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지’라는 말에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게 있다. 태고의 순수를 간직한 듯한 신비로움과 사람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완고함은 순연한 의미의 ‘정복욕’을 자극한다. 우주선을 띄우고 위성으로 전세계의 풍경을 방 안에서 지켜보는 세상이 됐어도 탐험가들의 극지 정복기가 주는 감동은 바래지 않는다. 사람을 거부하는 자연의 힘에 맞서 싸워 승리하는 탐험기는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남극일기>의 출발도 남극점이라는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사투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며 모습을 드러내야 할 ‘승리’의 고지는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진다. 영화 초반 순백으로 펼쳐졌던 광활한 설원은 뒤로 갈수록 좁은 병원 복도처럼 싸늘하게 푸른 기운을 드러내며 옥죄어 온다. <남극일기>는 이처럼 공간의 전형성을 뒤집으면서 기존의 탐험 드라마가 가는 길과 다른 고지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영화가 꽂는 깃발은 정복이나 승리가 아니라 엇나간 욕망, 또는 거대한 환상이다.
도달불능점. 남극대륙 해안에서
<남극일기> 남극, 그 차가운 밀실병동
-
지난 9~12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세계 60여개국 175개 문화단체 대표들이 모여 국제문화전문가단체 제4차 총회를 열었다. 제3차 유네스코 정부간 회의에 부쳐질 두 가지 종류의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협약안’(문화다양성 협약)에 대한 문화전문가단체들의 입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총회 첫날 회의장인 마드리드 크라운 호텔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흐르보야 흐르바르 크로아티아 영화감독협회 대표가 양기환 세계문화기구를위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등 한국 대표단을 향해 왼쪽 손목을 열렬히 흔들어 보인 것이다. 흐르보야의 손목에는 ‘노무현’이라는 한글이 선명한 일명 ‘노무현 시계’가 반짝이고 있었다. 몇몇 다른 해외 문화전문가들도 한국 대표단에게 같은 시계를 내보이며 각별한 환영인사를 건넸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렸던 국제문화전문가단체 제3차 총회 당시, 노 대통령이 세계 57개국 230여명의 문화전문가들을 영빈관 만찬에 초청해 선물한 시계였다.
[팝콘&콜라] ‘노무현 시계’ 와 문화다양성협약
-
영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문근영과 박건형은 빛났지만 배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나의 몫이 아니다. 이것은 ‘해석남녀’라는 칼럼이며, 나에게는 다만 영화 속 인물들의 성격과 욕망, 희망과 좌절, 혹은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들여다보는 일이 주어졌을 뿐이다.
열아홉 살의 연변 소녀 채린은, 댄스트레이너 영세를 ‘아즈바이’라고 부른다. 아즈바이. 정겹고 순박한 발음이다. 위장결혼까지 해가며 이들이 함께 사는 이유는 3개월 남은 경연대회의 준비 때문이다. 기본스텝도 밟을 줄 모르던 채린은 영세의 혹독한 훈련을 받아 진정한 댄서로 거듭난다. 그리고 이들은 점점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간다. 누구나 짐작 가능한 수순이다. 이들의 사랑 앞에 위기가 놓여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위기가 결국 극복되리라는 것도, 누구나 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채린은 영세의 옥탑방을 찾아간다. 옥탑방 문 앞에서 채린의 손은 차마 문고리를 잡아당기지 못하고 허공에서 주춤댄다. 문을 열거나, 열지
[정이현의 해석남녀] <댄서의 순정> 채린과 영세
-
제58회 칸 국제영화제가 닻을 올렸다. 5월 11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칸 영화제는 세계적 거장들의 신작들로 상영작 목록을 채워 다시 예술성의 세계로 귀환한 것이 주요 특징이다. 다양한 국적의 심사위원들도 눈길을 끄는 대목. 심사위원장 에밀 쿠스트리차를 필두로 배우 셀마 헤이엑, 오우삼 감독, 누벨바그의 어머니 아녜스 바르다 등 심사위원들의 국적과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막바지에 경쟁부문에 합류한 <극장전>이 이들로부터 호명되기를 기대해본다.
씨네21에서는 정한석, 박혜명 두명의 취재기자와 손홍주 사진팀장이 칸 현지에서 생생한 소식들을 전달할 예정이다. 칸에서 지금 막 도착한 손홍주 사진팀장의 개막식 현지 분위기 포토를 아래에 싣는다.
편집자 주
[칸 2005] 제58회 칸 영화제 개막식 화보 총정리
-
-
1977년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가 무려 28년이 지난 2005년, <스타워즈 에피소드3>(5월 26일 개봉)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마지막 시리즈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중심이 되는 중요 인물인 청년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의 검은 옷에 갇히게 되는 비밀의 열쇠가 풀리며, 포스의 균형을 회복할 레아 공주와 루크 남매가 탄생하지요.
무슨 얘기인지 복잡하다구요?
