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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의 더블린판 짝퉁. 콜린 파렐은 그런 풍문 속에서 자랐다. 브래드 피트는 1990년대 초반에 어느새 성큼 자리를 잡고 견고하게 자신의 성채를 지키는 고귀한 성주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콜린 파렐은 뭘 해도 성마르고 조급한 이카루스처럼 보였다. 태양을 넘어서까지 날아오를 기세였다. 그러나 명문의 후예가 주는 믿음직스러움이 아니라 오직 자기 실력만으로 하늘을 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서투른 오기 같은 게 서른도 안 된 이 사내의 눈매에서 읽혔다.
<S.W.A.T 특수기동대>의 촉망받는 팀원일 때도, 에서 MIT를 졸업한 총명한 CIA 스파이 요원 후보일 때도 부모가 뒤를 잘 받쳐주는 잘 자란 집안 자식이기보다는 시골에서 자수성가한 청년 냄새가 더 강했다. 에서의 수사관 역할에서도 20대 초반에 고시를 패스한 사람 냄새가 났다. 거들먹거림과 자만심은 그에게 잘 어울리는 겉옷 같았다. 오만방자한 홍보 에이전트로 나와 공중전화부스에 갇혀 꼼짝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처
나는 왕이로소이다, <알렉산더>의 콜린 파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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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웃겼던 게 뭔지 아세요? 제가 끝내고 났을 때 팬클럽 회원 수가 갑자기 확 늘었어요. 그랬는데 딱 하고 나니까 다 탈퇴하시더라고요. (웃음) 에서는 착하고 순수하게 나왔던 사람이 갑자기 남 때리고 욕도 하고 그러니까 다들 놀란 거예요. 제가 오준하랑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팬클럽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망이에요’ 이러면서 탈퇴하시더라고요.”
그는 그 상황을 그냥 웃어넘겼다고 했다. 물론 그 정도로 상처받거나 낙담할 사람이면 인기도의 고저 곡선이 폭풍치는 바다의 물결보다 변덕진 배우의 삶을 살아낼 수조차도 없겠지만, 유난히 조승우는 그런 데에 있어 초연한 젊은 배우였다. 그 초연함을 지탱하는 건 ‘연기란 무엇이며 배우란 무엇인가!’에 대한 단호한 정의 그리고 밀도 높은 자의식이었다. 웃을 때마다 보기 좋은 곡선을 그리며 순하게 내려앉는 눈꼬리는 곧장 유하고 맑은 물소리를 흘리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사람의 본질 또는 의도와 상관없이 발생
주관이 뚜렷한 청년, 보폭이 큰 배우, <말아톤>의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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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 1960년대 일본 영화사를 장식한 화제작들이 대거 한국을 찾아온다. ‘젊음, 정치, 폭력, 섹스-반역의 연대기’라는 슬로건으로 시네마테크 부산이 기획하고 주최하는 쇼치쿠 누벨바그전이 1월7일부터 21일까지 보름간 부산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이번 영화제는 오시마 나기사의 같은 쇼치쿠 누벨바그의 시발점에서 이후 독립프로덕션에서 만들어진 문제작인 시노다 마사히로의 , 요시다 요시시게의 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짜여졌다. 이번 영화제가 소개하는 세 감독의 작품은 총 17편. 특히 시노다와 요시다는 각각 7, 6편의 대표작이 연대기적으로 적절히 배분되어 두 사람의 폭넓은 작가세계를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세명의 감독으로 대변되는 쇼치쿠 누벨바그는 사실 쇼치쿠에서 영화를 시작했지만 후일 일본예술영화관조합(Art Theater Guild: ATG)과 독립프로덕션의 결합을 통해 영화를 만든 젊은 영화작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미조구치, 오즈, 구
60년대 일본영화의 반란을 돌아본다, 쇼치쿠 누벨바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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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바쟁을 위시한 의 편집진이 모여 벌인 1957년의 토론은 여전히 자주 인용될 정도로 유명한 것이다. 당대 프랑스영화의 상황(전개와 위기)을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된 그 자리에서 바쟁은 자크 리베트부터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 말한다. “리베트야말로 그 주제에 대해 가장 급진적이고 단호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니까요.” 이에 리베트는 바쟁의 그런 언급을 배반하지 않을 만큼 ‘급진적이고 단호한 의견’을 개진하면서 논의의 서두를 뗀다. 그 가혹한 첫 발언인즉, 당대의 프랑스영화란 야심도, 그리고 진정한 가치도 없다는 점에서 또 다른 버전의 영국영화라 불러도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이르면, 리베트는 단지 프랑스영화의 당대 상황만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상황에 대해서도 격하지만 야심찬 발언을 토해낸다. 그는 영화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문학을 따라가는 것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문학에 뒤처지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영화가 진정으로 수행해야 할 역할은 문학보다 더 앞으로 나
‘영화작가의 영화작가’를 만나다, 자크 리베트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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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폴라 익스프레스> 남기남, 북극산타마을에 가다
[정훈이 만화] <폴라 익스프레스> 남기남, 북극산타마을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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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신석기 블루스> 결국 잘난 놈은 잘 풀린다는 슬픈 얘기
[헌즈 다이어리] <신석기 블루스> 결국 잘난 놈은 잘 풀린다는 슬픈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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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 감상실] 무채 커플이 세상을 떠났다
