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시간 반을 기다려서야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의 얼굴을 봤다. 그는 몹시 바빴다. 부산영상센터 B스튜디오에서 15분짜리 단편영화를 촬영 중인데 13일까지 완성본을 공개해야하는 일정에 짬을 내기가 어려운 탓이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아시안필름아카데미(AFA)의 선생님이다. AFA는 아시아 지역내에서 선발된 28명의 학생들에게 영화제작에 관한 워크숍 및 영화제작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제도. 태국영화의 주류를 대표하는 감독인 논지 니미부트르는 한국의 박기용과 황기석, 중국의 유릭와이와 함께 2주간 마스터로 활동한다.
신사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그는 “첫 번째 AFA의 마스터로 초청해주어서 영광”이라며 “훌륭한 필름메이커가 될 자질을 갖춘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좋다”고 상냥하게 말했다. “초고는 내가 썼지만 내 팀에 속한 14명의 학생들과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했기 때문에 내 스크립트가 아니라 우리의 스크립트다.”
AFA 마스터 맡은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
-
“안녕하세요∼ 여보세요∼ 잠깐만요∼” 인터뷰는 뒷전이다. 동영상 카메라를 보더니 요청하지도 않은 한국어 실력을 선보인다. “오빠라는 말이 제일 좋아요. 가족 말고도 윗 사람을 지칭할 수도 있고, 연인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처음 들었을 때 뜻도 몰랐는데 특별한 단어라는 느낌이 오던데요” 답변을 받아적느라 정신없는 기자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이제, 알았지?”라고 한국어로 면박을 주는 이 당돌한 아가씨, 바로 비비안 수다.
1990년대 ‘소녀대’라는 그룹의 일원으로 대만과 일본을 오가며 음반을 발표하고, 곧이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스타덤을 굳힌 아시아의 아이돌 스타 비비안 수가 서른 넘어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뉴커런츠 부문 초청작인 리 윤찬 감독의 <인어공주와 구두>에서 해피엔딩 동화의 허상을 몸으로 깨닫게 되는 도도 역할을 맡은 그녀는 3년 전, 8년 동안의 일본생활을 접고 대만으로 다시 돌아왔다.
“누구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 아닌가요?” 중국어로 노
<인어공주와 구두>의 비비안 수
-
어느 잔치나 깽판 놓는 사람들이 있나 봅니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이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PIFF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때는 1996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PIFF의 발목을 잡아챈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공연윤리심의위원회. '검열천국 코리아'를 외치면서 가위들고 설쳐대던 공륜 입장에선 PIFF가 여간 못마땅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구요? PIFF의 경우, 심의를 면제 받았기 때문이죠. 국제영화제에 주어지는 예외가 "마구 잘라야 나라가 산다"는 원칙을 가진 공륜 눈에 좋게 보일리 없었겠죠. 여기에 월급 받고 놀 수 없다는 심의위원들의 투철한 공무원 정신까지 더해져, 공륜은 개막전부터 장 위엔의 , 료스케 다카하시의 , 에릭 쿠의 등 몇몇 문제작(?)들을 찍어냈고, 이들 작품을 상영하려면 심의를 받으라는 압력을 영화제 쪽에 수시로 가했습니다.
결국 공륜이 무밑에서 휘두른 철퇴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에 떨어졌고, 부산국제영화제는
[PIFF 타임캡슐] 1. 검열과의 싸움
-
"우린 영화 만들러 부산 간다!" 비웃지 마시라. 영화제에 와서 정작 영화는 안보고 '딴짓'하는 이들이 있더라도 말이다. 한겨레신문과 <씨네21>이 주최하고, KT&G가 공동기획하며, 동서대학교가 제작지원하는 'KT&G 상상메이킹 부산영화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장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영화제 기간 안에 해운대와 남포동을 누비며 5분 내외의 단편영화 1편을 완성해야 한다. 과연, 이들은 받아든 미션을 순탄하게 완수할 수 있을까.
