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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하 북한)과 합작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최초의 북·중 합작영화 <력도산의 비밀>(2005년)을 연출한 재중동포 박준희 감독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화 수준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돕는 것이 아니라 평등한 입장에서 합작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중국 장춘영화제작소, 북한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함께 <력도산의 비밀>을 연출했으며, 10일 부산에서 열린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필름커미션(BIFCOM) 2005―중국과 북한의 영화합작을 통해 본 남북영화합작의 전망’ 세미나에 참석했다.
박 감독은 “북한과 합작영화를 만들 때 서로 다른 정치체제에서 오는 문제는 오히려 쉽게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영화 발전에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합작이 영화 발전에 도움을 줄
남·북·중 합작영화 추진하는 재중동포 박준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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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그랬을 것이다. <러브 액츄얼리>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볼 때, 우린 생각하지 못했다. 곳곳에서 사랑의 소리가 소곤댔다면, 곳곳에서 이별의 소리도 흐느적댔을 거란 사실. 사랑과 달리, 이별은 감춰지는 것이라서 그랬던 걸까. 지난 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정우성은 말한다. “이별은, 말하자면 사진 앨범을 바꾸는 순간쯤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고.” 그는 곱게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네 개의 서로 다른 ‘사랑 앨범’으로 가봉된 <새드 무비>의 주인공 진우가 되어 우리 앞에 다시 섰다.
“진우는 소방관이예요.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생각하지만 워낙 직업이 위험하다 보니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머뭇머뭇 하는 순수한 인물입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그가 출연작을 골라왔던 “첫번째 잣대는 배역의 ‘인간미’” 다. 사랑해서, 소방차 사이렌만 들려도 제 마음이 먼저 다친다는 수화 통역사 수정(임수정)에게
“죽기 전 고백 실제라면 하지 않겠죠” <새드 무비>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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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 충무로에 치킨게임이 벌어질까? 두 자동차가 정면으로 달려오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치킨’(겁쟁이)이 되는 이 게임은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에도 등장했다. 호사가들이 12월 중순의 충무로를 치킨 게임의 형국으로 보는 이유는 한국영화와 외화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 <야수> <청연>과, <반지의 제왕>으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12월 극장가를 평정했던 피터 잭슨의 신작 <킹콩>, 그리고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 싸움에 나서는 골리앗들이다.
일단 개봉일을 15일로 확정한 작품이 곽경택 감독의 <태풍>과 피터 잭슨의 <킹콩>이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12월1일로 일찌감치 개봉 날짜를 잡았지만 영화의 흥행 규모로 볼 때 12월의 ‘사투’에서 비껴나 있지 않다. 신인 김성수 감독의 <야수>와 윤종찬 감독
[팝콘&콜라] 12월중순 극장가의 흥미진진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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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영화를 사고 파는 국제적인 시장인 에이에프엠(American Film Market)의 한 부스에서 그녀의 신작을 만났다. <안소니 짐머>였다. 트레일러 정도밖에 없었지만 꼭 잡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한국의 누군가에게 선점 된 상태, 못내 아쉬웠다. 2005년 5월, 칸에서 일어난 ‘소피 마르소’의 해프닝은 잠시나마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극장으로 되돌려 놓았다. 불혹의 나이에도 아름다운 그녀의 미소는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풋사랑의 추억에 잠기게 했다.
학창시절, 봄·가을 소풍 때나 시험이 끝나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뭉쳐서 영화관을 자주 찾아가곤 했다. 친구들과는 2류 극장인 재개봉관을 가는 것이 대부분 이었는데 저렴한 요금에다 가끔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영화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청룽(성룡)의 수많은 영화, <사학비권>, <취권>, <소림 36방> 등 홍콩 무술영화와 <매드맥스>시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소피 마르소 ‘코팅 책받침’ 에 설레던 학창시절 풋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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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민영방송 ‘프로지벤(Pro7)’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TV영화가 하필 시점과 주제를 잘못 정하는 바람에 쪽박을 찰 뻔하다가, 결국 대박을 낳았다. 문제의 작품은 지난 9월29일 황금시간에 전파를 탄 <쓰나미>. 지난해 12월, 빈프리트 욀즈너가 감독한 북해 버전 <쓰나미>는 10월 초 촬영을 마친 뒤, 올해 초 봄으로 예정된 방영시기에 맞춰 느긋하게 후반작업 중이었다. 그 와중에 동남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 재해가 발생했다.
