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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무엇보다도 항상 강렬한 영상 경험을 제공해왔는데, 그런 면에서 <친절한 금자씨>는 시각적으로 자극적이고 감정적으로 유쾌하면서 맹렬히 지성적인 작가영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극적 구성의 몇몇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장르에 기초한 동아시아와 국제영화의 한계를 뛰어넘고 발전시킨 삼부작의 독창적이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결론이 되어줬다는 것이다.
대중문화 및 영화광적인 요소를 뒤섞었다는 점에서 박 감독의 복수 삼부작에 가장 유사한 서양영화를 꼽는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2부작 <킬 빌>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사실상 그 이상의 유사점을 찾긴 힘들다. <킬 빌>이 내러티브에 기초한데 반해 박 감독의 삼부작은 주제에 기초하고, 타란티노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아시아와 서양 펄프 시네마의 공통요소를 화합시키려고 한데 반해 박 감독의 세 영화는 공통적으로 100% 한국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지녔다.
아시아영화와 특히
<친절한 금자씨> [5] - 데릭 엘리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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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부터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내가 볼 때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박찬욱의 영화는 늘 이전 영화들이 더 나았다. 그리고 마침내 <쓰리, 몬스터>에서는 완전히 바닥을 쳤다고 본다. 그는 이 에피소드에 대한 제작일지에서 <쓰리, 몬스터>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삶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불가능한 선택에 대한 상징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그 영화는 (피아노 건반에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을 매달아놓고 하나씩 자르는 등의) 극단적인 가학증에 대한 설득력 없는 이론에 불과하다. 그러한 설명이 영화와 관객 모두에 대한 증오와 자기 혐오가 이상하게 섞여버린 영화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최소한의 기대치만 갖고 있었다. 그러나 박찬욱의 다음 행보에 대해선 궁금하기는 했었다.
내가 기대했던 것이 무엇이었든 바로크 음악의 치료효과에 관한 두 시간짜리
<친절한 금자씨> [4] - 토니 레인즈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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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두부스럽게’ 시작해보자. <친절한 금자씨>의 앞부분,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친 가운데 영화는 그로테스크한 동화처럼 열린다. 교도소 밖, 붉은 산타 모자를 둘러쓴 성가대들이 늘어서 있다. 형기를 마친 수감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아, 그 유명한 금자(이 영애)씨의 레트로 물방울 원피스가 보인다. 전도사는 하얀 접시에 하얀 두부를 얹어 깨끗하게 살라며 금자씨에게 먹이려고 한다. 물론 금자씨는 먹지 않고 아니 먹기는커녕 오히려 전도사에게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한다. 전도사도 놀라고 붉은 성가대도 놀란다. 아니, 속죄의 두부를 거부하다니.
이제 케이크로 끝내보자. 영화가 끝날 무렵, 아직 겨울이다. 금자씨는 딸에게 줄 하얀 케이크를 들고 가다가 길에서 딸을 만나자 아마도 속죄에 관계되었을 법한 여러 가지 말을 중얼거린 뒤 흰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는다. 하얀 눈이 골목길을 채우고 있다. <올드보이>의 마지막 장면처럼 흰 케이크와 하얀 눈은 회귀 불가
<친절한 금자씨> [3] - 김소영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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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좀 따뜻한 결말이기를 바랐다”
그는 이틀간 종일 인터뷰가 있다고 했다. 잠도 호텔에서 잔다고 했다. 유명세가 불러온 영광의 감금(?)이었다. 하지만 친절한 찬욱씨는 다시 한번 <친절한 금자씨>를 성심성의껏 구석구석 설명해준다. 아직 여과없이 말하기 힘든 부분까지도 말이다. 그래서 이 인터뷰는 중요한 특정 인물의 이름을 살짝 건너뛰거나, 장면 설명을 약간 다듬어서 묘사하는 정도의 수정을 거쳤다. 그 때문에 잠깐씩 미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 더 꼼꼼히 읽으시기를 권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읽는다면 더 오롯이 들릴 거라고 생각한다.
