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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욕구는 자주 부모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시도로 발현한다. 감독 또한 유년 시절 아버지로 인해 겪은 혼란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으로 아버지를 관찰하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밝힌다. 감독의 아버지이자 30여년간 물방울만 그려온 이른바 ‘물방울 작가’로 알려진 김창열 화백은, 감독의 말처럼 산타클로스보다 스핑크스에 어울리는 불가해한 존재였다. 어린 자식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여느 부모와 달리 감독의 아버지는 달마 대사에 관한 잔혹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잊지 못할 단 한번의 폭력을 행사한 일이 있으며, 말년에는 대개 침묵으로 일관해 답답함을 자아냈다. 또 노자나 도덕경에 심취한 채 구도자연하면서도 세상이 주는 환대와 혜택을 거부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애증과 온갖 의문을 품은 채 찬찬히 아버지를 탐구해 들어가던 감독은 아버지의 작품 세계와 행동의 이면에는 일제 식민지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근현대사의 아픔이 서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영화는
[리뷰] 좌절된 내면이 삼라만상을 품은 물방울로 승화하는 경이,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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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결과가 나오는 날, 병원에 늦게 도착한 세연(염정아)을 대신해 남편 진봉(류승룡)이 의사와 대면한다. 담당 의사는 세연의 건강이 좋지 않고,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진봉은 큰 충격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세연에게 매몰차게 구는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 가족의 뒷바라지에 몰두하던 세연은 잠시 책임감을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찬찬히 되돌아본다. 그리고 가장 찬란했던 시절, 아름다운 첫사랑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세연의 말에 진봉은 마지못해 같이 여행길에 오른다. 과연 ‘박정우’라는 이름 석자만으로 세연의 ‘정우 선배’를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연과 진봉 부부의 여정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스플릿> <국가부도의 날>의 최국희 감독이 처음으로 뮤지컬 장르에 도전했으며 배우 류승룡, 염정아가 진봉과 세연의 중년, 그리고 20대 시절을
[리뷰] 조현나 기자의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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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자들을 한국으로 송환시키기 위해 경찰청은 5만8천t에 달하는 벌크선 프론티어 타이탄호를 호송 선박으로 지정한다. 이 선박의 도착지인 부산항에서 오대웅(성동일)이 이끄는 중앙 해양 특수구조팀은 범죄자 호송선의 모든 보안 및 관제 업무를 전담한다. 한편 선박 안에서 일급살인 인터폴 수배자 박종두(서인국)가 치아 교정기를 이용해 수갑을 풀고 반란을 일으킨다.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고 선박을 탈취한 종두 일당은 경찰과 대치하기에 이른다. 그 순간 ‘알파’라는 존재가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늑대사냥>은 범죄자 호송 선박 내 반란을 기점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생존 게임을 그린 서바이벌 액션 영화다.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표현의 수위가 높다. 특히 살인 장면이 가감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살인이 벌어지기 전까지의 긴장감은 없다. 이유는 모든 캐릭터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금이 저려야 할 살인 장면이 반복되면서 피곤함만 더
[리뷰] 오금이 저려야 하는데 피곤함이 몰려오는 피칠갑의 향연, '늑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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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와 ‘코카콜라’를 훌쩍 뛰어넘는 솔직 발언으로 ‘국민 수류탄’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전직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낙선한 뒤 고향 강원도에서 재기의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과거 내부 총질을 했던 경력으로 여의도에선 더이상 상숙을 찾지 않지만 상숙은 아직 정계 복귀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한편 상숙의 보좌관이었던 희철(김무열) 역시 직업을 잃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남편 만식(윤경호) 또한 여전히 백수지만 내조를 이어간다.