지구상의 모든 이들을 엄청난 충격에 몰아넣은 이 참사로 이제는 쓰나미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정작 이보다 앞서 ‘쓰나미’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감독과 방송사의 입장은 이만저만 난처한 것이 아니었다. 참사 뒤 <완벽한 파도>라는 제목의 대중가요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비치> 등의 방송이 중단된 상황에서 <쓰나미>라는 제목을 가진 영화를
[베를린] 파도의 상처는 모래톱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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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영화의 만남은 그 둘의 태생에서부터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지속되어왔다. 렌즈, 셔터, 필름, 뷰파인더는 포토그래프와 시네마토그래프 사이의 계통발생을 가늠하는 상동기관인 셈이다. 찰나에서 영겁을 포착하는 사진가는 종종 영화를 기웃대며 원천적으로 거세된 지속 시간에 대해 고민하였고, 영화는 셔터 한방을 누르기 위해 고뇌하는 사진가를 거울 속 자아로 여기면서, 이 둘은 서로에 기대어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영화가 아라키 노부요시를 만난 것은 비단 요번만은 아니다. 센티멘털-로맨티스트로 다뤄진 <도쿄 맑음>은 물론이고 기타노 다케시와 비욕, 리처드 컨까지 총동원하여 만든 뉴욕발 팬레터인 트라비스 클로스의 <아라키멘터리>에 이르기까지, 스틸카메라를 든 아라키 노부요시는 영화 카메라를 든 이들에게 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아라키가 영화를 만난다. 10월6일부터 이듬해 1월22일까지 바비칸 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아라키: 자아·삶·죽음’
[런던] 아라키, 영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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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사요나라. 아듀. 굿바이. 축제는 내년을 기약할 기나긴 동면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사람도 많았고, 영화도 많았고, 술도, 기다림도, 만남과 헤어짐도 많았습니다. <씨네21>이 공개하는 영화제의 B컷들을 보며 추억을 되짚어 봅니다. 내년이 오면 다시 축제는 시작하겠지요. 바다는 언제나 사람을 기다리는 법이니까요.
씨네는 네가 부산에서 한 일을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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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철학>에는 기아와 죽음의 풍경이 없다. 비탄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을 잠시 멈추고서,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한 중년 남자의 입을 빌려 사랑에 관한 잠언과 독백들을 내놓는다. 매년 생일때마다 혼자서 외롭게 지냈던 댄스학교 교사 죠언은 40번째 생일을 맞아 네명의 여자친구를 동시에 초대한다. 당황해하는 그녀들에게 그는 천연덕스럽게 “사랑이란 어차피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되는 법”이라면서, 그들의 사랑(들)이 어떻게 피어났다 사라졌는지를 떠올려보자고 제안한다.
사랑의 기적이 피어올랐던 과거와 그 행복감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현재를 스톱워치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수시로 오가는 영화는 죠언의 입을 빌어 “우리들의 삶은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나비들에 비해 유용하지 못하다”고 탄식한다. 앞으로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랑의 순간들을 재보라면서 그녀들에게 스톱워치를 전해준 죠언은 얼마 후 한 여자친구의 초대를 받아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그녀의 또 다른 사랑(들
사랑에 관한 잠언과 독백들 <섹스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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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님, 결제요!” “이것도요!” “이게 제일 급해요!” 사방에서 달려드는 결제서류들을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을 통틀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고달프지만 또 가장 건강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김동호 집행위원장일 것이다. 매일 수백건씩 밀려드는 일과 싸우며 영화제를 10년간 지켜내고 성장시킨 그의 힘은 바로 동글동글하고 해사한 미소!. 그가 어떤 사람인가하면, “예산따라 여기저기 드나들 때는 ‘이 나이에 이래야하나’ 싶은 적이 있다”는 고백으로 손자뻘 기자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다가도 걸을 때면 등을 꼿꼿이 세우고 속도를 재촉해 노년의 느려진 몸을 표내지 않는, 인간적이고도 강한 어르신이다. 고로 위원장님, 앞으로도 갈 길이 먼 부산영화제만큼,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하시길.
