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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들 사이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재패니메이션 타이틀 <카우보이 비밥 5.1ch 박스세트> 시연회가 오늘 오후 5시 압구정동에 위치한 씨어터 2.0에서 열렸다.
한낮 최고 기온 35도를 기록한 찜통 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시연회에 참석해, 상영관을 가득 메울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사실상 재출시되는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명작 애니메이션을 5.1 채널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니아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았던 모양.
이날 시연회에서는 TV 시리즈 전체 26편 중 4편의 에피소드를 골라서 상영했는데, 우주 테러범과의 대결에 블랙유머를 곁들인 <게이트웨이 셔플>, 홍콩 느와르풍의 비장미 넘치는 액션을 그린 <타락천사들의 발라드>, 별난 해커이자 카우보이 비밥의 마스코트인 에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재밍 위드 에드워드>, 그리고 주인공 중 한 명인 제트 블랙이 옛사랑과 재회한다는 내용의 <가니메데 비가>가 관
<카우보이 비밥 5.1ch 박스> 시연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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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원정대 일행이 눈 덮인 카라드라스 산을 넘으려다 사루만의 방해를 받는 장면이다. 혹독한 눈보라와 함께 추위에 떠는 배우들의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만든다. 하지만 촬영 당시의 실상은 그와는 정반대. 배우들이 오히려 더위 때문에 고생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사실 이 장면은 실내 세트에서 촬영되었으며 진짜 눈 대신 쌀가루와 폴리스티렌으로 만들어진 가짜 눈이 특수효과 재료로 이용되었다. 강렬한 조명 때문에 두터운 복장을 한 배우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간달프 역의 이안 맥켈렌은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나는 지금 추위에 떨고 있다’라는 주문을 머릿속으로 외우며 연기에 임했다고 회고한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가짜 눈에 있었다. 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젖으면 끈적끈적해져서 몸에 달라붙곤 했는데, 이것이 옷과 신발은 물론 속옷 안에까지 들어가서 찝찝한 기분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레골라스 역의 올랜도 블룸은 그것이 가
<반지원정대> 추위에 떨었다고? 천만에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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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가 제작된 지 34년만인 오늘 22일, 종로구에 위치한 필름포럼(구 허리우드 극장)에서 국내 최초 필름 프린트를 통해 상영됐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8월 발매 예정인 DVD를 홍보하기 위한 이벤트의 일환으로서 지난 7월 14일부터 개최된 리얼판타스틱영화제의 특별 상영작으로 공개되었다. 최근 완화된 영화 심의를 통해 큐브릭 감독이 의도한 무삭제 원본을 필름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영화팬들의 관심이 뜨거웠으며, 그를 입증하듯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입장객들이 찾아와 상영관을 가득 메웠다.
상영에 앞서 김홍준 영화제 운영위원장의 간단한 작품 소개가 있었는데, “그간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나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외국산 DVD로 작품을 접했던 사람들에게 있어 극장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날 상영의 의의를 피력했다. 또한 그는 “스탠리 큐브릭의 가장 악명 높은
<시계태엽 오렌지> 리얼판타에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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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이저 헤드>의 감독 데이비드 린치가 세계 평화를 위해 70억달러를 모은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가 세계 평화의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바로 명상요법. 70억달러는 전세계 학교의 명상 프로그램을 위해 쓰여질 예정이다. 명상을 통해 청소년들이 우울하고 불안한 성인이 아닌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린치의 생각이다.
데이비드 린치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재단(David Lynch Foundation for Consciousness-Based Education and World Peace)을 설립하고 이 기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70억달러라고 하면 사람들이 비웃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돈을 은행에 예치시킨 뒤 발생하는 이자를 활용하면 충분히 지속적인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 “내 취지에 공감하는 부자들을 찾아낼 생각이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지구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전쟁
데이비드 린치, 세계평화기금 70억달러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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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장마전선이 남해안에 드리웠던 7월4일, <소년, 천국에 가다> 제주도 촬영현장을 방문키로 했던 취재진은 3시간 넘게 바람맞았다. 촬영이 예정보다 빨리 이뤄진다고 해서 점심을 거르기로 하고 일단 성산 일출봉행(行). 그러나 제작진은 도중 촬영을 마쳤다고 연락을 취해왔고, 취재진은 다시 머리를 돌려 정방동굴 근처 바닷가로 향했지만, 이번엔 빗방울이 굵어지는 바람에 버스 안에서 대기 상태를 취해야 했다. 추격전 끝에 여행객이 즐겨 찾는 승마장을 거쳐 산기슭에 펼쳐진 푸른 초원에 닿았을 무렵엔 이미 느지막한 오후였다.
