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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시카고에 사는 에밋(제일린 홀)은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 사는 사촌들을 만나러 갈 생각에 들떠 있다. 엄마 메이미(대니엘 데드와일러)는 하나뿐인 아들이 걱정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백인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미시시피에 도착한 에밋은 목화밭에서 사촌들의 일을 돕고 이후에 한 식료품점에 들른다. 에밋은 계산할 때 가게 주인인 캐롤린(헤일리 베넷)에게 말을 건넨다. 악의 없는 그의 언사에 분노한 캐롤린은 황급히 총을 찾으러 나서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도망친다. 며칠 뒤 캐롤린의 남편 일당이 에밋이 묵고 있는 고모네로 쳐들어와 에밋을 납치해간다.
<틸>은 1955년 백인 남성 2명이 14살 흑인 소년을 린치해 살해한 ‘에밋 틸 피살 사건’을 기반으로 한 실화 영화다. 68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은 여전히 미국 내의 인종차별 문제를 상기시켜며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실화를 충실히 옮기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개인의 죽음이 어떻게 공론화되고 사회적 문제
[리뷰] ‘틸’, 엄마의 손으로만 오직 가능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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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일본에서는 고교무상화제도가 시행되었다. 공립고등학교는 수업료가 무료이고, 사립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한달에 1인당 1만엔가량의 취학지원금이 지급되는 제도다. 하지만 2012년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이후 10곳의 조선고급학교들은 무상화 정책에서 배제되었는데,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에 지급될 취학지원금이 어떻게 유용될지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선학교와 조총련의 관계를 의식한 이 차별적 법령에 반발하여 2012년 12월부터 일본 각지의 5개 조선학교와 그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는 2017년 7월 오사카 지방재판소에서의 1심 판결일로부터 2년여의 시간을 스케치한다. 이곳에서의 한번의 승소 외에 나머지 모든 재판에서 패소하는 동안 학생들은 정당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찾기 위한 집회를 이어가고 이 투쟁을 지지하는 재일조선인,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들의 연대는 계속된다. 영화의 카메라 역시 연대의 표지처럼 각각의 현장, 집회뿐만 아니라 조선학교 문제와 관련된
[리뷰] ‘차별’, 영화 때문이 아니어도 지지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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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의 한 병실에서 구속복을 입은 모나(전종서)는 갑자기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이내 간호사가 들어오고 모나의 발톱을 정리해준다. 무시하는 말투로 모나를 대하던 간호사는 몸이 굳고 들고 있던 가위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른다. 이것은 그녀의 의지가 아닌 모나의 초능력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렇게 모나는 병원에서 탈출해 뉴올리언스로 향한다. 경찰 해롤드(크레이그 로빈슨)는 지명수배된 모나를 뒤쫓기 시작한다. 해롤드도 별수 없이 모나의 초능력에 상해를 입고 병원에 실려간다. 모나는 도망치는 와중에 싸움에 휘말린 댄서 보니(케이트 허드슨)를 도와주고 그녀와 함께 스트립 클럽으로 향한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붉은 달이 뜬 화려한 도시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영화는 모나의 탈출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모나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을 경험한다. 영화는
