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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서사를 회복하자는 선언이라도 하자”
황구라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정원>의 원작자인 황석영 작가와 각색자이자 연출가인 임상수 감독과의 대화는 일대일의 공정한 대담이 되기 어려웠다. 오후 4시에 만나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황석영 작가는 쉬지 않고 말했다. 본인 레퍼토리만 200가지라고 한다. 임상수 감독은 황석영 작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3대 구라에 대해 얘기했다. “누군가 황 선생님한테 선생님이 망명 기간 동안 그리고 감옥을 다녀 오는 동안 새로운 구라들이 떴습니다, 했더니 황 선생이 이랬대요. ‘걔네들은 교육방송 수준이야. 내가 라디오지.’” 황석영 작가의 라디오는 쉬지 않고 연애, 감옥생활, 신자유주의, 노동의 이동, 비정규직, 한국 문학의 위기, 한국영화의 위기, <한겨레>의 발전 프로젝트 등 주제를 옮겨다니며 능청스럽고 활달하게 유쾌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오래된 정원>은 군부독재 반대 운동으로 18년간 장기복역하고
원작자와 감독이 만났을 때 [2] - <오래된 정원>의 황석영+임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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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노센스>와 함께 2004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던 재패니메이션 <스팀보이>가 27일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스팀보이>는 1988년 <아키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이 16년 만에 내놓은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기간 9년, 총제작비 240억원이 들어간 대작이다. 영국의 산업 혁명기를 배경으로 발명가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레이가 막대한 위력을 지닌 ‘스팀볼’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모험활극풍으로 그리고 있다.
자칫 악용될 수 있는 과학문명에 대한 비판은 <아키라>에서 <메모리스>까지 오토모 감독이 줄곧 다뤄온 주제. 다소 진부한 장광설과 함께 밀도가 떨어지는 극 전개가 아쉽지만 후반부에 배치된 압도적인 파괴 장면은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들에선 볼 수 없었던 볼거리다. 또한 치밀한 고증을 통해 묘사되는 19세기 런던의 풍경 등
대작 애니 <스팀보이> 기자시사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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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이 수도권을 덮쳤던 일본의 지난 주말, 극장가 외출 인파는 뜸했지만 <스타워즈3>는 3주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현재 총수입 40억엔을 돌파했고 곧 50억엔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3위로 새롭게 등장한 <강철 연금술사, 샴발라를 정복한 자(鋼の鍊金術師 シャンバラを征く者)>는 만화와 TV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의 오리지널 극장판이다. 주말이틀동안 18만여명을 동원하고 흥행수입은 2억2500만엔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코난>의 약 80%에 달하는 좋은 성적이다.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는 5위로 데뷔해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별 호응을 못받았다. 우리나라에서만 첫주말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한 상황. 주말 이틀동안 고작 2억엔의 수입을 올렸는데 블록버스터 규모를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7위에 새로 진입한 <황제 펭귄>이 오히려 눈에 띈다. 전주 20위에서 개봉관을 120개 늘리면서 순위가 대폭 상승했는데 자연
<스타워즈3> 3주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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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소설 <DMZ>), <살인의 추억>(연극 <날 보러 와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소설 <위험한 관계>), <올드보이>(동명 만화). 최근 충무로가 거둔 가장 큰 수확들이 각색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영화가 모든 예술의 부문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강한 친화력과 잡식성의 예술이라는 뜻도 될 것이고, 21세기 예술의 총아가 영화라는 뜻도 될 것이며, 한편으로 일급의 시나리오 작가가 많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위기설이 도는 충무로에 주목할 만한 원작 각색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군사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18년간의 애끓는 그리움과 좌절을 담은 곡진한 사랑 이야기인 황석영의 소설 <오래된 정원>을 임상수 감독이, 1905년 멕시코에 팔려간 한국인 1033명의 운명을 다룬 김영하의 소설 <검은 꽃>을 이재한 감독이, 도박판의 세계를 긴장감 넘치게 구
원작자와 감독이 만났을 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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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TV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가 방영 20주년을 맞아 DVD로 출시된다. 11월중 발매될 <오프라 윈프리 쇼> DVD는 윈프리 소유의 하포 프로덕션과 킹 월드, 파라마운트 홈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기획, 제작한다.
