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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랭포드가 91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의 진행자였고, 전장의 병사들을 달래주는 라디오 속 감미로운 목소리였고, 영화 속 노래하는 스타였던 그녀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특히 그녀는 코미디언 밥 호프와 전장을 돌며 공연을 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1930년대에서 50년대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던 프랜시스 랭포드. 이제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작곡하고 노래 불렀던 라울 월시의 <8일간의 밤>을 보거나, 마지막 출연작인 <글렌 밀러 스토리>(1954)를 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프랜시스 랭포드, 영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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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아니라, 허우샤오시엔 교장 선생님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의 초대 교장으로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이 확정된 것.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아시아 미래 영화인들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각국 28명의 학생을 선발하여 9월과 10월 두 차례 워크숍을 연다. 허우샤오시엔 이외에도 타이의 논지 니미부트르, 한국의 박기용, 중국의 유릭와이 등이 이 학교의 선생님직을 수락했다. 와, 학생들 좋겠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초대 교장으로 허우샤오시엔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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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해 5편의 동화를 집필한 마돈나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는 중이다. <뉴욕포스트>는 그녀가 쓴 <미스터 피바디 애플> <야콥과 일곱 도둑들>, 최근작인 <롯사 드 카사>를 포함해 그녀의 모든 동화가 다른 사람에 의해 쓰여졌다고 주장했다. 유령작가로 지목된 사람은 마돈나가 믿는 종교인 카발라의 라비 에이탄 야데니다. 그녀는 마돈나가 <롯사 드 카사>를 쓰는 동안 런던에 같이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돈나는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돈나의 동화들, 진짜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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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서울 한복판에서 로커 줄리엣 루이스를 만나자. <케이프 피어> <칼리포니아> <내추럴 본 킬러> <길버트 그레이프> 등에서 독특한 반항기와 관능미를 선보였던 루이스. 여느 예쁘장한 청춘스타와는 다른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그는, 지난 2003년 자신이 보컬로 참가하는 5인조 록밴드 ‘줄리엣&더 릭스’(Juliette&The Licks)를 결성하면서 음악으로 전향했다. 지난해 10월과 지난 5월에 각각 첫 번째 EP와 첫 번째 정식앨범을 발표한 이 밴드는, 오는 8월2일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한국의 음악 팬을 만날 예정이다. 루이스가 함께 공연을 갖게 될 밴드는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상훈이 이끄는 ‘왓’(What!).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다가 뮤지션으로 변신했다는 공통점 때문에 추진된 조인트 공연이다. 전직에 열중할 무렵에도 만만찮은 카리스마가 인상적이었던 둘의 공연, 여러모로 감개무량이다.
줄리엣 루이스의 록밴드 <줄리엣&더 릭스> 8월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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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곤 감독, 감우성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거미숲>(일본명: 스파이더 포레스트 - 참회)이 오는 8월 26일 일본에서 출시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섬>에 나왔던 한국의 실력파 배우들이 집결한 ‘한국판 메멘토’라고 소개되고 있는 것이 일본판 DVD의 특징이며, 국내판과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보다 8분이 늘어난 120분짜리 칸 영화제 출품판이 본편으로 수록됐다. 일본어 더빙이 추가됐고 부록으로는 메이킹 필름, 송일곤 감독 인터뷰, 예고편 등이 포함된다.
일본 극장가에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빼어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인 만큼 일본의 감우성 팬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3,990엔.
감우성 주연 스릴러 <거미숲> 일본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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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KBS 창사 특집극으로 제작된 드라마 한 편이 상하이 국제TV 페스티벌에서 드라마 부문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수상 기념으로 재방송을 할 테니 여러분 모두 시청해달라는 내용의 광고를 봤는데 드라마 제목은 <유행가가 되리> 란다. 유행가가 되리? 유행가가 되리. 순전히 제목이 좋아 재방송 시간을 기다렸다.
여기 서로가 지긋지긋하고, 삶이 권태로운 중년 부부가 있다. 임기를 한 달 앞둔 남편은 이렇게 퇴물이 되는구나 싶어 착잡하고, 아내는 하루 종일 남편 얼굴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 고상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살가운 말 한 번 할 줄 모르는 아내가 싫고, 광고회사 국장이라는 잘난 명함 하나 달고 바람이나 피웠던 남편이 가증스럽다. 그들은 한스럽다. 마음은 청춘인데, 쭈글쭈글 주름진 얼굴이 한스럽다.
