도록 하겠다니. 어쨌거나 ‘심리학과 영화를 섭렵한 사람’이라는 뜻의 오만한 필명을 지닌 저자다운 발상이다.그렇게 다소 티꺼운 마음으로 펼쳐도, 이 책은 재미있다. 가령, 모로코의 한 황제가 888명의 자녀를 둔 기네스 기록과 한 헝가리 여인이 27번의 임신으로 69명의 자녀를 낳은 기네스 기록을 통해 남녀의 성차를 고찰한다든가, 아홉살짜리 아들을 영화감독 만들고 싶어 억지로 <오아시스> 상영관에 데리고 갔다가 결국 두 시간 동안 재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상심리를 해설한다든가, <판타지아>의 미키 마우스에서 토막살인범 심리의 원형을 끄집어낸다는가, 하는 종횡무진의 필치로 전날 세 시간밖에 못 잔 독자의 무거운 눈꺼풀을 팽팽하게 만들어준다.심영섭의 첫 저서 &l
화장실의 프로이드,<심영섭의 시네마싸이콜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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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만화의 시장 확대와 수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 요강을 발표했다. 사업은 만화잡지 신인연재만화 창작지원, 우수 기획, 실용만화 및 만화관련도서 제작지원, 만화 해외전시전 참가지원, 만화 수출지원 등 4가지 분야에 걸쳐 시행된다. 특히 국내 출판만화의 중심축인 만화 잡지에 신인을 수혈하는 지원사업이 눈에 띈다. 진흥원은 <소년 챔프> <아이큐 점프> <윙크> <파티> 등의 만화 잡지에 연재 지면을 확보해, 유망 신인 만화가에게 최소 1년간의 연재를 보장해주기로 했다(접수기간은 5월19∼23일). 그외 우수 실용만화 제작지원에 편당 2천만원씩 15편 내외를, 만화관련도서 제작지원에 편당 500만원씩 10편 내외를 선정할 예정이다(접수기간은 5월12∼16일, 문의: 02-2166-2550).
제6회 아시아 만화전 :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 만화
문화콘텐츠진흥원,출판만화 지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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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협을 오가는 수타 살인마도쿄 한복판인 신주쿠의 가부키초에서 잔인하게 뒤틀린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온몸의 관절이란 관절은 모조리 뽑아서 비틀어버린 듯하고, 원래는 160cm 정도의 키가 사망 당시엔 210cm로 늘어나 있었다. 범인에 대한 단서라고는 “鬼神의 피, 怨恨, 至福, 이러한 것들의 어마어마한 말을 나는 心으로부터 이해했다”는 한자와 한글이 뒤섞인 피의 문장. 사건을 맡게 된 경시청의 이노세 경부보는 이 사건이 최근 요코하마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의 연속이라 여기고 재일한국인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그러나 범행 현장에 서울에서 온 젊은 형사 강청도가 나타나고, 그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서울과 부산에서 이미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시체가 발견되었고, 그 현장에는 반대로 일본어로 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대한해협을 건너온 살인마, 과연 그의 정체는 누구인가?대립에 대한 정면돌파<푸른 길>(학산문화사 펴냄)은 일본의 스토리 작가 에도가와 게이지와 한국
한 · 일 합작만화,<푸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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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리기아, 그 새끼 정말 골때리네…. 언제부턴가 극심한 집회 권태증에 걸려 월드컵 응원 집회는 물론 효순이 촛불시위에도 한번 참석해본 적이 없는 터라, ‘시를 읽을 사람이 너무 적다’는 작가회의 사무국장 전성태(소설가)의 앙청(그는 앙청하는 데 천재다)에 따라, 그리고 ‘땜통은 내 팔자’라는 평소 지론 혹은 체념에 따라(사실, 말짱 거짓말이었다. 마이크를 잡을 사람이 너무 많아 문제였다. 늘 그렇다. 하지만 전성태의 ‘외국산’ 사슴 같은 눈동자는 모든 것을 다시 체념하게 만든다.그것도 아주 기분좋게. 아니 내가 속없는 놈이겠지…) 가기는 가는데, 종묘공원과 탑골공원을 혼동, 탑골공원에 들어가니 그 흔하던 노인네들도 없고 휑한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벌써 끝났나? 허겁지겁 전화를 거니 동대문쪽으로 조금 더 올라오라고, 새끼발가락 근처에 생긴 혹에 드디어 고름이 잡혔는데, 그게 유난히 아프니 이래저래 부시(미국 대통령. 맞나?) 패거리들의 이라크 미친 짓들에 더욱 부아가 나는 판
문학-예술인 반전평화 대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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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한 키에 몇발 높은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상은의 음색은 남다르다. 푸근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내지르거나 쥐어짜는 자극없이 차분한 서정으로 흐르는 목소리, “도망갈 곳 없는 아파트 숲속에” 부대끼며 떠돌며 살아가는 이들의 쓸쓸한 내면 혹은 의식의 풍경화 같은 음악. 대중음악에서 보기 드물게 영혼과 꿈, 시간을 읊조리는 시적인 가사는 보헤미안의 정서를 띠고, 간소한 어쿠스틱 포크를 축으로 동양적인 선율과 민속악기를 뒤섞곤 하는 음악은 신비로운 여운을 지닌다. 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아이돌 스타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는 여정에 나선 지 어느덧 15년째. 이상은의 꾸준한 탐색은 평화로운 위안을 건네는 음악과 함께 고유한 색을 발하고 있다.최근에 발매된 <신비체험>은 이상은의 11번째 정규음반. 2001년 10집 를 내고 그림 공부를 위해 영국으로 떠났던 그는, 사색과 관조의 거리에서 좀더 친밀하게 일상의 피부로
일상의 온기,이상은 11집 <신비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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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25일 개봉을 앞둔 애니메이션 <오세암>이 동화책과 만화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과 사전에 조우한다. 파랑새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오세암>(유병운 작)은 영화 <오세암>의 느낌을 최대한 만화로 옮기는 데 중점을 둔 작품이다. 배경이 되는 설악산의 수려한 산하가 화면이 아닌 칸으로 옮겨졌다. 만화와 더불어 애니메이션 화면을 만화로 옮긴 <오세암 필름 코믹스>와 영상동화인 <오세암 애니동화>도 샘터에서 출간된다. 특히 <오세암 애니동화>는 원작자인 고 정채봉 선생의 딸인 정리태씨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정리태씨는 정채봉 선생이 작고할 때까지 근무했던 샘터사의 기자로 현재 일하고 있으며 이번 <오세암 애니동화>를 샘터사가 진행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다. 2000년, TV애니메이션의 <하얀마음 백구>의 제작진 (주)마고21에 의해 2년여에 걸쳐 제작된 장편애니메이션 <오세
[만화가화제] <오세암>의 출판마케팅 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