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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말 유럽 전역에서 전쟁의 위협이 증대되고 유대인 학살이 계속되면서 수많은 유럽 감독들은 할리우드로 향해야 했다. 이 시기 미국으로 건너온 프리츠 랑, 빌리 와일더, 리처드 시오드막, 더글러스 서크, 막스 오퓔스 등은 당시 유럽의 모더니즘 미학을 장르영화에 결합시킴으로써 할리우드의 40년대와 50년대를 풍요롭게 했던 이들로 손꼽히며, 이들과 함께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 바로 ‘오토 플레밍거’(Otto Pleminger)이다. 안정보다는 충돌을, 정착보다는 개척을 추구했던 플레밍거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끊임없는 마찰을 빚어야 했고, 1950년대 중반부터는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활동으로 자신의 영화 경력을 이어간다. 촬영현장에서는 언제나 독불장군이었고, 스튜디오 시스템과의 마찰뿐 아니라 청교도적인 검열에 맞서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도 일조한 감독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플레밍거는 그 어떤 감독들보다 고전 할리우드영화의 안정적인 규범(norm
장르의 외투를 입은 작가, 오토 플레밍거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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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통속과 신파의 힘은 센 것일까? KBS2 수목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기세가 무섭다. 현재 16회까지 방송된 <장밋빛 인생>은 10월 6일에 방송되었던 14회에서 40.7%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40%를 돌파하더니, 지난 주에는 10월 12일 방송분이 47%, 13일은 42.5%를 기록해 평균 시청률 44.8%로 다른 드라마들을 압도적으로 누르며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에 따르면 <장밋빛 인생>의 시청자들 중에서 40대 여성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살아왔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절망적인 상황에 빠지는 주인공 ‘맹순’의 처지에 절대적인 공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24회로 예정된 <장밋빛 인생>은 앞으로 8회를 남겨두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장밋빛 인생>이 <내 이름은 김삼순>을 누르고 올해 최고 인기 드라마로 등극하는 것도 가능해
역시 통속의 힘은 대단해! <장밋빛 인생> 최고 인기 드라마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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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 되기’나 ‘메릴 스트립 되기’는 없어도 <존 말코비치 되기>는 있다. 존 말코비치는 그 자체로 하나의 궁금증의 대상이다. 직접 들어가서 머릿속을 훔쳐보고 싶은 미스터리한 집이다. 한번쯤 되어보고 싶은 그 무언가다. 그러나 자신이 출연한 영화와 자신에 관해 쓰여진 글을 대부분 보지 않는다는 이 배우는 그런 남들의 욕망이 두려웠다. “나는 언제나 꽤 운이 좋았다. 대중이건 언론이건 나를 흥미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내 인생에 침범해 들어오지도 않았으니까. 내가 걱정했던 건 오히려 그 선을 침범당하는 것이었다.”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제발 좀 내 이름은 빼고 다른 이름을 써서 제목을 짓자고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감독 스파이크 존즈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끝내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영화 속에서 존 말코비치는 무궁무진한 또 다른 존 말코비치의 자아들과 마주치는 진풍경을 겪어야만 했다. 존 말코비치에게 ‘되기’란 그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역점이다.
타인의 세포를 훔치는 배우, <리플리스 게임>의 존 말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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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CJ)나 롯데, 오리온 등 대기업을 빼고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 가운데서 영화계 파워 넘버원을 꼽으면 이전까지는 으레 투자·배급사 씨네마서비스를 이끌어온 강우석 감독이었다. 내년부터는 차승재(45)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FNH) 공동대표가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 감독이 경영에서 물러나 연출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데 더해, 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공동대표 차승재 김미희)가 지난달 7일 케이티(KT)로부터 280억원(지분의 51%)을 출자받아 영화제작 전문회사로서 자본금 최대 규모가 됐다. 또 출자를 전후해 <처녀들의 저녁식사> <봄날은 간다> <살인의 추억> 등의 싸이더스와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선생 김봉두>의 좋은영화(FNH)가 합병했다. 영화의 다양화, 제작 물량의 증가는 예정된 수순이다.