[리뷰]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유난히 붉은 달, 기묘한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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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으로 마주한 인생 최초의 영화. 부모와 나란히 앉아 관람한 <지상 최대의 쇼>는 새미(가브리엘 라벨)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그는 영화의 기차 추돌 신을 보며 받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상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재현하기에 이른다. 기차 모형 장난감이 충돌하도록 배치해 촬영하는 식으로 말이다. 새미가 완성한 영상을 보고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자기 식대로 세상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어린 아들의 의도를 헤아린다. 부모의 지지하에 동생들, 친구들과 영화 작업을 거듭하며 새미는 독자적으로 본인의 작법을 완성해간다. 직접 연출한 서부영화, 전쟁영화를 선보인 작은 상영회도 성공리에 마무리 짓는다.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익숙해진 새미는 아버지의 절친 베니(세스 로건)가 합류한 가족 여행을 카메라에 담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촬영본을 편집하던 중, 그는 필름에 기록된 가족의 비밀을 목도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파벨만스>를 자신의 “기억
[리뷰] ‘파벨만스’, ‘우리’의 상흔마저 포용하는 영화라는 소명, 영화라는 영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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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형제 피터와 라팡은 전설의 보물 ‘어둠의 햄스터’를 찾는 모험 도중에 강가에 버려져 있던 아기를 발견한다. 아기는 토끼 같은 외형을 지녔지만 머리 위엔 깃털 몇 가닥이 나 있고 보슬보슬한 토끼 발 대신 주름진 닭발을 하고 있다. 심성이 고운 피터는 아기에게 치킨래빗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아들로 삼는다. 훗날 왕이 된 피터의 밑에서 치킨래빗은 아버지와 같은 모험가의 삶을 꿈꾸며 자란다. 다만 남들과 다른 외형으로 인한 콤플렉스 탓에 호기로운 모험가가 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라팡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계략을 세운다. 치킨래빗은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라팡을 쫓는 여행을 떠나고 베테랑 모험가인 스컹크 메그와 친구가 된다. 그리고 메그의 조언에 따라 본인의 외형적 다름을 강점으로 바꾸면서 진정한 모험가로 거듭난다.
모험, 우정, 성장. 이러한 개념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시대 불문의 덕목이었다면 작금에 더해진 소양은 다름에 대한 올바른 인지 능력일 테다. 영화는 주인공이 닭
[리뷰] ‘치킨래빗: 잃어버린 보물을 찾아서’, 차별의 시대가 낳은 ‘혼종’의 ‘라이온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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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을 갚지 않아 교도소에 수감됐던 라힘(아미르 자디디)이 어느 날 귀휴를 얻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라힘은 일부나마 돈을 갚고 채권자에게 석방을 요청하려 한다. 그의 애인 파르크혼데(사하르 골두스트)가 우연히 은행에서 주인 없는 핸드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꽤 많은 양의 금화가 들어 있었고, 두 사람은 그 금화를 팔아 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금값이 떨어져 생각한 만큼 돈을 구하지 못하고, 채권자 바람(모센 타나벤데)은 빚의 일부를 변제하는 것으로 라힘을 석방시켜줄 생각이 없다. 일이 그렇게 되자 라힘은 계획을 포기하고 핸드백의 주인을 찾아주기로 한다. 파르크혼데가 핸드백을 주운 은행에 분실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 뒤에 그는 교도소로 돌아간다. 영화는 핸드백의 주인이 나타나면서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라힘의 의도하지 않은, 하지만 완전히 의도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는 선행이 교도소 외부로 알려진다. 그는
[리뷰] ‘어떤 영웅’, 거짓말쟁이 영웅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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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렌스(제라드 버틀러)는 트레일블레이저 항공의 기장이다. 딸을 만나러 하와이로 향하겠다 약속한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비행에 나섰다. 문제는 악천후다. 승객이 적으니 가장 짧은 노선으로 이동해달라는 항공사의 요구에 비행 노선이 폭풍 위로 가로지르게 된 것이다. 결국 기체에 번개가 내리치며 항공 전자 시스템이 다운된다. 토렌스와 부기장 델레(요손 안)는 수동 운전으로 전환한 후 비상착륙을 시도해 필리핀 서부 어딘가의 육지에 안착하는 데까지는 성공한다. 그러나 비행기가 착륙한 지역이 필리핀 정부의 관리가 미치지 않는 분리주의자의 점령지라는 점과 기내에 동승했던 살인 용의자의 존재는 토렌스를 고민에 빠뜨린다. 분리주의자들이 승객을 인질 삼아 몸값을 요구하는 사이 토렌스는 승객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분투한다.