“잘 부탁한다.” 초등학교 때 민속촌에서 한번 타본 경험이 전부라지만, 말의 목덜미를 매만지다 훌쩍 올라타는 박해일의 폼이 초보 같진 않다. “확실히 운동신경이 있어”라고 윤태용 감독이 칭찬할 만도 하다. 승마 경력이 꽤 있는데다 <태조 왕건>에서도 말타는 연기를 선보였던 염정아는 어떨까. 검은 승마 모자를 쓴 박해일을
“귀여워, 우리 해일이 좀 봐봐”, <소년, 천국에 가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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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의 대가 서극이 돌아온다. 2002년의 ‘위대한 실패작’ <촉산전> 이후 그가 꺼내든 카드는 <칠검>이다. 이미 베니스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을 만큼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으고 있는 이 영화는 15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다. 한국 보람영화사의 이주익 대표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점이나 한국 배우 김소연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만주족이 쇠락해가는 명나라를 제압하고 청의 깃발을 세울 무렵인 1660년경 명나라 장수 출신인 풍화연성(손홍뢰)은 무자비함을 발휘하며 중국 대륙의 북서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제 남은 목표는 국경지역에 있는 무장마을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명나라의 사형집행인 부청주(유가량)는 무장마을 출신 무원영(양채니)과 한지방(육의)을 설득해 검술의 대가 회명이 살고 있는 천산으로 향한다. 회명은 이들과 뜻을 같이해 가장 우수한 제자 4명을 내려보낸다. 초소남(견자단), 양운총(여명), 목랑(주
안팎의 적과 싸우는 7인의 검객, <칠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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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자귀모> 실수로 자살한 남기남
[정훈이 만화] <자귀모> 실수로 자살한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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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아시아영화들을 둘러보고 다니는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지석씨에게 “요즘 동아시아영화들 어때요? 한국 같은 데 있어요?”하고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없다”는 것이었다. “산업으로나, 작품수준으로나.” 80년대 중반 이후 작가 영화의 뉴 웨이브로 한때 한국 ‘작은영화주의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던 대만영화만 보더라도 지금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산업은 거의 몰락했고 명망가 감독들이 외국 돈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다. 차이밍량은 미국 돈으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고, 허우샤오시엔은 프랑스 자본으로 신작을 찍는데 ‘시나리오를 미리 내놓으라’는 주문을 이행하지 못해 촬영을 중지당했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국가주도 영화산업이 민영화의 과도기에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고 독립영화작가들은 검열과 제작비 문제로 게릴라식 작업을 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바다. 일본 역시 메이저들은 생산활동을 중지했고, 과거와 같은 대작 제작시스템은 무너졌으며, 독립영화사들이
[편집장이 독자에게] 정말 영화 잘들 찍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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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쾌도난담은 희한하다. 양심수들이 애독한다는 양식있는 시사주간지에 지성도 교양도 함량 미달인 두 건달이 별다른 준비도 없이 두세 시간 횡설수설하는 게 매주 멀쩡하게 실려나간다. 한두번의 해프닝으로나 어울릴 이 믿기 힘든 일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풍문으로는 쾌도난담 덕에 <한겨레21> 웹사이트 조횟수가 몇배 늘었다고도 하고, 이 수채 같은 기사를 저주하며 구독 중단을 선언하는 비장한 독자가 나타났다고도 한다. 그런 극단적인 반응은 내 머리통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대로 진지한 얘기들을 무겁지 않게 전한다는 장점(제대로 전하는가는 논외로 두고)도 있지만, 사적 톤으로 발언하고 공적 톤으로 읽히는 쾌도난담의 작동 원리는 나를 늘 불편하게 한다. 쾌도난담은 마치 내가 어느 카페에서 친구와 편하게 나눈 대화를 수많은 사람에게 생중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같은 것이다. 쾌도난담을 읽는 사람들은 나를 실제보다 조금 더 경박한 인간으로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쾌도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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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영화 이 감독판 DVD로 출시된다. 당신이 만일 운이 좋은 팬이라면 김지운 감독과 배우들의 친필 사인이 적힌 타이틀을 받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초도 출시분 500장이 사인판으로 출시되기 때문이다.
