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단단해질수록 혼탁을 벗는다, 는 ‘생각’, 그리고 느린 낮잠이 들 무렵, 혹시 나의 잠을 위하여 이 세상 모두가 잠이 든 것 같은, 아이들 소리도 있으나 너무 멀고, 그래서 들리지 않고 희미하게 그림만 묻어나고, 그런 삶과 잠이 혼동되는, 꿈은 없는 적멸 와중, 느닷없는 망치 소리, 유난히 홀로 크지만 요란하기는커녕 잠든 세상의 고요를 안벽하게 평정하는, 그래서 오히려 내가 잠 속에 드는 기분좋은 ‘나락=추락’ 같고, 나의 잠듦의 육성 같은 소리, 혹시 죽은 자가 들을 제 관 위에 못질 ‘소리’를 서영은의 속과 겉은, 문학과 생애는 닮았는데, 서영은의 제자들이 쟁쟁한 문인, 화가, 사진작가, 영화감독, 신문기자, 출판사 사장은 물론 직업 내용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이를테면 ‘아트 액티비스트’가, 예술가를 낮춰 부르느라 그랬단다) 사람까지 총 50명의 ‘서영은 관계자’들(이 좁은 지면을 이름으로 채우면 욕먹겠지)에게 20매 미만의 짧은 글들을 부탁하여 엮은 ‘비밀 꽃’은 그 ‘생각’에 관한 책이고 심상대, 성석제, 조용호, 윤대녕, 한창훈, 김도연, 박청호, 김영하, 박성원, 김연수, 이응준, 김종광 등 ‘청년작가 12명(이 정도는 욕 안 먹겠지)이, 서문에서 밝힌 바 ‘꽃미남’으로서(역시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외모 얘기는 아니다), 60의 서영은(본인은 ‘환갑’이란 말을 극구 거부했지만, 그건 생물학적으로만 그렇고, 문물처럼, 세월을 먹을수록, 아름다워지고, 그렇게 서영은 문학은 명백히 환갑이고, 그게 경사다) 앞에 바치는 소설 12편의 ‘헌화가’격인(이 절묘한 역사와 문학의, 시공과 성(性) 혼동) ‘그대 꽃’은 그 ‘소리’에 관한 책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2003년 5월15일 산 좋고 물 좋고 소리 좋은 북한산 자락 그 속에 어렸을 적 왕궁 동화 같은 쉐라톤호텔 연회룸에 갔더니, 잔치는 잔치인지라 어른과 아이들이 약간의 근엄과 번다함을 더하고 개량한복을 누추화하는 정통 궁중한복 차림의 서영은은 신부처럼 어여뻤으나 그 필자들 죄다 있어 마치 60년 생애가 문확(문학, 문화 ????)-예술화, 스스로를 능가하는 듯했고, 길 건너편 이제하 카페 마리안느로 이어진 2차는 문학-예술의 응축판 같았고, 뒤늦게 등장한 황석영이 그 유명한 떠돌이 약장사 및 가요반세기 ‘공연’까지 보탰으니 술은 취했으되, 한 세상 다 산 듯하다.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u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