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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흥행이 잇따르지 않아서 아쉬운 작품이 있다면 기대에 부흥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내는 작품들도 있다. <파스타><질투의 화신>의 서숙향 작가와 이민호, 공효진, 오정세의 화학작용을 기대했던 <별들에게 물어봐>는 제작비 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우주 SF를 표방하며 대중적 기대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하지만 결과는 냉랭했다. 2020년대 이후 tvN 토일 드라마 중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고 시청률 또한 4%를 넘지 못했다(tvN 토일 드라마 중 처음으로 1%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로맨틱코미디의 메인 타깃이 2030 여성 시청자인 것을 감안할 때 무중력상태에서 찌그러진 정자를 펼쳐서라도 인공수정을 해내야 한다는 과업은 2025년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너무 구시대적이었다. 장르물 팬덤의 약화, OTT로 인한 고정 시청층 분산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지만 사실 모두 궁색한 이유다. 같은 시기에 더 작은 예산으로
[특집] 올해의 워스트 - <별들에게 물어봐> <북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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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과 화제성, 언급량과 트렌드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작품들이 있다. 한해 동안 눈에 띄게 흥행 주역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정성평가적 측면으로 들여다볼 때 숫자 뒤편에 가리워진 아쉬운 작품을 끄집어내고자 한다. 이를테면 묵묵하게 내부 세계를 공고히 키워온 작품들, 시대정신과 화합하며 대중의 결핍과 욕망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시리즈들. 송현주·장인정 극본, 김혜영·최하나 연출의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그렇다. 4년 전 죽은 첫사랑 람우(공명)가 저승사자가 되어 희완(김민하)의 죽을 날짜를 고지해주는 이야기는 “하이틴 로맨스의 골격 위에 저승사자와의 동행이라는 오싹한 판타지를 곁들인 결과물”(남선우)로서 밀도 높은 뭉클함을 선사한다. 갑작스러웠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인가. 람우가 간직한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드라마는 홀로 남겨진 희완에게 외롭지만 고독하게 생의 의지를 쥐어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생의 의지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아름다운 계절성을
[특집] 올해의 발굴 - <내가 죽기 일주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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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에는 25년차 대기업 세일즈맨의 새옹지마를 다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올랐다. “처음에는 또 하나의 부동산·세태 드라마처럼 보이나 한국 드라마에서 하기 어려운 성취를 보여줬다. 시대성을 생생히 반영하면서도 자기 성찰이라는 요소를 오만하지 않게 제시하며”(박현주) 작품을 끝까지 본 시청자에게 반전의 호감을 선사했다. 김 부장 역의 류승룡에 대한 호감은 작품에 대한 만족도로 이어졌다. “류승룡은 밉상이다가도 이내 짠해지고, 이기적이면서도 끝까지 모질지 못한 온건한 속물 캐릭터를 자신만의 완급과 리듬으로”(유선주) 구현해냈다. “대리부터 임원까지, 사무직·영업직·공장직 등 다양한 회사원들의 입장을 그려”(조현나) 공감대를 넓혔으며 정재형 음악감독의 풍부한 음악이 정서적 몰입을 견인했다.
7위에 오른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실의에 빠진 여자 앞에 고등학생 시절 죽은 첫사랑이 저승사자로 나타나는 판타지 로맨스다. 연이은 사회적
[특집] 올해의 시리즈 6~10위 - 익숙하지만 한끗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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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서울>에 이어 가장 많이 득표한 시리즈는 <은중과 상연>이다. 평자들은 이 15부작의 밀도 높은 캐릭터 조형에 상찬을 보냈다. “가볍고 전형적이어서 대중의 공감을 사기 쉬운 인물들을 그려내는 것을 대중 드라마의 미덕으로 여기는 시기에, 그보다는 좀더 콤플렉스한 인물을 구축함으로써 미묘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낸 기술”(박현주)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조영민 감독과 송혜진 작가의 시너지가 빚어낸 결과라는 진단을 비롯해 배우 김고은과 박지현의 열연도 거듭 거론되었다. 결말에 관한 호평도 많았다. 이 작품은 “끝내 ‘완전한 이해’가 아닌 ‘불완전한 받아들임’에 도달하는 과정을 일관성 있게 풀어낸”(오수경) 덕분에 “드라마란 시간의 적층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이유채)하게 했다.
