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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오직 어머니만이 슬퍼할 것이다.”(롤랑 바르트) 망자(亡者)로 인해 삶의 궤도를 바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지만, 여기에 어머니라는 존재는 예외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은 이처럼 아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 어머니, 그녀가 상실의 슬픔을 더욱 숭고하고 폭넓은 사랑으로 승화하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죽은 아들의 빈 자리를 메우려는 노력 속에서 타인에 대한 헌신을 실천하는 주인공 마뉴엘라의 이야기는 꽤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어느덧 50줄에 들어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역시 어머니의 원숙함을 체현한 탓일까? 그의 13번째 장편 영화인 이 작품이 이른바 알모도바르적이라 불리는 요소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것들에 일종의 평정(平靜)의 미학을 덧씌워주고 있는 것이. 예컨대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 알모도바르 특유의 알록달록한 야만적인 원색주의는 온
상실의 슬픔을 사랑으로 승화하는 여정, <내 어머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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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의 데뷔작으로 평단의 절찬을 받았던 영화 <연애의 목적>이 이달 중 DVD로 출시된다. 박해일과 강혜정의 톡톡 튀는 연기가 빛났던 이 영화는 다소 도발적이지만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한 내용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연애의 목적> DVD는 한재림 감독과 최선중 프로듀서, 주연 박해일의 음성해설이 마니아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되며, 제작과정, OST 작업과정, 음성해설을 선택할 수 있는 삭제 장면, 스탭 인터뷰, 박혜경과 린의 뮤직 비디오, 18세 미만 청취 불가 예고편, 인터넷용 메이킹 필름 등의 다양한 부록도 눈길을 끈다.
2.3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제공된다. CJ 엔터테인먼트 출시.
<연애의 목적> 8월 중 DVD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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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버전<원더우먼>의 캐스팅에 관한 소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먼저 캐서린 제타 존스와 샌드라 불럭도 거론된 모양인데 ‘원조’ 원더우먼이었던 린다 카터가 이 두 배우는 너무 나이가 많다며 탐탁치 않아했다는 후문이다. 카터는 지명도 있는 중견배우보다 덜 알려졌더라도 참신한 20대 배우가 캐스팅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유력한 후보는 <The O.C>의 미샤 바튼, <배트맨 비긴즈>의 케이티 홈즈, <스텔스>의 제시카 비엘 등이다.
한편, 케이트 베킨세일은 빨간 부츠와 타이트한 의상을 입고 싶다며 은근한 출연의사를 드러냈다. <언더월드>와 <반 헬싱>으로 여전사 역할에 익숙한 베킨세일은 “작년 할로윈 파티때 원더우먼 의상을 입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또다시 입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한 웹사이트에 밝혔다.
2007년에 개봉 예정인 <원더우먼>은 현재 시나리오 준비 단계에 있다. TV시리즈<미녀와
<원더우먼>에 어떤 여배우가 캐스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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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뎐>의 줄거리를 말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한국에서 중등교육 받은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이야기, 불멸의 고전 <춘향전>을 영화로 만든다는 건 그래서 대단한 모험이다. 줄거리야 이미 뻔하고 게다다 수십번 영화로 TV드라마로 재탕돼온 이 오래된 이야기에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게 아직 남아 있기나 한 걸까. 임권택 감독은 조상현씨의 판소리 완창 ‘춘향가’를 듣고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어떤 좋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다.” 영화 만드는 일로 평생을 보낸 사람이라 그 느낌을 자기 안에 가둬둘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귀에서 판소리가 계속 윙윙거려 임 감독은 결국 영화 <춘향뎐>에 손을 댔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문제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었다. 판소리의 리듬과 감흥을 판소리 자체보다 훨씬 뜨겁게 살려내는 방식. 임 감독이 택한 길은 판소리와 영화의 경계를 없애는 것, 그래서 판소리의 효과를 끌어오는 게 아니라
한국적 영화미학, <춘향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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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에픽 <킹덤 오브 헤븐>의 국내판 DVD 이미지가 공개되었다. 20세기 폭스에서 10월중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공개된 <킹덤 오브 헤븐>의 미국판 DVD(10월 11일 발매) 사양에 의하면 크게 16가지의 버전으로 선택 감상할 수 있는 메이킹 다큐멘터리(상영시간 약 2시간 5분)가 수록될 예정이어서 DVD 마니아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영화 제작과정 및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문자해설, A&E 채널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등이 부록으로 추가 수록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운드는 돌비 디지털 5.1과 DTS가 지원된다. 국내판에 대한 더 상세한 발매 정보는 추후 보강될 예정이다.
<킹덤 오브 헤븐> 패키지 이미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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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문화방송> 생방송 중 일어난 ‘알몸노출’ 사건으로 ‘방송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역대 방송사고를 모아놓은 사이트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누리꾼들도 앞다퉈 역대 방송사고 관련 동영상을 찾고 있으며,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주요 포털사이트마다 ‘역대 방송사고’가 화제의 키워드가 됐다.
