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군들. 만약 당신의 집에 외계인 병사가 침입해오면 어떻게 하겠는가? 케로로 중사는 지구 침략을 목적으로 케론 성에서 파견한 소대의 지휘 책임자로, 투명 배리어와 전기충격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외계 흡착 괴물과 심해 잠수함까지 불러들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물론 오랜 방첩 교육과 민방위 훈련을 받은 제군들이 즉각 가까운 경찰서나 군부대에 그를 신고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잠깐. 혹시나 방심과 호기심을 섞어 적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동은 금하도록. 자칫 케로로 중사의 귀여운 얼굴과 찡긋하는 눈빛을 보았다간, 당신은 신고는커녕 그에게 지구 침략의 전초 기지를 제공하는 이적 행위를 벌일지 모른다. 그래봤자 별 손해는 없겠지만 말이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인기가 일본시장을 휘감더니 서서히 국내에도 상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먼저 소개된 출판 만화의 파괴력은 예상보다 미흡했지만, 최근 투니버스에 TV애니메이션판이 방영되기 시작했고 내년
지구 정복 따위는 관둬버릴까, <개구리 중사 케로로>
-
명절과 빨간 날은 일단 좋은 거라는 보편타당한 명제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석은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 다들 느끼셨다시피 말이다.
일단, 날씨가 대단히 추석스럽지 못했다. 하필이면 벌초를 간 날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뽑은 지 3일밖에 안 된 번쩍번쩍 새 차가 도랑에 빠져버림으로써 생애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석이 되고 말았다는 한 어르신의 증언이 전하듯 최악의 날씨를 기록한 89년의 추석 이래 16년 만에 폭우가 내린 이번 추석은, 게다가 날씨까지 후덥지근해 불쾌지수로는 근래 최고를 기록한 추석이었다. 상당히 뜬금없는 얘기긴 하다만, 이번 비로 피해 입으신 분들, 아무쪼록 힘내십시오.
또 하나, 빨간 날의 수가 너무 약소했다. 3일이 뭐냐 3일이. 물론 몇몇 직종에 종사하시는 분들께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었겠으나, 어쨌든 이번 3일짜리 추석은, 사람 바글바글한 영화제 가서 하루에 네편씩 일주일 내내 영화를 보는 것과 맞먹는 피로누적을 가져왔던 바, 이에 필자는 일요일 낀
[투덜군 투덜양] 추석유감
-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은 복수하고 싶을 때가 있다. 도저히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어서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참는다. 아니 참아야 한다. ‘문명’ 사회의 법에서는 사적인 복수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사회 속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죽어서 하면 될까? 다카하시 쓰토무의 <스카이 하이>는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천국으로 떠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영혼이 돼서 현세를 떠돌거나, 현세의 인간을 저주하며 죽이는 거나.’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은, 대단한 유혹이다. 하지만 대가가 있다. <스카이 하이>의 세계는 인과응보의 법칙으로 움직인다. 누군가를 죽이면 지옥에 가야만 한다. 복수를 하는 대신 영원한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다. 무엇이 더 가치있는지, 이성적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복수를 택하는 이들은, 대개 이성적인 이유가
[B딱하게 보기] 죽음, 복수 그리고 선택, <스카이 하이>
-
“나는 기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부분 경박하고 수다스러우며 뻔뻔하기가 그지없다.” 쿤데라의 <농담>에서, 쿤데라의 분신으로 보이는 루드빅은 이렇게 말한다. 기자들에 대해 호의적인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 <살인의 추억> 속 기자는 경찰 발표만 믿고 오보하고(오버하고!), <너는 내 운명> 속 기자는 선정성 기사로 불쌍한 황정민의 인생을 진창(진정!)으로 끌고 간다.
마감 뒤 간신히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영화사로 시사를 보러 갔다. 영사실이 있는 줄 알았더니 비디오만 덜렁 있는 게 아닌가. 퀵으로 테이프를 보내주지 그랬느냐고 홍보사 직원에게 화를 냈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감독이 나타났다. 군말없이 비디오를 함께 봤다(출판사로 직접 오라고 한 다음 책을 쓴 작가 옆에 앉혀놓고 책을 읽게 한 뒤 서평을 써달라는 출판사도 있을까?). 전철을 타러 가는데 후회가 밀려들었다. 내가 도대체 뭔데 화를 냈을까. 이건 내 건방짐을 알려주려
[오픈칼럼] 악행의 자서전
-
-
추석 연휴 때 우연히 위성채널에서 잡힌 <로빈슨 크루소>의 한마디 대사가 강렬하게 가슴을 때렸다. 프랑스식으로 각색한 영화는 이렇게 프랑스적인 화두를 하나 던지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니까 그 사람을 먹는 거야. 그의 영혼을, 그의 모든 것을 우리 안에 간직하고 싶어서….”
