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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머레이, 마이크 마이어스, 애덤 샌들러, 벤 스틸러, 윌 페럴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은 이젠 신선하지 않다. 이들이 모두 미국의 TV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얻은 인기를 할리우드까지 끌고간 배우들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 목록에 지미 팰론이라는 이름을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택시 더 맥시멈>와 <날 미치게 하는 남자>, 주연급으로는 고작 두편의 영화에 출연했을 뿐이지만 그는 벌써 코미디계의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운전대만 잡으면 얼굴이 파래지거나 쪼그라든 경찰 배지를 범죄자에게 들이미는 <택시…>에서의 어눌한 모습은 그의 한 단면일 뿐이다. 실수로 집어든 여자친구의 빨간 팬티를 보며 “원더우먼이 이걸 찾고 있던데요”라고 센스있게 말할 줄 알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에 관한 문제라면 광기까지 드러내는 <나를…>의 모습이 결합돼야 비로소 그의 초상은 완성된다. 착한 남자 역만
사랑스러운 위층 남자, <날 미치게 하는 남자>의 지미 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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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비디오게임 원작 영화<둠>(Doom)이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하고 <크레이들 투 그레이브>의 안제이 바르코비악이 연출한 <둠>은 10월21일 전미 3044개관에서 개봉하는 물량공세에 힘입어 3일간 1540만달러를 거뒀다. 일단 1위로 순조롭게 출발하긴 했지만 그리 높은 성적은 아니어서 속편이 제작될지는 미지수다. 역시 인기 게임을 영화화한 <레지던트 이블>1,2편과 <툼 레이더>1,2편의 오프닝 성적에도 미치지 못했다.
1993년에 출시된 <둠>은 최초의 1인칭시점 게임으로, 게임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근미래에 인류가 화성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만든 텔레포트를 조작하던 도중 잘못 연결을 해서 다른 차원의 몬스터들을 불러내게 되고 그 몬스터들을 피해 지구로 귀환하는 내용이다. 영화에서도 1인칭 시점의 느낌을 살렸고 근육질의 배우 드웨인 '더 락' 존슨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화
게임 원작 영화<둠> 미국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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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작가로 알려진 레모니 스니켓(대니얼 핸들러의 필명). 그의 ‘잔혹 동화’ 시리즈를 영화화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전 13권으로 예정된 시리즈 가운데 첫 3편을 각색한 것이다. 주인공은 발명가(바이올렛), 독서광(클라우스), 물어뜯기의 달인(서니)으로 이루어진 보들레어가의 어린 남매들. 갑작스럽게 발생한 화재로 부모를 잃게 된 이들이 보들레어가의 막대한 유산을 노리는 친척 올라프 백작의 음모와 맞서게 된다는 이야기다.
코미디언에서 변화무쌍한 배우로 훌륭하게 성장한 짐 캐리가 사악한 올라프 백작(플러스 알파)를 맡아 적역을 선보였고 메릴 스트립, 캐서린 오하라, 티모시 스팔, 빌리 코널리 등 베테랑 배우들도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하지만, 아마도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객들은 보들레어 남매를 연기한 두 명의 아역에게 홀딱 넘어갔을 것이다. 특히 바이올렛 역의 에밀리 브라우닝은 기괴한 극의 분위기와 200% 부합하는 독특한 마스크와 자연스러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흠 잡을 곳 없는 수작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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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아들> <춘향뎐> 그리고 <서편제>. DVD 출시 소식만으로도 반가운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세 편의 본편 스틸이 공개됐다.
HD 텔레시네를 통한 고화질의 실현으로 세 편 모두 기대 이상의 준수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제작시기를 감안하면 가히 놀라운 수준. 오랫동안 출시를 기다려왔던 영화 마니아들에게 감격스러운 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편 외에 부록으로는 오리지널 포스터와 스틸 사진 모음, 제작자와 배우들의 필모그래피가 수록된다. <서편제>와 <춘향전>의 출시일은 오는 10월 25일, <장군의 아들>은 10월 28일로 예정되어 있다.
한편 제작사인 스펙트럼DVD는 <축제> <태백산맥> 등 임권택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장선우, 이명세, 배창호 등 한국 영화 명감독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향후 선보일 예정에 있다.
