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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차점> 완결<시마과장> <황혼유성군>으로 잘 알려진 히로카네 겐시의 초기 명작 <인간교차점>이 전 27권(대원씨아이 펴냄)으로 국내 번역 완결되었다. 1980년에 연재가 시작된 <인간교차점>은 히로카네 겐시가 전공투 세대 만화가의 적자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진솔한 리얼리즘에 입각해 일본사회 밑바닥 인생을 그리고 있다. 스토리의 단단함은 작가 야지마 마사오의 몫이기는 하지만, 히로카네의 색채를 분명히 드러내는 솔직담백한 묘사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이전 <헬로 네즈미> 등에서 부분적으로 보이는 히로카네의 개성이 이 작품에서 자기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미국 언더 만화 연구서 발간세계 만화사의 가장 문제적 시점인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전성기에 대한 연구서가 미국의 판타그라픽스에서 출판되어 나왔다. 만화 연구자 패트릭 로젠크란츠에 쓰여진 <레벨 비전스>(Rebel Visions, The U
[만화가 화제] <인간교차점> 완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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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에 다니는 사람 따위가 쓴 글일 수가 없다.” 살생부, 피투성이, 역적 중의 역적….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박힌 글 하나가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명부에 오른 이는 안절부절못하고 침을 튀기며 음모의 배후를 밝히라고 소리질렀다. 머지않아 임자가 나타났다. 하하. 그것은 국정원의 조직원도, 민주당의 책사도 아니었다. 일개 필부, 고등학교를 나와서 공장에서 기름밥을 먹고 있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이럴 수가! 명부의 죄인들은 아직도 믿지 못할 것이다.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철공소에 다니는 놈이 국회의원들을 떼거지로 처형대에 올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 그래서 말인데, 나는 반대로 말하고 싶다. 만화의 진실을 믿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피투성이와 친구들이 이 만화를 보면 더 큰일을 낼지도 모른다고.머릿속이 근육으로 가득 찬 녀석?<쿠니미츠의 정치>(학산문화사 펴냄)에 나오는 무토 쿠니미츠는 좀더 나간 놈이다. 학력
피투성이와 친구들을 위하여,<쿠니미츠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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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기념식도 가보고 출판기념회도 숱하게 가보았지만 두툼한 책을 여섯권이나, 운반하는 팔이 아플 정도로 보따리로 받아오기는 처음이다. 전집이라면 뭐 그런가보다, 횡재했구나 하겠는데(워낙 수금원쪽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나는 좀체 행사장 회비를 안 내는 편이고, 딱히 혹은 감히 내라는 사람도 없다. 그건 심지어, 철통 같이 닫힌() 공연장 입장 때도 그렇다) 그것도 아니고, 더욱 놀라운 것은, 당사자가 직접 쓴 저서는 산문집 1권과 논문집 1권뿐이고, 나머지는 한국 좌파지식인 사상의 현주소를 한눈에 짐작해볼 수 있는 편저로 두권, 그리고 진보적 사회학계의 핵심들이 모인 한국산업사회학회 회원들이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정을 모은 정년기념 논총이라는 점이다.책제목(들)은, <진보에서 희망을 꿈꾼다> <21세기 진보운동의 기획> <사회이론과 사회변혁> <노동과 발전의 사회학> 그리고 <저항, 연대, 기억의 정치 1, 2>이고 출판사는 박종
김진균 정년 및 출판기념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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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비디오와 O.S.T가 출시된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레즈비언 커플의 사랑을 다룬 특이한 로맨틱코미디이다. 보통 ‘성 정체성’을 다룬 영화는 한쪽 방향으로 설정된 성 정체성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가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매우 보수적인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제시카를 등장시켜 조금 덜 급진적인 상황을 제시한다. 제시카는 잠시 동안 레즈비언 커플이 되었다가 결과적으로는 전격적인 레즈비언이기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가 된다. 그 사이에 조쉬라는 남자가 동시에 갈등과 화해의 요소로 작용한다. 급진적인 시원함은 없지만 이성애자, 동성애자, 양성애자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여 결국은 현실 속에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별 무리없이 일상적인 관계맺음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음악은 스탠더드 재즈, 클래식 기타 솔로, 힙합 등 매우 다양하게 채택되어 있다. 감정의 흐름이나 배경의 진행 속에서 음악은 기민하게 움직여 거기에 느낌을 맞춘다. 그러나 음악의 기조는 역시 여
