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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고 있는 중년 여성 경아(김정영)에게 하나뿐인 교사 딸 연수(하윤경)는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지만, 독립한 뒤로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경아는 이따금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딸의 일상을 세심히 신경 쓰지만, 정작 연수는 그런 엄마의 걱정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한편, 연수는 헤어진 남자 친구 상현(김우겸)이 자신에게 집착하자 그에게 최종 이별 통보를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간의 비밀스러운 동영상이 연수의 지인들에게 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영상의 수신인 중에는 연수의 엄마 경아도 포함되어 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상을 받아보게 된 경아는 깊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피해 당사자인 연수 또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뜻밖의 언행은 연수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단편 <우리가 택한 이 별> <야간근무> 등을 연출한 김정은 감독의 장편 데뷔
[리뷰]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나란한 걸음, 미약하지만 분명한 빛 '경아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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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혈투 끝에 비밀연구소 아크에서 빠져나온 소녀(신시아)가 흰눈으로 뒤덮인 숲을 따라 걷는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는 소녀를 중심으로 전작의 미스터리를 풀어내기 위해 그 세계관을 더 확장했다. 책임자 장(이종석)과 죽은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 백 총괄(조민수)은 망실된 소녀를 제거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지만 서로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여기에 두 수뇌부의 명령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조현(서은수)과 토우 4인까지 소녀를 추격하면서 더 다양한 이해관계를 드러낸다. 그 사이에서 다정다감함을 잃지 않는 이가 있으니 바로 경희(박은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소녀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고, 갈 곳 없는 그에게 집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경계심으로 경직된 소녀가 경희 남매 앞에서는 순수함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한다. <마녀2>는 소녀를 역대급으로 강력한 초월
[리뷰] 확장된 세계관 속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궁극적 목표 '마녀 Part2. The Other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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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단돈 20엔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고 나오다 점주에게 붙잡힌 아빠 사토시(사토 지로)와 그를 무사히 집에 데려오려고 한달음에 달려온 딸 카에데(이토 아오이)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둘은 부녀가 아닌 친구 사이 같다. 아니 카에데는 약간 얼이 빠져 있고 사회성도 부족해 보이는 사토시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모습의 이면에는 사토시의 아내이자 카에데의 엄마가 루게릭병으로 살 의지를 잃고 자살한 사정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토시는 뜬금없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연쇄살인범을 목격했다고 말한 뒤 다음날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카에데는 사토시의 근무지에서 사토시와 동명이인의 청년을 만나자 당황한다. 수배 전단에서 그가 연쇄살인범 야마우치 테루미(시미즈 히로야)란 사실을 알아챈 카에데는 아버지의 신변을 걱정하며 킬러를 향한 필사의 추적을 시작한다.
사이코패스 킬러에 관한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플래시백 등장 전
[리뷰] 익숙한 장르, 독특한 스타일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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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홍예지)은 청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 경숙(김지영)과 함께 밝게 살아간다. 어느 날 윤영은 귀가 중 범죄 피해에 놓이고,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채 가해자를 상해치사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름 대신 ‘이공삼칠’(2037)이라는 수인번호로 불리는 윤영. 범죄 피해는 수감 중인 윤영에게 예상치 못한 더 큰 신체적 절망을 안긴다. 이런 윤영을 위해 12호실 재소자들이 물심양면으로 나선다. 12호실 동기들은 괴로워하는 윤영을 각자의 방식으로 보살피며, 윤영이 범죄 피해 사실을 입증해 감형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돕는다.
재소자간 연대와 우정, 교도소 내 옆방과의 알력 다툼 등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요소들이 <이공삼칠>에도 존재한다. 이 상투성에 일말의 개성은 배우들이 부여한다. 전에 본 듯한 설정이 개성 강한 배우들의 육체를 입는 순간 영화는 일견 특별해 보인다. 윤영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홍예지가 그중 놀랍다. 그는 캐릭터
[리뷰] 낯익은 서사 속 미더운 배우를 찍는 음흉한 카메라 '이공삼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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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가수 윤시내가 콘서트 당일 연기처럼 사라진다.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기로 예정되었던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오민애)는 아쉬움을 숨길 길이 없다. 줄곧 동경하던 윤시내와 같은 무대에 오를 기회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시내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연시내의 가수 활동에도 비상등이 켜진다. ‘짝퉁 가수’란 원조 가수의 이미지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쉽고, 윤시내의 잠적 사건은 연시내의 무대를 앗아가기 충분하다. 하지만 연시내는 좌절하는 대신 윤시내를 찾기로 한다. 윤시내를 위해 담근 술을 직접 전하겠다는 핑계를 알리바이 삼아 짧은 로드 트립에 오른 것이다. 연시내처럼 윤시내의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 중인 준옥(노재원)과 연시내의 딸 장하다(이주영)가 연시내의 여정에 동행한다. 데면데면한 모녀 사이인 장하다와 연시내는 서로에 대한 오해로 자주 다투지만 이내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여느 로드 트립 서사가 그러하듯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각기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
[리뷰] 가짜에도 진실함이 있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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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베이비박스 앞에 두고 간 엄마 소영(이지은)이 되돌아오면서, 아이를 몰래 빼돌린 불법 입양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계획이 틀어진다. 이 둘은 소영을 설득해 아이를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여정에 동참시킨다. 여기에 보육원에서 합류한 소년 해진(임승수)까지 더해진 ‘이상한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서 낯설지 않은 모양새다. 버리는 것과 버려진 것을 둘러싼 여러 사연 속에서 <브로커>는 가족이란 혼자였으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그저 함께하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일깨운다. 거래 현장을 덮치려는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 형사(이주영)가 이들을 뒤쫓고, 멀리 있던 인물들이 감정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과정이 주요한 재미 요소다.
