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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블루레이 디스크 출시작들을 발표한 20세기폭스사에 대해 HD DVD 진영이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7월 29일 폭스사가 <다이 하드> <에이리언> 등 자사의 히트작들을 블루레이 디스크로 출시한다고 발표하여 블루레이 디스크 연합에 힘을 실어준 것을 놓고 경쟁 단체인 HD DVD 프로모션 그룹의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HD DVD 프로모션 그룹 측은 성명을 통해 “폭스사는 블루레이 디스크가 보다 강력한 복제방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잘못 판단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폭스사가 블루레이 디스크를 선택한 이유로 저작권보호 대책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HD DVD 역시 그에 준하는 복제방지 기술을 채택하고 있으며, 오히려 블루레이 디스크는 재생 호환성과 신뢰성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차세대 DVD 시장을 놓고 블루레이 디스크 연합과 HD DVD 프로모션 그룹이 첨예하
HD DVD 진영, 20세기폭스사에 대해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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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음악에 무식한 기자, 만나 본 적 없겠죠?”
“이렇게 영화에 무지한 취재원은 만나 본 적 있어요?”
자격지심 어린 물음에 신해철(32)은 명랑한 반동을 보내왔다.
세상을 향한 외침으로 가슴 속을 먹먹하게 하는 송능한 감독의 영화 <세기말>을 신해철이 반주한다는 소식은 너무 당연하게 들려 별반 뉴스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직설과 조롱과 패션을 능숙하게 결합하는 그의 음악에서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줄곧 모종의 ‘아우성’을 들어왔기 때문이리라. 주도면밀한 군주의 손길로 자신의 예술을 다스리는 이 자신만만한 음악 감독에게, 한 영화의 스탭으로 일하는 경험은 어떤 것일까? 새 앨범 <홈 메이드 쿠키스 & 라이브> 출반에 맞추어 지난 연말 뉴욕에서 귀국한 그에게 그 고충과 행복을 시시콜콜 물었다. 이제 네줄의 필모그래피를 갖게 된 영화음악가 신해철은 당김음과 스타카토가 군데군데 섞인 특유의 말투로 답을 들려줬다.
-근래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
<세기말>의 영화음악, 도발의 뮤지션 신해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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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은 음악이 넘치는 영화가 결코 아니다. 7개 장으로 나뉘는 영화의 구성에 맞춰 장과 장 사이를 이어주는 기차 인서트는 음악이 적셔주지만, 20년을 거슬러가는 그 지난한 여정을 따라가는 선율은 마치 마른 침을 삼킬 때처럼 조금씩, 애타게 귓전으로 흘러온다. 감정이 넘치기보다는 별 과장없이 일상의 흐름을 세심하게 옮겨내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특히 순수를 찾아가는 <박하사탕>의 힘겨운 여행 속에 음악의 자리는 유난히 더 조심스럽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관객이 영호의 삶을 중립적으로 바라봤으면 하고 만들었다는 <박하사탕>의 음악은 데뷔작임을 감안하지 않아도 별 손색이 없다. 정작 영화음악가로 첫 단추를 끼운 이재진(30)씨는 <박하사탕>에 대해 할말이 없다고, 잘 모르겠다며 웃지만.
영화음악은 처음이지만, 사는 방향이 음악으로 정해진 지는 꽤 됐다. ‘소리로 크는 나무’. 어릴 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
힘겨운 과거여행의 동반자, <박하사탕>의 영화음악가 이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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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엔트랩먼트> 국내 최고의 도둑 남기남
[정훈이 만화] <엔트랩먼트> 국내 최고의 도둑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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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네트가 별을 덮고, 전자와 빛이 뛰어다니며, 국가나 민족이 사라져버릴 정도로 정보화해 있는 근미래. 신기술을 이용한 고도의 살상과 파괴 행위가 만연하자, 동아시아의 어느 가상국가에서는 사이버 네트와 공안관계의 특수테러를 전담하는 경찰 조직인 속칭 ‘공각기동대’를 창설하게 된다. 이 조직은 몸의 상당 부분을 기계로 대체한 반인 반로봇의 특수요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인간의 의식을 조종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인형조종사와 맞서 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들의 노력으로 인형사의 음모는 분쇄되지만, 대원들 중 대다수가 심각한 신체적 손상을 입고 만다.
