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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0주년을 맞이한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는 50년간 서독제에서 상영된 모든 작품 중 총 100편의 독립영화를 선정했다. 영화 창작자, 연구자, 배급 관계자, 평론가 등 40명이 설문에 참여했으며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4명의 선정위원이 최종 100편을 리스트에 올렸다.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 독립영화 베스트 100선’(이하 독립영화 베스트 100선)은 이번 <씨네21> 지면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호명된 100개 영화와 해당 작품의 감독들은 시대별로 한국영화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거나 현재까지도 주목해야 할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독립영화 베스트 100선’은 서독제의 50년 역사를 훑을 기회이자 시기별 한국영화사의 변화를 일부 읽어낼 수 있는 좋은 사료가 되어줄 것이다.
‘그’ 감독들의 단편들
단편 50선, 장편 50선을 들여다보면 미세한 차이가 드러난다. 우선 단편 50선에는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폭넓게 영화들이
잊기 힘든 재능, 기억하게 되는 이름 - 서울독립영화제 50주년, 독립영화 베스트 100선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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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의 빛
정재훈 | 한국 | 2024년 | 147분 | 본선 장편경쟁
열댓명의 10대가 차례로 등장한다. 주변에서 조용하고 평범한 아이라고 불릴 만한 친구들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무척 시끄럽고 특별한 본모습을 가상 세계에서만 드러낸다. <에스퍼의 빛>은 가능성, 도전, 실험 같은 키워드들이 머릿속을 휘젓는 미래 영화다. 집과 학교, 교통수단을 오가는 한국 10대 청소년들의 단조로운 일상과 이들이 접속한 온라인의 무한한 세계를 교차한다. ‘괴력의 아이들’, ‘새벽의 파편’ , ‘기뇌국’이라는 판타지적인 3장 구성에서 청소년들은 원하는 성격과 능력, 생김새를 가진 캐릭터로 분해 가상의 대자연과 황무지, 미래 시티를 활개친다. 수험생도 어느 부모의 자식도 아닌 주체적인 방랑자이자 모험가로 그려지는 청소년이 굉장한 해방감을 준다. B급 장르영화의 투박한 분장과 소품, 어설픈 괴수가 키치적인 매력으로 작용한다. 비전문 배우들의 예측 불가능한 연기, 기승전결로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리뷰 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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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쑈 문명의 끝
박경근 | 한국 | 2024년 | 60분 | 개막작
2023년 9월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백현진쑈: 공개방송> 공연을 스크린을 통해 관람할 자리가 마련됐다. 그러나 <백현진쇼 문명의 끝>의 의의는 휘발성 강한 연극을 온전한 기록물의 형태로 남겨뒀다는 데에 한정되지 않는다. 영화는 공연 영상에, 연극 연출에 도전한 백현진의 고민, 배우들과 함께한 준비 과정과 같은 추가 촬영본을 더해 완성됐다. 문상훈, 장기하, 김선영, 김고은, 한예리 등 출연자들은 백현진의 디렉팅하에 토크쇼의 진행자이자 립싱크하는 가수, 독백을 읊는 이가 되어 연극무대에 오른다. 반복되는 모티브가 존재할지언정 내러티브와 같은 전형적 요소를 배제한 연극 <백현진쑈: 공개방송>과 영화 <백현진쑈 문명의 끝>의 실험적 연출은 분명 닮았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은 배우이자 화가, 가수, 연출가로서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삶을 살아온 백현진의 방향성과도 밀접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리뷰 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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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마지막 영화축제,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올해 영화제에서는 총 147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신인 및 기성 창작자의 작품 세계를 조명할 뿐만 아니라 영화제의 50년 역사를 조명하는 다채로운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11월28일부터 12월6일까지 9일간 개최되는 서독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준비했다. 먼저 개막작 <백현진쑈 문명의 끝>을 포함한 9편의 추천작 리뷰는 볼 작품을 선정하고 감상하는 데에 길잡이가 될 것이다. 서독제에서 상영된 모든 영화 중 설문을 통해 선정된 단편 50편, 장편 50편을 정리한 리스트인 ‘서독제 50주년, 독립영화 베스트 100선’을 <씨네21>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서독제가 창작자 육성을 위해 새로 시작한 멘토링 프로젝트 ‘CREATIVE LAB: 글로벌/지역 콘텐츠 및 중/저예산 영화 기획개발 프로그램’ 현장도 함께 전한다.
[기획] 서독제의 50주년을 축하하며,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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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대에서 과감히 생략한 이야기를 영화 <위키드>는 오래된 진실을 찾아 나선 탐험가처럼 보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포획해낸다. 영화 언어로 새롭게 태어난 <위키드>는 각본가 위니 홀즈먼,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의 깊은 애정과 고민으로 고유한 색깔을 선물받았다.
