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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가랑비가 옅은 안개와 뒤섞여 내릴 때 불영사 초입에 들어섰다. 불영계곡의 아늑하고 멋진 경치 사이로 난 길은 신비롭기까지 해서 ‘내가 무릉도원을 다 가보는구나’ 싶을 정도였다. 가만히 모습을 드러낸 사찰은 고즈넉하고 정갈하게 나를 맞아주었고 속으로 터져나오던 감탄은 절정을 맞았다. 강원도 울진을 지나 그냥 내키는 대로 차를 몰고 달리다가 만난 곳이었다. 그때 느낌이 너무 좋아 다음해 봄 지인들을 몰고 찾아갔다. 안타깝게도 그때의 신비로움은 반복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5월의 빛나는 파리를 처음 보고 ‘세상에나, 도시가 이럴 수 있구나’ 싶었다가 11월의 파리를 가봤더니 음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홍콩이 그랬고, 런던도 그랬다. 처음 본 감동이 두 번째로 이어진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10년 전 첫 휴가 때 갔던 보길도를 도저히 다시 찾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꿈같았던 그때의 느낌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 따지고 보면 그들은 늘 그대로다. 다만 내 눈
[오픈칼럼] 보길도, 유물론, 영화 그리고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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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연출실험 류 감독이 느껴지더군”
“김 감독 손 거치면 폼도 미학이 되더라”
“스탭 한명이 몰래 <주먹이 운다> 필름 중간 부분의 한권을 훔칠까 말하니까 누가 그럼 더 재미있어질 거라고 하지 말자더군”(김지운) “우리는 <달콤한 인생> 필름에 ‘쉬’할 생각도 했어요. 그럼 색 변해서 때깔 더 좋아질 수 있으니까 안 하기로 했지”(류승완). 4월1일 나란히 개봉하는 두 영화의 감독이 만났다. 한국 장르영화를 대표하는 두 감독의 작품이 그것도 극장 비수기에 경쟁한다는 건 분명 부담이 큰 모험이다. 그러나 부담이나 경쟁심만 느끼기에 둘은 평소에도 서로의 영화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절친한 사이다. 두사람은 혹시나 상대방에게서 훈수 받은 장면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면 어떡하냐는 엉뚱한 근심도 했다.
“감독보고 영화선택, 기분 좋아요”
류승완: 2000년에 <플란더스의 개>와 <반칙왕>이 같은 날 개봉했다던데, 봉준호 감독
'달콤한 인생' 김지운 '주먹이 운다' 류승완 ‘띄워주기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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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다만,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98% 이상은 상업영화다. 돈 들인 만큼 거둬들이는 것을 그 태생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 영화들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영화를 만들고 홍보하는 주최쪽에서 관객과의 기초적인 상도의를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이 점에서 필자는, <잠복근무>에 대해 상당히 문제있는 영화라는 소견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이 영화는 두 가지 중대한 기초 상거래 질서 교란 행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 영화는, 헤드 카피를 “출동이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로 뽑을 만큼 김선아가 교복 입은 학생으로 등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컨셉은 미니스커트 교복을 나름대로 잘 소화해내고 있는 김선아를 대문짝만하게 박아놓은 포스터만 봐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하나 문제는, 김선아가 고등학생 노릇을 하는 부분의 영화의 전반부뿐이라는 점이다. 즉 관객은 본의 아니게 고등학생이 돼서 그 생활에 적응하려고
[투덜군 투덜양] 공유의 정체가 뭐냐고,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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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국영화와 한국축구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한국영화가 칸,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하자 월드컵 4강의 환호가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은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봤다는 사실이 월드컵의 광기를 보는 듯했다. 물론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응원 같은 눈에 보이는 이벤트는 없었지만 무언가 열광할 만한 것을 찾는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로 말하자면 축구팬으로서 월드컵의 환호를 즐거운 기억으로 간직한 사람이지만 그만큼 실망도 빨리 하는 편이다. 월드컵 이후 한동안 한국대표팀의 경기에서 희열을 느낀 적이 없었다. 오만, 베트남, 몰디브 등 월드컵 근처에도 못 가본 나라들한테 쩔쩔매는 경기를 하는 걸 보면서 복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이래서는 내년 독일월드컵에 참가도 못하겠다, 싶었다. 그런 점에서 상당수 한국영화는 한국대표팀의 오만전을 연상케 한다. 문전처리 미숙, 골결정력 부족, 수비불안