3위 <폭싹 속았수다>는 “전 연령, 전 세대를 통합”(김송희)하는 “K드라마의 올 타임 스탠더드”(진명현)로서 박수받았다. “한국의 숨 가쁜
[특집] 올해의 시리즈 2~5위 - 시대와의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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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화합하는 이야기와 박보영의 재발견. 2025년 베스트 시리즈 1위는 tvN <미지의 서울>이 차지했다. <미지의 서울>은 “일란성쌍둥이의 ‘삶 교환’ 설정을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에 응축된 청년세대의 불안과 사회적 고립, 직장 내 괴롭힘과 정규직·비정규직간 불평등, 장애·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까지 복잡한 사정을 두루 헤아린 드라마”(오수경)다. 무엇보다 “사회 초년생, 성취 없는 인생을 살아온 중장년, 자기 자신으로 살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던 장애인과 소수자 모두를 응원하며 각자의 얼굴을 찬찬히 봐주는”(박현주) 방식의 위로가 시대적 상흔을 껴안는다. 각기 다른 약점을 투명하게 비추는 주변부 캐릭터들도 안정적인 균형을 이룬다. “<미지의 서울>은 서울과 지방, 비장애인과 장애인, 남성과 여성이라는 위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뒤, 그 위계 안에서 인물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탐구하며 ‘주변’의 세계를 넓히
[특집] 올해의 시리즈 1위 - <미지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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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스토리텔링의 저력이 다시금 도약하는 해였다.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웹툰·웹소설 IP를 응용한 시리즈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오리지널 창작 드라마가 활로를 넓히며 흥행 성적과 화제성을 모두 거머쥐었다. 실제로 올해 <씨네21> 베스트 리스트에 올린 시리즈 5위까지가 모두 오리지널 창작 시리즈고, 특히 1, 3위를 차지한 <미지의 서울>과 <폭싹 속았수다>가 각각 3월과 5월로 상반기에 방영된 것을 감안하면 오리지널 스토리의 여운이 하반기까지 묵직하게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올해는 22명의 영화평론가와 기자 그리고 TV비평가가 ‘시리즈’ 송년 베스트 설문에 참여했다. 선정 대상은 2024년 12월9일부터 2025년 12월8일까지 방영된 시리즈물로, 단막극도 포함했다. 해당 기간 내에 ‘마지막 회’가 방송됐느냐를 기준으로 삼았다(즉, 아직 종영하지 않은 <모범택시3>는 해당되지 않지만 2024년 11월30일부터 2025년 1월2
[특집] 2025 올해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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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성 10주년엔 멤버 4인의 전역 기념행사를 마련했고, 15주년엔 에세이와 DVD를 출간했다. 20주년엔 일본 간사이 지역 투어를 했고, 25주년엔 기념 음반을 출시했다. 30주년을 어떤 방식으로 기념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한경록 지난 30년간 인디펜던트 뮤지션으로서 여러 이벤트를 손수 기획해왔다. 또 인터넷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전부터 활동하다 보니 꽤 많은 아날로그 자료를 소장 중이다. 이 모든 걸 펼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지난 30년의 바이오그래피와 더불어 우리의 30년과 궤를 함께하는 홍대 인디의 역사, 그리고 세계의 지난 30년까지를 함께 돌아보는 자리다. 기타리스트 상면이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이 친구의 작품도 걸어두었다. 상면이 회화로 재해석한 크라잉넛을 보면 우리의 세계가 또 확장된다.
