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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웅’, 기어이 울리고 마는 빛나는 스코어들
송경원 2022-12-21

2009년 초연된 국내 창작 뮤지컬 <영웅>이 스크린으로 되살아났다. 안중근(정성화)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와 가족을 고향에 남겨둔 채 대한제국 의병대에 들어가 의병대장으로 활약한다. 대의의 깃발을 내건 고난의 가시밭길이지만 대한 독립을 향한 안중근의 열망은 점점 커져간다. 동지들과 함께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斷指) 동맹’으로 결의를 다진 안중근은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한 거사를 준비한다. 이토 히로부미 곁에서 목숨을 걸고 정보를 수집 중인 설희(김고은)의 활약으로 일급 기밀을 알아낸 안중근은 하얼빈으로 향한다.

대의란 무엇인가.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다룬 뮤지컬의 내용을 충실히 옮긴다. 뮤지컬의 매력을 다채로운 영상으로 옮기는 것과 뮤지컬‘영화’를 제대로 연출하는 것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영웅>은 전자에 가깝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손가락을 자르며 결의를 다지는 (다소 과장된) 오프닝은 이 영화가 당도해야 할 지점을 정확히 설명한다.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 무대의 한계를 벗어나 눈이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하고, 조연들에게 에피소드를 부여해 아기자기한 웃음을 주기 위해 애쓴다. 다만 늘어난 볼륨에 비해 서사적인 설득력이 충실해졌는지는 의문이다. 지나친 곁가지와 산만한 캐릭터, 기술적 과시를 뽐내는 불필요한 연출이 도리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엔딩에 다다르면 기어이 감정적인 고양을 불러일으키는 솜씨가 놀랍다. 무엇보다 정성화, 나문희 등 주요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스코어가 확실하게 가슴을 울린다. 크고 작은 아쉬움에도 전해야 할 울림은 정확히 두드려 끝내 공명시키는, 뜨겁고 웅장한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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