- 원작도 뮤지컬 작품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작품이다. 어떻게 영화 <위키드>만의 이야기를 구성하고자 했나.
- 위니 홀즈먼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스티븐 슈워츠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제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영화로 가장 보고 싶은 장면. 무대에 없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무엇인지, 영화라는 포맷 안에서 펼쳐질 수 있는 순간에 대해 정말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부에는 초록빛의 어린 여자아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엘파바의 어린 시절이다. 우리가 뮤지컬 무대를 구성할 때에도 이 파트를 넣는 것을 일찍이 의논한 적 있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 같
[인터뷰] “핑크랑 초록은 잘 어울려!”, <위키드> 각본가 위니 홀즈먼,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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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설계되었던 먼치킨랜드의 구조물은 어떻게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장면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글린다와 엘파바의 정서를 시각의 마술로 펼쳐낸 파블로 헬먼 VFX 슈퍼바이저가 직접 제작기를 들려주었다.
- 초반 글린다의 등장 장면부터 VFX의 비중이 높다. 자연스럽게 보이되 임팩트 강한 등장을 위해 어떤 점을 신경 썼나.
첫 장면을 정하는 것만으로 수개월이 걸렸다. 관객들이 글린다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지 않나. 영화 전체에서 작더라도 정말 중요한 장면이다. 사람들에게 글린다를 어떻게 보여줄지 존 추 감독과 오랫동안 논의했다. 명민한 스토리텔러로서 그는 글린다가 이야기에 천천히 스며들길 바랐다. 그래서 글린다가 멀리서부터 조금씩 먼치킨(<오즈의 마법사> 속 주민들을 일컫는 말)에게 다가오는 방식을 택했다. 인물을 처음 등장시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만약 임팩트를 우선했다면 카메라를 켜고 인물을 ‘짜잔!’ 하고 보여줄 수도 있지만 존 추 감독은 <위
[인터뷰] 상상하는 모든 것의 가장 마지막 자리, <위키드> 파블로 헬먼 VFX 슈퍼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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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는 배우 양자경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사이 거친 또 하나의 우주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오스카 레이스와 첫 뮤지컬영화 촬영을 병행한 그는 수상 소감에 배어 있던 자신의 기품을 순조롭게 이식한 듯한 새 캐릭터를 매만지고 있었던 셈이다.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건너온 마담 모리블의 자태는 과연 고상했다. 더 가까이서 마주볼 수 있게 된 그 눈은 재주를 과시하지 않고, 제자를 인정할 줄 안다. 모리블이 통치자의 신임을 받는 마법사이자 엘파바와 글린다가 우러러본 교수로서 무게감 있는 행보를 걸을 때 진즉 마음을 뺏겨서일까. 그가 미심쩍은 브레이크를 걸 때조차 이면을 해독하고 싶어진다. 그 주문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에 양자경은 거듭 동료들을 호명하며 연기에 필요한 재료들을 마련해준 데 고마움을 표했다. <위키드>의 감수성을 체화한 지 오래인 이 베테랑은 자신이 쉬즈 대학교의 학생들과 같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관
[인터뷰] 도전자의 아우라, <위키드> 배우 양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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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이 마침내 영화 <위키드>로 재탄생했다. 소설을 읽은 독자도, 원작 뮤지컬 팬도 영화를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정리했다.
마법의 세계, 영화만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위키드>의 제작자 마크 플랫은 뮤지컬 <위키드>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뮤지컬 팬들이 선호하는 요소들을 누락하지 않으면서도, 스크린을 통해 <위키드>의 장점을 강화하고 본래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첫째로 마크 플랫이 강조한 것은 “무대에서 불가능했던 원작의 수많은 요소들을 구현해내는 것”이었다. 가령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비눗방울로 형상화된 기구를 타고 이동하거나 엘파바(신시아 이리보)가 빗자루를 타고 날개를 얻은 원숭이들과 함께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것, 더불어 오즈를 가로지르는 장면 등 영화에서만 연출 가능한 장면들이 실제로 더욱 강화되었다.