'자유폭발, 청춘을 예찬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올해 행사에 응모한 팀은 모두 58개팀. 심사는 박관수(<사과> 프로듀서, 정대성(영상작가전문교육원 담임교수, <씨네21> 시나리오 워크숍 담임강사), 문석(<씨네21> 취재기자) 등 3인이 맡았다. 심사기준은 시놉시스와 제작기획서를 검토해 도발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아이디어를 영화제 기간 내에 1편의 단편영화로 완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심사기준이고, 수차례
9일간 영화찍기, KT&G 상상메이킹 부산영화축제
-
-
"안상! 안상!" 일본 여성팬들의 사진 세례를 받으며 김해공항에 도착한 신임 부집행위원장 안성기. "예전에는 그냥 손님으로 온 듯한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기분이 좀 다르네요. 손님으로 왔을 때 보다 더 바쁘기도 하고. 8일에는 서울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고...". 바쁘게 감상을 전하며 차에 오르는 그를 사진기자가 급습했다. 터지는 플래시에 놀란 신임 부집행위원장님의 눈이 해운대 백사장 마냥 빛난다. "사진 그만 찍어주세요!" 소리치는 스탭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안성기는 개막식장으로 향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렇게 막을 올린다.
[PIFF 습격사건] 부산 도착한 안성기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쓰리 타임즈>의 주연 장첸이 10월6일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해피 투게더> <와호장룡>으로 아시아의 스타가 된 장첸은 허우샤오시엔과 처음 만난 <쓰리 타임즈>에서 세 명의 남자를 연기했다. 당구장에서 만난 여인을 찾아다니는 1966년의 젊은이, 고급 매춘부와 사랑을 나누는 1911년의 혁명가, 자유분방한 2005년의 사진작가. 그들은 그저 한 여인을 사랑하면서도 말없는 몸짓과 더디게 변화하는 표정 안에 한 시대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인물들이다. 깊어진 눈동자로 가장 아름다웠던 한순간의 사랑을 전해준 장첸을 만났다.
-<쓰리 타임즈>가 부산국제영화제 10주년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소감을 듣고 싶다.
=영광이다. 허우샤오시엔과 일한 경험은 매우 소중했고, 좋은 영화이니, 모두들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다른 영화제들과 달리 열정이 가득하고 젊음으로 약동하는 영화제다. 해
개막작 <쓰리 타임즈>의 배우 장첸
-
<대도시>에서 사트야지트 레이는 131분동안 근대화와 함께 빚어지는 복잡한 인도사회의 파열음을 개개인의 심리변화 과정과 밤발의 집을 중심축으로 해서 섬세하게 설계하고 있다. 레이는 미지의 나라 인도를 전세계 영화계의 중심에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1958년 무렵 사트야지트 레이는 <철학자의 돌>과 <음악살롱>으로 인도 전지역에서 대대적인 흥행의 성공을 경험한다. 3년동안 어렵사리 촬영한 데뷔작 <길의 노래>에 비하면 고무적인 성과였지만, 개별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했는지, 레이는 아푸 삼부작을 완성 뒤 이전의 가난한 벵골 시골마을에서 좀 더 인도에 밀착한 이야기, 즉 중산층의 문제나 부부간의 성 같은 개인적이며 미시적인 이야기들로 인도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1963년에 만들어진 <대도시>는 레이의 영화가 이러한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나온 대표적인
사트야지트 레이의 <대도시>, 인도영화의 아버지
-
감독 미카엘 하네케/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2005년/ 99분/ 월드시네마
사소해 보이는 기류가 어느 순간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 인과로 변화하는 이야기 속에서 미카엘 하네케는 게임을 제의하고, 충격 요법을 사용하고, 또 해석의 덫을 놓는다. <히든>의 경우 그 작동 구조는 ‘시선’에 있다. <히든>은 윤리에 대한 내기임을 드러낸다.