스탠더드의 정치성,<이브의 아름다운‥>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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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없이 이 음반을 마주하게 된다면 당혹스러울 것이다. 흰 커버에 새겨진 것은, 발음도 부재하고 해석도 난해한 상형문자 ( )와, 그 안의 추상 같은 그림뿐이므로. 게다가 수록된 여섯곡은 곡명도 없다. 가사나 크레딧을 기대하고 6장짜리 부클릿을 열어봤자 백지와도 같은, 그렇다고 백지라도 할 수도 없는 흐릿한 잔영만이 감돌 뿐이다.불친절한 이 음반의 주인공은 아이슬란드 출신의 4인조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os)다. ‘승리의 장미’라는 뜻의 이 밴드는 1997년 데뷔작 <Von>(Hope), 1999년 2집 <Agaetis Byrjun>(A Good Beginning)을 통해 고국의 기린아로 단숨에 뛰어올랐음은 물론, 유럽에 진출하면서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같은 나라 출신 비욕의 극찬이나, <바닐라 스카이>의 사운드트랙에 그들의 곡이 수록된 사건은 이들의 신화 만들기를 가속화시킨 일화일 것이다. 그리고 3년 만에 3집 앨범이 당도한 것이
아일랜드 출신 4인조 밴드 시규어 로스의 3집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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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26부작 TV시리즈 <요요 몬스터>. 제목을 듣는 순간 ‘요요’에 ‘몬스터’라니, 너무 진부한 소재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그런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10월부터 MBC에서 방영될 예정이라는 이 작품을 꼭 소개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먼저, 회사 설립 뒤 몇년 동안 고군분투해온 제작사 홍익애니맥스가 쏘아올린 첫 번째 공이기 때문이다. 고생해서 만든 기획작을 큰 회사에 헐값으로 넘기고 쓴눈물을 삼키던 김복훈 사장의 모습이 크게 각인되어서인지도 모른다.직원이 하나둘 줄어가던 암울한 시기를 ‘그래도 이 길’이라며 인내해온 이곳 사람들을 그저 옆에서 지켜만 보다가,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 지금 이때다! 하고 소개할 수 있어서 솔직히 기쁘다. 이 모습이 다소 편향되게 느껴진다면 달게 손가락질 받겠다(그래도 박수는 쳐야겠다).그렇다고 <요요 몬스터>가 정말 진부하기만 한 작품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홍익애니맥스는 요요와 몬스터라는
26부작 TV시리즈 <요요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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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한국만화의 역동성’이라는 제목의 한국만화특별전이 개최된다. 2003년 1월23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앙굴렘의 독립전시관에서 개최되는 이 전시는 한국 만화를 유럽에 본격 소개하는 첫 번째 전시로 만화와 역사, 만화와 사회의 관계를 보여주는 역사전과 우리나라 만화의 현재적 단면을 보여주는 19인의 작가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19인의 작가전은 상업만화잡지, 인터넷, 대안적 만화잡지, 신문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각 독특한 작품 세계를 지닌 19명의 작가를 만화와 욕망(양영순, 윤태호, 이유정, 권가야, 박흥용), 일상의 발견(박희정, 이강주, 이우일, 고경일, 최호철, 홍승우), 새로운 감수성(이향우, 이애림, 최인선, 곽상원, 변병준, 정연식, 아이완, 권윤주)의 카테고리로 소개한다. 특히 새로운 감수성을 보여주는 8명의 작가는 작가가 전시연출과 설치에 직접 참여해 좀더 생동감 넘치는 전시가 구성될 예정이다