이런 분들을 위해 그동안 씨네21이 쌓아왔던 막강한 <스타워즈> 특집기사와 관련 최신 뉴스를 총정리했습니다. 국내 최고의 스타워즈 전문가가 들려주는 뒷얘기부터 연대기, 캐릭터, 공간, 기획기사까지 재미있고 수준 높은 스타워즈 관련 글을 만나보세요.
스타워즈 시리즈 전체 백과사전
연대기 사전 - <스타워즈> 6부작과 그 전후의 연대기
스타워즈 시리즈 사전 – 주요 캐릭터편
스타워즈 시리즈 사전 – 그밖의 캐릭터편
스타워즈
[특집] 스타워즈 궁극의 총정리 - 스타워즈 백과사전
-
2001년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후로 소식이 뜸했던 ‘컬트 거장’ 데이비드 린치의 신작이 윤곽을 드러냈다.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 대문자임. 이유는 밝히지 않았음)라는 제목의 이번 작품은 2년전부터 비밀리에 촬영됐다고 한다. 배우는 로라 던과 저스틴 테로(<멀홀랜드 드라이브>), 제레미 아이언스 등이 출연한다.
아직까지 이 영화의 정보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늘 수수께끼같은 영화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후 혼란에 빠뜨리는 감독 린치는 “이 영화는 곤경에 처한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이며, 미스터리물이다. 이게 내가 영화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전부다”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고 <버라이어티>가 전했다. 또 한가지 덧붙인다면,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 중이라는 사실. “내 홈페이지를 위해 처음 디지털 비디오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점차 이 기계를 사랑하게 됐다. 촬영과 후반작업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자
데이비드 린치 신작< 인랜드 엠파이어>
-
국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태극기 휘날리며>(불어 제목 FRERES DE SANG : TaeGukGi-혈육 형제)가 프랑스 전역 110개 극장에서 어제(5월 11일) 개봉됐다. UIP가 배급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국제적 배우 장쯔이가 출연했던 <무사> 다음으로 한국영화로는 최대 규모로 공개되었다. 장쯔이의 후광이 있었던 <무사>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순수 한국감독과 배우만 출연한 작품으로는 역대 최고인 셈.
사전 마케팅도 대규모로 진행됐다. 현재 프랑스 전역의 지하철, 버스 정류장 등 공공장소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포스터나 대형 광고판이 쉽게 눈에 띈다고. 현지 언론들의 반응도 뜨거워서 유력 일간지인 르 몽드뿐만 아니라 주요 영화 잡지, 방송 등이 지난 8일 파리로 출국한 강제규 감독과 직접 인터뷰를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프랑스 개봉을 시작으로 6월 10일에는 영국에서 선보이며
<태극기 휘날리며> 5월 11일 프랑스 전역에서 개봉
-
1974년은 피의 해였다. 1973년 크리스마스 이브로부터 시작된 <엑소시스트>가 호러영화로서는 최고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고, 공포소설의 황제 스티븐 킹이 처녀장편 <캐리>로 등단했으며, 웨스 크레이븐이 끔찍한 유사 스너프영화 <공포의 휴가길>을 내놓았다. 본격적인 살인과 악마의 향연이 일반 대중의 심장을 할퀴던 그해, 가장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몰고 왔던 작품은 토브 후퍼의 저예산 호러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이었다. 마치 할머니의 입으로 듣는 구전동화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젊은이들은 목가적인 시골을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상처입은 여행객을 만났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낡은 저택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곳에는 사람 을 먹는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14만달러의 제작비로 6주 만에 촬영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은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더 빠르고 잔인해진 전기톱,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
<그때 그 사람들>의 장기상영이 5월 12일 중앙시네마에서 종료된다. 제작사 MK픽쳐스는 온전히 복원된 <그때 그 사람들>이 극장에서 상영될수 있을 때까지 무기한 장기상영을 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3월 14일부터 서울의 중앙시네마를 대관하여 장기상영을 강행해왔다. 그러나 “4월 중순 비디오가 출시되었고 5월 중순에는 DVD가 나오는데다 극장대관 수익성의 악화로 일단 장기상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제작사는 밝혔다.