<플레인>은 액션 스릴러의 문법을 충실히 구사한다. 인재로 발생한 위기 상황을 타개해가는 히어로. 가족을 사랑하고, 불의에 저항하며, 직업윤리 의식이 투철
[리뷰] ‘플레인’, 클래식을 넘어 과거에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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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태우는 거대한 불길도 작은 불씨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다툼을 집요하게 쫓는다. 파우릭(콜린 패럴)은 동네에서 무시를 당하지만 일과를 마치고 친구들과 바에서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일상에 나름 만족 중이다. 어느 날 절친이라 믿었던 콜름(브렌던 글리슨)이 절교를 선언하며 파우릭의 평화도 부서진다. 콜름은 더이상 시시껄렁한 대화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며 창작을 위해 파우릭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한다. 콜름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파우릭은 그의 삶에 개입하고자 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이를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콜름은 극단적인 협박과 함께 끔찍한 행동을 벌인다.
<이니셰린의 밴시>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통찰과 은유가 빛나는 블랙코미디다. 아일랜드 내전의 역사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도 있지만 근본은 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부조리극에 가깝다. <쓰리 빌보드>가 딸의 살해범
[리뷰] ‘이니셰린의 밴시’, 날카로우면서도 우아하고 따뜻하면서도 쓸쓸하여 마침내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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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애셔 에인절/재커리 리바이)는 <샤잠!>에서 우연한 계기로 슈퍼맨과 대등한 초능력을 얻은 10대 소년이다. 전편에서 심각한 일들을 겪었음에도 빌리는 아직 스스로의 매력에 심취해 있다. 그래서 매일 초능력을 나눠 가진 다섯명의 친구들과 함께 ‘샤잠!’이라는 주문을 외쳐 어른의 몸을 가진 영웅으로 변신한 뒤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구한다. 그러곤 미디어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그들의 일과다. 그런 빌리와 친구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감히 신의 힘을 훔쳐간 인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아틀라스의 딸들이 벌을 내리기 위해 인간 세계로 내려온 것이다. 강력한 신체 능력을 지녔으나 정신은 아직 청소년에 불과한 샤잠들은 분노한 신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이에 과거 빌리에게 능력을 전수했던 마법사(자이먼 운수)가 샤잠과 합류해 상황을 수습하기에 나선다.
<샤잠! 신들의 분노>는 DC 확장 유니버스 <샤잠!>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로, 다비드 F. 산드베리
[리뷰] ‘샤잠! 신들의 분노’, 매력 없는 영웅과 줏대 없는 빌런. 누가 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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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소(김다미)는 한 갤러리로부터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는다. 익명의 작가가 미소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작가의 메일 주소를 구글링한 끝에 그 작가와 미소가 막역한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 관계자는 미소에게 자초지종을 묻지만, 미소는 계속해서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다. 그날 밤 생각에 잠긴 미소는 인터넷에서 그 친구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친구의 이름은 하은. 미소는 16년 전인 1998년 여름, 전학을 갔던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하은(전소니)을 떠올린다.
알 수 없는 깊은 사연을 암시하며 시작되는 <소울메이트>는, 그 후로 하은의 블로그에 기록된 날짜를 미소가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중 둘의 관계에 서사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은, 고등학생 시절 하은이 첫사랑인 진우(변우석)와 시작한 연애다. 역시 혼란한 시기를 겪고 있던 진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소와 하은 사이를 헤집어놓는다. 그로 인해 애초부
[리뷰] ‘소울메이트’, 미숙해도 같이 그려나간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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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크리스틴 쿠이)은 숲속에서 혼자 곤충채집 중이다. 멀리서 한 낯선 인물이 다가온다. 그의 이름은 레너드(데이브 바티스타). 그는 웬의 가족과 친구가 되려고 왔다고 말한다. 또 멀리서 연장을 든 3명의 수상한 자들이 다가온다. 레너드는 웬에게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겁에 질린 웬은 두 아빠 에릭(조너선 그로프)과 앤드류(벤 알드리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낯선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강제로 집 안으로 침입한다. 이들은 세상에 닥칠 재앙을 막기 위해선 가족 중 한명이 희생해야 한다고 전한다.