앙굴렘페스티벌 한국만화특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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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진 쌍둥이 진과 린이 있다. 진은 미국으로 떠났고, 세월이 흐른 뒤 멋진 청년이 되어 한국에 등장했다. 이를 반갑게 맞이한 것은 린. 십수년 만에 처음 만나는 쌍둥이 형제는 만나자마자 툭탁거린다. 린이 기거하는 곳은 거대한 빌딩. ‘man to man’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데, 개인적인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을 해결하는 곳이라고 한다. 린은 엄청 돈이 많고, 검은 양복의 보디가드가 있으며, 머리카락 하나면 10분 동안 변신이 가능하다. 여기까지가 <지구에서 영업중>의 구체적인 설정이다. 황당하다고 그렇다. 황당하다. 그러나 이 만화는 엄격하지도, 치밀하지도, 전복적이지도, 파괴적이지도 않다. 딱 편안한 상상의 틀 안에서 즐길 수 있을 정도만 황당하다.스포츠신문 연재만화의 대척점이시영의 <지구에서 영업중>은 2003년 한국 만화의 스펙트럼에서 스포츠신문 연재만화와 대척점에 존재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김성모의 <대털
이시영의 <지구에서 영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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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역사소설가는 시바 료타로가 첫머리에 꼽힌다. ‘요시카와 에이지가 책상 위의 원고지와 펜 하나로 소설을 탈고했다면, 시바 료타로는 트럭 한대분의 자료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시바 료타로는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일본인의 원형이 될 만한 역사적 인물을 잡아내고, 그 캐릭터를 생생하게 창조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바 료타로는 역사소설을 통해 일본의 전후세대에게 ‘일본인이 나아갈 길과 일본인의 원형’을 제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지난 1천년간 가장 위대한 일본인을 꼽았을 때 1위가 사카모토 료마였다. 전국시대를 마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2위이고, 오다 노부나가는 3위였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이끌면서 에도 막부를 무너뜨린 사카모토 료마가 최고의 일본인으로 부각된 것은 상당 부분 시바 료타로의 덕이라 할 수 있다. 료마가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기는 하지만, 현대 일본인의 귀감이 될 만한 영웅으로 정착된 것은 1962년부터 <산
시바 료타로의 역사소설 <료마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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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물론이거니와 80년대 중반까지의 중고등학교를 틀지우는 가장 공식적인 문화는 역시 군사문화였다. 당시 청소년의 하위문화는 군사문화의 혹독한 억압을 곳곳에서 틈틈이 피하면서 형성되었다. 꿈속에서는 간첩이 등장하고 학교에서는 화생방 훈련을 받는 이 시절의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군사문화의 억압을 견뎌내면서 택한 갖가지 ‘비행’들은 어쩌면 정신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영화 <품행제로>는 주로 청소년 하위문화의 입장에서 공식적인 문화를 바라보고 그 사이의 관계를 추억하는 영화라는 점이 특이하다. 하위문화의 ‘추억’에 기대는 복고적 성향의 이같은 영화는 우선 복고적 시선에 걸맞은 디테일의 목록을 상세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목록 자체가 문제의식의 내용을 구성한다. 이 영화 역시 다양한 디테일들로 우리의 마음을 옛 시절로 데려가고 있다. 음악의 전반적인 기조는 힙합이다. 물론 1980년대의 한국이 힙합시대는 아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해질 무렵 애
소년 하위문화,<품행제로>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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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을 ‘땜통’으로 시작했다. 시는 김상진 장례식 때 미리 정했던 유명 대학생 ‘문인’이 사양을 하는 바람에 ‘사건 전날’ 취생몽사 중 쓰고 호된 데뷔 신고식을 치렀고, 산문은 한 계간지의 시집 서평 원고를 ‘원로’ 신경림(시인)이 2개월, 그리고 ‘중견’ 정희성이 3주를 써먹고 마감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 황급히, 문단 (‘신예’는 아니고) 신참이었던 내게 숙제처럼, 아니 명령조로 떠맡겨졌던 글이 첫 작품이다. 문학이, 글쓰기가 운명이라고 자못 진지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때마다 ‘땜통은 나의 글쓰기의 운명’이라고 속생각할 정도로 그런 처지는 계속 이어졌다. 소설은 유일한 예외지만 그래서 그런지 문학하는 친구들은 나를 소설가로는 특히 별로라고 여기는 눈치다.어쨌거나,그런 운명의 시련()을 견디는 와중에 나는 수필이 정말 대단한 문학 장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수필이야말로 뭔가 문학을 ‘땜통’하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문학 전체에 내용-미학적 총체를 부여하고 급기야는 총