“1년에 10편 정도를 제작할 것 같다. 한국은 물론 홍콩이나 일본에도 자체 제작을
KT서 280억원 출자받은 차승재 싸이더스FNH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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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의 어린 조인영. 그는 매순간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인물이다. 17세의 조인영을 연기한 21세의 정유미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을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 속 조인영을 똑 닮은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마주하고 나니, 말문이 막혔다. 무엇이든 의심하는 것이 직업이 된 기자를 당황하게 한 것은, 모든 것을 진심으로 대하겠다는 각오마저 느껴지던 그 눈빛이었다. <사랑니>의 정지우 감독에 따르면 그는, 차안에서 이석(이태성)의 무릎을 베고 있다가 급하게 뛰어내려야 하는 장면에서, 차가 멈추기도 전에 굴러떨어지다시피 내리는 바람에 주위를 놀래켰다. “근데요, 그렇게 누워 있으면 차가 섰는지 안 섰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카메라에선 보이지도 않는 차 안에서도, 그는 실제로 이태성의 무릎을 베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인가! 열일곱 조인영이, 서른살 조인영에게 돌아간 이석의 뒷모습을 보며 쓸쓸하게
혼돈의 행복이여, 다시 한번, <사랑니>의 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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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가 잇따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이 끝나거나 제작 중인 작품은 문화방송 드라마 <대장금>과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한국방송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문화방송과 ㈜손오공, ㈜희원엔터테인먼트는 <대장금>을 30분짜리 26부작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장금이의 꿈>으로 공동제작해 이달 말부터 방영할 예정이다. 오현창 문화방송 글로벌사업본부 부국장은 “제작기간이 2년 걸렸고 제작비는 30억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부국장은 “탄탄한 줄거리와 이색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중국·홍콩 등 국외시장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장금이의 꿈>은 주인공 장금의 생각시 시절 이야기를 다룬다. 장금과 한상궁, 민정호 등 등장인물은 드라마와 같지만, 줄거리는 장금이 궁궐 수랏간에 들어가 수련을 받으며 겪는 이야기로 드라마에
인기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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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 할리우드의 금기에 도전하는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들을 만들었던 감독 오토 프레민저(1906~1986)의 주요작품을 상영하는 ‘오토 프레민저 걸작선’이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무대 연출을 공부하다가 이십대 중반 할리우드로 활동무대를 옮긴 프레민저는 데뷔 초기부터 제작자와 타협하지 않는 고집불통 감독으로 유명했다. 메이저 스튜디오인 폭스에서 B급 영화들을 만들다가 결국 쫓겨나 잠시 배우생활을 전전하던 그에게 다시 감독 직함을 선사하게 된 최초의 성공작은 44년작인 <로라>(사진)이다. 잔인하게 살해된 매력적인 여성 로라(킴 노박)의 살인범을 찾아내는 여정을 그리는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후대 평론가들에게 누아르 영화의 걸작으로 인정받았다.
<로라>의 성공으로 자신의 프로덕션을 차릴 수 있었던 프레민저는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전편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슬픔이여 안녕
할리우드 ‘고집불통’ 프레민저 감독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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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작품 중 <찰리와 초콜릿공장>과 쌍벽을 이룬다고 평가받는 또 하나의 걸작은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다. 1961년 발표된 이 작품은 코뿔소에게 부모를 잃은 고아소년이 못된 이모들의 구박을 받다가, 우연히 마술사에게 받은 약을 먹고 자란 거대한 복숭아와 벌레친구들의 도움으로 멋진 모험을 즐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이용 영화로 명성을 얻고 있는 디즈니에서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를 애니메이션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물론 뒤틀린 유머와 기괴한 캐릭터들을 어떻게 이미지화할 것인가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로알드 달 소설 속의 이미지를 제대로 형상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팀 버튼이 아닐까. 이 작품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똑같이, 팀 버튼이 제작을 맡고, 헨리 셀릭이 감독을 맡았다. 팀 버튼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헨리 셀릭이 자신의 역량을 좀더 넓게 펼쳐 보인
김성희의 터치 디즈니!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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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산업의 중심을 선언하며 폐막했다. 지난 10월12일, 3일 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한 아시아 최대의 영화 프리마켓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은 내년 창설되는 부산필름마켓(BFM)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으로서도 중요한 행사였다. 3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BFM은 내년 영화제 기간에 벡스코와 해운대 지역 10개관에서 4일 동안 개최될 예정이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베를린은 그들대로 유럽시장의 마켓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필름마켓(AFM)은 미국시장을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필름마켓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BFM이 아시아영화의 세계 진출에 중요한 창구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300개 회사와 1천여명의 게스트가 참가해 500여건의 미팅을 가진 올해 PPP는 인더스트리얼 스크리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등 내년 BFM 출범을 앞두고 마켓 기능을 강화했다. 강성규 PPP 수석운영위원은 “총 38회의 인더스트리얼 스크리닝을 사고
