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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서 깨어나 영화로 부활하라
이만희는 전설적인 감독이다. 30년 전 그가 편집실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45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졌을 때 이미 그의 전설은 시작되었다. 세상은 그의 남아 있는 작품보다는 사라진 작품을, 그리고 그의 삶보다는 그의 죽음을 더 많이 이야기했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가고, 영화를 할 수 없는 절망으로 죽어간 이만희는 이 땅에서 영화하는 이의 영감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영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연구되지 않았다. 사실 누가 감히 전설을, 그의 처절한 삶과 안타까운 죽음 앞에 쉽게 그의 작품세계를 논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을는지 모른다. 이만희의 영화들이다. 세상은 이만희를 한국 영화언어의 신기원을 세운 <만추>로, 그가 마지막 숨결을 쏟았던 <삼포가는 길>을 만든 예술적이며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로 기억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그가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9] - 이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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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5: POP - 대중영화의 즐거운 수족관이 부산항에 열렸다. 만화경 같은 영화의 순수한 매력 앞에서 시네필과 자갈치 아지매의 경계는 무너진다. 사랑스러운 관상어들을 구경하러, 오이소.
퀸즈 Queens
■ 그 남자들과 그 남자들의 사정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게이 단체 결혼식. 그곳으로 향하는 다섯명의 엄마들이 있다. 판사인 헬레나의 아들 위고는 섹스중독증에 걸린 누리아의 아들 나르시소와 결혼할 예정이고, 영화배우 레이제스의 아들은 정원사의 아들과 사랑에 빠졌다. 결혼식이 개최되는 호텔 사장 마그다의 아들은 아르헨티나에서 온 뻔뻔스런 식당 주인 오펠리아의 아들과 백년가약을 맺을 셈이다. <퀸즈>는 주책없을 정도로 대책없는 퀴어코미디다. 엄마들은 아들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힘겨워하는 과정을 넘어선 지 오래고, 그들의 목표는 어떻게든 단체 결혼식을 사고없이 치러내는 것. 물론 다섯명의 엄마와 한명의 아빠, 여섯명의 아들에다 개 한 마리가 쉴새없이 떠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8] - 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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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부산 영화제가 상영편수와 상영관을 대폭 늘렸다고 여유부렸다가는 후회할 일이다. 지난 23일 예매를 시작한지 나흘만에 개·폐막작을 비롯해 38편이 이미 매진됐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부지런히 상영 프로그램을 뒤져보자.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들을 소개한다.
거장 감독과의 악수는 영화제 방문의 기본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가 부산에 온다. <로제타>에서 고단한 소녀의 현실을 직시했던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는 희망없이 살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된 소년을 따라가는 영화로 감독 특유의 관찰자적 시선이 빛나는 작품이다. 스탠리 콴 감독의 <장한가>는 평범한 집안에서 미녀로 태어난 여성의 수십년에 걸친 삶을 조망하는 영화로 <완령옥> <레드 로즈 화이트 로즈>의 회고적 정서가 40년대 상하이의 고혹적인 분위기에 고즈넉하
10회 부산국제영화제 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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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일본에서 살던 집 건너편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이 운영하던 꽤 큰 영화관이 있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방과 후면 늘 그 곳에 가서 영화도 보고, 두 분과 저녁도 먹곤 했다. 유년 시절 영화관은 하교 후 가방만 던져놓고 달려 나가는 놀이터였던 셈이다.