인터넷 블로그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역대 방송사고 베스트 6’이라는 이름의 게시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누리꾼들이 꼽은 역대방송사고는 △생방송 중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말하는 모습 △한국경제를 얘기하는데 파리가 날아다니는 모습 △세트장이 무너지는 등 사고 당사자들에게는 참담한 내용들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누리꾼들에게 이런 화면은 ‘웃음’ 또는 ‘엽기’라는 이름을 달고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누리꾼들이 꼽은 역대 방송사고 1등에서 6등은 어떤 내용들일까?
▶ 1등,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
88년 8월5일 문화방
요즘 화제의 키워드 ‘역대 방송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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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철 | 감독님 영화의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어떻게 보면 궤변이랄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역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주장들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복수는 나의 것> 같은 경우는 ‘나쁜 유괴가 있고, 좋은 유괴가 있다’라는 그런 얘기가 그런 경우고. <올드보이>에서는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는 건 마찬가지다’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모래알과 바윗덩어리는 큰 차이가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당연히 맞는 말 같지만 아무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그런 부분이 있거든요. ‘웃어라 온세상이 너와 같이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라’ 이런 말도 곰곰이 뜯어보면 무언가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한 말이 등장하는데, 그런 것과 감독님 영화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박찬욱 감독님이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해서 하나 봤더니 다 그런 식의 표현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주 재밌게 보지 못하겠더라고요.
영화인 7인 특강 전문 [4] - 박찬욱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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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욱 | 일단 <친절한 금자씨>가 한참 후반작업 중인데, 오늘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어제 잠을 많이 못 주무셨다더라고요. 약간 피곤하신 상태인데,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수) 그리고 오늘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론에 대해 말씀을 나눠주실 남동철 <씨네21> 편집장이십니다. (박수) 보통 우리가 특강 앞 부분에 여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박찬욱 감독님은 여러분들과의 대화 속에서 좀 더 많은 것을 얘기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여는 말 없이 곧바로 두 분 간의 질의 응답 형식의 이야기를 먼저 진행하고요. 예전 특강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궁금한 것이 많으실 것 같아서 그 시간을 조금 늘려서 진행할까 합니다. 그러면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가벼운 질문을 통해 본론에 들어갈까 합니다. 아무래도 궁금증이 드는 게 <친절한 금자씨>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하는 것인데, <씨네21>과 예전 인터뷰를 할 때도 시나리오 조차 구해보기 어려운 철통같은 방
영화인 7인 특강 전문 [3] - 박찬욱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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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머리채에서 스며나오는 은밀한 공포, 원신연 감독의 <가발>(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 제공 CJ엔터테인먼트)이 8월1일 월요일 용산CGV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주연배우인 채민서, 유선, 문수와 함께 무대인사에 참석한 원신연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 “자극적이라기보다는 클래식한 공포”를 연출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민서의 삭발연기, 유선의 침묵연기로 관심을 끌었던 <가발>은 누군가의 절실한 한을 품은 가발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자매의 애증에 초점을 맞춘 작품.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동생 수현(채민서)을 극진하게 간호하는 지현(유선)이 동생에게 탐스러운 가발을 선물하면서 시작하는 비극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끔찍한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지현의 남자친구 기석(문수)에게 수현이 접근하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급박한 후반작업 일정 때문에 “완성된 영화를 본 것은 처음”이라는 세 주연배우와 감독은 영화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아쉬움과 만
<가발> 기자 시사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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完璧(완벽)
마흔을 앞둔 열살 소녀
그럼 이 작은 배우는 어디서 이런 조숙함을 얻은 걸까요? 그녀는 사실 고양이의 정령이어서 다섯 번째나 여섯 번째쯤의 생을 살고 있는 걸까요? 이런! 제 이야기가 좀더 멋대로 날아가버리기 전에, 명백한 사실들을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코타 패닝의 결정적 연기 교사는 <아이 엠 샘>의 숀 펜이었던 것 같습니다. 숀 펜은 상대가 꼬마라고 자신의 방식을 선선히 바꿀 배우가 아니지요. 그는 시나리오대로 고분고분 연기하지 않았습니다. 70% 정도가 즉흥 대사였다는데, 6살의 다코타는 모든 장면에서 그가 예기치 않게 난사하는 화살을 놀랍게도 다 받아넘겼습니다. <아이 엠 샘>의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래서 다코타는 그녀의 직관을 믿는 법을 일찍 배우게 됐다”고 말합니다.
