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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쏟아지는 여름 산 속의 밤 하늘을 극장 삼아 텐트 바닥에 다리 쭉 뻗고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백두대간의 한 자락인 경북 문경새재에서 열린다.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문경산악영화제(집행위원장 김석우)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국내 유일의 산악영화제로 사적 147호인 문경새재의 제1관문 성벽을 대형 스크린으로 활용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영화관람과 휴가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경쟁으로 치뤄지는 문경산악영화제는 암벽등반, 빙벽등반, 환경과 문화, 래디컬 영상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총 18편의 국내 단편·중편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김준기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인생>(9분30초)은 세계 산악영화제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캐나다 밴프산악영화제의 본선 출품작으로, 아버지의 등에 업혀 산을 올랐던 아기가 장성해 늙은 아버지의 짐을 등에 얹고 산에 올라가는 부자의 모습을 그리면서 시간과 인생의 의미를 짚어보는 작품이다.
<앨캡 이스트
문경새재 산악영화제, 스크린은 성벽…관람석은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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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영화진흥위원회가 출범한 지 두달여. 업무 파악을 마치고 한창 영화계 안팎으로 뛰어야 할 시기에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 최근 시네마서비스 조직 개편으로 인해 김인수 위원이 사의를 표했기 때문이다. 강우석-김정상 체제가 물러나고 시네마서비스 대표를 맡게 된 김 위원은 지난 8월1일 문화관광부에 위원직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진흥법에 따라 영진위는 영화사 대표가 위원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김 위원은 8월8일 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사의를 밝히는 것으로 짧은 위원 생활을 마감할 예정이다. 김 위원은 “미리 (시네마서비스의 조직 개편을) 알았다면 위원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 막 일을 하려는 참에 빠지게 돼서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이현승 영진위 부위원장은 “손실이 크다. 개인적으로 의지도 있고, 또 실제 아이디어를 많이 냈던 위원이라 더욱 아쉽다”고 밝혔다.
충무로 안팎에선 3기 위원회가 공백 없이 순항하길 바라면서도 김 위원의 도중하차와
[충무로는 통화중] 3기 영진위 발목잡은 영화진흥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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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재즈밴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의 리드 싱어 이브라힘 페레가 78세의 나이로 8월6일 세상을 떠났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브라힘 페레가 최근 유럽순회공연을 마친 뒤 위장염으로 아바나의 한 병원에 입원했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고 전했다. 밴드의 기타리스트 마누엘 갈반은 “그는 내 형제와도 같았다. 위대한 뮤지션이자 위대한 동료였다”고 회고했다.
페레는 14살때부터 직업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195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으나 1990년대에는 잊혀진 이름이 었다. 그러나 1996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결성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헌팅캡 모자와 회색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페레는 냇 킹 콜에 비견되는 정감어린 목소리로 밴드를 이끌어왔고 지난 97년에는 그래미상까지 수상하기에 이른다. 또 이들의 성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빔 벤더스의 1999년 음악다큐멘터리<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이 밴드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리드 싱어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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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이 끝난 뒤 야심차게 새로 출발한 여러 드라마들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MBC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가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위는 8월 7일 방영된 동아시아 축구선수권 대회의 한국, 일본전으로 26.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해군과 일본 해군 사이의 전투를 다루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이 3위에 올랐으며, <패션 70S>이 4위를 기록했다.
2회째에 <내 이름은 김삼순>이 기록했던 시청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던 SBS 수목 드라마 <루루공주>는 7월 마지막 주와 마찬가지로 5위에 올랐다. 지난 주 시청률은 22.5%로 첫 주 20.1%보다 2.4% 상승했으나, 캐디 비하 내용으로 물의를 빚어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3회 방송에서 정준호의 캐디로 등장한 김정은에게 정준호의 사업 파트너가 “오늘밤 어떠냐.