[올드독의 TV 감상실] 무채 커플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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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사이트 (www.aintitcool.com)의 운영자 해리 놀즈가 2004년 최고 영화 10편 중 2편에 한국영화와 를 꼽았다. 해리 놀즈는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섭렵하며 각 영화에 대한 평가를 솔직하게 사이트에 게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박찬욱의 모든 작품을 챙겨보고 사이트에 호평을 올리는 등 일찍부터 한국영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를 1위로 꼽으면서 ‘지금까지 만들어진 전쟁영화 중 최고’라는 극찬을 하고 스필버그의 와 비교하기도 했다. 2004년 영화 중 가장 스펙터클하며 형제애를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자신이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설명하면서 ‘훌륭한 영화’(a brilliant film)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7위로 꼽은 에 대해서는 특공대원들의 훈련과정이 탁월하게 묘사된 것을 지적하고 역사상 가장 훌륭한 특공대영화라며 로버트 앨드리치의 67년작(The Dirty Dozen)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장이모) 등이 2~4
<태극기 휘날리며>가 2004년 최고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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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전문지가 전세계의 영화관람료 현황을 조사해 1월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세계 각국의 관람료 상승률은 미국의 상승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의 평균 관람료는 6.22달러로 2000년보다 15% 오른 가격이다. 한 배급관계자는 “해외의 극장주들은 관람료를 아무리 빨리 인상해도 사람들이 잘 적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의 티켓값은 20달러이고 도쿄 이외의 일본 지역에서는 11달러다. 파리, 시드니, 런던 등 주요도시는 뉴욕과 LA와 비슷한 10달러. 멀티플렉스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멕시코에서는 지난 6년 사이 관람료가 두 배나 올랐다.
런던의 인포마 미디어 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 영화관람료의 평균가격은 2.68달러다. 이는 북미의 6.05달러와 유럽의 6.01달러, 아시아태평양의 70센트를 평균낸 것. 프랑스,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은 비교적 인상폭이 적은 편이고,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세계 각국의 영화관람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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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관객은 울지 않는다. 눈물 자위를 닦는 대신 뭔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극장문을 나선다.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단일 민족의 단순 사고에 은 너무 어렵다.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의 영웅이 되었던 사람의 이야기”만으로도 머리가 지끈한데, “난 일본이고 조선이고 그런 거 몰라. 난 역도산이고 난 세계인이다”라고 외치는 사나이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조선인’은 흔치 않다.
와 도 처럼 민족의 아픈 추억을 불러낸다. 와 는 과 달리 1천만 관객의 눈물을 짜내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 영화관 밖에 아픈 추억을 극복한 덜 아픈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들을 위무하므로, 관객은 마음껏 눈물을 흘린다(, 북과 체제경쟁에서 승리한 남한의 현실). 아련한 감상에 젖는다(, 군사독재에서 벗어난 남한의 오늘). 그것은 어쩌면 악어새의 눈물이다. 출세한 자가 고향으로 돌아가 잔치를 벌이면서 터뜨리는 울음 말이다. 그 눈물에는 슬픔보다는 자긍심이 배어 있다.
아무도 <역도산>을 위해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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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대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는 가히, 특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한국 영화사에서 여러 가지 판본으로 재현의 소진에 이를 만큼 생산되어온 주변부 남성의 외상이, 남성의 것이라는 특수 면책을 누리면서 여성을 성기로 환원시키는 극단적 예로 보였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의 에서 이승연은 의 여대생 선화의 이름으로 다시 불린다. 에 드리운 의 그림자가 어디 그 이름뿐일까? 나를 포함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후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나 에서 그 젠더화된 외상이 빚어내는 폭력적 환원의 악순환은 일단 유예된 것으로 보인다. 이 유예 속에서 의 형사인 아버지는 원조교제를 한 딸의 상대를 죽인 손으로, 딸이 운전연습을 할 수 있도록 시냇가의 돌들을 노랗게 채색한다. 그녀의 길을 열어주려 한다. 에서 떠돌이 태석(재희)은 매맞는 아내 선화(이승연)의 가출을 돕는다. 그렇다면 여성 성기 환원주의에서 이젠 그 동전의 양면인 구출 판타지로 가
더이상 나쁜 남자는 없다! <빈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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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내셔널 트레져> 결국 다 훔친거네
[헌즈 다이어리] <내셔널 트레져> 결국 다 훔친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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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배부른 소리 마라!
[헌즈 다이어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배부른 소리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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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역도산>
[헌즈 다이어리] <역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