[PIFF 습격사건] 김동호 위원장님, 올해도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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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아이들>에서 꼬마 알리는 1등이 아니라 3등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동생에게 줄 운동화를 상품으로 받기 위해 결승점을 앞두고 일부러 뒤처지는 알리의 일그러진 표정이 떠오르는가. 결국, 알리는 자신이 원하는 딱 그만큼의 선물을 제손에 넣게 된다. 마지드 마지디는 아마 자신의 윤리론 첫장에 “시선은 결핍이요, 욕망이요, 독이라”고 새겨둔 듯하다. 갖고 싶은 것을 품는 순간 <천국의 아이들>의 알리는 환호를 지르지만, <버드나무>의 요제프는 비명을 지른다. <버드나무>는 시력을 되찾았으나 이내 욕망에 눈먼 한 중년 남자의 비탄록(悲嘆錄)이다.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요제프는 유년 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그는 부족함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머니와 아내의 헌신적인 도움 덕택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그에게 앞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삼촌의 도움으로 프랑스에 가서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허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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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3일까지의 일반상영을 모두 끝내고 14일 오후 7시 수영만 야외상영장에서 열리는 폐막행사는 예년보다 특별하게 치러질 예정.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축하공연과 폐막파티다. 폐막작 상영에 앞서 선보이는 축하공연은 가야금 100대의 연주무대로, 김남순 부산대 교수의 지휘아래 아이부터 장년까지 학교 및 악단에서 활동하는 부산의 가야금 연주자 100명이 폐막 무대를 수놓을 예정이다. 정수민 10주년기념 이벤트팀장은 “10주년을 맞은 부산영화제의 향후 100년을 기약하고 비전을 제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폐막작 상영 뒤에는 폐막파티가 열린다. 지난주말 ‘씨네마틱 러브’ 콘서트가 열렸던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계측실에 마련되는 이 파티는 폐막식에 참여한 일반 관객들이 맥주 및 간단한 다과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자리. 부산국제영화제를 10년간 성원해온 관객들에 대한 영화제쪽의 감사표시다. 이 파티는 12시까지 계속된다. 폐막식의 기타
내일 <나의 결혼원정기> 상영으로 9일간의 장정 막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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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계 혈통인 듯한 한 남자가 공항에서 공중전화를 건다. 여자가 받는다. 그는 “사랑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그 위로 ‘2001년 9월11일’이라는 자막이 뜬다. <함부르크 강습소>는 9·11 테러를 소재로 삼은 극영화다. 레바논의 부유한 가정 출신인 지아드는 함부르크대 유학 중 이슬람 무장단체 지하드에 우연히 가입, 열성 단원이 된다. 이 영화는 당시 재판기록과 각종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가족과 연인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 매순간 의지와 정신을 가다듬으며 테러를 준비하는 지하드 단원들의 5년은 길고 외롭고 거칠다. 그럼에도 이들은 버티고, 임무를 완성한다.
<함부르크 강습소>는 9·11 테러를 가해자의 시점에 동승해 봐주기를 바라는 영화다. 지아드가 항공학과 유학생 비자를 따내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수업을 받는 따위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몇년 전 온 세계의 TV가 쏟아낸 장면이 뇌리에 오버랩되어 온 몸이 오싹해져 올지도 모른다. 그
9·11 테러를 소재로 삼은 극영화, <함부르크 강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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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고전 배우 에롤 플린의 손자 루크 플린(30)이 스크린에서 자기 할아버지의 전기영화에 출연한다고 <가디언>이 10월12일 보도했다. 물론 그가 연기할 역할은 ‘희대의 바람둥이 배우’ 에롤 플린이다. 루크 플린은 이번 영화<인 라이크 플린>(In Like Flynn)의 시나리오를 공동집필도 했다. 이 영화 제목은 플린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에롤 플린 공식홈페이지 www.inlikeflynn.com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193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다. 호주에서 태어난 에롤 플린이 쓴 회고록<Beam Ends>에 따르면, 그는 10대 후반부터 영화 배우로 데뷔하던 24살까지 사금 채취, 보물 사냥꾼, 양 거세꾼, 어부 등 갖가지 직업들을 전전했고 아편을 피우는 등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다. 영화계에 데뷔한 후에도 수많은 여성 편력으로 회자되다가 1959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인 라이크 플린>은 1200만달러 예산 규모로 내년에
에롤 플린의 손자가 에롤 플린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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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제로 발돋움했다. 아시아 각국의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성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올해 영화제가 아시아필름아카데미(AFA) 등 그동안 거둬들인 성과를 아시아와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의 프로그램과 행사를 마련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기에 기특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영화제에는 할일이 남아있다. 아시아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변방이라 불리는 나라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아낌없이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산을 찾은 세명의 감독에게서 변방에서 영화만들기에 대한 어려움을 들었다. 이는 앞으로 10년을 준비해야 할 부산의 숙제이기도 하다.
1. 스리랑카_ 방송국이나 할리우드 스탭들에게 카메라 대여
<하늘에서 내려온 산>(ppp)의 비무크티 자야순다라
스리랑카 라트납푸라 출생. 인도의 영화 tv학교 수학. 2003년 칸 영화제 시네퐁다시옹 선정. 2005년 칸 영화제 황금
스리랑카,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 3개국 변방 감독들의 영화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