여섯살 때부터 학교에 가지 않게 된 다코타는 열성적인 학생입니다. “매번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
김혜리 기자의 ‘다코타 패닝에 관한 소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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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녀는 누가 꾸는 꿈입니까
예쁜 소녀를 미소짓게 하고 싶어 안달난 어른들은 그녀에게 종종 썰렁한 첫인사를 건넨다. “너, 노스 다코타니, 사우스 다코타니?” 대답은 물론 남쪽이다. 지금 열한살의 다코타 패닝은 배우로서 따스한 볕이 내리고 초록 산들바람이 부는 땅에 서 있다. 실질적 영화 데뷔작 <아이 엠 샘>(2000)으로 최연소 배우조합상(SAG Award) 후보에 올랐고 몇년 뒤 다른 시상식에서는 올랜도 블룸에게 안아 올려져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맨 온 파이어>의 토니 스콧 감독은 다코타 패닝에게 오디션을 요구하는 것을 결례라고 판단했고, <숨바꼭질>의 북미 포스터는 로버트 드 니로가 아닌 패닝의 이미지가 압도했다. 아역 보는 혜안을 지닌 스티븐 스필버그는 <테이큰>과 <우주전쟁>의 ‘요정’을 누구로 할지 망설이지 않았다. 드림웍스의 신작 <드리머>는 원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였으나 패닝의 합류가 가능
김혜리 기자의 ‘다코타 패닝에 관한 소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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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로봇>의 진짜 주인공인 로봇 ‘써니’랍니다. 전 감정을 가진 완벽한 로봇이죠. 하지만 21세기 초의 과학자들이 저 써니 정도의 로봇을 만들려면 아직은 먼 것 같아요. 2035년 사람들은 써니를 모두 한 대씩 갖고 있지만, 2005년엔 아직 청소 로봇 정도가 가장 대중적인 제품이니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탄생하게 된 과정은 꽤 복잡하면서도 흥미롭군요. 오리 모양의 장난감 같은 제품에서 시작하여 점차 스스로 판단하여 길을 찾고, 외부의 환경에 따라 표정을 짓고, 사람들에게 로봇과의 유대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멋진 친구들로 발전하고 있거든요. 과학자들은 로봇에게 발성 센서를 붙이기보다는 직접 성대를 만들어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어요. 센서는 입력된 목소리만 낼 수 있지만, 성대는 아직 ‘어, 어’ 정도의 소리 밖에는 못 내도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니까요.
이렇게 현실에서의 로봇은 아직 걸음마단계지만, 창작 작품 속에서의 로봇은 그보다 훨씬 자유롭군요. <아이,
<아이, 로봇> 로봇 '써니'의 탄생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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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캐릭터
연극 <웰컴 투 동막골> 배우들이 기둥 역할
동막골에는 몇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공동각색자 김중은 “40여 가구쯤, 자급자족을 하려면 그 정도 인원이 필요하니까”라고 답했다. 거기에 외지에서 흘러들어온 군인 여섯명까지 덧붙이면 한품에 건사하기 힘든 인구. 재능과 믿음을 모두 가진 배우로 그 자리를 채우기란 쉽지 않았을 테지만 감독과 프로듀서는 캐스팅 과정에선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극 <웰컴 투 동막골>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기본이 되어준 탓이기도 했다.
고집 센 북한군 소년 병사 서택기를 연기한 류덕환은 우연하게도 얼마 전에야 <내 나이키>를 본 사람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것이다. 박광현 감독은 나이키 운동화를 갖고 싶어하는 소년으로 <시네마 천국>의 토토처럼 해맑은 눈동자를 가진 배우를 원했다. 그러나 예쁜 아이들은 연기를 못했고 연출부가 데려온 재능있는 소년은 눈이 너무 작았다(류덕환은 그 무렵
<웰컴 투 동막골>은 어떻게 태어났나 [3] -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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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골 세트와 로케이션
해남에서 평창까지, 주민들은 축지법의 달인?
동막골은 산속에 안겨 있는 마을이다. 평탄한 길로 돌아가자면 하루가 넘게 걸리는 두메산골. 수백년 묵은 정자나무 둥치 아래 너와집 몇채가 아이들처럼 쪼그리고 모여앉은 동막골엔, 한눈에 보이진 않아도, 감자밭과 호박등이 늘어선 오솔길과 풀썰매 타는 언덕배기도 마당처럼 딸려 있다. 무척이나 조그맣다. 그러나 <웰컴 투 동막골> 제작진은 이 작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을 밟고 다녔다. 집터는 강원도 평창에 있지만, 메밀꽃은 전라도 고창에서 피었고, 호박등은 해남 대흥사 산길에 꽂아두었으니, 주민들은 축지법의 달인이라 해야 할 것이다.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박광현 감독과 비주얼 슈퍼바이저 김중은 동막골 안에 초가집이 아니라 삼척에서 발견한 너와집을 들어앉혔다. 한장한장 굴피를 겹쳐 잇고 틈새에선 덩굴이 피어나는 너와지붕, 폐가에서 주워모아 세월의 흔적이 밴 기둥과 마루, 벽난로처럼 우묵하게 들어가 한
<웰컴 투 동막골>은 어떻게 태어났나 [2] - 세트, 특수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