<정직한 후보2>의 이야기는 그런 상숙이 갑자기 강원 도지사에 당선되는 것으로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상숙이 물에 빠진 트럭 운전사를 직접 구조했던 일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 그 계기다. 도정을 맡은 상숙은 특유의 실행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높은 지지율을 얻지만 재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초심을 잃고 보여주기식 행정과 거짓말을 일삼다 결국 1편에 이어 다시 한번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는 하늘의 벌을 받게
[리뷰] 배우들의 매력만으로는 재선이 힘들어 보인다, '정직한 후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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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하는가. 네편의 단편영화를 묶어낸 옴니버스영화 <기기묘묘>는 기시감이 드는 상황에서 감각되는 공포를 담아낸다.
<불모지>는 농촌의 토지 재개발을 둘러싸고 한 남성의 자살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암댁은 남성의 죽음으로 그의 아내인 화천댁이 상심했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화천댁 남편의 죽음에 자신의 남편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랜 기간 ‘흙 질’만을 해오던 서암댁의 일상은 돌이킬 수 없게 변화한다.
<유산>은 어머니가 딸에게 남긴 한채의 주택에서 일어나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섬뜩하게 다룬다. 올가미 같은 어머니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딸의 두려움이 질식의 공포를 유발한다.
한편 <청년은 살았다>는 척박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자리 잡은 한 청년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다. 우연히 얻게 된 의문의 자루와 그에 얽힌 사연은 청년의 별 볼 일 없던 나날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불안
[리뷰] 일상의 균열을 파고드는 현재적인 불안, '기기묘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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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공부는 물론 노래까지 잘하는 전학생 시온은 첫날부터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쾌활한 성격과 남다른 친화력으로 인기를 한몸에 차지한 시온의 정체는 테스트 중인 AI 로봇으로 5일간 정체를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미션을 수행 중이다. 한편 시온과 같은 반인 외톨이 소녀 사토미는 시온이 엄마가 수년간 연구해온 AI란 사실을 알게 된다. 사토미는 시온의 정체를 알게 된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수습해보려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각자의 상처를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 행복을 노래하는 시온.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고 아이들은 예상 밖의 상황 앞에서 각자의 선택을 한다.
<이브의 시간>(2010), <거꾸로 된 파테마>(2014)의 요시우라 야스히로 감독이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요시우라 야스히로는 한때 신카이 마코토가 그랬던 것처럼 1인 작업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왔으며 이번 작품 역시 각본, 콘티, 연출까지 도맡았다. 다만 이번엔 제작사 J.C. STAFF
[리뷰] 기본에 충실한 이야기의 힘, 반전의 상상력, 재패니메이션의 저력, '아이의 노랫소리를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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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트리쉬(루이즈 롬바드)의 재혼 결혼식에서 자신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하딘(히어로 파인스 티핀)은 괴로워한다. 그는 연인 테사(조세핀 랭퍼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홧김에 방화를 저지른다. 한편 오랜 기간 테사와 떨어져 지내던 그녀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며 테사의 삶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좀처럼 삶의 활로를 찾지 못하는 테사는 병원에서 자신의 몸이 임신이 어려운 상태임을 알게 된다. 자신과 하딘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지친 테사는 하딘과의 이별을 택하고 뉴욕행에 오른다. 한편 하딘은 중독 치료 모임에서 자신의 일기를 낭독하게 되고 우연히 기회가 닿아 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 <그 후>를 출간해 인기를 얻는다. 테사는 소설의 내용이 둘의 지난한 연애사임을 알게 된다.
<애프터: 에버 해피>는 2019년부터 이어 개봉한 <애프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며,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 연재되었던 애나 토드의 동명
[리뷰] 당신과의 연애를 창작의 소재로 쓰는 남자는 피하세요, '애프터: 에버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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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이 필요한 형제에게 한번에 5천만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돈이 숨겨져 있는 곳은 ‘썬더버드’라는 독특한 이름이 새겨진 아우디 A4. 문제는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태민(이명로)이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전당포에서 500만원을 받고 자동차 열쇠를 맡겼다는 것이다. 택시 운전을 하며 근근이 버텨가는 태균(서현우)은전당포를 털어 열쇠만 찾으면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생이 썩 미덥지 않다. 하지만 태민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아야 자신의 빚도 갚을 수 있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동생의 작전에 함께하게 된다.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하고 강원도 정선에 발이 묶여버린 태균에게도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태민의 여자 친구이자 카지노 딜러로 일한 경험이 있는 미영(이설)은 겉보기에 딱히 돈이 필요하진 않지만 썬더버드 찾기에 기꺼이 함께한다.
