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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느 날, 영화 <사생결단>의 고사 뒤풀이 자리에 배우와 스탭 모두가 모였다. 이 자리의 최고참 어른으로서 먼저 마이크를 건네 받은 이는 김희라였다. 살집이 있고 풍채가 좋던 옛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얼굴도 홀쭉해지고, 머리도 하얗게 세고, 걸음걸이도 불안하고, 발음도 어눌해졌다.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던 사이, 그는 정계 진출에 실패했고, 건강을 잃었다. 가족 덕에 재활에 성공했다는 미담이 알려졌지만, 이렇게 빨리 배우로 현장에 복귀하게 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좌중에 옅은 불안과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김희라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전엔 이 나이 되면 공기 좋고 물 좋은 데서 요양하고 있을 줄 알았지, 이렇게 영화 찍고 있을 줄 몰랐는데, 기왕 하기로 한 거, (우렁차게) 내 ‘사생결단’으로 한번 노력해보리다. 파이팅!” 누군가는 소름이 돋고, 누군가는 울컥해진 채로, 덩달아 화이팅을 외치고 말았다고 한다. 용맹하고, 의리있고, 호탕하고, 강적
돌아온 진짜 사나이, 배우 김희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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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나도 이런 스승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는 걸레짜기, 애들 싸움 구경하기 등 소소한 일상 속에 존재하는 엄연한 싸움의 기술, 삶의 기술을 농담처럼 건넨다. 그러나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고, 물총놀이를 하다보면 지옥 같은 일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신한솔 감독의 데뷔작 <싸움의 기술>은 학원폭력에 시달리는 병태(재희)가 독서실에 은둔한 미스터리한 싸움 고수 판수로부터 한수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영화. 여타의 고수들과 마찬가지로 제자를 들이는 것이 영 마뜩잖고, 그럼에도 자꾸만 불쌍한 청춘에게 마음이 가는 이 매력적인 스승 판수로, 백윤식이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백윤식의, 백윤식을 위한, 백윤식에 의한 캐릭터라 불러도 좋겠다. 캐스팅 뒤 백윤식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모두 다시 썼다는 감독의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백윤식은 <지구를 지켜라!> 이후, 충무로의 패기만만한 젊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캐스팅 1순위가 됐다. 감독들
<싸움의 기술>의 싸움 고수 오판수 역 맡은 백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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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휴, 10t 고릴라, 아니 50t은 될 법한 고릴라가 쳐들어온다. 먼지가 걷히며, 난 동료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 크다, 커!” 피터 잭슨의 3시간짜리 <킹콩>은 별다른 자기 성찰없이 자의식으로 크게 뭉쳐 있다. 1933년 원작에서 탐험가였던 감독 어니스트 B. 쇼드색과 메리언 C. 쿠퍼가 섹스·살육·가학·기괴한 인종들과 특수효과의 소란스러운 혼합으로 빚어낸 모든 굴곡이 지나치게 정상화되어 있다. 잭슨의 광대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일부러 더 날조된 듯한, 궁극적으로 꽤 피곤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프로덕션은 요정 같은 백인 여자(나오미 왓츠)를 향한 정글 괴물 원숭이의 미친 사랑을, 아버지 없는 여자가 궁극적인 보호자를 찾아나서는 <섹스&시티>의 한 에피소드처럼 만들어버린다.
피터 잭슨판 거대한 소프드라마
박스오피스의 성공이 이미 결정된 잭슨의 <킹콩>은 잡스러운 대공항의 배경을 여유있게 보여준다. 영화는 30년대를 배경으로
결국 장사치들의 영화일지니,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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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의 <킹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이 팬보이의 헌사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팬보이는 누구인가? 특별한 대중 예술장르나 그 장르에 속해 있는 특정 작품에 연인과 같은 헌신을 바치는 팬이다. 그 팬이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신경을 쓰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그가 지금까지 품고 있던 비전을 현실화시키고 원작에 대한 애정을 토해내는 것이다. 자기 작품이 좋으면 좋겠지만, 자기 작품의 자체 완결성이나 완성도는 부차적이다.
원작의 거의 2배나 되는 러닝타임은 어떤 의도?
