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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의 갑판에서 살얼음 낀 검은 바다로 떨어진 지 3년. 나른한 태양 빛에 온종일 희롱당하는 아름다운 해변을 지닌 남국에 봇짐 하나 달랑 메고 도착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인생을 선택하라”던 <트레인스포팅>의 이완 맥그리거와 비슷한 목소리로 뇌까린다. “내 이름은 리처드. 그것 말고 나에 대해 뭘 더 알 필요가 있나. 부모가 누군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 그런 건 다 부질없다.” 모름지기 영화의 쿨한 서두를 위해 이 정도 불친절은 감수할 수 있는 법. 영화의 전개와 함께 주인공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마약에 중독된 스코틀랜드 실업자 렌튼과 달리, 동남아 관광지의 미국인 배낭족이 삶의 진면목과 엑스터시를 맛보려면 약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속물’ 관광객을 벌레보듯 경멸하며 그들과 다르기 위해 애쓰는 리처드는 낯선 도전을 두려워 말자고 다짐하며 충동에 몸을 싣는다.
소품 <에일리언 트라이앵글>을 제외하면, 대니 보일
파라다이스의 숨막히는 풍광,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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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전 세계 최초로 첫 포문을 연 <아일랜드>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주간 정상을 지킨 <우주전쟁>과 바톤터치를 했다. 서울 104개, 전국 321개 스크린에서 출발한 <아일랜드>의 개봉 첫 주 성적은 서울 37만3500명(주말 이틀 25만), 전국 94만 6천명으로 개봉 전부터 높은 예매율로 1위가 예견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선 선전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미국 개봉 성적은 좋지 않았다. 국내 개봉 다음날인 22일 미국에서 개봉한 <아일랜드>의 현지 박스오피스 성적은 4위. 121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감독인 마이클 베이 전적에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전세계에서 흥행 순항 중인 <마다가스카>는 국내에서도 흥행 중이다. 자막판과 더빙판이 고루 인기를 끌며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2위에 올랐다. 서울 주말 관객 10만 9천 200명(자막+더빙)을 기록했으며, 전국누계는 100만 8천 471명으로
흥행의 제왕 마이클 베이, <아일랜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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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살인극에 휘말리는 산장의 가족들이 ‘코믹 잔혹’한 웃음을 선사했던 데뷔작 <조용한 가족>과 마찬가지로, 김지운 감독의 두번째 영화 <반칙왕>은 웃음의 색깔이 좀 이상한 코미디다. 실적 위주의 사회에서 부적응자에 가까운 은행원의 지지부진한 일상과 이제는 한물간 프로레슬링의 세계가 엉뚱하게 맞물려 쓴웃음과 폭소의 묘한 배합을 이룬다. 물론 웃기고 짠한 부조리극처럼 매순간 희비가 교차하는 게 세상살이인지라, 전혀 낯설기만한 배합은 아니지만. 출근길 지하철 유리창에 눌린 임대호의 얼굴처럼 주눅든 소시민의 일상에서 사각의 링 위로 뛰쳐나간 일탈은 소박한 자아 찾기의 과정을 짠한 웃음으로 풀어나간다.