영화를 연출한 이재원 감독은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 사북읍 지역에 관한 기사를 읽고 <썬더버드>의 시나
[리뷰] 서현우, 누아르도 가능한 배우, '썬더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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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변신 설화의 모티프를 안고서 <프린세스 아야>는 판타지 뮤지컬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연리지 왕국의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동물로 변해버리는 피를 갖고 태어나는데, 이는 인간의 파괴 행위로 위협받게 된 동물들의 원한 때문이다. 저주에 걸린 아이들은 처음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만 변신이 반복될수록 어느새 몸의 일부가 동물인 채로 살아가게 된다. 연리지의 공주 아야(백아연)의 운명도 예외는 아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적국과의 정략결혼을 결심한 아야에겐 바타르의 왕자 바리(박진영)와 변화하는 자신의 몸을 동시에 알아가는 탐색의 시간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닥쳐온 전쟁의 음모, 자주 되풀이되는 변신의 굴레 속에서 영화는 공주와 왕자의 관계를 풋풋한 10대의 우정 혹은 로맨스로 맑게 채색한다.
서로 다른 나무가 한 그루로 합쳐진 모습을 의미하는 ‘연리지’라는 이름처럼 <프린세스 아야>에서는 사람과 동물, 아군과 적군이 금세 접합을 이룬다. 방심하면 양손
[리뷰] 이상한 나, 낯선 타인을 끌어안는 노래, '프린세스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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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지는 밤>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버스를 타고 막 무주에 도착한 해숙(김금순)의 행적을 따라간다. 꾀죄죄한 차림새로 음산한 소리를 중얼거리는 해숙의 정체는 묘연하다. 해숙은 한 폐가에 도착하고, 머지않아 그 폐허가 해숙과 죽은 딸 영선(안소희)이 살던 집이며 해숙이 무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해숙이 혼령을 부르는 의식을 치르자 집 어딘가에 고여 있던 영선의 유령이 나타난다. 해숙과 영선은 무당과 유령이라는 경계의 존재들로서, 미처 애도되지 못한 상실처럼 폐허 속에 잔존하며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영역을 내보인다.
1부에서 무주가 죽음과 삶을 매개하는 초현실의 시공간이었다면, 2부의 무주는 떠남과 돌아옴이 분주히 교차하는 마을 공동체다. 그 중심에는 민재(강진아)가 있다. 민재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무주로 돌아와 혼자가 된 엄마와 함께 살며 담담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비롯한 어떤 ‘떠남’들이 일상에 숨길 수 없는 자국을 남긴다.
[리뷰] 유령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현상된다는 것, '달이 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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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와 생명 존중.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친숙한 국민 동화 <엄마 까투리>의 이야기는 두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 까투리 가족>은 고 권정생 작가의 동화를 원작으로 탄생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동안 단편애니메이션은 물론 EBS TV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세계관을 확장해온 <엄마 까투리>는 극장판이라는 무대에서 다시금 날갯짓을 시도한다.