[편집장이 독자에게] 한국영화와 한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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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앞을 못 보는 캐롤(카메론 디아즈)은 자살한 한 여자의 인생을 설명하며 이와 같이 말한다. “하긴 누가 여자의 인생을 그렇게 진지하게 보겠어.” 영화 속 대사와는 반대로, 여자의 삶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이루어진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은 평범한 여자들의 외로운 일상을 감성적으로 묘사해낸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199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직접 쓴 시나리오를 통해 제작 지원을 받아 완성한 이 영화는 글렌 클로즈, 카메론 디아즈, 홀리 헌터, 발레리아 골리노 등의 화려한 여성 배역진으로 더욱 유명하기도 하다. 이 영화를 완성해낸 또 하나의 일등공신이 눈빛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말하는 멋진 여배우들이라는 사실은 감독 자신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DVD로는 언제나 시끌벅적한 서라운드 음향에 시원한 시네마스코프 화면이 제격이라는 사람들에겐 실례의 말이지만, 나는 과 같이 세밀하게 짜여진 드라마야말로 DVD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필름으로 영
강신우의 모래 속의 진주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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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의 주인 할매들, 정말 대~단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서울에서 잘 난 척 깨나 하던 뺀질이 비리형사와, 한여름에도 가죽재킷차림으로 ‘가오’ 잡기에 여념 없는 날건달도 이 할매들 앞에서는 반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꼼짝없이 무임금 머슴으로 복무할 정도다. 지금껏 한국영화 속에 (가뭄에 콩 나듯) 등장했던 ‘할머니들’이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어 왔는지를 떠올려 보니 이 마파도 할매들의 엽기성이 더욱 선명히 도드라진다.
그동안 영화에서 늙은 여자는 대개 주인공의 할머니거나 잘해봐야 어머니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영화 밖의 현실에서도 그렇다. 55살 이상 나이든 여성의 삶에 관심을 드리우는 시선이 대체 존재하기나 하던가? 나이든 여성들은 욕망의 주체는커녕 욕망의 대상조차 되어보지 못했다. 판에 끼워주기만 한다면 그림자나 배경으로도 감지덕지해야했다. 두어 해전, 온 국민을 눈물바다에 빠트렸던 <집으로>의 외할머니처럼 아주 가끔 영화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에도 ‘할머니’
[정이현의 해석남녀] <마파도>의 할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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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극장 개봉과 텔레비전 방영을 동시에 시도하는 ‘KBS 프리미어’의 첫 영화 <신부와 편견>이 2일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함과 아울러 이날 KBS 2TV ‘토요명화’를 통해 공중파를 탄다. <신부와 편견>은 <슈팅 라이크 베컴>을 만든 인도 출신의 영국 감독 거린다 차다가 인도를 배경으로 찍은 인도 영화풍의 ‘발리우드 뮤지컬’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각색해 부잣집의 두 딸이 부유한 인도인, 그리고 미국인 남자와 키워가는 사랑과 실랑이를 그린다. 심각한 대화를 하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수십명의 인물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인도식 뮤지컬의 즐거움을 흠뻑 맛볼 수 있는 작품으로 할리우드와 한국 상업영화를 집중적으로 틀어온 텔레비전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영화다. 한 영화당 일주일씩, 6주 동안 6편을 개봉하는 이 기획은 이처럼 할리우드의 손맛과는 다른 재미를 구비한 예술영화들로 짜여져 있다.
KBS-단성사 동시개봉 1호 <신부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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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달콤한 인생>의 시사회를 보고 나오면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요새 한국 액션영화의 진짜 스타는 오달수야.” 오달수는 같은 날 개봉하는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에서 비중있는 조역을 맡은 배우다. 특히 <달콤한 인생>에서 그가 등장하는 길지 않은 장면은 매력이 넘친다. <올드보이>에 출연했을 때만 해도 그는 ‘장도리 들고 설치는 그 아저씨’였지만 이제 오달수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 것 같다.
탄탄한 연기력의 조역배우들의 영화를 받쳐주는 지지대로 기능한 지는 꽤 됐다. 이문식, 성지루, 유해진 등 한때 이들이 없으면 영화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적지 않은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번쩍, 저 영화에서 번쩍하며 ‘조연 전문배우’라는 말까지 탄생했다. 그런데 요사이 영화들을 보면 조연배우 전성시대도 조금씩 진화해 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조역=코믹 연기라는 등식이 가능할 정도로 영화의
[팝콘&콜라] 번쩍거리는 조연배우 그런데 왜 남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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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극장가까지도 흑인배우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5년 1월부터 3월까지 미국 박스오피스를 결산한 결과, 흑인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유달리 강세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가 3월27일 보도했다.