TV 속 프로레슬링 장면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몇개의 장으로 나뉜다. 우선 은행원 임대호의 윤기없는 일상을 따라가는 ‘공포의 헤드록’부터 유비호와 혈투를 벌이는 ‘사각의 진혼곡’까지. 지각대장에다, 은행직원 중 유일하게 한 계좌도 못 튼 대호는 부지점장에게 눈엣
소박한 자아 찾기의 과정, <반칙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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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네마테크(7월26일∼8월11일)와 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8월16∼23일)이 마련한 ‘루이스 브뉘엘 회고전’은 시기별 작품이 고루 섞여 있어 브뉘엘 영화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회고전에서 선보이는 16편의 작품들은 국내에 익히 알려진 후기작뿐만 아니라 국내에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브뉘엘의 첫 다큐멘터리인 <빵없는 대지>(1932)나 그의 32편의 작품 중 20편을 차지할 만큼 양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멕시코 시절의 작품들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1900년 스페인에서 출생하여 엄격한 가톨릭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브뉘엘은 아방가르드 물결이 거세던 프랑스에서 장 엡스탱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다. 그의 데뷔작이자 초현실주의 영화의 대표작인 <안달루시아의 개>(1928)는 자유 연상에 의한 이미지의 연쇄로 구성된 작품으로, 그 속에 등장하는 ‘칼날이 그어버리는 눈’의 이미지는 이후 브뉘엘이 구축할 영화세계에 대한 일종의
금기를 조롱한 행복한 아나키스트, 루이스 브뉘엘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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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외모다. 아시아 소녀의 새침하고 뾰로통한 얼굴과 남미의 미녀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다갈색 피부, 그 와중에 비(非)백인들의 불가침 영역인 블론드가 흘러내리는 육체. 뿌리도 동종도 없는 것 같은 데본 아오키는 그 포스트모던한 매력 하나로 열여섯살의 나이에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뮤즈가 됐다. (단신으로 유명한) 케이트 모스보다 1인치 더 작은 키에 희한한 얼굴을 한 여자애가 라거펠트의 샤넬 쿠튀르 캠페인 간판이 되자, 개성과 변화와 진보를 목숨처럼 여기는 패션계가 뒤집어졌다.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나오미 캠벨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아오키와 계약을 맺었다(이 일로 나오미 캠벨은 한동안 도나텔라 베르사체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하고 다녔다). 포스트펑크적인 쇼로 언제나 충격을 던지기 좋아하는 지방시의 수석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도 아오키를 놓치지 않았다. 펜디, 발렌시아가, 장 폴 고티에의 무대가 그녀를 불렀고, 영국쪽 에이전시인 스톰모델매니지먼
성공한 소녀 모델의 초급 배우 수업, <신 시티>의 데본 아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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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B급영화의 영역에 머물던 범죄․형사영화가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얻기 시작한 건 1970년 전후다. 범죄·형사영화가 대중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액션 장르였다. 형사들은 더 이상 음침한 뒷골목을 헤매지 않고 차 위에 올라 질주하고 추적하며 충돌했으니, 관객은 사건의 해결에 앞서 그런 장면을 보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곤 했다.
물론 인물들도 새로운 성격을 부여받았다. 험프리 보가트, 글렌 포드, 로버트 미첨, 스털링 헤이든이 대표하는 낭만적인 얼굴의 형사와 갱들은 일과 돈에 냉정한 인물로 바뀌었으며 화면 속에 머무르기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로 뛰어들기를 원했다. 그리고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심지어 상관의 명령을 거스르는 형사들은 영화 속 거친 캐릭터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할리우드산 새로운 범죄·형사영화의 전조로 불리는 <블리트>는 <프렌치 커넥션>과 <더티 하리>를 예견했다는 점만으로도 그 중요성
<블리트 SE> 거칠고 통쾌한 범죄·형사 영화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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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다시 <시민 케인>을 이야기해야 한다. 감독들에게 <시민 케인>은 저주다. 엄마의 불편한 첫 이미지와 그녀가 꼬마에게 끼친 영향, 막대한 유산에 더해 스스로도 거대한 부를 축적한 남자, 도전과 성취에 대한 집착과 현란한 사생활 뒤에 감춰진 비밀, 중년 남자로 분한 의욕 넘치는 젊은 배우, 눈과 머리가 따라잡기 힘든 영화적 성과 등, <시민 케인>은 마틴 스코시즈의 <에비에이터>를 벗어나기 힘든 무게로 억눌렀을 법하다.
