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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기 위해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생활> 디브이디를 보고 난뒤 빌 머레이라는 배우에 대한 생각에 빠져 들었다. 알려져있다시피 그는 코미디언으로 배우생활을 시작했고 오랫동안 코미디 배우로 활동했다. 당연히 나도 빌 머레이하면 <고스트 바스터즈>의 괴상한 과학자나 <사랑의 블랙홀>에서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여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남자를 떠올리며 그를 ‘웃기는’ 배우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빌 머레이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만든 건 2004년 개봉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였다. 나이 오십이 넘어 진지한 로맨스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한 그는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을 품고 있었다. 아니 매력이라고 표현하기에는 2% 부족한 그 무엇이다. 안그래도 안좋던 피부는 더 쭈글쭈글해지고 아랫배마저 보기 좋지 않게 나왔으니 칠순의 나이에도 건장하고 핸섬한 숀 코너리가 보여주는 장년의 섹시함과는 거리가 있는 매력이었다. 그는 극중 역할로
[팝콘&콜라] 빌 머레이와 백윤식, 연기에 곰삭은 삶이 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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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2회째를 맞는 베니스영화제가 중국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28일 주요 부분 참가작 명단이 발표 된 후 중국 매체에서는 올해 유독 많은 화어권 영화의 참가를 언급하며 베니스가 100주년을 맞는 중국영화를 기념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는 보도를 성급히 하고 있다. 일찌감치 개막작에 선정된 서극의 <칠검>에 이어, 진가신의 <퍼햅스 러브>가 폐막작에 선정되어, 올 베니스 영화제의 레드카펫은 화어권 영화인들로 붐빌 것이 예상된다. <첨밀밀>의 제작진이 다시 모여 만든 <퍼햅스 러브>는 <첨밀밀>의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진가신의 첫 번째 대륙 진출작. 대륙관객의 대작 선호 취향에 따라 대규모의 뮤지컬 장면을 찍었다는 진가신 감독은 <퍼햅스 러브>가 외향은 화려하지만 주제는 <첨밀밀>과 일맥상통하는 애절한 멜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장만옥을 이을 여주인공에 대륙 배우인 <
[베이징] 제62회 베니스영화제, <칠검> 등 화어권영화 대거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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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영화인들 중에는 의외로 아시아인들이 많다. 각 스튜디오에 이사들, 에이전트, 작가, 변호사 등등 국적이나 부모, 혹은 조부모의 국적을 따지기 이전에, 비슷한 생김새 덕에 반가운 얼굴들이 종종 보인다. 이런 사람들끼리 뭉친 CAPE(Coalition of Asian-Pacifics in Entertainment)라는 기관이 있다. 리안, 오우삼 외 각 스튜디오,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수천명의 회원으로 뭉쳐진 비영리 기관으로, 올해 창립 14년을 맞았다. LA, 뉴욕 두 도시에 사무실을 두고 각종 시사회, 세미나를 진행하는 것 외에도 신인 작가 공모전을 매년 열고 있다.
CAPE 회원들 사이에 종종 거론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난 동양인 스타의 부재다. 무술, 이국적인 섹시함(서양인에게), 공부벌레 혹은 의사의 이미지를 벗어난 주연급 스타는 왜 없을까? 히스패닉계도 제니퍼 로페즈와 리키 마틴을 앞세워 나름의 위상을 높였고, 2년 연속 흑인이 남우주연상을 받
[LA] 아시아계 스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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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날 영화세트로 개조한 브룩클린의 한 아파트에서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가 “컷!”을 힘차게 외쳤다. 8월10일자 <뉴욕타임스>는 기네스 팰트로(32)가 단편영화<딜브레이커스>(Dealbreakers)로 감독 데뷔하는 현장을 자세히 소개했다. ‘거래나 협상을 깨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이 10분짜리 영화는 데이트의 미묘한 매력을 가벼운 터치로 그린 작품. 서른살의 뉴요커 프란이 여러 남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관계가 어색해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멋진 캐미솔을 입고 녹차를 마시면서 모니터를 지켜보던 팰트로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제안하고 다음 장면 촬영준비를 지시하면서 현장을 통제했다. 가끔씩 14개월된 딸 애플이 장난치는 모습을 애정어린 눈길로 쳐다보기도 하면서.
기네스 팰트로는 이번 단편을 가짜 다큐멘터리처럼 만들면서 코믹한 감성을 집어넣었다고 밝혔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연출에 대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게
기네스 팰트로, 단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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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가장 참신한 게임으로 꼽혔던 <괴혼 ~ 굴려라 왕자님!>의 속편 <데굴데굴 쫀득쫀득 괴혼>이 발매됐다. 히트 게임의 속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워낙 기발했던 전작에 이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남다른 기대를 가지게 한 게임이었다.