별다를 것 없는 어느 하루의 평온한 일과적 풍경으로 시작하여 순식간에 끔찍한 인류의 절멸로 영화를 끝내 버릴 수도 있는 감독이 <히든>의 미카엘 하네케다. 사소해 보이는 기류가 어느 순간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 인과로 변화하는 이야기 속에서 미카엘 하네케는 게임을 제의하고, 충격 요법을 사용하고, 또 해석의 덫을 놓는다.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는 언제나 빙산의 일각을 보는 것에서 빙산을 보는 것으로 옮겨 가도록 요구한다.
<히든>의 경우 그 작동 구조는 ‘시선’에 있다.
<히든> 충격요법과 해석의 덫
-
감독 차이밍량/ 대만, 중국, 프랑스 2005년/ 114분/ 아시아영화의 창
<흔들리는 구름>에서 차이밍량은 이번에도 어느새 즐거운 배반을 경험하게 한다. 우스꽝스러운 포르노 촬영현장의 적나라한 묘사는 웃음과 서글픔, 그리고 당혹감이 뒤엉킨다. 불현듯 영화곳곳에 끼어들곤 하는 뮤지컬 장면은 현실과 등을 맞대고 있는 환상의 강력함을, 거꾸로 그러한 환상과 결코 닮을 수 없는 현실의 지평을 상기시킨다.
차이밍량에게 도시는 낯선 이물감과 공포를 안겨주는 동시에 미궁의 매혹을 간직하고 있는 이상한 장소이다. 눅눅하고 습한 대만의 기후를 고스란히 닮은 차이밍량의 세계에서 도시는 사막이라기보다는 습지이다. 또한 그의 영화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강생은 그 습지 이곳저곳을 쉼 없이 헤매고 다니는 수줍은 야생동물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던 차이밍량의 신작 <흔들리는 구름>은 그의 습지에 예고없이 찾아온 지독한 건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
<흔들리는 구름> 차이밍량의 즐거운 배반
-
일교차가 부쩍 커졌다. 낮에는 반팔차림도 어색하지 않지만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갈바람은 칼바람 같다. 스산해진 바람결에 옷깃을 여미면 예의 연인들은 옆구리를 챙긴다. 팔짱끼고 오붓하게 영화보기에 지금만큼 딱 어울리는 계절도 없다. 시끌벅적했던 여름 성수기를 뒤로 하고 겨울방학 시즌이 오기 전까지, 극장가도 추석대목을 제외하곤 고만고만한 비수기로 접어든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잠깐 숨을 고른 사이,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소품들이 이 기회를 틈타 상영작 리스트를 채운다. 수요와 공급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조응하는 이때, 극장가는 연인들의 눈물과 웃음으로 넘쳐난다.
신파 멜로 <너는 내 운명>이 2주동안 주름잡던 극장가는 이번주에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하 <내 생애>)로 흥행바통을 넘긴다. 40% 내외의 예매율로 거의 모든 예매 사이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박스오피스 정상 등극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l
[주말극장가] 갈바람 타고 멜로 열풍은 끝이 없어라
-
1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기록들 , 총관객수, 총게스트수, 총예산 참여했던 자원봉사의 수 등 지난 10년간의 PIFF성장과정을 숫자로 정리해 보았다.
[동영상뉴스] 모바일 씨네21-10년 기네스
-
놓치지 말아야 할 추천작을 소개한다 .
[동영상뉴스] 모바일 씨네21-이 영화만은 놓치지 말자
-
개막작 쓰리타임즈 감독이며, 올해 처음 시작된 아시아 영화 아카데미의 초대교장을 맡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인터뷰. 개막작에 대한 소개와 영화학도들을 가르치게 된 소감을 생생하게 들어본다.
[동영상뉴스] 모바일 씨네21-허우 샤오시엔 감독을 만나다
-
남포동 먹자골목과 밀면국수집, 유명한 빵집 등 영화제가 펼쳐지는 부산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소개한다
[동영상뉴스] 모바일 씨네21-부산먹거리 완전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