DVD의 내용은 지난 20년간의 쇼 하이라이트와 대표적인 에피소드, 제작과정 영상, 윈프리의 인터뷰 등을 수록한 여러 장의 디스크로 구성된다. 또한 DVD 판매액 가운데 하포 프로덕션으로 돌아갈 수익은 역시 윈프리가 설립한 자선 기관인 엔젤 네트워크를 통해 자선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윈프리는 자신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만들어준 프로그램의 DVD 출시에 대해 “판매 수익을 통해 세상에 보답하고 싶으며 앞으로의 20년도 나의 진정한 소명인 전 세계의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불우한 가정을 위한 봉사를 위해 바칠 것” 이라고 말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미국에서만 매주 3천만 명이 시청하는 대표적인 토크쇼이며
<오프라 윈프리 쇼>, 20주년 맞아 DV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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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록> <아일랜드>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공포영화 리메이크작 <아미티빌 호러>가 10월 4일 미국에서 DVD로 출시된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멜리사 조지가 출연한 이 영화는 지난 4월 미국 개봉 시 첫 주 흥행 수입 1위를 기록했으며, 역시 마이클 베이가 제작한 또 다른 리메이크작인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국내 개봉되기도 했다. 원작은 스튜어트 로젠버그 감독의 1979년도 작품.
미국판 DVD는 소니 픽처스에서 출시되며, 기본 사양은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지원된다.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와 프로듀서의 음성해설, 8개의 삭제 장면, 영화의 소재가 된 디포 살인 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 멀티 앵글로 감상하는 제작 과정 등의 부록을 담는다. 정가는 28.95달러.
<아미티빌 호러> 리메이크 10월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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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스미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몰랫츠>가 개봉 10주년을 맞아 업그레이드판 DVD로 새로 출시된다. 특히 이번 ‘10주년 기념판 DVD’에는 극장 공개판은 물론 2시간 3분짜리 확장판이 함께 수록될 것으로 알려져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DVD는 디스크의 양면을 모두 활용한 더블 사이드 사양으로 1.8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수록되며, 음성해설, 촬영장 인터뷰, 메이킹 다큐멘터리 등이 담기게 된다. 케빈 스미스 감독의 작품 소개와 10년만에 다시 모인 출연진의 질의응답 영상 역시 팬들의 구미를 자극할 법하다.
출시일은 9월 20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유니버설을 통해 정가 26.98달러에 판매된다.
<몰랫츠> 10주년 기념판 9월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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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곳에서는 이주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7월 초 발칸반도를 다녀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스위스 제네바를 거쳐,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코소보의 프리슈티나, 마케도니아의 스코페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대한민국 여권 하나면 무사통과였고, 더위만이 유일한 투정거리였다(마침 한국언론재단에서 지원하는 ‘스터디 투어’(Sturdy tour)의 주제는 난민과 이주였다. 10명이 일정을 함께했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합법으로 내려간 그 길은 누군가에게는 불법으로 마음 졸이며 거슬러오른 길이었을 게다. <인 디스 월드>의 자말(자말 우딘 토라비)과 사촌형 에나야트(에나야툴라 자무디)처럼. <인 디스 월드>는 12살 소년 자말이 사촌형 에나야트와 함께 파키스탄에서 런던까지 6400㎞를 (주로) 육로로 건너가는 이야기다. 우여곡절은 당연지사. 파키스탄 국경은 뇌물을 주고 건너고, 터키 국경은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넘는다. 이란 국경에서는 적발당해 추방당한다. 그래도
이 세상 어디에나 자말은 있다, <인 디스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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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은 꽤 현실적인 재난영화다. 우선 <인디펜던스 데이>나 <딥 임팩트>에서 보이는 ‘재난상황에서도 일사불란하게 유지되는 공권력과 사회질서’가 없다. “만인은 만인에 대한 늑대”라는 말처럼, 재난이 터지면 2차적인 약탈과 무질서로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따라서 차를 뺏기는 위치에 섰던 주인공이 곧 배를 타기 위해 억지로 매달리던 장면이 대변하는 영화의 현실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미덕은 이뿐이다. 허문영이 언급한(511호) “포스트 9·11의 미디어에 관한 스필버그의 비평”이자, “재난의 스펙터클로부터 거리두기의 안간힘”으로 보기엔 공포의 스펙터클이 과하고, “가족주의와 계급/지역 정치학의 긴장”으로 갈음하기엔 ‘불안정한 아비의 위상’이 걸린다. 오히려 영화는 ‘포스트 9·11의 공포의 정치학’을 충실히 따른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며, 그보다 ‘생물학적 아비의 위상 제고론(提高論)’을 펼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포스트 9
누가 생부를 무시하는가? <우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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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4: 목소리>의 서사, 시각, 소리의 영역에서 눈에 띄는 부재는 남성적 억압이나 체제의 중압이 불러일으키는 공포다. 영화에 남자 선생님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존재감은 미미하다. 더구나 주인공의 아버지는 (그야말로) 출장 중이고, 입시 지옥체험도 고등학교 2학년, 이 18살 소녀들의 세계에 이상하리만큼 삭제된 채 있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장악하고 있던 낡은 교사의 삐꺽대는 목조 계단 소리도 멈추었다. 교복을 입긴 하지만, 체육복 색깔이 빨간색이라 뭐 새삼스레 억압 운운할 것도 없다. 게다가 환상적 시설을 갖춘 음악실, 잘 돌아가는 방송부, 시체가 위에 얹히기도 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곧잘 작동하는 엘리베이터도 있다(다른 학교에도 있긴 하지만 학생들은 사용불가인 경우가 대부분). 빨간 체육복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이 학교의 소녀들은 한국의 다른 학교 시스템 혹은 교육부로부터 독립된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가 가장 공들여 만들어내는 장면들
소녀들의 성장담이 추문으로 끝난 까닭, <여고괴담4: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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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7월 중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다녀오면서 이번 여름 한국 호러영화의 수확고를 확인할 기회를 가졌다. <분홍신>과 <여고괴담4: 목소리>에 근거해볼 때, 올해의 수확은 지난해 여름보다 나아 보인다. 한국 호러가 홀수 해(1999, 2001, 2003, 2005년)에 제일 잘 나온다는 한 동료의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이 두 영화를 연속적으로 봤을 때 아시아와 서구 호러영화간의 주요한 차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서구 비평가들이 최근 이 장르의 아시아영화를 “호러영화”보다는 “사이코스릴러”나 “사이코드라마”라고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시아 감독들은 분명 관객을 공포에 떨게 할 때보다 다양한 접근들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일이다.