일단 게임 방식은 전작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전 우주의 카리스마 ‘아바마마’의 아들 ‘왕자님’이 공을 굴려 주변의 사물을 갖다 붙이는 로맨틱 접착 액션 게임이다. 전작을 안해본 사람들을 위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플레이어는 간단한 조작으로 화면 속의 공을 굴리게 되는데 그 공은 뭐든 붙일 수 있는 공인지라 지우개, 연필, 건전지 같은 도구들을 합체시켜 크기를 키울 수가 있다. 그렇게 열심히 붙이다 보면 어느덧 눈덩이처럼 불어나 집도 절도 사람도 집어삼키게 되고 급기야는… 어디까지 가는지 직접 해보면서 확인하길 바란다.
그런 게임이 뭐가 재밌는지 의심스러운 사람은 어린시절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눈을 굴리던
이달의 게임 <데굴데굴 쫀득쫀득 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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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이미지의 문근영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댄서의 순정> 삭제 장면은 피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개봉 당시에는 문근영이 룸싸롱에서 실수로 쫓겨나는 장면이 삭제된 것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실제로 그 장면 대신 들어 있는 것은 바로 두 주인공의 베드씬이다(오마나!!).
분위기로 봐서 이 장면은 채린과 영새가 헤어지기 직전에 삽입되었을 뻔한 장면으로 여겨진다.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표정이 무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 그 모습을 망원경으로 엿보고 있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김과장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마! 니들 위장결혼이잖아!” 근영팬들의 마음을 헤아린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장소가 좀 더 밝았으면 하는 그를 여경인 은혜가 제지한다. 남의 부부생활을 엿보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속내를 몰라주는 김과장을 야속해한다(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진척된 모습도 삭제장면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정작 중요한
<댄서의 순정> 두 사람의 베드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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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철부지 같던 옥림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성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그 나이에 고민거리가 연애뿐인지 어른들의 사랑놀음을 그대로 흉내내는 모습이 썩 예뻐보이지는 않는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성장 드라마 <반올림 2>가 최근 내보내는 내용이다. <반올림2>는 현재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유일한 청소년 드라마. 2003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해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생활들을 신선한 소재로 다루며 화제를 모았던 <반올림>은, 지난 3월6일부터 일부 출연진을 교체해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반올림2>로 새롭게 출발했다.
<반올림>이 방송 초기엔 각종 시민단체로부터 우수 프로그램으로 상까지 받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며 의미있는 일상의 모습을 실감나게 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반올림2>는 방향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사춘기 특유의 감수성
KBS 성장드라마 <반올림2>, 어른들 사랑놀음 흉내낸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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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깁스가족> 페이모스 액터 남기남!
[정훈이 만화] <깁스가족> 페이모스 액터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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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영화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내외의 무면허 영화평론가들을 모시고 최근 개봉된 영화를 야매로 찢어발기고 회쳐 먹는 ‘씨네마 지옥’ 시간입니다. 최근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수의 평론가들이 시사회 출입 금지 블랙 리스트에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오늘도 용기있는 한분이 출연해주셨습니다. 여러분, 박사탕 박사님이십니다.
씨네: 오늘 박사님께서 분석해주실 작품은 <박하사탕>입니다. 지난 부산영화제에서부터 소문을 불러일으키더니, 최근 개봉되어 삼십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죠. 그런데 박사님께서는 이 작품을 두고, “첫사랑의 실패가 모든 비극을 가져왔다”고 정리하신다는데.
박사: 아, 첫사랑이 아니라, ‘첫사탕’이죠. 주인공 김영호는 첫사탕 봉지를 잘못 여는 바람에 줄줄이 알사탕으로 인생을 망치게 된 것입니다.
씨네: 사랑이 아니라, 사탕이라구요. 그게 무슨 관계가 있죠.