SBS <루루공주>, 높은 시청률 속에 시청자들의 빈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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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적이 있는지. 그들은 마치 졸업앨범의 앳된 모습에서 0.1초만에 세포분열을 백만번쯤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웃고 서 있다. 때가 꼬질꼬질했던 입술 언저리에 거뭇거뭇 난 수염이며 훌쩍 커버린 키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나이먹어 가는 동안 그들도 이땅 어디선가 그만큼의 세월을 안고 살았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2000년 새해 첫날, 10년 만에 만난 <왕룽일가>를 보면서 드는 생각도 그러하다. 89년 수많은 유행어와 인기를 누리며 방영되었다가 어느덧 우리의 기억 어딘가에서 먼지쌓인 채 박혀있는 줄만 알았던 왕룽 동네 사람들. 그들은 사실 우리와 함께 10년의 세월을 먹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10년, 강산이 변해도 안 변하는 게 있다
왕룽(박인환)은 아파트가 된 논, 밭에 대한 보상금으로 앉은 자리에서 몇십억대 갑부가 되었지만 철부지 아들 석구(선동혁)는 사업자금 대달라고 졸라대고, 그런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왕룽에게
10년만에 부활한 왕룽일가, SBS <왕룽의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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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역류>를 만들 당시의 론 하워드 감독은 혹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1974)의 자리에 자기 영화를 들여놓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화마(火魔)와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지라, <분노의 역류>의 일차적인 비교 상대가 <타워링>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고 보면 두 영화는 화재와 그것을 일으킨 음모에 대한 이중 대항이라는 스토리 얼개만이 아니라 당대 스타들을 전시하고 최신의 특수효과를 실험하는 블록버스터란 측면에서도 닮은 데가 있다. 물론 커트 러셀, 윌리엄 볼드윈, 로버트 드 니로, 제니퍼 제이슨 리 등으로 배치된 <분노의 역류>의 스타 라인은 폴 뉴먼, 스티브 매퀸, 윌리엄 홀덴, 페이 더너웨이, 프레드 애스테어 등으로 포진된 <타워링>의 그것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반면, 특수효과가 거둔 실감나는 ‘효과’에선 <분노의 역류>의 판정승이라고 평가할
방화광의 쇼타임! 론 하워드 감독의 <분노의 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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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난 새 천년의 시작을 내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새 천년 시작하자마자 답답하고 끔찍스런 일만 계속되어 우울증 증세마저 도지는가 싶더니 이젠 같은 원고를 두 번씩이나 쓰게 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진다. 며칠 전 원고 써달라는 전화받고 죽기보다 쓰기 싫은 것을 뭐라도 하는 게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되지도 않는 글을 적어 보냈더니 오후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내 인생의 영화’는 비디오 소개 코너인 만큼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만 대상이 되지 비디오로 출시되지 않은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써달란다. 애당초 내가 쓰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정한 원칙도 아니며, 더구나 <TABOO>가 비록 합법적으로 출시되진 않았지만 불법적으로나마 출시(?) 혹은 카피되어 돌아다녔던 포르노 영화인데… 애당초 나는 ‘내 인생의 영화’라고 꼽을만한 영화를 고민 끝에 대충 이런 글을 써 보냈었다.
…공개적으로 밝히기에 남세스럽긴 하
[내 인생의 영화] 꿩 대신 닭이라고…, <스미스씨 워싱톤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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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을 이끄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루이사 발렌수엘라의 단편 <탱고>에는 ‘소냐’라는 이름으로 낮과 밤을 달리 사는 여성이 등장한다. ‘산드라’ 아니 ‘소냐’는 탱고를 추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남성들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을 기꺼이 호흡한다. 분명 춤은 그녀에게 새로운 육체를 가져다주었고, 무대 위에서의 은밀한 교환은 그녀를 누구보다 당당하게 만든다. ‘댄스’ 영화가 스토리의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끊이지 않고 만들어지는 것에는 위와 비슷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댄스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은 춤을 통해 변신한다. 엇비슷한 공식이지만 변신의 과정 속에는 파트너로 등장하는 남성과의 갈등과 화해가 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춤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이 묘한 공식이 춤이라는 해방구를 통해 재현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이다.
<살사>에서도 이러한 전개는 마찬가지다. 스토리를 놓고 보자면, 적절한 우연(알고보니
살사 댄스가 뿜어내는 열기와 쾌락, <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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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딱지의 가치는 기괴한 상상력에 의해 발동 걸린 성적자극의 강도와 비례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양념이 폭력. 성적 자극과 폭력이 어떤 비율로 섞이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헤비메탈 F.A.K.K.2>이 선택한 비법은 줄리의 말랑하고 뽀얀 살결 위에 빨간 가죽 띠를 두르고 칼을 쥐어주는 것이다. 여전사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시선이 아슬아슬한 의상 사이로 향하기 때문. ‘성인용’을 딱히 원하는 고객이 아니라면 <헤비메탈 F.A.K.K.2>는 영양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헤비메탈 F.A.K.K.2>는 1981년 미국에서 제작되어 2천만달러의 흥행수입과 2백만개 이상의 비디오 판매고를 기록한 <헤비메탈>의 속편격인 작품. 원작은 사이먼 비슬리, 에릭 탈보트 그리고 제작자이기도 한 케빈 이스트만이 함께 만든 만화 <용광로>다. 성인 잡지 <팬트하우스>의
‘성인용’ 애니메이션, <헤비메탈 F.A.K.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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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좀더 새로운 재료 찾기, 혹은 익숙한 재료를 낯설게 요리할 방법 찾기에 골몰하는 할리우드가 주목한 신소재 하나. 바로 <에어 콘트롤>이 파고든 관제사들의 세계다. <에어 콘트롤>의 시작은 96년 <뉴욕타임스 선데이 매거진>에 실린 기사로 거슬러올라간다. 다시 프레이가 쓴 그 글은 관제탑 업무와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관제사들에 대한 것이었다. <히트> <파이트 클럽> 등을 제작한 중견 프로듀서 아트 린슨은 일 자체의 극적인 위험과 직업상 독특한 생활문화를 갖는 그들의 세계가 새로운 소재라는 판단에서 이내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 인기 TV시리즈 작가 글렌과 레스 찰스 형제가 시나리오를 맡았고, 감독 제의를 받은 마이크 뉴웰은 <도니 브래스코>를 마치고 원래 쉬려던 계획을 접고 합류할 만큼 흥미를 보였다.