임권택 감독 대표작들 고화질 영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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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강남 메가박스에서 400여명의 영화 관계자, 배우, 연예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오로라 공주>의 VIP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과 정지영 감독을 포함하여 이혜영 등의 배우와 최화정, 유진, 바다, 성시경 등의 연예인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뤘으며 <오로라 공주>의 출연진들이 대부분 참석한 가운데 이스트필름 명계남 대표의 사회로 무대 인사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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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뉴스] 오로라 공주 VIP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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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할리우드 영화계에는 인기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제작 붐이 일고 있다. 얼마 전 피터 잭슨의 프로듀서 영입으로 화제가 된 <헤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기 1인칭 슈팅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그에 앞서 제작이 완료된 상태인 <둠> 역시 ID소프트사의 명작 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바이오 해저드>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얻었던 코나미사의 호러 게임 <사일런트 힐>, 마피아 조직의 킬러가 주인공인 액션 게임 <히트맨>, 늘씬한 미소녀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는 대전 격투 게임 <데드 오어 얼라이브> 등이 속속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레지던트 이블>의 상업적 성공 이후 이러한 붐이 본격화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영화와 게임의 만남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비디오 게임의 초창기를 주도했던 <슈퍼 마리오>를 필두로 여러 히트작들이 게이머들의 기대 속에 영화화 되었으나,
스크린으로 진출한 게임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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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를 생각하면 스푸트니크호가 떠오른다. 저 바깥세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인간이 쏘아올린 최초의 인공위성 말이다. <플란다스의 개>의 현남,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 <복수는 나의 것>의 영미,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 그리고 <린다 린다 린다>의 송. 영화에서 배두나가 연기한 소녀와 여자들은 우리가 낯선 존재로 편 가르기 일쑤인 대상들- 외국인, 장애인, 어린이, 동물- 과 수월하게 친구가 되곤 했다. 그녀들은 불행한 표정으로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을 두려움보다 호기심으로 바라보았고, 다른 언어를 쓰는 상대에게 마음을 건네고 받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미지의 어느 먼 별과 교류하고 싶다면 배두나에게 편지를 맡겨 보내는 편이 좋을 거야, 라고 나는 상상하곤 했다. 그녀라면 흰 새처럼 자유로운 그 손을 아득한 암흑 속으로 흔쾌히 뻗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일까? 배두나가 한국영화에 출연하지 않은 지난 2
열번째 영화 <괴물> 찍고 있는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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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의 창조자, 홍콩영화의 대들보 유위강 감독을 지난 10월8일 부산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창밖에는 어부들이 낚시로 문어를 낚아올린다. 수영만에 정박한 유람선 위에서 마주한 유위강 감독은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고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다. 테이블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넓은 유람선 내부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그의 모습은 <무간도>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아시아가 주목하는 흥행감독이자 타고난 촬영감독, 홍콩 스튜디오 시스템의 적자 유위강 감독이 말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데이지>의 윤곽, 그리고 아시아영화의 현재와 미래.
-<데이지>는 홍콩 감독과 스탭, 한국의 배우, 네덜란드 스탭들이 결합한 다국적 영화다. 그리고 한·중·일 3국이 투자했다. 2개월을 촬영한 이 영화의 프리프로덕션 과정이 궁금하다.
=한국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있었다. 투자자는 홍콩 감독인 나를 원했고 시나리오가 좋았다. 연출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서로 만
글로벌 프로젝트 <데이지>의 유위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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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으로 조여진 개미 같은 허리 아래로 후프 스커트(버팀살로 부풀려진 치마)를 입은 여신이 조로에게 검을 내지른다. 검보다 강렬한 눈빛이 복면의 상대에게 꽂힌다. 캐서린 제타 존스. 1969년생인 그녀는 눈부신 외모와 검을 동시에 내밀며 <마스크 오브 조로>에 등장했다.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도발하는 그녀는 흡사 비비안 리의 환생처럼 보였다. 얇고 길게 그려진 아이라인, 고양이를 닮은 눈, 흑단 같은 머리결은 두 사람의 공통분모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오만하고 공격적인 남부의 여성상 스칼렛 오하라를 보여준 비비안 리의 강인함은 영웅에게도 꺽달지게 대드는 스페인 귀족의 딸 엘레나를 연기하는 제타 존스에 의해 계승됐다. 그녀들은 여성스러움을 잃지 않고 강인함을 만들어낸다. <마스크 오브 조로>는 개인적으로도 제타 존스의 인생을 단숨에 바꿔놓는다. 프로모션차 방문한 프랑스 도빌에서 그녀는 25살 연상이자 생일이 똑같은 남편 마이클 더글러스와 처음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도도함, <레전드 오브 조로>의 캐서린 제타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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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도 하고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책 읽기 좋아 독서의 계절이라는 사람도 있고, 독서 말고도 즐길 수 있는 게 너무도 많은, 좋디좋은 계절이라 책읽기를 권장하기 위해 독서의 계절이라고 억지를 쓰는 거라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쪽이건 무슨 상관이겠는가.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온 책들과 더불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1회 와우북페스티벌이 9월30일부터 10월3일까지 홍대 앞에서 열렸으니 말이다. 홍대 앞 주차장거리에 책 할인판매 부스가 출판사별로 50개도 넘게 설치되었고, 이곳에서는 20%에서 50% 할인된 가격에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포함한 많은 책들이 판매되었다. 홍대 앞 작은 카페나 술집에서는 시 낭송회나 소설가의 낭독회, 독자와의 대화 행사가 열렸고, 소극장 무대에서는 단편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이 공연되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폭우에 아랑곳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따뜻하고 의미있는 행사가 줄이은, 제1회 와우북페스티벌 4일간의 추억을
‘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문화축제 제1회 와우북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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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의 만화가 원작인 뮤지컬 <불의 검>은 무거운 짐을 몇 보따리나 짊어지고 시작했다. 창작뮤지컬로는 버거운 제작비, 지나치게 훌륭한 원작의 그림자, 서사와 감정을 압축해야 하는 정교한 손길. 그러나 <불의 검>은 욕심을 버리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에 집중하려고만 한다.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몸부림치던 여인들의 한과 민족의 운명을 건 전투는 여기엔 잠깐의 그림자로만 존재한다.