그때 한 젊은 여자가 남편에게 접근한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젊고 예쁜 여자다.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다 여자가 먼저 내리면서
[드라마 칼럼] '남자니까 남자니까 남자니까', 노희경 드라마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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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마치 오래 사귄 친구의 집 같았다. 물 끓는 주전자, 선반에 즐비한 책과 CD들, 구석마다 놓인 앙증맞은 장난감들. 일상적인 인테리어가 컨셉이라도, 편안함을 그처럼 재연하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안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CD 속지를 확인하고, 책을 펼쳐보고, 소품들을 살펴보던 지진희는 즐거워 보였다. 카메라 앞에서 취하는 배우의 모든 행동이 연기임을 모르지 않지만, 호기심에 빛나는 눈빛까지 거짓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억을 잃고 13살로 돌아갔던 <봄날>의 고은호가 그의 본모습과 아주 가까웠음을 그제야 깨닫는다. 그가 최근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는 철없는 만화과 강사 석호(<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엇갈리는 주인공들을 엮어주는 천사 몬티(<퍼햅스 러브>). 한국과 홍콩, 신인감독(이하)과 중견감독(진가신), 블랙코미디와 뮤지컬 등 국적과 규모와 성격이 정반대인 두 영화가 지닌 공통분모는 의외로 큰 것 같다.
<퍼
속 깊은 친구의 은밀한 매력,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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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라는 제목은 역설적이거나 중의적이다. 교도소 안의 금자(이영애)는 모든 동료 죄수들에게 천사처럼 친절한 금자씨이지만 생글생글 웃으며 다른 죄수들을 괴롭히는 악질 죄수를 죽이고 출소 후 또 다른 살인을 꿈꾸는 마녀 이금자이기 때문이다.
친절한 금자씨는 마녀 이금자고 이금자는 천사의 얼굴을 한 잔인한 살인자다. 또 이금자는 속죄하기 위해 복수를 준비한다. 이처럼 <친절한 금자씨>는 극단적인 대비가 영화의 뼈대를 만들어간다. 19살의 철없는 금자씨는 대책없는 미혼모가 돼 살길을 찾다가 유괴범 백선생(최민식)의 꾐에 넘어가고 ‘유괴범(백선생)이 유괴범(금자)의 아이를 유괴하겠다’는 위협때문에 백선생이 저지른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13년간 수형생활을 한다. 교도소 안에서 금자는 듣는 이의 눈물을 쏙 빼는 속죄의 간증을 하고 출옥해서는 버림받은 영혼을 구원했다고 굳게 믿는 전도사에게 “너나 잘하세요” 한마디 하고 돌아선다. 그러나 13년의 ‘친절한’ 세월
<친절한 금자씨>에 속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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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7월24일(일) 밤 11시45분
오랜만에 신상옥 감독의 작품이 방영된다. 신상옥 감독의 후기 영화에 속하는 공포영화로, 한국판 <천녀유혼> 같은 작품이다. 중국 전래 괴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당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홍콩 배우 리칭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1967년 <리칭의 스잔나>란 제목으로 개봉한 홍콩영화의 히로인 리칭은 불치병에 걸린 청순가련한 여대생 역을 맡아 한국에도 엄청난 팬을 거느렸던 당시 아시아의 청춘 아이돌.
어린 시절 한도령과 혼약을 맺었던 연화는 병이 깊어 젊은 나이에 죽고 만다. 하지만 연화는 밤마다 배필 한도령에게 나타나 이승에서 못다한 정을 나누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연화의 원혼이 한도령으로부터 밤마다 정기를 뽑아내 요기를 유지하려 한다며 말린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 간곡히 매달리는 연화와 그 유모의 부탁에 이승을 떠도는 떠돌이 귀신을 만들 수 없다는 한도령의 말과 함께 둘의 아름다운 사랑
[한국영화걸작선] 한국판 <천녀유혼>, <반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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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7월24일(일) 오후 1시40분
이상하다. <새>는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뭔가 허전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음악이 거의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경음악이든, 혹은 우연하게 들리는 음악이든 영화음악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에서 음악 이외의 사운드의 역할은 배가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략하다. 평온하던 마을에 새떼가 급습하고 주민들을 해치며 결국 그들의 보금자리를 스스로 떠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듯 단순명료한 줄거리의 영화가 오늘날 <새>를 접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공포감을 부추긴다는 점이 놀랍다.
멜라니 다니엘스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느 가게에서 젊은 변호사 미치 브레너를 만난다. 멜라니는 미치의 여동생 캐시에게 줄 생일선물로 잉꼬 한쌍을 사서 그의 아파트를 찾아간다. 하지만 주말이면 보데가 만의 집으로 간다는 이웃의 말을 들고 멜라니는 다시 보데가 만으로 향한다.