그렇게 보기 시작한 영화 중 선명하게 기억 되는 첫번째 영화가 저 유명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몇 번을 보고 또 봤다. 아름다운 스칼렛, 비비안 리. 그는 단번에 내 시선을 빼앗아 가버린 ‘너무나도 예쁜’ 기억 최초의 ‘서양 여성’으로, 이후 내 인생의 모델이자 미적 감성의 원천이 되어 버렸다. 철없고, 가냘프게만 보이는 그가 석양 무렵 당근을 뽑으며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라거나, “신께 맹세코 앞으로 나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겠어, 내 가족을 굶주리지 않게 하겠어”라며 되뇌던 모습은, 그때까지 내가 갖고 있던 ‘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당시 내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열정적 여성의 모습 내 심장에 강한 각인 ‘비비언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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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4: IMAGINATION - 제멋대로 굽이치는 상상력의 쓰나미가 부산항을 덮쳤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화-서퍼들은 서핑보드를 들고 파도에 오르자. 한번 타면 내릴 방법은 없지만, 이런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
함부르크 강습소 The Hamburg Cell
■ 가해자 시점에 동승, 9·11 테러의 재구성
아랍계 혈통인 듯한 한 남자가 공항에서 공중전화를 건다. 여자가 받는다. 그는 “사랑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그 위로 ‘2001년 9월11일’이라는 자막이 뜬다. <함부르크 강습소>는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인 9·11 테러를 소재로 삼은 극영화다. 레바논의 부유한 가정 출신인 지아드는 함부르크대 유학 중 이슬람 무장단체 지하드에 우연히 가입, 열성 단원이 된다. 이 영화는 당시 재판기록과 각종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철저한 테러 준비과정과 5년이라는 길고 외롭고 혹독한 시간을 버티게 한 이들의 신념이 영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7] -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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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땅 What a Wonderful Place
■ 이스라엘의 로버트 알트먼식 블랙코미디
<선택받은 땅>은 신에게 ‘선택받은 땅’ 이스라엘의 인생군상을 로버트 알트먼의 화법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경찰일을 그만두고 러시아 여자들을 인신매매해 아랍과 이스라엘의 집창촌과 마피아에 팔아넘기는 프랑코. 그의 손에 의해 팔려왔지만 몸을 파는 일을 거부하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러시아 여인 야나. 아내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소심한 농장주인 젤트처. 그의 땅에서 농부로 일하며 ‘왕의 날’을 준비하는 타이 노동자들. 영화는 그들을 중심으로, 인신매매 단체와 팔려온 여인들과 그들의 가족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하며 현대 이스라엘의 고루한 초상을 블랙코미디의 기운에 실어낸다. 2005년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선택받은 땅>은 신랄한 리얼리즘 속에서도 시적인 정서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기자로도 활동했고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영화를 시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6] - 현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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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3: REALITY - 세상을 굽어보는 등대의 불빛이 부산항을 비춘다. 높은 곳에 올라 울고 웃으며 변해가는 대양의 사람들을 바라보고픈 관객이라면, 등대로 오르는 계단을 겁내서는 안 된다.
해바라기 Sunflower
■ 아버지와 아들과의 30년 전쟁
아버지는 아들에게 폭군이다. 아버지의 자애는 아들에게 폭력이다. 엄마에게 매타작을 당하면서도 골목에서 새총질을 멈추지 않는 열살배기 시앙 양.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가 나타나면서 이 꼬마에게도 시련이 찾아든다. “너는 내 두 번째 기회야!” 문화혁명의 격류에 휘말려 10년 하방생활을 해야 했고, 이로 인해 더이상 붓을 들 수 없게 된 아버지는 강제로 시앙 양을 화가로 키우려고 하고, 이때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30년 갈등이 시작된다. 로큰롤과 마약으로 대표되는 문화개방의 파고를 실제 겪으며 혼란의 성장기를 보냈던 감독은 <샤워> <지난날> 등의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새것과 헌것의 충돌을 응시한다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5] - 현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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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만화, 죽을 맛이다. ‘못 받은 원고료 받기’가 만화 잡지의 기획거리가 되는 실정이다. 구제금융 위기 당시, 너나없이 차린 만화 대여점을 통해 더는 시판용이 아닌 대여용으로 만화는 전락했다. 대형 만화출판사의 한 이사급 인사는 쏟아붓는다. “만화 하다가 영화로 가고, 게임으로도 가고, 아님 아예 외국으로 간다. 돈이 안 되는데 누가 그리겠는가?!”
만화는, 굶거나 그야말로 세련된 아이디어를 벼려야만 일용할 양식이 구해지는 초절정 서바이벌 장르가 됐다. 그래서 더 반갑다. 영화와 만화의 만남이 최근 불 붙었다. ‘이야기’에 굶주린 영화, ‘희망’에 굶주린 만화가 만난 셈이다. 중심엔 인터넷 만화가 강도영씨가 있다. 올 하반기, 그의 작품이 원작이 되는 3편의 영화가 크랭크인 될 것 같다. 모두 6천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던 가슴 따뜻한 사랑 이야기의 <순정만화>(류장하 감독)는 현재 배우 섭외 단계에 있다. ‘미스터리 심리썰렁물’을 내세운 <아파트>는 &
[팝콘&콜라] ‘배고픈’ 만화, 영화화가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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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2: ROOKIE - 새로운 재능의 조류가 싱싱한 활어들을 부산항으로 밀고왔다. 영화 미식가들이라면 신인들이 낚은 펄펄 뛰는 횟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참을 수 없는 비릿함도 색다른 별미다.