1/4분기의 마지막 주였던 지난 주말 흥행 1위작 <게스 후> 역시 인종 차이를 다룬 코미디 영화로, 흑인배우 버니 맥이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이 영화와 함께 소니 픽처스가 배급해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와 <아직 멀었어요?> 역시 윌 스미스와 아이스 큐브가 각각 주연한 영화들. 특히 이 두 편은 2005년 흥행 순위 1, 2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까지 <Mr.히치>의 미국 누적수입은 1억6650만달러이고, <아직 멀었어요?>는 8000만달러다.
흑인영화로 쏠쏠한 재미를 본 스튜디오는 소니 뿐만이 아니다. 파라마운트는 새뮤
미국 1/4분기 극장가, 흑인영화 초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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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보증수표와도 같은 픽사의 여섯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재미는 물론 아카데미가 인정한 작품성까지 겸비한 작품이다. DVD 역시 지금까지의 픽사 DVD와 마찬가지로 흠잡을 데 없는 디지털 영상과 압도적인 THX 사운드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부록은 양과 질에서 동시에 만족시켜주고 있는데, 제작 전반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함께 위트가 가득한 영상물들이 수록됐다.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인크레더블 가족의 막내 잭잭의 소동극을 담은 등 단편 애니메이션과 슈퍼 히어로들에 관한 신상 명세 등은 본편의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인크레더블 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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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의 메뉴 화면이 공개됐다. 심플하면서도 역동적인 동영상 메뉴로 디자인되어 본편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참고로 본편 영상은 2.3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비로 수록됐으며, THX 인증을 받은 고품질의 돌비 디지털 5.1 음향을 지원한다(영어, 우리말). 최상급 DVD를 제작하기로 유명한 픽사의 타이틀답게 부록 역시 질과 양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다. 출시 예정일은 오는 4월 20일.
<인크레더블 CE> 메뉴 화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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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마버의 희곡을 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 4명의 주요 등장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내용이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했다. 커플 관객에게는 비추. 2005년도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내털리 포트먼) 및 남우조연상(클라이브 오언) 수상작이다.
DVD는 수준급의 선명한 화질과 사운드를 수록했으며, 부록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데미안 라이스의 삽입곡 "The Blower's Daughter"의 뮤직 비디오와 예고편 모음이 들어 있다.
<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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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오후, 씨네21 온라인팀에서 -무식한 방법으로- 각 배급사에 전화를 걸어 박스오피스 실제 집계를 하기전, 담당자들 사이에서 간단한 예측게임이 벌어진다. 예측게임이라고 해봤자 “이번주 1위는 당연히 OO가 아니겠어?”로 압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봉전에 진행되는 마케팅 프로모션 추이, 네티즌들의 반응, 배급사의 역량에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의 느낌까지 더하면 얼추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두편이 박빙일 경우에는 “A 영화는 지방관객들이 더 선호할테고 B 영화는 서울에서 많이 볼거 같으니 순위는 B 영화가 높아도 실속은 A 영화가 차리겠네”라는 엉뚱한 과학적(?) 분석까지 더해지곤 한다.
물론 ‘얼추’ 답은 나와도, 항상 맞으란 법은 없다. 그래서 영화 흥행은 “귀신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최근 이와 비슷한 경우가 <마파도>와 <잠복근무> 케이스다. 영화의 만듦새는 허술해도 흥행은 후자가 낫지 않겠나고 생각했지만 여지없이 틀리고 말았다. 하지만
[주말극장가] 격돌! 주먹이 운다 VS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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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에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들어있다. 펠리니 감독의 예술관을 다룬 은 별도의 해설이나 내레이션 대신, 펠리니 자신을 비롯하여 그와 함께 작업했던 배우와 스탭들의 인터뷰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펠리니의 다른 영화와 같은 약간의 모호함이 부담스러운 관객들도 있을 듯. 하지만 자신의 비전을 고수하기 위해 영화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 거침없이 나아갔고, 그러면서도 배우들에게는 무한정 자유를 주었던 그의 독특한 창작 스타일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하다.
에서의 씁쓸했던 ‘그래’라는 대사와 표정은 어떻게 나왔는가, 의 음악은 어떻게 탄생되었는가,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도널드 서덜랜드는 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와 같은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다른 하나의 다큐멘터리는 로, 의 주연이자 펠리니의 대리자아같은 배우였던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회고담을 담았다. 영화, 예술, 가족, 사랑, 펠리니 등 그의 70평생을 통해 중요했던 것들을 소탈하게 돌아보는 노배우의
<달콤한 인생> 거장 펠리니와 그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