제작사인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달콤한 인생 감독판> DVD에 김지운 감독, 주연 이병헌, 신민아, 김영철, 황정민이 직접 사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인판은 인물 별로 각각 100장씩, 총 500장만 한정 생산된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스타일리쉬한 느와르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답게, DVD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달콤한 인생 감독판>은 감독과 배우들의 친필 사인과 함께 그 소장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달콤한 인생> 김지운 감독 등 사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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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의 출현은 새로운 창작 방식을 만들어낸다. 인터넷 만화 서비스는 초기에 기존 종이책으로 출간된 만화를 인터넷으로 보는 형태에서 ‘인터넷으로 봐야 재미있는’ 형식을 발견했다. 스크롤하는 스릴, 스크롤하는 즐거움. ‘모르면 네티즌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다세포 소녀>와 <아파트>는 영화화가 결정된 인터넷 만화의 지존. 다음과 파란닷컴과 같은 포털에서 주로 만날 수 있는 인터넷 만화의 세계에 입문하면 메가톤급 즐거움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본문에 소개한 <위대한 캣츠비> <타이밍> <아이가 필요해>는 다음 만화(http://cartoon.media.daum.net) 페이지에서, <1001> <라스베가스 디스코 익스프레스>는 파란닷컴의 웹툰 서비스(http://game.paran.com) 페이지에서, 그리고 <다세포 소녀>는 다세포 소녀 홈페이지(http:/
인터넷 만화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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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이고 낡은’이란 수식어는 종종 ‘세련되고 쿨한’이란 뜻과 동의어가 된다. 이는 구제(舊製) 청바지, 빈티지 오디오의 경우처럼 대중음악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1970년대풍 솔/훵크(soul/funk)와 재즈, 힙합을 뒤섞은 스타일로 한때 영국 클럽가를 풍미한 애시드 재즈가 그렇다. 자미로콰이는 솔/훵크, 디스코, 재즈, 일렉트로니카 등을 절묘하게 버무린 음악을 선보이며 애시드 재즈를 클럽가에서 MTV와 대형 공연장으로 수직이동시킨 밴드다. 통산 2천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이들은 한국에서도 <Virtual Insanity> 등으로 멋쟁이 청년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렸으며, 그 영향은 롤러코스터, 클래지콰이 같은 밴드에 줄기세포처럼 남아 있다.
자미로콰이가 4년 만에 내놓은 6집 <Dynamite>(소니BMG 발매)는 일관과 불변의 음반이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음반 커버의 주인공이 특유의 뿔 달린 귀염둥이 마스코트가 아니라 프런트맨 제이
그와 함께 그루브하라, Jamiroqu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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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불러오는 건전지나 아이디어들을 보관해두는 냉장고가 있다면? 너무나 완벽해서 더이상 다른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글이 있다면 어떨까? 책과 문학에 관한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라면 책에 대해 당신이 꿈꾸는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일흔일곱살의 오동통한 작가지망생 공룡 미텐메츠는 문학적 대부인 단첼로트가 유언으로 남긴 어느 원고를 읽게 된다. 단첼로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너무나 완벽에 가까워서 그 자신의 절필의 원인이 된 작품이다. 미텐메츠는 그 작품을 읽고 감명받아, 부흐하임으로 떠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작가를 찾아나선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고서점만 5천개가 넘는 부흐하임에서 미텐메츠는 책에 둘러싸인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먹물 포도주를 마실까 삼류소설 커피를 마실까 고민하다가 영감이라는 바닐라 밀크 커피를 선택해 마시고, 영감에는 시인의 유혹이라는 단 과자를 같이 먹으며 책을 읽는다. 어느 날 미텐메츠는 수수께끼의 원고를 들고 찾아간
책벌레가 되어라, 그 안에 꿈이 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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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가 맡긴 로또 복권으로 유혹에 빠진 목사, 식육용 인간을 사랑하게 된 젊은 도살꾼, 강의 시간에 자리를 비웠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린 강사…. 변기현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곤궁에 처해 있다. 만화의 배경은 다채롭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을 옥죄고, 단단한 데생의 사물들이 인물 주변을 압박하고, 꼼꼼한 컬러링은 화려하지만 무겁다. 광각을 즐겨 쓰는 주관적인 앵글이 이 모든 것을 화면 앞으로 끌어당기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무지막지한 압력을 만들어낸다.
변기현의 단편집 <로또 블루스>는 지난 몇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온 한 젊은 작가의 궤적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신인급의 단편집이기 때문에 작품들 사이의 편차가 상당히 존재하고, 아주 설익은 단편도 없지 않다. 뫼비우스, 마쓰모토 다이요, 오오토모 가스히로 등 여러 스타일리스트들로부터의 영향이 작품들을 산개시키는 느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처럼 광범위한 모색의 기운이 <로또 블루스> <비 내리는
기묘한 아이러니가 가득찬 세상, 변기현의 <로또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