-먼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자면 현장 검증에 끌려다니는 금자 모습을 보면서 칼 비행기 폭파범 김현희가 떠올랐다. 영화 속에 설정된 시기도 비슷하고. 의도한 건가.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연결을 갖는 건 아니다. 미모의 젊은 여성이 수갑차고 사람들한테 막 끌려다니는 모습은 누가 만들어놔
<친절한 금자씨> [2] - 박찬욱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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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그녀처럼 아름답게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7월29일 관객과 만난다. 이 작품은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 이은 복수 3부작의 대단원으로 “화사하고 서정적인” 복수극이 될 것이라고 예고돼왔다. 영문 제목 <심퍼시 포 레이디 벤전스>(Sympathy for Lady Vengeance)가 뜻하듯 금자씨(이영애)의 복수 행각에 대해 넘쳐나는 동정이 서정을 넘어 서글픔을 안겨준다. 쉼없이 떠오르는 회상장면을 통해 금자씨의 정체와 사연을 서술하는 순간들에서 박찬욱표 스타일이 흘러넘치며 과하지 않은 유머들은 비극성을 증폭시킨다. 확실히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올드보이> 같은 팽팽한 긴장의 순간들은 이완되고 지연된다. 그런데 3부작 마지막에서 희망을 보게 되리라던 박찬욱 감독의 ‘공언’은 명쾌히 지켜진 것일까? 정말 희망이 있긴 있는 걸까? 결국 이번 특집에선 <친절한 금자씨>를 중심으로 복
<친절한 금자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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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면서도 아카데미에는 후보작조차 올리지 못해 조급해하던 국내 영화계에 희소식을 전해준 것은 외국어 영화부문이 아니라 박세종 감독의 <버스데이 보이>를 주목한 단편 애니 부문을 통해서였다. 캐나다의 경우도 비슷해서 캐나다인으로서 최초로 아카데미에 4차례나 후보작을 올리고 그중 두 개의 오스카를 가져간 사람은 실사영화 감독이 아닌, 애니메이션계의 살아있는 전설 프레데릭 벡이었다.
프레데릭 벡의 작품들은 일본서 5년 전 6작품을 1장의 디스크에 담아 DVD 출시 한 바 있는데, 국내의 경우 그로부터 2년 뒤 모 제작사에서 일본과 동일사양으로 제작 완료하고 출시를 기다리던 중 판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DVD 출시가 좌절된 바 있다. 프레데릭 벡을 포함한 아트 애니메이션의 국내 판권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 라바 메이저에서는 작년부터 아슈 파텔이나 NFBC 작가들의 작품집을 선보였으나 프레데릭 벡 DVD가 언제 출시될지는 현재로서도 예측이 힘든 상태다.
그
조성효의 애니모션 <프레데릭 벡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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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한국형 감성 느와르 액션’을 표방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감독판’으로 출시됐다. 7월에 출시된 '한국 영화 타이틀 삼총사' 중 단순히 스펙만 따졌을 때 <달콤한 인생>은 '메뉴 화면 디자인'과 '음향 포맷'(DTS-ES)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화질 면에서는 <남극일기>나 <주먹이 운다>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다.
화질 면에서 본 타이틀의 약점은 선명도가 떨어지고 잡티와 굵은 입자가 눈에 띄는 부분이 의외로 많으며 체감적인 해상도 역시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는 점이다. 작품의 촬영 컨셉 자체도 다소 거친 느낌이 강조된 것이었기 때문에 이상 열거한 약점들은 더욱 부각되어 보인다. 특히 많은 인물이 한 화면에 포착된 신이나 원경의 묘사가 강조된 부분 등에서는 '다소 흐릿한 느낌의 영상'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하실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색감 역시 '화사한 느낌'과는 거리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7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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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는 매달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컨텐츠로서 그 달의 레퍼런스(화질, 음향, 부록 등에서 모범이 될만한) 타이틀을 엄선해, 주요 장면의 AV적인 우수성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DVDTopic)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7월의 출시작 중 최고의 화질을 자랑하는 타이틀은 바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다. 아마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본 타이틀의 영상은 ‘표준 레퍼런스급 타이틀’의 화사한 영상과는 완전히 다른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둡고 답답한 느낌의 색톤이 지배적으로 사용되었고, 섀도우가 마치 ‘제 3의 캐릭터’처럼 활용되어 적지 않은 장면에서 ‘암부의 디테일이 선명치 않다’라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한 마디로 DVD 유저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산뜻하고 정제된 느낌의 영상’과는 거리가 먼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순전히 ‘계산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7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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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이 가버린 수목 드라마의 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서 SBS의 <루루공주>가 첫 승을 거두었다. <루루공주>는 7월 27일 첫 방송에서 17.8%, 다음 날에는 22.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주 시청률 순위 5위에 올랐다. 첫 회의 시청률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 첫 방송에서 기록했던 18.3%보다 0.5% 뒤지지만, 2회는 오히려 1.2% 높은 수치를 보여, 출발은 매우 좋은 편이다.