부산, 아시아 영화산업 중심으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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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애인> 크랭크업
팽팽하게 맞서는 세 남자의 파멸을 다룬 액션누아르 <야수>(감독 김성수)가 10월13일 촬영을 마쳤다. 이날 권상우는 송탄에서 자동차 추격신을 찍는 것으로 87회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고, 영화는 12월 중 개봉예정이다. 성현아와 조동혁이 출연하는 <애인>(감독 김태은)은 지난 10월14일, 두 남녀 주인공의 이별장면을 마지막으로 촬영을 끝냈다. 11월 말 개봉예정.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개막작 변경
10월26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서울유럽영화제-메가필름페스티벌이 빔 벤더스 회고전을 추가했다. <비엘 파시에르트> <더 블루스 소울 오브 맨> <렌드 오브 플렌티> <돈컴 노킹>을 상영한다. 한편, 11월10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제2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개막작이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메종 드 히미코>에서 고이즈미 다카시 감독의 <박사님이 사랑한 수
[국내단신] <야수>, <애인> 크랭크 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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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필름마켓 열린다
11월2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제26회 미국필름마켓(AFM)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조직위원회는 “33개국 410개 배급업체가 등록을 신청한 데 이어 35개국의 529편이 출품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5개국 356개 업체가 참가한 지난해에 비해 15%나 늘어난 규모다. AFM 관계자는 “그만큼 전세계 독립영화산업이 크게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올해는 러시아, 베트남, 대만, 이집트, 그리스 등 5개국이 처음으로 참가한다. 이번 마켓에서는 로버트 타운 감독의 <애스크 더 더스트>, 도널드 서덜런드의 <아메리칸 건> 등이 영화 배급업자에게 공개된다.
최고의 호러영화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영국 영화월간지 토털 필름이 역사상 최고의 호러영화 50편을 선정했다. 전기톱을 든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이 영예의 1위를 차지했다. 이 토비 후퍼 감독의 1974년작은 “초
[해외단신] 올 미국필름마켓 역대 최대 규모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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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건달 사이를 묘하게 오가는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포스터가 공개됐다. 이 포스터의 촬영장은 양평 폐공장이었다. ‘조직이 키운 장학생, 형사가 되어 돌아왔다’는 카피처럼 제복을 입은 김래원의 모습과 표정에서 일종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복장과 꽃다발은 그가 경찰학교를 졸업했음을 암시하지만 배경처럼 둘러선 건달들과 김래원의 표정은 마치 교도소의 출소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패륜아 구동혁(김래원)이 조직과 범표(강신일)의 트레이닝에 의해 형사가 되는 스토리라인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다. 인물들이 교묘히 배치된 이 포스터는 <인터뷰>로 영화 포스터 촬영에 입문했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파이란> <집으로> 등을 작업한 사진작가 강영호의 작품이다.
[포스터 코멘트] <미스터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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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훈이 형부터 동건이, 형진이까지 친구처럼 지내는 선후배들이 파도타듯이 릴레이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순서가 된 것 같다. 요즘은 배우들이 모여 만든 야구단(플레이보이스) 멤버로도 자주 보는 편이다. 구단주에 대한 충성이려나? (웃음) 가끔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서도 게으름이나 쑥스러움 때문에 망설이다가 지나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좋은 행사에 참가해서 기쁘다. 소중하게 돈이 쓰인다면 모금액이 사용되는 대상은 누구라도 상관없다. 누구라도. 나는 황정민씨한테 바통을 넘기겠다. 이유는 우리 야구단 주장인데다가 올해 여섯 작품이나 개봉시켜서 주머니도 든든할 테니까. (웃음) 와이프한테 용돈을 받아서 쓰는 걸로 아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라면 와이프도 흔쾌히 동참할 것이다.”
[만원 릴레이] 배우 김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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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계단에 두 남녀가 몸을 밀착하고 서 있다. 남자와 여자는 잠시 옥신각신하는 듯하더니 남자가 여자의 입술에 키스한다.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가 ‘타타타탁’하면서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쉴새없는 셔터 소리의 연속. 남녀는 붙이고 있던 입술을 떼고 멋쩍은 얼굴로 주변을 돌아본다. 사람 얼굴 대신 카메라 렌즈 30여개가 눈에 들어온다. 파주 헤이리에서 있었던 <애인> 촬영현장 공개 풍경이다.
<애인>은 7년 사귄 애인과의 결혼을 앞둔 여자(성현아)가 새로운 남자(조동혁)를 만나 이틀간의 열정적 사랑을 경험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따로 정해지지 않은 채 시나리오상에 ‘여자’, ‘남자’로만 적혀 있다. 여자는 아주 오랜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행복하지도 흡족하지도 않다. 사업에 실패한 남자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프리카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우연을 거듭한 두번의 만남 끝에 두 사람은 짧은 연애를 시작한다.
이날 공개된 촬영분은 남자
끝에서 시작하는 연애, <애인>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