사실 <에비에이터>가 <시민 케인>을 그 무엇보다 닮은 부분은 ‘드라마 없는 드라마’에 있다. <에비에이터>가 보편적인 감동을 주지 못했다고 본다면 첫째 이유는 거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스코시즈가 아무리 동정과 성찰로 한 인간의 진실과 인간미에 접근하려 해도 하워드 휴스는 현실 속의 인물로 자리 잡지 못한다. 찰스 포스터 케인의 그림자가 하워드 휴스의 얼굴 위로 길게 드리워져
<에비에이터 SE> 휴스의 야망만큼 방대한 부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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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감독의 서사대작으로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킹덤 오브 헤븐>. 10월 7일 출시될 예정인 일본판 DVD의 상세한 스펙이 공개됐다. 본편 디스크로만 구성된 일반판과 함께 부록 디스크가 추가된 특별판으로 각각 발매될 전망이다.
우선 본편은 2.35:1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 화면비와 DTS 및 돌비 디지털 5.1 음성을 지원한다. 부록으로는 영화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제작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텍스트 해설 ‘순례자의 지침서(The Pilgrim's Guide text commentary)’가 본편 디스크에 포함된다.
특별판에 들어가는 별도의 부록 디스크에는 메이킹 필름, 예고편 등이 수록되는데, 리들리 스콧 감독과 올랜도 블룸 등이 참석한 일본 프리미어 영상은 일본판 DVD만의 특별 보너스. 또한 올랜도 블룸의 팬들을 의식해 그의 일본 방문 당시의 사진을 모은 포토 앨범도 증정된다.
<킹덤 오브 헤븐>은 <글래디에이터>로 할리우드
<킹덤 오브 헤븐> 일본판 사양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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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서비스가 조직을 큰 폭으로 개편하고 콘텐츠 생산에 무게중심을 두는 체제로 변신하게 된다. 시네마서비스는 7월21일 현 김정상 사장이 퇴임하는 대신 김인수 부사장이 사장으로 취임하며, 김상진, 장윤현 감독이 공동 부사장을 맡는다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그동안 실질적인 의사 결정자 역할을 해온 강우석 감독이 새 경영진에 대한 조력자 정도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감독 일에 전념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인사발령일자는 7월 말 또는 8월 초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수-김상진-장윤현 3인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가 꾸려지게 되면 김 신임 사장은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게 되고 김상진, 장윤현 공동 부사장은 기획, 제작, 투자 등을 다루게 된다. 김 신임 사장은 “너무 전격적으로 결정이 나 당장 이후 계획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새로 창업하는 기분으로 운영할 것이고, 젊은 감독도 많이 발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개편으로 CJ와의 협력관계가 바뀌는 것은 아
시네마서비스, 이제 강우석 없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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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벼락같다. 김성수 감독의 액션 사인이 떨어지자 분당 디자인센터 지하에 마련된 취조실 세트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다. 취조실 안으로 들이닥친 강력반 형사 장도영(권상우)이, 이제 막 설렁탕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려던 용의자 비계(박재웅)를 먼지나게 두들겨패면서 소리친다. “배광춘 어디 숨었어! 말해 새끼야!” 의자에서 끌어내린 것으로도 모자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밟고, 다시 일으켜세우고… 이것이 바로 무슨 일이든 주먹이 앞서는 장도영의 화법이다. 그러나 몰라보게 그을린 피부, 까칠한 수염, 웃자란 머리, 핏발 선 눈 안에 그간의 멀끔한 이미지를 감춘 권상우는, 계속되는 리허설과 테이크 끝에 “아, 차라리 맞는 게 낫겠다”며 중얼거린다. 취조실 밖에선 유지태가 예상외로 길어지는 동갑내기 동료배우의 촬영분량을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다. 그는 이제, 주먹보다는 이성과 법을 우선시하는 냉철한 검사 오진우가 되어 장도영의 폭주를 막게 될 것이다. 문득 취조실 세트 한구석에 적힌