가난한 아무르족 소녀 아라는 의식을 잃고 냇물에 떠내려온 남자를 건져내어 산마로라 이름붙이고 사랑한다. 부부의 연을 맺기로 한 두 사람은 지배자 카르마키족과 야장귀족 수하이 바토르의 침입에 생이별을 하고, 수하이의 여자가 된 아라는 철검 벼르는 기술을 익히며 살아남고자 이를 악문다. 그러나 산마로는 홀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버렸다. 아무르족 푸른용부의 수장인 가라한 아사로서의 기억을. 도망쳐나온 아라는 범접할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 아사 앞에서 지난 사연과 절박한 사랑을
서사보다 사랑을 택하다, 뮤지컬 <불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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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추억 속을 걷고 싶다. <씨네21> 창간 초 다른 언론사에서 일하는 선배로서 처음 만난 저자는 이따금 먼산 보는 표정으로 내게 권하곤 했다. “미술 공부를 해보지 그래요?” 그리고 정작 본인은 이탈리아 볼로냐로 영화 유학을 갔다. 5년이 흐른 2002년 초가을, 나는 부들부들 떨며 베니스영화제 취재길에 올랐다(그해 여름 월드컵 16강전 이후 이탈리아 국민 정서를 상기하시라). 저자는 기차로 베니스를 찾았다. 영화제를 빌미로 만난 우리가 산책간 곳은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이었다. 틴토레토와 베로네제를 보았다. 그 그림들은 정말이지 스크린만했다. 귀국을 앞둔 2004년 4월 초 저자는 <씨네21>에 ‘영화와 미술’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씨네21>은 즐겁게 들떴다. ‘영화와 미술’은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결코 닿을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종이 잡지에 그나마 허락된 최고치의 시도처럼 보였다.
<씨네21> 연재가 65회에 이른 지금,
책으로 만나는 ‘영화와 미술’,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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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요란을 떨어 지나던 길에 복구된 청계천에 들러보았다. 유체역학적으로 계산해야 할 것은 물의 흐름이 아니라 사람의 파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 틈에서 새치기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겨우 틈을 얻어 개울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간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짜증이 나서 그렇지, 도심에서 개울을 본다는 게 썩 나쁘지 않았다.
내가 본 청계천은 ‘생태복원’이나 ‘문화복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계천이 돌아왔다’고 하기보다는 청계천 자리에 몇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분수가 하나 생겼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거대한 콘크리트덩이 속에 가냘픈 물길이라도 생겼다는 게 어디인가? 민초는 어차피 생태적, 문화적 마인드를 갖기에는 삶이 너무 고달프다.
청계천과 더불어 이명박 시장의 몸값이 치솟는 모양이다. 이명박 시장이 대선 후보로서 박근혜 대표를 앞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보수층 사이에서 박정희의 딸이라는 후광을 얻고 있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천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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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의 주간회의는 매주 수요일 밤에 진행된다. 다음주에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그 기사는 누가 쓰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정하는 시간. 별다른 동요없이 (세상의 다른 모든 회의들처럼) 다소 지루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이 회의는, 겉보기와 달리 제법 치열하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경쟁은 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악을 향한 것이다. 특집·기획부터 인터뷰, 배우 기사, 개봉작 프리뷰 순으로 기사를 쓸 사람을 정해나가는 회의의 진행 순서를 고려하여, 몇수 앞을 내다본 누군가는 까다로운 기사를 쓰겠다고 자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혜안은 좀더 강력하게 까다로운 기사만이 남게 되는 몇분 뒤에 빛난다. 한주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놀 수 있는 경우는 없는 법, 그 어느 것에도 자원하지 않은 자는 뒤에 남겨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구를 생
[오픈칼럼] 최초의 열정을 기억하고픈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