<킹콩>을 피터 잭슨의 ‘에고’가 지나치게 부푼 결과라고 믿는 게 잘못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킹콩>과 종종 비교될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이야말로 감독의 에고로 똘똘 뭉친 영화다. 잭슨은 카메론보다 훨씬 겸손하다. 원작을 그대로 흉내낸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마지막에 나오는 정중한 헌사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기가 해골섬과
겸손한 페어플레이,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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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관객에게 던진 시각적 충격이라는 점에선 피터 잭슨의 <킹콩>이, 그가 경배를 바치려 한 72년 전의 오리지널 <킹콩>에 미치긴 힘들 것이다. 9·11 이후의 영화적 구경거리가 진정으로 충격적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1933년의 <킹콩>은 당대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긴 경지를 돌파한 것이었다.
잭슨의 <킹콩>이 선사하는 스펙터클은 그의 전작 <반지의 제왕>에서 빚어낸 신화적 자연, 초인간적 문명의 광대함과 아름다움에 비해서도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대도시의 한가운데 등장한 괴수라는 오래된 영화적 소재는, 외계인이 지구를 초토화하는 스펙터클마저 진부화한 마당에 이젠 거의 귀여워 보인다. 이런저런 사정이 이 리메이크작의 정서적 힘을 멜로드라마에서 구한 이유일 것이다.
어쨌거나 피터 잭슨의 꿈은 이뤄졌다. 유년기를 사로잡은 환상을 자신의 손으로 재창조하는 건, 더구나 거의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영화로 그
미녀가 야수를 죽일 수 있던 이유,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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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태풍> ‘백제신패’의 비밀
[정훈이 만화] <태풍> ‘백제신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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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본명 정지훈·24)가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제작 모호필름)에 캐스팅됐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비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비는 2002년 <바람의 파이터> 주인공으로 정해졌다가 제작사 사정으로 출연이 무산된 바 있다. 그 사이 정지훈이라는 본명으로 텔레비전 드라마인 <상두야 학교 가자> <풀하우스> <이 죽일 놈의 사랑> 등에 출연해 연기력을 닦아왔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자신이 전투용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망상증의 소녀가 치료를 위해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심한 도벽을 가진 인물로 사람의 능력이나 영혼까지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망상증의 청년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비는 <올드 보이>의 여주인공 강혜정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의 에이치디(HD)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올드 보
비, 박찬욱 감독 영화로 데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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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호연 속 인물·이야기 불완전
개연성 대신 작위의 흔적 여기저기
한국방송 <슬픔이여 안녕>이 지난 1일 60회로 끝났다. 마지막회 전국 평균 가구시청률 31.9%, 전회 평균 가구시청률 25.2%로 흥행 성적은 좋았다. 김동완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호연이 없었다면 거두기 힘든 결과였다. 탱탱한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기 어려운 주말 드라마라 해도, 극적 완성도 면에선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슬픔이여 안녕>은 적지 않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들도 여전했다.
드라마의 핵심인 인물과 이야기의 문제다. 인물의 비정상성은 서사적 결함과 밀접히 맞닿아 있다.
주인공 한정우(김동완)는 27년간 친형 부부를 친부모로 여기고 살아오다 어느날 친어머니를 알게 된다. 정우의 친어머니 강혜선(이혜숙)은 갓난아기 때 헤어진 아들과 만난 기쁨도 잠시, 암 말기 선고를 받고 아들 품에서 숨진다. 여기까지가 흔하디 흔한 ‘
고질병 못 고친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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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치밀한 고증과 입체적인 인물묘사가 뛰어난
[올드독의 TV감상실] 치밀한 고증과 입체적인 인물묘사가 뛰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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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의 아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 것 같은 기암절벽의 섬. 그늘을 드리운 협곡 속으로 유선형의 요트가 들어선다. 자세히 살펴보니 능숙하게 핸들을 조종하고 있는 사람은 배우 김성수다. 빠르게 물 위를 달리는 요트의 뒤쪽에는 좌석에 몸을 기댄 양동근의 머리카락이 열대의 바람에 날린다. 둘은 분명히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지만, 십수 미터 떨어진 선박으로 들려오는 것은 기분 좋은 파도 소리와 모터 소리뿐. 12월21일 오전에 도착한 이곳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비치>로 유명해진 타이 푸켓의 피피섬이다. 세 시간 넘게 배멀미에 시달리며 섬에 당도한 스탭들은 땅에 발을 내딛지도 못한 채 촬영장비를 스피드 보트에 연신 옮겨 싣고 있다. “메이크업 팀 먼저!” 통통거리는 고무보트 위에서 들려오는 제작부의 외침이 해안가 절벽을 타고 맴돈다. 멀미에 시달린 스탭들의 얼굴이 이상할 정도로 건강해 보이는 것은 푸켓의 강렬한 태양에 그을렸기 때문일까. 얼굴색만으로는 타이 현지 스탭과 한국 스
[현지보고] 김성수·양동근 주연의 <모노폴리> 타이 촬영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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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의 아들 브랜든 리의 유작으로 기억되는 <크로우>. 죽은 연인의 복수를 위해 부활한 크로우의 음울한 모습과 퇴폐적이고 세기말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지금까지도 컬트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비록 브랜든 리는 세상을 떴지만 복수의 화신 크로우는 끝없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이후 졸작이라는 평가를 얻으면서도 몇 편의 후속작과 TV 미니시리즈까지 제작되었는데, 이번에 DVD로 발매되는 <크로우: 죽은 천사의 시>는 그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서 한때 <터미네이터 2>로 각광받았던 에드워드 펄롱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다.