캐릭터의 명암을 섬세하게 살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이 그랬듯이 <브로커> 역시 아이를 버리고, 심지어 빼돌려 팔려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미워할 수 없게 그린다. 사채 빚에 시달리거나 가족에게 버
[리뷰] 혼자라면 못했을 일을 해내는 고레에다식 마법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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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창조한 <쥬라기 공원> 세계의 유산을 흠집 없이 계승하는 데 성공했다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주된 무대인 테마파크를 지양하고 공룡을 도시로 진출시켜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라는 생태와 환경에 관한 숙의의 탑을 쌓은 공로가 있다. 또 시리즈의 마지막인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인간과 공룡의 공존을 둘러싼 스펙터클한 갈등이 전시될 것처럼 여겨진 터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부분적으로만 들어맞는다. 다른 한편으로 작품은 인간의 본능을 자성하는 제스처를 보인다.
문제는 늘 인간의 탐욕이다. 서식지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 폭발을 피해 바깥세상으로 몰린 공룡과 인간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는 시기, 바이오 기술 회사 바이오신은 선사시대 DNA를 조작해 대형 메뚜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대형 메뚜기가 지닌 DNA의 불완전성으로 말미암아 광대한 지역의 경작물이 초토화되고, 다급해진 바이오신은 이를 무
[리뷰] 스펙터클 내셔널 지오그래픽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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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마스터를 꿈꾸는 지우(마쓰모토 리카)와 피카츄(오오타니 이쿠에)가 이번에는 현실 세계의 이면으로 향한다. 포켓몬 세계에는 현실 세계와 그 짝패인 반전 세계가 존재한다. 반전 세계는 현실 세계의 혼란함을 받아안음으로써 현실 세계를 지탱하는 공간이다. 만일 현실에서 어떤 사건이 펼쳐진다면 반전 세계에는 독을 품은 검은 구름이 피어나고, 이를 조정함으로써 현실 세계는 안전하게 유지된다. 하나처럼 붙어 있지만 누구도 함부로 오갈 수 없는 두 세계는 기라티나가 관장해오고 있다. ‘신이라 불리는 포켓몬’ 중 하나인 기라티나는 마치 지옥문을 지키는 하데스처럼 현실과 반전 세계를 관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라티나와 반전 세계에 위험이 닥친다. 전작 <극장판 포켓몬스터DP: 디아루가 vs. 펄기아 vs. 다크라이>에서 아라모스 마을을 위험에 빠뜨린 디아루가와 펄기아가 펼치는 전쟁 탓이다.
‘시간의 신’인 디아루가와 ‘공간의 신’인 펄기아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오해해 전쟁
[리뷰] 포켓몬과 신화적 장치의 흥미로운 앙상블 '극장판 포켓몬스터DP: 기라티나와 하늘의 꽃다발 쉐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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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코콜라 지역의 제빵사 올리 마키(야르코 라티)는 프로 권투 대회 출전을 위해 연인 라이야(우나 아이롤라)와 함께 헬싱키로 떠난다. 올리의 훈련을 돕는 코치 엘리스(에로 밀로노프)의 전략은 올리의 체중을 줄여 계체량 시 체급을 페더급으로 변경하는 것. 이를 위해 엘리스는 올리가 훈련에 매진하길 바라지만, 올리는 엘리스에게 “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라고 하며 라이야와의 연애가 선사하는 환희에 취해 있을 뿐이다. 올리와 엘리스의 지향점이 어느새 달라진 것을 눈치챈 라이야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상심한 올리는 훈련을 뒷전으로 미룬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은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그는 이후 <6번 칸>으로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쥔 바 있다. 영화는 여러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우선 각본이 우수하다. 올리의 연애담과 훈련담은 번갈아 진행되는데,
[리뷰] 순정만은 헤비급인, 트뤼포풍의 제이크 라모타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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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아직 30대예요.” 딱 남들만큼 깜빡깜빡하는 변호사 수진(서현진)은 교통사고를 내고 찾은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는다. 충격으로 굳어버린 수진 대신 의사에게 침착히 궁금한 점을 묻는 사람은 함께 온 아버지 인우(안성기)다. 유학을 앞둔 어린 딸 지나(주예림)를 혼자 키우며 일하느라 정신없는 수진의 부탁을 받고 손녀를 돌보러 딸의 삶에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하던 인우는 수진의 치매 판정 이후 딸의 삶에 아예 들어가기로 맘먹는다.