오랫동안 혼자 생존해온 서양식 자아의 모델인 로빈슨 크루소에게 사람을 잡아먹는 초절정 야만인 이웃 ‘이타와’는 말한다. 봐! 너는 나를 살린다며 총을 쏴서 내 부족 세명을 죽였어! 하나를 살린다면서 셋을 죽인 거야. 그게 정당방위일까? 나? 물론 내가 우리 부족에 잡혀가면 포로로 잡혀갔었으니까 부족의 계율에 따라 죽이겠지. 그리고 먹겠지. 그래도 나 이타와는 순응할 작정이었거든. 모두가 언젠가 죽을 텐데 너희 식으로 땅속에 파묻어버리는 것만 문명이라고? 그러는 너희는 포로로 잡은 사람에게 사슬을 채우고 때리고 노예로 부려먹는다며? 어느 게 더 인간적인 문명이지? 넌, 날 완전히 망쳐버리고 말았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식인종과 강아지 기르기
-
미국 프로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혈팬을 주인공으로 삼은 로맨틱코미디 <날 미치게 하는 남자>를 보다가 재미있는 표현 하나가 귀에 들어왔다. ‘윈터 가이, 서머 가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벤은 야구시즌이 아닌 겨울에 한없이 다정하고 친절한 남자인데 야구시즌이 달아오르는 여름만 되면 야구에 미쳐 정신을 못 차린다. 벤의 애인은 그에게 윈터 가이는 오케이지만, 서머 가이는 감당 못하겠다고 말한다. 야구장에 가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파리로 여행가자는 애인의 제안을 마다하는 남자를 어느 여자가 좋아할까. 영화는 끝내 해피엔딩을 이끌어내지만 현실도 그럴지는 의심스럽다. 아마 이 해피엔딩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처럼 86년 만에 찾아오는 기적일지도 모른다.
애인 입장이라면 윈터 가이가 더 좋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윈터 가이보다 서머 가이에 끌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모든 걸 바치는 열정, 차라리 광기라고 불러야 할 그
[편집장이 독자에게] 서머 가이, 홍명보, 축구협회
-
‘여신’과 ‘전설’로 칭할 유일한 배우. 바로 그레타 가르보다. 1905년, 스웨덴의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1920년대에 미국에 도착했고, 1930년대엔 MGM의 영화를 통해 불멸의 아이콘이 된 가르보는 36살이 되던 해 은막에서 사라져 이후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여인으로 남는다. 그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표작 10편과 다큐멘터리 1편을 수록한 작품집이 나왔다.
가르보가 출연한 영화는 ‘가르보 영화’라는 독립된 장르로 불릴 만한데, 레즈비언 여왕, 고급 창부, 스파이, 발레리나 등 소설의 히로인 혹은 실재했던 인물로 분한 그녀는 언제나 비극적인 사랑의 화신을 연기했다. 싸늘한 미소, 마른 웃음소리, 특이한 발음은 그녀의 전매특허였으며, 몸짓과 눈빛의 작은 변화만으로 관객을 휘어잡은 그녀의 아우라는 카메라에 마술을 불어넣었다. 어찌 <퀸 크리스티나>의 마지막 클로즈업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있으며, <춘희>와 <안나 카레니나>에서 죽
[해외 타이틀] 탄생 100주년, 전설의 배우 <그레타 가르보 컬렉션>
-
<착신아리>는 미이케 다카시 영화로서는 다소 ‘점잖다’는 느낌이다. 좀더 막나갈 수 있었는데 일부러 정공법에 가까운 전략을 택한 결과라고나 할까. 해서 본편에서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더 깨는 것’을 보고 싶다면 DVD 부록 ‘각신나시’를 볼 것을 추천한다. ‘각신나시’는 촬영현장의 풍경과 관련 스탭의 인터뷰 등을 재구성한 영상으로, 소설가 도카지 게이타가 연출한 것이다. 재생을 시작하면 묘한 테크노풍 음악에 이펙트 걸린 현장 영상이 아무 설명없이 흐르는데, 뮤직비디오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 순서가 지나가고 나면 어쩐지 묘하다고 할 수 있는 조잡한 손가락인형이 나와 촬영장 구석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느니 뜻도 모를 묘한 소리를 하다가 끝나기도 하고, 감독 인터뷰가 나가는 모니터가 놓인 골목에서는 사람들이 별 이유도 없이 서로 두들겨 팬다. 그리고 인터뷰는 정신병원으로, 시체실로 계속 이동한다. 압권은 그림연극. 메이킹 스탭의 이야기로, 촬영 중 휴대폰이 울리면 가차
[서플먼트] ‘각신나시’에 가면 미이케의 파격이 있다, <착신아리>
-
인기 텔레비전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팻 앨버트’가 외톨이 소녀 도리스를 돕기 위해 현실로 뛰쳐나온다. 그는 TV로 나오는 순간 인간으로 변신하고, 도리스를 돕는 한편 그녀의 언니와 사랑에 빠져 인간 세상에 남고 싶어한다. 이 재미있는 소재는 미국 최고의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각본, 제작, 출연까지 한 영화로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원작. 단순한 스토리, 젊은 취향에 딱 맞는 힙합 음악과 댄스, 무엇보다 만화 캐릭터와 닮은 배우들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화질과 음향 퀄리티는 좋지만, 아쉽게도 부가영상은 전무하다.