하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이 높은 시청률과 함께 내용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반면, <루루공주>는 전형적인 스토리와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물론 달콤한 판타지가 좋다는 반응도 많다. 2회째에 <내 이름은 김삼순>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여 적어도 수치상에서는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 인기가 어느 정도의 상승세를 가지고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루루공주>, 2회째에 <내 이름은 김삼순>의 기록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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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DVD 매체로 블루레이 디스크를 지지해 온 20세기폭스가 미국시간으로 지난 7월 29일, 블루레이 디스크로 발매할 자사의 영화 컨텐츠 리스트를 공개했다.
실제 발매일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블루레이 하드웨어와 동시에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출시될 예정으로, 리스트 중에는 <에이리언> <다이하드> 등 히트작에서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 등 고전 명작은 물론 <엑스파일> 등의 인기 TV 시리즈도 포함되어 있다(자세한 것은 아래 리스트 참조).
20세기폭스사는 블루레이 디스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해적판을 방지하기 위한 블루레이 디스크 연합의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폭스홈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던 사장은 “블루레이 디스크의 HD 기술이 기능, 화질, 용량, 제작비, 확장성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며, 차세대 홈 엔터테인먼트로서 적합한 포맷”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 중에는 20세기폭스와 함께 소니픽
20세기폭스, 블루레이 출시예정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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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정말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졌다. 코미디<웨딩 크래셔>가 개봉3주차에 2위에서 1위로 상승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또 지난주 <아일랜드>의 실패에 이어 1억달러짜리 블록버스터<스텔스>마저 비슷하게 저조한 성적으로 4위에 데뷔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비싼 액션영화들이 2주째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2주연속 1위였던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1638만달러를 거두면서 2위로 하락했다. <웨딩 크래셔>의 성적은 전주보다 20% 떨어진 2047만달러로 누적수입은 1억1607만달러가 됐다. 남의 결혼식에서 여자 유혹하는 것을 부업으로 삼은 두 남자의 이야기가 극장가에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쨌거나 한창 순위가 뒤바뀌어야할 여름 시즌에 두 편의 영화가 연속 3주동안 1,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아니나다를까 이번 주 박스오피스 전체 수입이 최근 2개월 중 최저를
성인코미디<웨딩 크래셔> 美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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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식 예고편의 공개와 함께 올 연말 최대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피터 잭슨 감독의 신작 <킹콩>은 이미 두 차례(속편들까지 합치면 네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이 가운데 1976년 제작된 디노 디 로렌티스 버전 <킹콩>이 DVD로 재출시될 예정이다.
오는 11월 22일 미국에서 발매되는 76년판 은 유인원 분장의 대가로 손꼽히는 릭 베이커의 정교한 킹콩 특수분장과 헤로인 제시카 랭의 매력이 빛을 발했던 스펙터클.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킹콩 영화이기도 하다. 이번에 파라마운트에서 새로 선보일 DVD는 패키지 이미지 외에는 구체적인 사양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구판 타이틀에는 전무했던 부록이 수록될 것인지가 팬들의 관심사다.
한편, <킹콩> 신화의 시작을 알렸던 RKO 픽처스 제작의 1933년판은 올 하반기 워너 브라더스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디 로렌티스판 <킹콩> 패키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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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말로만 듣던 한국 과학수사팀 동네에 출연
[올드독의 TV감상실] 말로만 듣던 한국 과학수사팀 동네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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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리메이크작이 공개중인 <우주전쟁>의 1953년도 영화판이 11월 1일 미국에서 특별판 DVD로 출시된다. 원래는 스필버그 버전의 개봉에 맞추어 여름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아예 스필버그 버전의 DVD 출시 시점으로 늦춰지게 된 것.
50년대 할리우드 시각효과를 주도했던 조지 팔의 정교한 특촬 영상이 인상적인 <우주전쟁> 1953년판은 지난 1999년 DVD로 출시가 되었으나 이번 특별판은 새로 제작된 부록이 다수 추가된다. 가장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주연 배우 진 배리와 앤 로빈슨의 음성해설. 여기에 장르 영화 전문가인 밥 번즈와 빌 워렌이 별도의 음성해설을 제공하여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두 편의 메이킹 다큐멘터리와 방송 당시 실제 상황으로 착각한 청취자들이 혼란을 일으켰다는 일화로도 유명한 오슨 웰스의 라디오 드라마 버전이 완전판으로 수록될 예정이어서 '우주전쟁 마니아'들
53년판 <우주전쟁> 특별판으로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