한편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 13부에서 진행중인 <그때 그 사람들> 관련 본안 소송은 지난 5월 2일 MK픽처스의 준비서면이 재판부에 접수 되었으며 MK픽쳐스는 “삭제된 3분 50초의 필름을 복원할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5월 11일 개막한 제58회 칸느 국제영화제의 감독주간에 초청된 <그때 그 사람들>은 13일 오전 9시와 오후 7시에 칸느 현지에서 언론시사와 공식시사가 열릴 예정이나 이때에도 3분 50
<그때 그 사람들> 장기 상영 종료
-
어렸을 때부터 나는 평론가들이 칸영화제를 시네필들의 메카처럼 얘기하는 걸 들었다. 그들 말을 들으면 그저 하루 종일 영화 보고 그 다음에 카페 가서 영화예술에 대한 길고 열정적인 토론을 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진 것이었다. 칸영화제에 대해 갖고 있었다면 갖고 있었던 환상은 지난해 처음 참가하면서 깨졌다. 물론 위상 덕택에 칸이 중요한 영화를 여러 편 개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크로아제트 거리를 한번 빠르게 걸어 내려가기만 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은 스포츠 차, 비즈니스 거래 그리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무대 중앙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네필들은 한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시끄러움 속에서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지한 시네필들이 그런 큰소리의 마케팅 없이 영화를 체험하려면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어쩌면 세계 각지에서 온 혁신적인 영화에 전념하기로 오랫동안 알려진 로테르담영화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요즘 영화애호의 성격 자체가- 적어도 좀더 젊은 세대에서는- 바뀌어가고
[외신기자클럽] 요즘 시네필들은 어디에서 모이나? (+영어원문)
-
오는 5월20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폴 슈레이더 감독의 <도미니언: 엑소시스트 전사(前史)>를 <엑소시스트>의 4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해의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이 이 시리즈의 4편이라고 기억하는 이들에겐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니까 <도미니언…>은 <…더 비기닝>에 이은 <엑소시스트> 시리즈의 두 번째 4편이다. ‘같은 버전, 같은 내용의 두편의 다른 영화’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사연은 꽤나 장구하다.
애초 <엑소시스트> 4편은 존 프랑켄하이머가 맡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제작이 준비 중이던 2002년 프랑켄하이머가 사망하면서 <택시 드라이버>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어플릭션>의 감독인 폴 슈레이더가 감독의자에 앉게 됐다. 2003년 촬영을 마쳤지만, 슈레이더의 촬영분을 본 제작사 모건 크릭의 제임스 로빈슨 대표는 갑작스레 후
[What's Up] 폴 슈레이더의 ‘영화 비교연구’
-
올 여름 미국 극장가에는 속편과 리메이크영화들이 대거 개봉된다. 이미 할리우드에는 흥행을 보장해주는 기존 성공작의 속편과 프랜차이즈, 또는 리메이크 작품들이 자주 제작돼왔다. 그러나 올 4월부터 8월 사이에는 20여편이나 개봉될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시리즈 속편으로는 5월19일 개봉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와 6월17일 개봉되는 <배트맨 비긴즈>가 가장 대표적인 작품. 이미 극장에서는 두 작품의 광고를 거의 한달 전부터 틀고 있고, 잡지나 옥외 광고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다. 3년 전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이후 오랫동안 속편을 기다려온 <스타워즈> 팬들은 이미 티켓 예매를 차례로 매진시키고 있다. 또 97년 <배트맨과 로빈>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배트맨> 시리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주연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의 합세로 다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빈 디젤을 대신해서 아이스 큐
[뉴욕] 2005 할리우드는 속편과 리메이크영화가 대세
-
제니퍼 가너(33)가 곧 엄마가 된다고 외신들이 5월9일경 보도했다. 벤 애플렉(32)과 제니퍼 가너는 3주전쯤 약혼 사실이 알려졌고, 가너의 임신설은 일찌감치 2004년 연말부터 나돌았었다. 이번 임신 소식도 이들의 측근을 통해 알려지게 됐지만 정작 두 사람으로부터는 아무런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다.
<E! News>라는 연예계 소식통에 따르면, 제니퍼 가너는 임신 3개월째이지만 내주부터 2개월간 밴쿠버에서 로맨틱 드라마<Catch and Release>의 촬영을 앞두고 있는 등 당분간 정상적인 연기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가너의 임신 소식이 알려지자 인기TV시리즈<앨리어스>의 팬들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상당수는 가너의 캐릭터인 스파이 ‘시드니’도 임신한 상태로 나와도 괜찮다는 의견이다. 어차피 스파이 조직의 이야기이므로 구성원이 늘어나는 것은 대환영이라고. 또 일부 팬들은 주연배우의 임신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며 시리즈가 조기 종영하
벤 애플렉-제니퍼 가너, 곧 부모된다
-
최근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헬렌 헌트(40)가 신작<그때 그녀가 나를 발견했다>(Then She Found Me)로 감독 데뷔한다. 킬러 필름스가 제작하는 이 영화는 엘리노어 리프먼의 소설이 원작이다. 헬렌 헌트는 연출, 연기, 각색을 도맡을 예정이고 다른 배우로는 다이앤 키튼과 우디 해럴슨이 출연협상 중이다.
헬렌 헌트가 연기할 역할은 중년의 위기를 겪는 필라델피아의 한 학교교사다. 갑작스럽게 남편과 헤어지고 양모는 죽고 제자의 아버지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인생 전체가 뒤흔들리는 이야기다. “살면서 겪게 되는 배신과 의외성, 재미, 속죄에 관한 영화”라고 밝힌 헬렌 헌트는 무려 7년동안이나 시나리오를 붙잡고 써왔다고 한다. “스토리를 고민하면서 시트콤<못말리는 신혼부부>(Mad About You)의 에피소드 몇 편을 연출해봤는데 이때 경험이 일종의 신병훈련소나 영화학교를 다닌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헌트는 8살때부터 영화에 출연했으며 TV시트
<왓 위민 원트>의 헬렌 헌트, 감독데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