박사: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인공의 첫사랑인
[이명석의 씨네콜라주] ‘박하사탕’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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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광화문에 국제극장이라는 우리 영화 역사에 꽤 중요한 영화관이 있었다.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영화인들이 광화문에서 집회를 할 때 자주 사용했던 감리회관 앞 넒은 공간이 바로 국제극장 앞이어서 아직도 영화인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 극장은 당시에 동아흥행이라는 영화사가 관리하고 있었는데 소유주가 재일동포였다. 지금 낙원동의 허리우드극장 역시 그의 소유다. 나는 데뷔 시절 이 영화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대마초 사건에 휘말려 4년이나 이행하지 못했고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서 작품 선택으로 차일피일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결국 <어둠의 자식들>과 함께 시한부 제작에 걸려들고 말았다. 3개월의 시한부였지만 두 작품 모두 시나리오가 완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어둠의 자식들>의 경우 스토리라인을 따라 굵직하게 장면구분만 해놓고 촬영현장에서 대사와 동작을 만들어 나갈 때가 자주 있었다. 그나마 구로공단 갱사건을 다룬 영화 <그들은 태
이장호 [40] - <어둠의 자식들>과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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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풀프레임 100% 디지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경악을 했다. 플라스틱 병정들의 절묘한 움직임, 기괴하기 이를데 없는 스커드의 인형들, 그리고 버즈와 우디가 함께 벌이는 호쾌한 추격신까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2>는 픽사 스튜디오의 제작팀에 따르면 <토이 스토리>보다 스무배 이상 더 정교해진 테크놀로지를 선보이고 있다. 찢어진 인형 팔 사이로 삐져나온 스폰지의 질감이라니. 그리고 비행기를 쫓아 말타고 활주로를 달리는 그 다이내믹한 스피드의 향연이라니. 오죽하면 <토이 스토리2> 팀의 가장 큰 고민중 하나가 “너무 발전해버린 기술실력을 어떻게 하면 튀지않게 사용할 수 있을까”였겠는가. 영화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현란한 비디오게임 시퀀스는 엄청나게 수준 높아진 테크놀로지를 튀지 않게 자랑하려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서 버즈가 전편에 비해 너무 매끈하고 정교하게 그려지면
토이는 가도 스토리는 남는다, <토이 스토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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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좀 멍하다. 슬프다. Y가 안동역에서 걸어나올 때부터 슬펐다. 그런데 그 슬픔은 뭐랄까, 여러 가지 감정이 뒤엉켜 있다. 슬픔으로만 일관되는 게 아니고. 거기는 불쾌감까지. 물론 감독이 의도한 거겠지만. <거짓말>은 분명 관객을 들쑤시는 영화다. 내가 영화감독이라 그런지 반응이 어떨까 궁금해서, 영화 끝난 뒤에도 안 일어나고 걸어나오는 관객들 표정을 봤다. 불쾌하게 하고 불편하게 한 건 성공했다고 본다. 그건 틀림없다. 개봉되기 전부터 이 사회를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었나. 이건 엿먹이는 영화다. 장선우 감독은 정말 용기있는 사람이다. 보통은 관객을 엿먹이려고 하더라도 자기를 지키려고 하게 마련이다. 그런 교활함은 나한테도 있다. 그런데 <거짓말>은 그런 교활함까지 엿먹인다. 자기를 완전히 내던지는 거다. 나쁜 사람이다. 흠을 잡으려고 했는데, 영화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전의를 상실했다.
둘 다 똘아이. 장 감독은 그걸 고스란히 드러냈다
교환일기 혹은 이야기2 - 이창동 감독, <거짓말>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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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보고나니까 <거짓말>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는 이유를 알겠어. 재밌는 발상이야. 영화, 너무 좋더라구. 난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앙할 때 거기 위험이 있다, 그래서 늘 반대쪽을 보고 싶어하는 쪽이거든. 일방적인 것은 늘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영화 보면서 계속 슬펐어.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눈을 뗄 수 있는 장면이 한두 군데 보이긴 했지만. 나는 사실 이창동 감독이 문학기를 못 버릴 거야 하는 편견도 좀 있었거든. 두 번째 영화 보면서 이렇게 마음 깊이 경외를 보내는 게 흔치 않은 거라. 정말, 좋았어.
슬펐어, 리얼리스트라면 우리 사회는 슬퍼
<박하사탕>을 이 감독은 모범생의 영화라고 말하는데, 그게 문제는 아냐. 끝까지 고민하자는 거니까. 시간을 거슬러서 가는 정취를 내가 그냥 따라가게 되더라고. 몇몇 표현상의 모범적인 부분들은 있지만, 들이대는 방식이 너무 치열하고 힘드니까 말이야. 그런 정직함이 좋더라고
교환일기 혹은 이야기1 - 장선우 감독, <박하사탕>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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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F 애니스펙트럼 섹션은 게임과 영화, 애니메이션을 융합하는 시도로 주목받는 머시네마 특별전과 단편선, 디지털 기법을 적용한 다채로운 애니메이션들을 만날 수 있는 애니테크, 밴쿠버필름스쿨 학생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밴쿠버필름스쿨특별전 그리고 픽실레이션, 로토스코핑, 컷아웃 등 다양한 기법과 오브제를 사용한 작품들이 모인 애니메이션의 신물결로 구성된다.
먼저 머시네마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의 특별전과 단편전이 눈에 띈다. 머시네마(machinima)는 machine+animation+cinema의 합성어로, 게임을 구동할 때 사용하는 게임 엔진을 이용해 작가의 의도대로 연출된 영상을 말한다. 머시네마가 아직 낯선 이들은 이른바 ‘3D게임’으로 분류되는 게임들의 플레이 도중에 등장하는 영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듯(<바이오하자드>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중간중간 나오는 동영상들, 바로 그것이다). 게임의 오프닝과 엔딩 등 별도로 제작된 CG 영상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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