뉴웰의 말을 빌리자면 <에어 콘트롤>은 “비행기 충돌이 아니라 사람들의 충돌”을 다루는 코미디.
사람들의 충돌을 다루는 코미디, <에어 콘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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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작 <킹콩>을 작업 중인 피터 잭슨 감독이 이 영화의 원전이 된 1933년판 <킹콩>의 DVD 제작에 참여, 팬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33년판 <킹콩>은 워너 홈 비디오를 통해 오는 11월 22일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인데, 잭슨은 DVD에 수록될 2시간짜리 메이킹 다큐멘터리 <RKO 작품 601번 : 제8의 불가사의 콩의 제작과정>을 작업 중이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는 <킹콩>의 개봉 직전 삭제되어 '환상의 시퀀스'로 알려진 ‘거미 동굴 장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실제 장면을 재구성한 영상이 포함될 예정이어서 킹콩 팬들을 광분케 하고 있다. 그동안 거미 동굴 장면은 그 존재 여부 자체가 논란이 되어 왔고, <킹콩>을 언급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흥미 거리가 되어 왔기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킹콩> DVD에는 잭슨의 다큐멘터리는 물론, 고전
피터 잭슨, 클래식 <킹콩> DVD 제작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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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민 | 연기자로서 감독과 교감한다는 말들을 하죠. 감독과 교감한다는 건 어떤 건가요. 문소리씨의 경우엔 어떻게 교감하시는지, 벽을 느낄 때는 어떻게 푸시는지 궁금한데요.
문소리 | 중요한 건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를 알아내는 것이죠. 시나리오 보면서 짐작할 수 있는 것 말고 이면의 것, 위아래의 것을 알고 찍는 게 중요하거든요. 교감하려고 하고 소통하려고 해요.
오기민 | 이건 아니라고 했는데, 동의 못했는데, 감독 요구 때문에 간 적도 있나요.
문소리 | 있죠. 하지만 끝까지 의논해요. 주먹다짐 직전까지 의논해요. 과감하게 얘기하기도 하고 애교 떨며 얘기하기도 하고. 그래도 감독이 아니라고 하면, 아니라고 생각해도, 연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생각하는 걸 내 몸에 넣어서 해 보겠다는 거죠. 다른 걸로 더 찍으면 안될까요, 제안하기도 하구요. 많은 남자 감독들이 여배우와 소통하기 어렵다고 해요. 그게 누구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과감
영화인 7인 특강 전문 [6] - 문소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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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무슨, 담소나 나누죠. (웃음) 제가 강의 제안을 많이 받아요. 교사인 친구들한테도 강연 요청에 시달리곤 하는데, 모든 강연을 정중히 거절하는 입장이예요. 저 보고 지적인 이미지라고들 하시는데, 진짜 지적인지는 어느 누구도 확인한 바 없으나(웃음), 그런 이미지 때문에 강연 요청에 시달리는 것 같아요. 제가 어느 누구에게 강의를 할만한 연배도 아니고, 일가를 이룬 것도 아니잖아요. 이제 시작했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 와중이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엔 모자라죠. 그래서 10년 20년 하고 난 뒤에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거절했는데, 씨네21에는 거절 못했어요. 애정이 있기도 하고, 친분을 통한 압박도 있었고, 그래서 거절을 못했어요. 일방적인 강연이 아니라 서로 궁금한 것들을 나누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강연 제목이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캐릭터’로 돼 있던데, 다양한 장르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 소화한 배우로 판단해 주셨던 것 같네요. 나에 대해 무슨 할말이 있을까,
영화인 7인 특강 전문 [5] - 문소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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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모처에 위치한 정선분교에 도착하려면, 가로등 하나없는 굽잇길을 따라 첩첩산중으로 들어가야 한다. 7월18일에서 19일로 넘어가는 한밤중에 도착한 <미스터 소크라테스> 촬영현장에는, 범죄조직에 의해 강력계 형사로 길러진 패륜아, 구동혁(김래원)을 길들이기 위한 집단 린치가 한창이다. 음산한 폐교는 구동혁에게 세상의 생존법칙을 가르치는 장소로는 그만이다. 피투성이가 된 구동혁에게, 흐트러짐 없는 복장의 조 변호사(윤태영)가 담배를 건넨다. “너랑 나랑 힘을 합하면, 우리가 이 조직을 먹을 수도 있어.” 번드르르한 말투로 구동혁을 훈시하는 그는, 악질 양아치 구동혁을 형사로 길들인 범죄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는 변호사. 그런데 조 변호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있는 구동혁, 짐짓 신경써주는 듯한 조 변호사의 가장된 친절이 못마땅한 듯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분 전. 구동혁의 얼굴을 구둣발로 짓이기고, 끙끙대는 그의 배를 걷어찼던 장본인이 조
맞고 터지고 달래고, <미스터 소크라테스>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