이상면 어디서 어떻게 전시를 열지 고민하던 중 상상마당도 개관 20주년을 맞이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상마당이 흔쾌히 99일간 대관을 해주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상상
[인터뷰] 나답게 자유롭게 재밌게! 결성 30주년을 맞이한 크라잉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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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펑크의 대표 주자, 대한민국 인디 신의 역사. 크라잉넛이 결성 30주년을 맞이했다. 벌써 그렇게 됐나 싶다면 이들의 노래와 동갑인 사건을 대응해보면 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말달리자>는 친구고,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해에 <밤이 깊었네>가 나왔다. <명동콜링>과 <룩셈부르크>또한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한다. 그리고 크라잉넛은 <씨네21>과 동갑이다. 창간 30주년의 마지막 잡지인 송년호 발간을 맞아, <씨네21>이 크라잉넛 데뷔 30주년 기념 전시 <말달리자>가 열리는 KT&G 상상마당(이하 상상마당)을 찾았다. 이곳에서 크라잉넛은 2026년 1월31일까지 전시 개최는 물론 합동공연, 큐레이션 공연, 갤러리 공연, 도슨트 이벤트 등 다양한 콘서트를 선후배 밴드들과 펼칠 예정이다. 김인수, 이상면, 이상혁, 박윤식, 한경록(생일 순)과 돌아본 크라잉넛과 인디음악의 지난 30년을 전한다. 이들은 종종 자신
[기획] 낭만으로 저항하라, 결성 30주년을 맞이한 크라잉넛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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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고헤이 감독은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에서 소개된 영화 <밤비 내리는 목소리>를 시작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다양한 영화로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17년 만에 정식 한국 개봉작을 갖게 된 그는 인터뷰 도중 자주 이마를 짚고 근심했다. 영화적 직관에 의해 의도적으로 비워둔 공백을 기자가 자꾸 메우려 드니 고민하는 듯 보였다. 이 경우 대개의 창작자들은 끝까지 작품의 비밀을 수호하고자 두루뭉술한 언어로 답을 뭉갠다. 한데 이가라시 고헤이는 숙고 끝에 영화에 여백을 남길 수밖에 없던 이유를, 덧셈보다 뺄셈이 필요했던 이유를 ‘전부 아니면 무’인 본인의 신념과 결부해 충실히 풀어낸다. 그는 늘 “그래 봤자 영화”라며 부담을 덜다가도 “그래도 영화”라며 연출의 무게를 통감한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슈퍼 해피 포에버>에 등장하는 모자, 담배 등 모든 오브제는 의미를 부여하자면 별것 아닌 동시에 별것이고, 영화 속 설명되지 않는 구멍 또한 그 자체로 영화의
[인터뷰] 반복에서 발견한 차이, <슈퍼 해피 포에버>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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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창으로 바다가 보이는 호텔. 흰 티셔츠를 걸친 사노(사노 히로키)와 전통복을 입은 미야타(미야타 요시노리)의 뒷모습이 보인다.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바닷가 이즈 지역으로 여행을 왔다.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매미 울음이 들려오는 여름날의 여행은 누구든 기분을 들뜨게 할 테지만, 사노는 무슨 이유인지 가라앉은 모습이다. 동행한 친구에게 말을 거는 법이 없고 무표정하기만 하다. 주인공을 닮은 카메라는 정적인 태도로 클로즈업을 자제하며 거리를 두고 인물을 담는데도 어느새 아슬아슬한 감정이 들게 한다. 홀로 바닷가를 걷던 사노는 우연히 만난 한 가족에게 불쑥 다가가 “빨간 모자, 아드님 건가요?”라며 무례하게 묻고, 아내 나기(야마모토 나이루)를 찾는 전화를 받고는 휴대전화를 바다에 던져버리기 때문이다.