공포스릴러의 교본,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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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7일에 첫 방송된 <제이미 스쿨 디너>를 보니, 열악한 영국의 급식 환경을 개선하려는 세계적인 요리사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한창이었다. 최고급 레스토랑 운영자이자 요리 프로그램 인기 진행자인 제이미가 영국 요크셔의 한 초등학교 식당에서 해내야 하는 과제는 실로 국가적인 차원의 것이다. 첫째, 학생 한명당 한끼에 37펜스를 넘지 말아야 하는 재료비 규정을 엄수해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할 것. 둘째, 햄버거와 냉동감자튀김, 냉동피자가 주를 이루는 기존 식단을 ‘치킨 캐서롤’이나 ‘호박 포카치아’처럼 영양가 있는 ‘요리’로 채울 것.
“학교 식당에 신선한 재료는 없고 냉동박스만 있다”며 놀라고, “이렇게 형편없는 재료비로는 아무런 영감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투덜대던 제이미는 곧 더 큰 난관에 부딪힌다. 아이들이 자신이 애써 만든 요리 대신 늘 먹던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제이미는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바꾸기 위해 아이들
급식에 대한 예의, <제이미 스쿨 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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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와 <올드보이>의 흥행에 더해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으로 박찬욱(42) 감독은 명실공히 한국 영화의 간판 감독이 됐다. 그 스스로 ‘복수 3부작’의 완결편이라고 말하는 <친절한 금자씨>의 개봉(29일)을 앞두고 영화평론가인 김소영(43)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박 감독을 인터뷰했다.(둘은 서강대 영화 동아리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분노, 죄의식 등 박 감독의 영화에 반복돼 등장하는 모티브의 개인적인 연원을 묻는 질문에서 박 감독의 대답은 비껴가는 듯 했지만 <친절한 금자씨>의 음악 사용과 동화적 표현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소영=박찬욱 감독은 지금 한국 영화계의 가장 ‘핫’한 위치에 있는 감독 중 한명이다. 이런 위치가 영화를 만들 때나 관객을 의식할 때 어떤 영향을 끼치지 않는가.
박찬욱=전혀 안 끼친다. 나는 영화 한편 만드는 데 시간도, 돈도 꽤 드는 타입이기 때문에 정말 내
김소영 교수가 만난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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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당황스런 미혼모 시추에이션? 32살 엄마와 16살 딸이 있다. 로렐라이는 (지금 딸의 나이와 같은) 16살에 임신을 하고는 혼자서 딸인 로리를 키워왔다. 당연히 전형적인 모녀관계는 여기에 없다. 두 사람은 쇼핑도 같이 가고 같은 남자를 좋아하기도 하며 철없는 친구처럼 아옹다옹 살아간다. <길모어 걸스>가 특이한 길모어 모녀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코네티컷의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짜 같은 삶이 있다.
처음 <길모어 걸스>를 본다면 뭐 이렇게 수다스러운 드라마가 다 있나 싶기도 할 것이다. 주인공들은 기관총을 쏘듯이 대사를 내뱉곤 하는데, 여기에는 대중문화에 대한 인용들도 다반사라 제대로 된 번역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로리의 대사. “Do not give me that whole ‘I’m so misunderstood, Kurt Cobainy’ thing”(제발 커트 코베인 식으로 ‘날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TV 드라마관] 철들지 않아도 좋을 모녀, <길모어 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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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웬수야>는 SBS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SBS 금요드라마’ 블록의 네 번째 이야기다. ‘다양한 소재를 좀더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신설된 이 블록은 <아내의 반란>과 <사랑공감>이 연이어 호평을 받으며 금요일 밤의 터줏대감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밀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방송된 <꽃보다 여자>가 참패해 금요일 밤의 영광은 다시 <부부클리닉…>에 돌아갔다. ‘SBS 금요드라마’ 블록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부담과 걱정 속에 <사랑한다 웬수야>가 지난 7월1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사랑한다 웬수야>는 똑똑한 신부를 만나 팔자에도 없던 왕자까지 된 고전 <바보 온달> 속 온달이 과연 행복했을까를 되묻는 프로그램이다. 돈·학벌·외모 모든 것이 완벽한 해강(하희라)이 부담스러운 오종세(김영호)가 이혼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담길 예정이기 때
바보 온달은 결혼해서 행복했을까? <사랑한다 웬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