빌 코스비의 유쾌한 웃음, <팻 알버트>
-
‘고깔모자 삼총사’라는 제목으로 80년대 국내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고깔모자 메모루>가 11월 10일 일본에서 DVD 박스로 발매된다.
일본 최대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도에이에서 1984년 제작한 <고깔모자 메모루>는 외계에서 온 작은 요정 메모루와 인간 소녀 마리엘의 우정을 그린 동화풍의 가슴 따뜻한 작품이다. 귀여운 캐릭터 묘사와 뛰어난 배경묘사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명작으로 기억하는 TV 애니메이션이다.
DVD 박스는 총 11장의 디스크에 50화의 TV 에피소드와 극장판, 그리고 과거 LD판 박스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귀중한 단편영상인 ‘마리엘의 보석함’ 등을 수록할 예정. 그 외 설정자료집 등을 포함해 고급스러운 박스세트로 출시될 전망이다. 가격은 60,900엔.
한편 DVD 발매를 기념해 제작사측에서는 <고깔모자 메모루>의 1편 ‘별나라에서 온 조숙한 꼬마’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서비스 기간은 DVD가 출
추억의 애니 <고깔모자 메모루> 日에서 발매
-
세상이 각박할수록 동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영화들이 더 없이 사랑스러워진다. <러브 인 맨하탄> <스모크>의 웨인왕이 선사하는 따뜻한 감성의 가족영화 <웨인왕의 윈-딕시>. 영화는 떠돌이 개와 작은 마을로 이사 온 소녀 오플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려내고 있다.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DVD에 수록된 부록을 통해 알 수 있다. 바로 촬영현장 내내 개와 함께 있는 훈련사들의 노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 그들이 있었기에, 보고나면 자그마한 행복감을 느끼는 <웨인왕의 윈-딕시>가 가능한 것이다.
웨인왕의 따뜻한 선물, <웨인왕의 윈-딕시>
-
DVD 타이틀이 지닌 장점 가운데 하나는 극장과는 다른 버전의 영화를 보는 것. 올 여름 첫 한국 호러영화였던 <분홍신>이 기존 15세 관람가였던 극장용과 잔혹장면을 추가 편집한 18세 버전을 함께 수록해 선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극장과는 전혀 다른 엔딩장면을 포함, 장르영화 특유의 자극적인 요소가 많아졌다. 전체적으로 4분 정도 분량이 늘어났으며, 추가된 장면 가운데 지하철신의 경우 상당히 잔혹하다. 부록으로 김용균 감독과 김혜수의 음성해설, 메이킹필름 등을 제공한다.
18세 버전으로 보세요, <분홍신>
-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하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할 기회는 별로 없었던 디즈니 클래식 <신데렐라>. 제작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에서야 DVD로 보게 된다는 점에서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번에 플래티넘 에디션으로 발매되는 <신데렐라> DVD는 디지털 복원 기술에 힘입어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완벽한 화질을 보여주기 때문. 장인들의 손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의 세련된 움직임과 예술적인 배경들은 눈앞에서 살아 숨쉬는 듯 생생하여, 마치 영화가 처음 개봉할 당시처럼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고전적인 스토리와 창조적인 캐릭터의 조화,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은 요즘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드믄 품격을 지닌 명작임을 일깨워준다. 부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작 뒷이야기(사진)에서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데렐라>의 비밀들을 밝히고 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성공적인 제작자가 된 월트 디즈니가 &l
반세기가 넘어 부활한 네버랜드 클래식, <신데렐라 SE>
-
비트윈에서 <변호사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등 방영 당시 화제를 모았던 MBC 드라마 타이틀들을 10월 중 발매한다.
<변호사들>은 로펌을 주무대로 변호사들의 사랑과 야망을 그린 정통 드라마. 김상경, 김성수 등 주연 연기자들의 호연과 잘 짜여진 스릴러 형식 내용으로 방영 당시 마니아 시청자들을 확보한 바 있다. 6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박스세트로 출시되며 1.33:1 스탠더드 화면비와 돌비 디지털 2.0 음향을 지원할 예정.
<이별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이별계약’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주목받은 작품. 모처럼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민종과 상큼한 매력을 지닌 미녀 탤런트 최강희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드라마다. <변호사들>과 동일하게 6장의 디스크로 이뤄진 박스세트로 선보일 전망이다.
요즘 인기리에 시즌 3이 방영 중인 <안녕, 프란체스카>의 시즌 2 박스세트도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타이틀
비트윈, 화제의 드라마 타이틀 3편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