때리는 권상우,“차라리 맞는게 낫겠다”, <야수>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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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스필버그씨, 재밌는 스필버그씨, 가벼운 스필버그씨…. 관객이 바라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습은 실로 다양했다. 46년 동안 45편의 장편영화를 찍은 그의 작품 중 단 여섯편만을 보기로 내세우는 것이 어려웠던 만큼, 그중에서 최고로 꼽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어려웠던 모양이다. 절반에 가까운 이들의 지지를 얻은 1위 <E.T.>(“어릴 적 느꼈던 다른 생명체에 대한 상상과 호기심은 지금까지 생생!! 역시 E~~~~T ^^.”)를 제외하면, 나머지 작품들은 비슷비슷한 수위의 표를 획득했다. 재밌는 것은 저마다 다른 선택의 이유들. “<A.I.>, 과학발전과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진지한 탐구. 최고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언제나 볼 때마다 무섭고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 “역시 스필버그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죠스>!! 무수한 상어 영화들 중 역시 기억나는 건 <죠스>뿐”, “그의 재능이 가장 잘 발휘되는 건 역시
[씨네폴] 스필버그하면 E.T.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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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소품 등 아름다운 가게서 경매
지난해 개봉됐던 <인어공주>의 소품을 비롯해 전도연, 박해일의 사인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DVD, 시나리오, 콘티북 등이 아름다운 가게의 온라인 쇼핑몰인 ‘생생몰’(http://mall.beautifulstore.org)에서 7월21일부터 8월1일까지 판매된다. 이번 행사는 씨네21과 아름다운 재단이 한국영화인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여성영화인모임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아름다운 영화인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판매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
<왕후심청> 오타와애니메이션페스티벌 진출
오는 8월12일 개봉하는 남북합작 장편애니메이션 <왕후심청>이 북미지역의 유일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인 ‘오타와애니메이션페스티벌’ 본선에 진출했다. 코아필름과 북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가 공동으로 제작하고 넬슨 신이 감독한 <왕후심청>은 ‘효녀 심청’ 설화를 현대적으로
[국내단신] <인어공주> 소품 등 아름다운 가게서 경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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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후쿠아 차기작, 래퍼 노터리어스 B.I.G 전기영화
<트레이닝 데이> 감독 안톤 후쿠아가 미국 래퍼 노터리어스 B.I.G.(본명 크리스토퍼 월레스)의 일대기를 영화화한다. 역사상 최고의 래퍼로 꼽히는 B.I.G.는 1997년 총격으로 살해됐으나 아직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어머니 볼레타 월레스는 “그동안 래퍼 비기(애칭)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많았지만 인간 크리스토퍼 월레스에 관한 것은 없었다. 이제 사람들에게 내 아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머프> 3D CGI애니메이션 제작
추억의 TV만화 <스머프>가 3D CGI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파라마운트가 판권을 획득해 니켈로디언과 함께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스머프>는 벨기에 작가의 연재만화로 시작해 미국에서 총 256화의 TV만화로 제작됐다. 한국에서는 1983년에 방영되어 큰 인기를 모았다. 파라마운트는 <스
[해외단신] 안톤 후쿠아 차기작, 래퍼 노터리어스 B.I.G 전기영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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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영화<찰리와 초콜렛 공장>과 R등급 성인코미디<웨딩 크래셔>가 2주 연속 미국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이번 주말엔 <아일랜드> 등 무려 4편의 신작이 흥행 10위권에 진입했으나 1,2위 영화에 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개봉 2주째 1위를 지킨 <찰리와 초콜렛 공장>은 전주보다 50% 줄어든 2830만달러를 챙겼다. 이에 비해 2주연속 2위인 <웨딩 크래셔>의 선전이 단연 돋보인다. 단 23% 하락한 2620만달러 수입을 올렸으며 스크린당 수입도 8957달러로 가장 많다. 총 개봉관수가 2925개관으로, 1위<찰리와 초콜렛 공장>(3790개관)과 3위<판타스틱 4>(3449개관)보다 적은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세다. 빈스 본과 오언 윌슨의 코믹 연기에다가 속편이나 리메이크가 아닌 신선한 스토리로 승부했다는 점이 성인관객들의 구미를 당긴 듯 하다.
SF액션영화<아일랜드>와 스포츠영
<찰리와 초콜렛 공장> 2주째 美흥행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