“바트, 팔다리가 없으니 시원하겠군.” 부상 병동에 누워 있는 토그사는 낄낄거리며 말을 걸지만, 자기의 아랫도리도 완전히 날아가버리고 만 신세다. 바트 역시 입만은 멀쩡하다는 걸 보여준다. “너희 마누라가 좋아하겠어. 이혼할 확실할 핑계가 생겼으니 말야.” “무슨 소리야. 이제 최신형 아랫도리로 ‘빠방’하게 장착할 텐데. 아마 매일 밤 죽
[이명석의 씨네콜라주] 공각기동대 II - Ghost In the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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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캐스팅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별들의 고향>도 그랬고, <어제 내린 비>도 그랬고 <너 또한 별이 되어> <그래 그래 오늘은 안녕> <바람 불어 좋은 날>, 그리고 <어둠의 자식들>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럴 때마다 현실 도피처럼 신인을 찾았다. <어둠의 자식들>에서도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은 수없는 오디션을 거쳐 방숙희라는 신인을 찾아냈다. 생김새와 연기력 모두 작품에 잘 맞는 신인이었는데 무엇보다 ‘카수 영애’라는 부제가 말하듯 가수 지망생 역할이어서 가창력이 필요했다. 그 점에서도 합격이었다. 나는 한국영화의 아버지 나운규 감독의 성을 따와 그 신인에게 나영희라는 예명을 지어 주었다. 영화에서 약 2시간가량, 얼굴 클로즈업에서 발끝까지 몸 전체를 속속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찾는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마오쩌둥과
이장호 [41] - 나의 신인중독증, <어둠의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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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한텐 다섯장만 샀다고 거짓말하고 열장 사서 꼭꼭 숨겨두었던 밀레니엄 복권이 꽝나고 만 지금, 아줌마는 다시 몇장 배춧잎 앞에 충성맹세하고 비상근무중이다. 아니, 사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창 비상근무중이다. 아줌마도 <비상근무>(Bringing Out the Dead)의 프랭크 피어스처럼 구급요원이기 때문이다.
프랭크가 인간의 헤벌어진 오장육부 같은 뉴욕 뒷골목을 헤매는 구급요원인데 비해, 아줌마는 자신의 미로 같은 오장육부 속을 헤매는 자신 목숨의 구급요원이라는 점이 다를뿐. 초기 프랭크가 그랬듯이 아줌마도 숱한 목숨 구했다. 열한살 아줌마, 열다섯살 아줌마, 열여덟, 스물, 스물다섯, 스물아홉, 서른… 그 많은 아줌마들을 구한 건 다 아줌마 자신이었다.
그렇다고 타율 100%를 기록했을리야. 아줌마 또한 기술부족으로 숱한 목숨 죽였다. 예를 들어 프랭크가 산소주입기를 잘못 꽂아 열여덟 꽃다운 여인을 죽였다면, 아줌마는 정액주입기를 잘못 꽂아 숫처녀 아줌마를
[아줌마, 극장가다] 우리는 정말 살아 있을까, <비상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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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의 <박하사탕>은 망각의 더께에 쌓인채 아득히 흘러가는 우리들의 오랜 기억들에 마치 면도날처럼 상처를 내었다. 면도날의 상처는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은 금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나 곧 그 금 사이로 붉디붉은 피가 점점이 배어나온다. 낡은 기차를 타면 떠오르는 얼굴들처럼, 그 역시 시간의 기차를 태운채 우리들의 현재가 서있는 바로 이곳으로부터, 이제는 얼굴조차 희미해져버린, 이름조차 아물아물한 첫사랑의 그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70년대 학번이면 누구나 한번쯤 탔을 그 기차… 피와 눈물에 젖은 청춘들이 우울한 날개를 접고 ‘나 어떡해, 너 갑자기 떠나가면…’라는 샌드페블스의 노래에 실어보냈던 그 검고 흰 추억들을 실은 야유회행 기차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 것인가.
이창동, 어둠 속에서 번득이는 매서운 눈
나는 이창동이 뛰어난 영화감독으로 다시 태어나기 이전, 그러니까 그가 소설가였을 때부터 알고 있다. 그는 흥분 잘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나와는 과가 다른 인간이다
거꾸로 비친 우리 삶의 황무지,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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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지난 3월 발매되어 호평을 받았던 <탑건 SE>. 일본판은 국내보다 한참 늦은 오는 10월부터 출시될 예정이나 마니아들의 천국 일본답게 기막힌 패키지를 선보일 전망이다.
우선 10월 21일 출시될 일본판 <탑건 스페셜 콜렉터스 에디션>은 고화질로 리마스터링 된 화질과 향상된 음향 그리고 풍성한 부록 등, 일본어 더빙의 추가 외에는 국내판과 거의 비슷한 사양이다.
하지만 12월 22일 출시되는 한정판 <탑건 스페셜 콜렉터스 에디션 MA-1 박스>의 패키지 구성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DVD와 함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군 조종사들의 헬멧 백과 군용 자켓을 증정하고 있는데, 실제 미군 부대에 군복을 납품하는 알파사의 제품으로 품질은 보증하고 있다고.
가격은 우리 돈으로 50만원에 가까운 고가(52,290엔)로 책정됐지만 저 복장을 걸치고 DVD를 본다면 영화 속의 톰 크루즈처럼 ‘탑건’이 된 기분이 들 것도 같다.
일본판 <탑건 SE> 호화 패키지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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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으로 영화 데뷔하는, 드라마 PD 안판석
방송국 스타 PD 15년 만의 외출
‘노났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 횡재했을 때 사람들은 “노났네” 한다. 2003년 1월, 안판석은 15년 동안 다녔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짝>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현정아 사랑해> 등을 연출하면서 MBC 드라마 간판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그가 일을 그만둔다고 하자, 동료들은 그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서 외주 프로덕션에 스카우트된 줄 알았고, 다들 “노났구먼∼”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회사를 그만둔 직후, SBS에서 <흥부네 박터졌네>를 연출할 때까지만 해도 주위의 반응은 그랬었다. “영화하겠다고 말하기는 뭣해서 그냥 나왔는데 전에 프리 선언하고 그만둔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그렇게들 생각하더라.”