<카시오페아>는 아버지로서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얻은 남자가 이제야 쓰는 육아 일지다. 장기 해외 근무로 수진의 인생 대부분에서 부재했던 인우는 속죄하듯 딸의 병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의 간병인을 자처한다. 밥을 챙겨 먹이고, 놀이 모임에 데려가고, 분리수거를 가르친 뒤 돌아오는 인우의 일상은 어린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치매를 겪는 중심인물이 발산하는 혼란한 에너지가 상당한데도 이 극은 전체적으로 차분
[리뷰] 아버지로서의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얻은 남자가 이제야 쓰는 육아 일지 '카시오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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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에서 현상금 사냥꾼 릭 데커드는 “안드로이드도 꿈을 꾸나?”라고 묻는다. <애프터 양>에서 코고나다 감독은 바꿔 질문한다. 안드로이드도 기억하는가? <애프터 양>이 그리는 근미래는 고도로 발달한 테크노 사피엔스가 보편화된 사회다. 이들은 다인종·다문화 가정에 보급되어 세계 각국의 유산을 일깨워주는 ‘세컨드 시블링스’로 활약하는 지성체이고, 고장난 채 오래 방치되면 부패하는 유기체다. 차(茶) 상점을 운영하는 제이크(콜린 패럴)와 회사 중역인 키라(조디 터너스미스) 부부 역시 입양한 중국인 딸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를 위해 중국인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H. 민)과 가족을 이룬다. 영화는 원작인 알렉산더 와인스타인의 소설 제목처럼 어느 날 갑자기 ‘양과의 작별’이 가족에게 당도한 이후의 여파를 천천히 관찰해나간다. 수리업체를 전전하던 제이크는 양의 중심부에 숨겨진 기억 장치가 있으며,
[리뷰] 인간과 로봇 사이, 영화라는 기억 장치 '애프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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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칸에서 공개됐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탕웨이와 박해일이 각각 남편을 잃은 서래와 담당 사건의 형사 해준으로 출연한다. 6월29일 국내 개봉에 앞서, 칸에서 먼저 공개된 <헤어질 결심>의 리뷰를 전한다.
이주현
<헤어질 결심>은 암벽에서 추락해 사망한 남자의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와 이 사건의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이 만나 서로를 관찰하고 의심하다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비밀이 많아 보이는 미스터리한 여자와 직업상의 이유로 그 여자를 관찰하다 사랑에 빠지는 형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히치콕의 <현기증> 같은 작품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텐데, 실제로 칸에서 영화가 공개된 직후엔 비밀, 의심, 관찰 등의 요소를 유려한 스타일에 녹여낸 점에서 히치콕 영화를 연상케 한다는 외신의
[칸영화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첫 시사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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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온기가 사라진 집,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다듬은 남자가 텅 빈 거실을 지나 출근길에 오른다. <그대가 조국>은 추앙과 오명을 동시에 짊어진 어느 유명한 초상을 첫 장면에서부터 이렇게 덜컥 펼쳐놓는다. 법정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한탄한다. “조선 시대로 치면 귀양 간 상태인 거죠. 유배된 사람의 말은 그 어떤 것도 들어주질 않습니다.” 2019년 8월9일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어 10월14일에 장관직을 사퇴하기까지 67일. 영화는 임명 이후 제기된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논란 속에서 그에게 주어진 일과를 돌아본다. 고강도의 청문회, 12시간 가까이 이어간 기자 간담회. 뉴스와 신문을 재구성하고, 언론인과 주변 관계자, 유튜버 등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지난 1월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 순간까지 나아가는 동안, <그대가 조국>이 제기하는 질문은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기수
[리뷰] 한국 정치사의 비극적 굴레를 바라보는, 뜨겁지만 흐릿한 접근 '그대가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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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갓 입학한 소녀 노라(마야 반데베크)의 마음은 설렘이나 기쁨보단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오빠 아벨(귄터 뒤레)과 포옹도 해보고, 아빠(카림 레클루)의 배웅도 받아보지만 불안감은 쉬이 해소되지 않는다. 시끄럽고 너저분하면서도 한편으론 경직되고 무자비한 학교라는 공간은 예기치 못한 상황과 분위기로 노라를 매 순간 긴장시킨다. 노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움츠러든 어깨와 웃음기 지워진 얼굴로 정글 같은 학교를 오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던 노라는 어느 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벨을 목격하게 된다. 어른들에게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노라와 달리 아벨은 이를 말리고, 노라는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그때 그 시절 우리의 운동장은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을까. 벨기에의 신예 여성감독 로라 완델의 장편 데뷔작 <플레이그라운드>는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남기는 필연적인 상처와 아픔을 날카롭고도 치밀하게 포착한다. 노
[리뷰] 슬프고 무섭고 외롭고 거대한 그때 그 세상 '플레이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