로버트 카마이클의 엑스터시 The Great Ecstacy of Robert Carmichael
■ 21세기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이라크 전쟁이 한창인 시절, 영국의 자그마한 항구도시에는 비틀거리는 소년들이 있다. 그들은 급우들의 돈을 빼앗고, 폭력을 행사하고, 소녀를 강간하며, 엑스터시와 대마초를 사탕처럼 소비한다. 중산층 홀엄마와 살아가는 로버트 카마이클은 학교 연주회를 위해 첼로를 켜는 반듯한 소년. 하지만 카마이클의 마음 역시 서서히 썩어져간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카마이클은 두명의 친구와 함께 유명 요리사의 집에 몰래 잡입하고, 비린내나도록 끔찍한 악마성을 드러낸다. <로버트 카마이클의 엑스터시>는 21세기의 <시계태엽장치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4] - 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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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너는 내 운명> 제목이 내 사랑이 아니라 내 운명인 이유
[헌즈다이어리] <너는 내 운명> 제목이 내 사랑이 아니라 내 운명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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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Princess Raccoon
■ 82살 스즈키 세이준의 만화경 같은 오락가극
1940, 5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락가극 <너구리 저택>을 리메이크한 작품. 자기애에 불타오르는 군주 아즈치 모모야마는 한 예언가로부터 아들인 아메치요가 아버지보다 더 미남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부와 명성은 물론 미모마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친아들인 아메치요를 산에 가져다버리기로 한다(이미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종하지 않는 아내를 산에 버린 적이 있는 인물이다). 버려진 아메치요는 산에서 당나라에서 온 너구리 공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너구리는 인간과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것이 너구리 세상의 불문율. 두 사람의 로맨스는 곧 수많은 장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형식으로만 이루어진 정신없는 만화경이다. 하지만 그 형식조차도 일관성이 없다. CG로 만들어진 세계는 일본의 전통적인 병풍 그림을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3] - 작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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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가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를 불법복제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8명을 9월27일 기소했다. <스타워즈>시리즈의 마지막편<스타워즈3>는 지난 5월 개봉하기 전날부터 인터넷상에 불법 복사본이 나돌아 정부가 조사한 결과, 그 출처가 바로 캘리포니아 레이크우드의 편집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편집실 직원인 앨버트 밸런티는 영화 후반작업 중 스크리너(시사테입)를 빼돌려 저작권을 침해한 죄를 시인했다. 밸런티와 다른 여섯명은 같은 혐의로 다음달 재판에서 최대 1년형을 선고받게 된다고 검사쪽이 밝혔다. 다른 기소자 마크 호글린은 <스타워즈3>불법파일을 인터넷에 업로드한 중죄로 최대 3년형이 부과될 수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해적판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이번 정부의 조치를 크게 반기고 있다. 미국영화협회에 따르면, 불법복제가 스튜디오에 끼치는 피해규모는 연간 35억달러에 달한다.
美연방, <스타워즈3> 불법복제한 8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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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1: AUTEUR - 작가주의의 깊은 심연으로 향하는 잠수함이 부산항에 도착했다. 해구의 어둠이 두렵지 않은 시네필 다이버들이라면, 이제 은밀한 탐사에 동참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장한가 Everlasting Regret
■ 끝없는 후회를 슬픈 가곡처럼 회고하는 관금붕의 장한가
당나라 백거이의 장편 서사시 제목인 <장한가>는 1947년에서 1981년까지 격동의 상하이에서 살았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름다운 소녀 왕치아오는 우연한 기회에 사진사 장씨의 눈에 띄어 미스상하이선발대회에 나가 2등에 입상한다. 청초한 제비꽃처럼 수수하던 소녀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깨닫는 순간 장미로 화한다. 왕치아오에게 아름다움은 양면의 날. 남자들은 왕치아오의 곁에 끊임없이 다가와 한순간에 사라진다. 정부 관리는 브라질로, 거부의 아들은 미국으로 떠나고, 왕치아오의 단짝 친구 역시 변화하는 중국의 정세를 거부하며 홍콩으로 간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2] - 작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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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부산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영화의 보고(寶庫)가 열 번째 수문을 연다. 10월6일부터 14일까지,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에서 9일 동안 치러지는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알려졌듯이, 열돌을 맞은 축제의 첫장은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가 쓰고, 마지막 장은 황병국의 <나의 결혼원정기>로 채워진다. <쓰리 타임즈>는 거장이 지금까지 빚어낸 스타일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라는 평가를 받았던 영화. 올해 부산에서 상영되는 프린트는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120분 버전) 때와 달리 감독의 재편집을 통해 만들어진 135분짜리 최종본이다. 개막작에서 거장이 펼쳐 보인 미학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면, 폐막작인 <나의 결혼원정기>는 신붓감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두 노총각의 우여곡절을 따르는 대중영화다. 두 작품 모두 개·폐막작 예매 첫쨋날과 둘쨋날에 표가 동이 났다.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 수는
2005 부산국제영화제 미리보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