이번 극장판에서는 무분별한 개발로 보금자리를 잃어가는 숲속 동물들이 도시로 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엄마 까투리와 귀염둥이 4남매는 아파트 개발로 숲이 위험해지자 이사를 결심한다.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가야만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쥐돌이 가족의 도움을 받지만 길냥이들의 위협 속에 결국 아이들과 헤어진다.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한 여정 속에서 모성애는 가족의 사랑으로 확대되고, 도시로 무대를 옮긴 덕분에 생명 존중은 자연에 대한 소중함으로 퍼져나간다. 특히 TV시리즈 연
[리뷰] 가족, 생명, 사랑. 검증된 원작의 안전한 확장, '극장판 엄마 까투리: 도시로 간까투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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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기버러라는 도시에 살며 고아로 떠돌고 있는 필은 성의 경비 그로바트를 골탕먹이며 일상을 보낸다. 왕자의 대관식 날, 필은 왕자를 독살하고 왕위를 차지하려던 트리스탄의 계략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나 독살 약이 잘못되어 왕자는 절반은 닭, 절반은 고양이인 동물로 변해버리고, 필은 왕자의 마법을 풀어주는 것을 도와주는 대가로 왕이 숨겨놓은 보물을 갖기로 약속한다. 그로바트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공주로 변장한 필, 그리고 귀족들을 비꼬는 농담밖에 할 줄 모르는 광대 지글러까지 합세해 공주 구하기가 아닌 왕자 구하기의 여정을 떠난다.
<어쩌다 공주, 닭냥이 왕자를 부탁해!>는 지극히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왕정의 이상향을 그린다. 다름 아닌 복지와 선민의식이다. 고결함은 계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는 전체관람가다운 교훈과 더불어, 영화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귀족 계급을 향한 풍자는 프랑스 애니메이션답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는 짜임새가 꽤 탄탄하며 유
[리뷰] 적당하고 탄탄하게 짜인 계급 반란의 모험담, '어쩌다 공주, 닭냥이 왕자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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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가수 블레이즈 폴리(벤 딕키)는 배우 지망생 시빌(에일리아 쇼캣)과 꿈같은 사랑에 빠진다. 이후 둘은 외딴 오두막에서 평생 이어질 것만 같은 오붓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더 큰 무대를 독려하는 시빌의 선의가 외려 블레이즈에게 독이 된다. 그가 시빌의 곁을 떠나 불안정한 타지 생활을 이어가던 중 성공을 눈앞에 두고 좌절하고 그녀와도 헤어지게 되면서다. 불우했던 과거로 인해 종종 나타나는 폭력성과 기행, 음주는 점차 그의 따스한 천성마저 침식한다.
실존 인물 블레이즈 폴리의 전기영화다. 작고한 블레이즈를 회고하는 동료 뮤지션들의 인터뷰를 매개로 그가 시빌과 사랑을 만끽하던 시간, 사망하기 전의 마지막 공연 모습 등 여러 시점의 상황이 교차로 펼쳐진다. 블레이즈의 삶을 단선적인 서사로 규정하지 않되 그의 매력적인 태와 풍모, 감정적 격동, 유머러스한 대화, 솔직했던 노래를 입체적으로 현시하기 위해서다. 감독 에단 호크가 실제 블레이즈의 연인이었던 시빌 로젠과 협
[리뷰] 사랑하는 뮤지션의 노래를 가장 예의 있게 되살리는 방식, '블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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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른 속도로 흐른다. 특히 학창 시절 시간의 밀도가 달라 시작점은 같아 보여도 미세한 떨림 끝에 몇 걸음만 지나도 어느새 저만큼 멀어져 있기 마련이다. <성적표의 김민영>은 대입 수능이라는 갈림길을 지나온 친구들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서로의 거리를 재어보는 이야기다. 민영(윤아정), 정희(김주아), 수산나(손다현)는 고3 시기를 같이 지낸 삼총사다.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고 삼행시 클럽을 만들어 즐겼던 그들은 각기 다른 길을 걷는다. 정희는 동네 테니스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민영은 대학에 입학했고 수산나는 외국에서 공부를 한다.
어느 날 민영이 정희를 초대하고 즐거운 시간도 잠시,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서로 어색함과 거리감을 느낀다. 영화는 그 미묘한 거리감을 조심스럽게 재어보려 시도한다. 요란한 사건이나 직설적인 대사 없이, 계속해서 어긋나는 상황들이 포개어 나간 끝에 설명되지 않는 것을 공감시킨다. 별것 아니라고 덮어놓았던 진심, 어색
[리뷰] 송경원 기자의 '성적표의 김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