이번 <크로우>의 배경은 오염된 탄광 문제가 지역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자리 잡은 인디언 보호구역. 연인과 함께 억울한 죽음을 당한 지미는 크로우로 환생하여 지상에 악마를 불러들이려는 갱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전작들과 달리 아즈텍 인디언의 전승을 접목시킨 크로우의 전설과 요한계시록에
<크로우: 죽은 천사의 시> 에드워드 펄롱의 색다른 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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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DVD 판매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2004년 15%에 달했던 DVD·비디오 판매 성장률은 2005년에는 2.5%에 그쳤다. <버라이어티> 인터넷판은 극장에서 흥행한 블록버스터들이 DVD 시장에서 특히 고전하고 있다며, “영화라는 이름의 무지개 끝에는 황금 단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단지는 녹아내려서 할리우드는 황금 단지의 크기도 모양도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2005년 박스오피스 수입은 2004년에 비해 5% 감소, 중간급 규모 영화들의 시장 붕괴로 이어졌으나, 역설적으로 그 영화들은 DVD 판매에서 틈새시장을 찾았다. 유니버설 홈비디오 회장인 크레이그 콘블로는 “취약한 쪽은 블록버스터 타이틀들이다. 예전처럼 팔리지 않는다”며, “(박스오피스에서는 3천만달러에서 8천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박스오피스 중간급 영화들 대다수가 1년 전에 비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성적은 DVD 판매를 예측할 수 있는 바
DVD 시장의 때이른 황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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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다운로드족의 혁명을 꿈꾸는가. 프랑스 하원이 인터넷을 이용한 P2P(일대일 파일공유)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로이터>와 <버라이어티> 등의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지난 12월21일 자정에 열린 투표에서 28 대 30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P2P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무제한 다운로드 비용으로 한달에 8.50달러의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프랑스는 P2P 다운로드를 합법화한 첫 번째 국가로 역사에 남게 된다.
물론 프랑스 영화·음반 관계자들은 즉각적인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프랑스영화제작자연합(UPF)은 12월22일에 곧바로 회의를 갖고 “힘을 다해서 법안의 법제화를 저지시킬 것”임을 공표했고, 고몽 영화사 대표 니콜라 세이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적인 자유를 과시하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켰을 뿐 이것이 무엇을 야기시킬 것인
P2P, 합법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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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내시들이 사용하는 검은 조근현 미술감독이 가장 기특하게 여기는 소품이다. 내시란 사내가 아니지만 여인도 아닌 존재. 그때문에 이중적인 느낌이 있어야 하지만, 검날의 폭을 좁혔더니 지나치게 여성적인 느낌이 묻어났다. 밤새 고민하던 그는 ‘민첩하다’는 한단어를 떠올렸고 검날의 가운데를 도려내는 모험을 했다. 날렵한 인상을 주면서도 베고 찌르기가 쉬운 이 검은 근육이 물리지 않도록 식칼에 구멍을 뚫는 이치를 차용한 것. 내시는 관련기록이 미미해 창작의 여지가 많았는데 거세된 남근을 이름써서 보관하는 대나무통이나 거세도구들이 새로 고안된 소품들이다.
정빈 회화
어릴 적부터 골동품을 좋아했던 정빈은 처소 한쪽 벽을 터서 일종의 갤러리를 만들어 두고 있다. 이방에 걸린 당·송대와 한국고대회화는 진짜 그림을 약간 변형하여 아마추어 동양화가가 모사한 것이다. 수천년된 작품이지만 행여 저작권에 문제가 생길까 염려한 처사.
쇠좆매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이 애지중지하는 무
미술로 미리 보는 <음란서생> [5] - 소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