그의 나이 마흔다섯. 두툼한 봉급 마다하고 영화판으로 뒤늦게 뛰쳐나온 그의 갈증은 무엇이었을까. “드라마를 불끄고 집
그가 감독이 됐다 [3] - 안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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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다이>로 영화연출 데뷔하는, 배우·설치미술가 이상현
<거짓말>의 제이는 잊어도 좋다
혹시, 그러니까, <거짓말>의 이상현이냐고? 맞다, 그 이상현이다. 그렇다고 와이를 묶고 때리고 쑤시던 <거짓말>의 제이를 떠올리면 안 된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상현은 SF영화 <해피다이>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감독 지망생이다. 설치미술가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다가 일약 배우로 변신한 바 있는 그이기에 영화 연출을 맡는다는 게 뜬금없이 느껴지진 않는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집 대문에 극장 포스터를 붙이게 해주고 받은 초대권으로 극장을 공부방처럼 들락거렸고, 한국의 대학에서 사진을 배운 덕에 조각 전공으로 독일에서 유학할 때도 친구들의 단편영화 작업에서 카메라를 잡았던 그가 아닌가. 물론 시네키드로 살았다는 사실이 쉰 넘은 나이에 입봉을 준비하는 그의 사정을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사람들에게 내 뜻을 전하는 데 가장 강력
그가 감독이 됐다 [2]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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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이란 단어는 뭔가 미숙하지만 싱싱하고, 빈약하지만 푸릇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런 신인감독만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일가를 이뤘지만 영화연출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에 선 박광정, 이상현, 안판석이 그들이다. 연극, 미술, TV분야에서 성공이라는 고지를 정복한 이 중년 남자들이 자세를 낮춰 일개 신인 영화감독이 된 사연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오랫동안 품고 있던 꿈을 늦게나마 끄집어냈다는 점만큼은 매한가지다. 살찐 소파 속에 안주할 수 있는데도 벌떡 일어나 황량한 극지로의 여정에 나선 이들이기에 용기와 패기가 20∼30대 신인감독에 떨어진다 말할 수 없을 것. 게다가 셋 모두 영화와 매우 밀접한 영역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절반쯤은 검증된 게 아닐까. 세월의 풍파를 겪었지만 완숙하고, 풍성한 세계를 품고 있는 중고 신인감독 3인방을 소개한다.
<가마다 행진곡>(가제)으로 영화연출 데뷔하는, 배우·연극연출가 박광정
영화가 부
그가 감독이 됐다 [1] - 박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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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인 <Three Violent People>은 ‘3인의 난폭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드라마의 중심을 이루는 세 등장인물을 나타낸다. 남북전쟁 직후의 혼란스러운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남군 출신 대위인 콜트(찰턴 헤스턴), 그의 아내 로나(앤 백스터) 그리고 콜트의 동생 신치(톰 트라이언), 이 세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애증의 관계를 그렸다.
영화의 도입부는 서부극과 로맨스를 결합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다.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두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는 후반부의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를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잘 속는 어리숙한 남자로 보이던 콜트가 실은 엄청난 재산과 큰 농장을 소유한 갑부이고, 상류층의 귀부인 행세를 하던 로나는 전쟁 시절 술집 여자였으니 이 둘의 관계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이들이 결혼 후 콜트의 농장 ‘바 S’에 가니 콜트로서는 잊고 싶었던 탕아 동생 신치가 와 있고, 전쟁 직후의 어
<쓰리 바이어런트 피플> 클래식 멜로드라마와 서부극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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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블록버스터 타이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미스터리 사극 <혈의 누>의 상세 사양이 공개됐다. 홀로그램 문양을 통해 자개농 느낌을 주는 디지팩에 두 장의 디스크와 화보집이 담긴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오는 8월 23일 시네마서비스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영화의 화려한 영상에 걸맞게 디자인된 패키지와 더불어 부가영상 또한 풍부하다. 김대승 감독과 민언옥 미술감독, 조영욱 음악감독이 참여한 두 가지 음성해설과 240일 간의 제작기를 다룬 메이킹 다큐, 그리고 배우, 스탭들의 인터뷰 등이 기본적으로 수록되며, 영화의 배경이 된 19세기 조선 사회의 문화와 당시 수사 및 형벌제도에 관한 부록이 눈길을 끈다.
다소 복잡하게 여겨졌던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인물관계도’나 주요 소재로 쓰인 ‘직금도’에 관한 내용도 관심이 가는 항목이다. 그 외, 영화에 나타난 집단 무의식에 관한 해설을 담은 ‘혈의 누 정신분석적 해석’도 담겨있는 등 극장에서 의문점이 남았던 관객이라면
<혈의 누> 고급 '자개농' 패키지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