<분홍신>과 <여고괴담4…>는 영화적 스타일 면에선 서로 완전히 다르지만, 관객을 불안하게 만드는 효과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다. <분홍신>에서 그리고 있는 모녀관계
[외신기자클럽] 형이상학적 공포의 강렬함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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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전선이 물러가고 열대야가 찾아왔다. 에어컨으로도 선풍기로도 식힐 수 없는 여름밤의 더위를 피하는 방법 한 가지. 7월28일부터 9월9일까지 서울 시청 광장을 비롯한 서울 시내 공원에서 열리는 ‘좋은영화감상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꾸려온 한여름밤의 영화축제, 좋은영화감상회는 올해 10회를 맞아 프로그램과 야외상영 공간을 대폭 늘린다. 개막작 <간큰가족>과 폐막작 <거칠마루>를 비롯, 16편의 국내외 영화가 총 30회에 걸쳐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 <간큰가족>은 남북통일의 염원을 품은 아버지 때문에 온 가족이 통일자작극을 꾸미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은 코미디로, 개봉 당시 관객의 호응을 받았던 작품. 폐막작으로 선정된 <거칠마루>는 최고의 고수를 찾아나서기 위해 무술의 달인들이 경연을 벌이는 이야기로, 태껸, 우슈, 무에타이, 유도 등 실제 무술의 최고수들이 배우로 출연해 경이로운 액션의 힘을 선보이며, 진정한 무도가 무
영화와 함께라면 열대야쯤이야, 서울시 좋은영화감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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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 제작자와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갈등 문제에 대해 한국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제협)와 매니지먼트협회(가칭) 준비위원회(회장 정훈탁)가 26일 성명서를 내고 한국영화발전을 위해 함께 대처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지난 7월 초 제협은 매니지먼트사의 무리한 지분 요구와 기여없는 공동제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이 주장을 매니지먼트협회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받아들이면서 12일부터 두 협회는 본격적으로 협상 논의를 시작했다.
양쪽은 성명서를 통해 “각자의 내부반성을 토대로 공정한 제작시스템에 대한 원칙을 확인하고, 투자·배급과 유통 인프라 등 외부 환경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지도록 공동으로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양쪽은 보다 구체적으로 △제협은 표준제작규약을 만들어 현재의 고비용 제작 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조수 스탭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매니지먼트협회는 스타캐스팅을 조건으로 공동제작 크레딧과 그에 따른 지분
“스타캐스팅 투자관행 고쳐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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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서든 극단적으로 돋보이는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고, 이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보는 순간 뒷골을 치는 듯한 충격, ‘상상의 범주’라는 말을 비웃듯이 전하는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 사람들에게 천재라 불리는 이들의 작품을 볼 때면, 그들이 전하는 날카로움에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노먼 맥라렌(1914∼87) 역시 애니메이션계의 천재로 칭송받으며,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실제 영상(live action) 필름의 프레임을 편집해 표현하는 픽실레이션이나, 필름 위에 직접 채색하거나 스크래치를 만들어 제작하는 다이렉트애니메이션(Drawing on Film, Scratching on Film), 소리와 움직임간의 조화와 연결 등 그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새롭게 도입한 기법과 방향성 등은 지금 우리가 보는 애니메이션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14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인테리어 디자인과 영화를 전공한 그는, 1943년 캐나다
천재 애니메이터의 서늘한 충격, 노먼 맥라렌 특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