<슈퍼 해피 포에버>는 사노의 알 수 없는 행동을 설명하길 미루며 관객의 궁금증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특히 그가 잃어버린 빨간 모자에 집착하는 모습은 처음엔 쉽사리 이
[기획] 담백한 형식에 스며든 젊은이들의 초상, <슈퍼 해피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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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여름날의 푸른 바다를 맘껏 볼 수 있는 영화가 도착했다.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의 신작 <슈퍼 해피 포에버>는 일본 이즈 지역을 거니는 여름 여행자들의 사진첩이자 상실에 대한 송가이고,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청춘들의 초상화다. 영화의 미니멀한 형식을 짚는 리뷰와 함께 영화 속 인물들처럼 <슈퍼 해피 포에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겐트영화제, 낭트3대륙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온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의 인터뷰를 여기에 띄운다.
*이어지는 글에서 <슈퍼 해피 포에버> 리뷰와 이가라시 고헤이 감독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미니멀리즘으로 그려낸 상실, <슈퍼 해피 포에버>가 전하는 청춘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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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3년 전 개봉한 영화를 보기 위해 이날, 이 시간, 이 동네를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마음의 여정을 거쳐 극장에 앉아 있을까. ‘필름 블렌딩 카페’ 상영 프로그램의 포문을연 <애프터 양>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2022년 당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인 아버지, 흑인 어머니, 그리고 입양된 아시아인 딸과 안드로이드 로봇 ‘양’(저스틴 H. 민)으로 구성된 가족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인간 존재와 맺는 관계, 그리고 함께 쌓아 올린 기억의 정체를 추적하며 인간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묻는다. 이 작품을 ‘나를 돌아보는 영화’로 추천한 송경원 <씨네21> 편집장이 모춘 무비랜드 극장주, 그리고 30명의 관객과 마주 앉았다. 유난히 아담한 극장 규모 덕분에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의 거리는 그 어느 GV 때보다도 가깝게 느껴졌다.
‘나를 돌아보
[기획] 영화의 풍미, <애프터 양> GV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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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들어 섰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성수동에서 시간이 멈춘 장소로 기억될 극장이 있다. 좁은 골목 안쪽에 겸손하지만 단단하게 자리 잡은 단관 극장 무비랜드다. 3층짜리 아담한 건물, 30석 규모의 상영관을 갖춘 이곳이 2025년의 끝자락, 영화관이자 카페가 되어 관객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지난 12월13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필름 블렌딩 카페’는 동서식품의 커피 브랜드 ‘카누’와 협업해 완성된 공간이다. 카누는 커피 한잔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삶의 여백을 만들고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과 맞닿아 있음을 이야기해온 브랜드다. 짐 자무시의 영화 <커피와 담배>(2003) 속 풍경이 그러하듯, 커피가 채워진 잔과 테이블, 그리고 마주 앉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지금, 이 특별한 카페의 테이블 맞은편에는 대화 상대 대신 한편의 영화가 놓여 있다.
카누와 무비랜드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는
[기획] 영화로 내리는 나만의 커피 블렌딩, 카누와 영화 필름 블렌딩 카페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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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적 사건 앞에서 영화는 무릇 당황했고, 민중의 카메라는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12·3 비상계엄은 애초부터 유튜브와 SNS를 통한 숏폼 영상이나 실시간 송출로 이미지화되어 시민에게 각인된 사건이다. 대다수 시민에게 자신이 직접 겪은 일련의 체험인 동시에, 이미 한 차례 미디어를 통해 영상화된 재현의 추체험인 셈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 이후의 작업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다큐멘터리영화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계엄 사태를 현실과의 시차 없이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관객에게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고심 끝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성행한 다큐멘터리의 형식은 아주 간편하고 직관적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는 어려움에서 빠져나와, 사태 전후로 후끈 달아올라 있던 정치인 다큐멘터리의 골자를 택하며 편안한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불씨의 시발점은 2024년 이승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국전쟁>이었다.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는 <노
[특집] 편향과 권위를 관두는 법, 12·3 비상계엄 이후의 다큐멘터리가 가야 할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