주연아 수필집 <누구나의 가슴에도 빙하는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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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역사> 출간동서양 만화의 역사를 한권의 책으로 압축해놓은 <만화의 역사>(Comics, Comix & Graphic Novels)가 글논그림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강사인 저자 로저 새빈은 현대 만화 발전의 중심축이었던 미국 만화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 만화의 역사를 다양한 도판과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19세기 후반 본격적으로 발흥한 만화 매체가 코미디만화, 모험만화, 여성만화 등의 다양한 장르로 발전하고 또 각국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분화해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주로 영어권 만화를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만화와는 다른 형태의 만화사를 보는 즐거움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가디언>은 “원기왕성하고도 다양한 만화라는 예술 형식의 역사를 믿음직스럽고도 아름답게 보여주는 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마법진 구루구루 개정판 애니메이션과 게임
<만화의 역사> 출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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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웃긴다. 작달막한 키에 매부리코가 귀여운 잔머리의 대가, ‘미스터 빈’ 말이다. 명절 때면 TV에서, 어디 외국에라도 가볼라치면 기내에서 거의 어김없이 만나볼 수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미스터 빈’을 연기한 로완 앳킨슨(48)이 옥스퍼드대학을 나온 수재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런 머리 좋은 수재가 온몸을 던지며 말없이 바보 흉내를 내는 모습에서 대중은 더욱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미스터 빈’은 로완 앳킨슨이 9살 때 고안한 아이디어로 ‘빈’이라는 이름은 지난 1989년 수십개의 야채 리스트를 가져다놓고 고른 결과라고 한다.로완 앳킨슨의 슬랩스틱코미디를 말하면서 찰리 채플린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여기에 베니 힐도 추가하고 싶다. 채플린을 웃겼다고 하는 베니 힐은 1955년부터 89년까지 방영된 섹스코미디 ‘베니 힐 쇼’로 세계 109개 나라 성인들의 배꼽을 잡게 했던 인물이다. 채플린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가진 자에 대
10대의 `빈`은 어떤 모습일까,애니메이션 <미스터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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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chicken, 겁쟁이)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있다. 그것은 골목길이나 학교 뒷마당에서 들어도 치욕스러운 호칭이다. 하물며 명색이 세계 타이틀을 건 권투 시합장에서 수천 관중으로부터 그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한두 번도 아니다. 그는 이미 수차례의 방어전에 성공한 세계 챔피언이지만 자국 일본에서는 팬들의 냉대 때문에 경기를 포기하고 타이, 미얀마, 인도 등을 떠돌아다니며 적지에서 경기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더욱 신기한 것은 이 남자, 내가 왜 이런 욕을 들어가며 경기를 해야 하냐고 항변은 하지만, 사실은 크게 벌린 입을 이죽거리며 자기에게 쏟아지는 온갖 비난을 씹어버린다. 그는 잘 알고 있다. 팬들이 왜 자신을 욕하는지. 상대를 죽음 직전으로 몰고 가는 난투의 쾌락을 포기한 권투가 어떤 모습인지. 그러나 그의 전략은 변함없다. 완벽한 방어.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원시의 스포츠를 일발의 유효타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한 디펜스의 게임으로 만들어간다. 이해가 가지 않을 것
무라카미 무사히로의 <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