상상 그 이상을 구현한다, 원작과의 차이점부터 의상, 노래까지 - 영화 <위키드>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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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오즈의 마법사> 팬픽. 소설에서 뮤지컬 그리고 영화로 확장된 <위키드>를 이렇게도 칭할 수 있을 것이다. 1900년 처음 출간된 L.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는 시대와 국가를 초월한 문화적 시금석이 됐다. 1939년 주디 갈런드 주연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킨 예술 작품에 영향을 미치며 100년 넘게 다양한 영역에서 오마주됐다. 1995년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은 <오즈의 마법사>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이었다. 원작에서 구체적인 서사가 등장하지 않았던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사정을 상상한 ‘안티히어로 오리진 스토리’로 세계관을 확장시킨 것이다. 이후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책은 2003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로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문화현상을 이끌었다. 2012년 말 개봉한 <레미
모범적으로, 매력적으로 - <오즈의 마법사>에서 출발한 <위키드>의 소설에서 뮤지컬로, 영화로의 여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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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1년의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동명의 뮤지컬 1막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위키드>가 공개됐다. 후속편은 1년 뒤에 개봉한다. 1900년 처음 출간한 <오즈의 마법사>에 뿌리를 둔 2차 창작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과 2003년 초연한 뮤지컬 <위키드>를 기반으로 100년 넘게 사랑받아온 스토리 IP의 세계관을 확장한다. 역대 실사 뮤지컬영화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취를 거둔 <위키드>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소설과 뮤지컬, 영화의 차이를 비롯한 트리비아를 정리한 기사는 <위키드>를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비하인드를 전해줄 것이다. 학교 총장 마담 모리블 역의 배우 양자경 인터뷰 및 각본가 위니 홀즈먼,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 파블로 헬먼 VFX 슈퍼바이저 등 스태프들의 인터뷰도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위키드> 특집이 계속됩니다.
[특집] 에메랄드시티에서 만나요!, <위키드> 뮤지컬에서 영화로, 무엇이 달라졌나 - 배우 양자경, 주요 스태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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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이 가득한 부산의 원도심
이바구길
아미동 일대
유엔공원 일대
화려한 불빛, 부산의 시티뷰
수영강 일대
마린시티
센텀시티
2000-2023 부산영상위원회 촬영 지원 완료작
[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주요 로케이션과 촬영 지원작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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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마이웨이> 청춘물은 부산의 낭만을 타고
2017년 5월부터 7월까지 방영한 KBS 월화 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대표적인 2010년대 청춘드라마다. 김지원, 박서준 배우의 로맨틱코미디 연기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방영 당시 동 시간대 1위를 꾸준히 지켰다. <동백꽃 필 무렵>을 쓰고 <폭싹 속았수다>의 공개를 앞둔 임상춘 작가가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쌈, 마이웨이>는 한 빌라의 이웃 사이인 20대 죽마고우 4인방의 인생 적응기다. 백화점 안내데스크 직원 애라(김지원)와 격투기 선수 동만(박서준)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혼을 생각 중인 6년차 커플 주만(안재홍)과 설희(송하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고단해도 절대 쓰려지지 않는 청춘들의 삶을 담아내고 응원하기 위해 제작진은 낭만과 열정의 도시 부산을 찾았다. 당시 로케이션을 책임졌던 이주호 제작 PD는 수많은 드라마 스틸 중
[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드라마’, <쌈, 마이웨이> 부산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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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만큼 장소를 사랑할 것
19살에 처음 발딛었던 영화제의 설렘을 기억하면서 때마다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내려오는 도시. 부산은 <D.P.>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한준희 감독이 자연스럽게 작품의 무대로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장소다. 지금은 사라진 순대국밥집의 추억부터 시즌1의 클라이맥스를 책임진 방공호의 비밀까지, 한준희 감독의 프레임에 담긴 <D.P.> 속 부산의 풍경을 소개한다.
- <D.P.>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부산 로케이션을 염두에 뒀다고. 이유가 궁금하다.
아무래도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매년 영화제에 갔고 활동가로도 일했으니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로케이션의 그림을 그릴 때 부산의 장소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부산에 가서 대본을 쓴다. 모든 작가가 그럴 텐데 글 쓰는 건 언제나 어렵고 힘들다. 스스로 돈과 시간을 들여서 부산까지 가서 글을 쓰겠다고 폼을 잡고 앉아 있어야 뭐라도
[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드라마’, 한준희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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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D.P.> 지역성과 낭만을 모두 담아
김보통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탈영병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의 여정을 따라가는 <D.P.> 시리즈의 정체성은 캐릭터와 호응하는 장소들에 있다. 군대 내 가혹행위에 연루된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들의 역학을 현실감 있게 재현하면서 추격과 도주의 장르적 긴장감, 버디무비의 감수성을 충실히 조화시킨 한준희 감독은 드라마의 진원지로서 로케이션이 갖는 힘을 잘 아는 연출자다. 탈영병을 쫓는 D.P.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을 필두로 동시대 청년의 얼굴을 한 생생한 캐릭터들이 활보했던 <D.P.>의 부산 촬영지를 돌아보았다. 작품의 살림을 책임진 김동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프로듀서, 심혈을 기울여 헌팅한 로케이션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현실감을 채워넣은 배준수 미술감독이 시즌1, 2의 기억을 회고했다.
준호와 호열 콤비가 부산에 도착해 시티버스를 탄다는 설정은, 이들이 도시의 이방인으로
[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드라마’, 부산 제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