<똑똑똑>은 반전 스릴러의 대명사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2019년 미국 공포 작가 협회의 브램 스토커 소설상을 수상한 폴 G. 트렘블레이 작가의 <세상 끝의 오두막>이란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에 관한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 ‘묵시록의 4기사’를 차용한 4명의 낯선 자들은 여느
[리뷰] ‘똑똑똑’, 우연과 운명 사이에서 진동하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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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연희(정아미)가 치매에 걸리면서 유명 국악인으로 활동하던 동혁(선동혁)의 사회생활에 제동이 걸린다. 날이 갈수록 증세가 심각해지는 연희의 모습에 동혁의 일상과 마음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결혼한 딸과 의사인 사위에게 의지하거나, 요양병원에 연희를 입원시켜보기도 하지만 결국 연희의 곁을 지키는 이는 동혁이다. 폭력성이 증가한 탓에 누구도 돌보기 어려워하는 연희를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 동혁밖에 없어서다. 홀로 연희를 돌보던 동혁은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그는 문득 떠올린다. 치매 초기 단계일 때 연희가 당부했던 말. 예쁜 기억만 갖고 꽃처럼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던 목소리가 동혁을 맴돈다.
영화는 <학생부군신위>가 떠오르는 장례식 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친척들은 술에 취해 싸우고, 동네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게 뛰놀고, 바삐 요리하는 여성들과 큰소리로 노래 부르는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오프닝 시퀀스는 <그대 어이가리>의 메시지를 관통한다
[리뷰] ‘그대 어이가리’, 익숙한 내러티브를 소리로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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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시카고. 이제 막 임신 3개월차에 들어선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자신이 심근병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칫하면 울혈성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 그의 담당 의사도 유일한 치료법으로 임신 중절을 강력히 권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낙태를 금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성으로만 구성된 임신 중절 수술 위원회는 그에게 반대표만 몰아준다. 암시장의 수혜라도 받아볼까 싶지만 그것도 영 쉽지가 않다. 그러던 중, 비를 피하려 멈춘 표지판 앞에서 묘한 광고 벽보를 발견한다. “임신으로 불안하신가요? 제인에게 전화해보세요.”
결국 조이는 낯선 이들의 호의를 통해 임신 중절 수술을 받는 데 성공하지만, 정작 ‘콜 제인’의 구성원들에게 선을 긋는다. 이곳을 찾은 절실함이 똑같아도 미혼 여성일 경우 자신과 다른 취급을 하며 비난의 말을 얹기도 한다. 그때 콜 제인을 운영해나가는 버지니아(시고니 위버)가 말한다. “우리는 도울 뿐이에요. 질문은 하지 않아요.”
[리뷰] ‘콜 제인’, 1968년과 2023년. 이다지도 변함없는 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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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출신 유학생 라우라(세이디 하를라)는 모스크바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대학의 문학 교수이자 연인인 이리나(디나라 드루카로바)와 함께 1만년 전에 새겨진 암각화를 보러 무르만스크로의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이리나가 돌연 여행을 취소하고, 라우라는 혼자 무르만스크행 기차에 오른다. 그렇게 하여 그는 2등석 객실 6번 칸에서 긴 여행을 함께해야 하는 광산 노동자 료하(유리 보리소프)와 마주치게 된다. 료하는 열차가 출발하는 순간부터 술을 들이붓고는 취한 채로, 외국인이며 여성인 라우라에게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무례하게 행동한다. 견딜 수 없었던 라우라는 객실을 옮겨보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하지만 기차가 종점인 무르만스크에 도착하기까지 세번의 밤이 지나는 동안, 영화는 국적, 성별, 계급, 성적 지향에서까지 서로 융화되기 어려운 두 사람이 끝내 마주하도록 만든다. 서로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라우라와 료하는 그럼에도 타인에게 닿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이다
[리뷰] ‘6번 칸’, 우정과 영화는 탈선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