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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의 만화가 원작인 뮤지컬 <불의 검>은 무거운 짐을 몇 보따리나 짊어지고 시작했다. 창작뮤지컬로는 버거운 제작비, 지나치게 훌륭한 원작의 그림자, 서사와 감정을 압축해야 하는 정교한 손길. 그러나 <불의 검>은 욕심을 버리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에 집중하려고만 한다.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몸부림치던 여인들의 한과 민족의 운명을 건 전투는 여기엔 잠깐의 그림자로만 존재한다.
가난한 아무르족 소녀 아라는 의식을 잃고 냇물에 떠내려온 남자를 건져내어 산마로라 이름붙이고 사랑한다. 부부의 연을 맺기로 한 두 사람은 지배자 카르마키족과 야장귀족 수하이 바토르의 침입에 생이별을 하고, 수하이의 여자가 된 아라는 철검 벼르는 기술을 익히며 살아남고자 이를 악문다. 그러나 산마로는 홀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버렸다. 아무르족 푸른용부의 수장인 가라한 아사로서의 기억을. 도망쳐나온 아라는 범접할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 아사 앞에서 지난 사연과 절박한 사랑을
서사보다 사랑을 택하다, 뮤지컬 <불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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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추억 속을 걷고 싶다. <씨네21> 창간 초 다른 언론사에서 일하는 선배로서 처음 만난 저자는 이따금 먼산 보는 표정으로 내게 권하곤 했다. “미술 공부를 해보지 그래요?” 그리고 정작 본인은 이탈리아 볼로냐로 영화 유학을 갔다. 5년이 흐른 2002년 초가을, 나는 부들부들 떨며 베니스영화제 취재길에 올랐다(그해 여름 월드컵 16강전 이후 이탈리아 국민 정서를 상기하시라). 저자는 기차로 베니스를 찾았다. 영화제를 빌미로 만난 우리가 산책간 곳은 베니스 아카데미아 미술관이었다. 틴토레토와 베로네제를 보았다. 그 그림들은 정말이지 스크린만했다. 귀국을 앞둔 2004년 4월 초 저자는 <씨네21>에 ‘영화와 미술’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씨네21>은 즐겁게 들떴다. ‘영화와 미술’은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결코 닿을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종이 잡지에 그나마 허락된 최고치의 시도처럼 보였다.
<씨네21> 연재가 65회에 이른 지금,
책으로 만나는 ‘영화와 미술’,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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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요란을 떨어 지나던 길에 복구된 청계천에 들러보았다. 유체역학적으로 계산해야 할 것은 물의 흐름이 아니라 사람의 파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 틈에서 새치기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겨우 틈을 얻어 개울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간다. 몰려든 인파 때문에 짜증이 나서 그렇지, 도심에서 개울을 본다는 게 썩 나쁘지 않았다.
내가 본 청계천은 ‘생태복원’이나 ‘문화복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계천이 돌아왔다’고 하기보다는 청계천 자리에 몇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분수가 하나 생겼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거대한 콘크리트덩이 속에 가냘픈 물길이라도 생겼다는 게 어디인가? 민초는 어차피 생태적, 문화적 마인드를 갖기에는 삶이 너무 고달프다.
청계천과 더불어 이명박 시장의 몸값이 치솟는 모양이다. 이명박 시장이 대선 후보로서 박근혜 대표를 앞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보수층 사이에서 박정희의 딸이라는 후광을 얻고 있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천변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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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의 주간회의는 매주 수요일 밤에 진행된다. 다음주에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그 기사는 누가 쓰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정하는 시간. 별다른 동요없이 (세상의 다른 모든 회의들처럼) 다소 지루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이 회의는, 겉보기와 달리 제법 치열하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우는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경쟁은 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악을 향한 것이다. 특집·기획부터 인터뷰, 배우 기사, 개봉작 프리뷰 순으로 기사를 쓸 사람을 정해나가는 회의의 진행 순서를 고려하여, 몇수 앞을 내다본 누군가는 까다로운 기사를 쓰겠다고 자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혜안은 좀더 강력하게 까다로운 기사만이 남게 되는 몇분 뒤에 빛난다. 한주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놀 수 있는 경우는 없는 법, 그 어느 것에도 자원하지 않은 자는 뒤에 남겨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구를 생
[오픈칼럼] 최초의 열정을 기억하고픈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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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프리퀄이 마침내 촬영에 들어갔다. 뉴 라인 시네마가 배급하는 이번 작품은 2003년 공개되어 미국에서만 흥행 수입 8천만달러 이상의 히트를 기록한 전편의 이전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전편은 토비 후퍼 감독이 1973년에 발표하여 공포 영화의 고전이 된 <텍사스 살인마>를 다시 만든 작품으로 <블레이드 3> <스텔스>의 헤로인 제시카 빌이 주연을 맡았으며, 지난 여름 국내에서도 공개되어 팬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아직 공식 제목이 확정되지 않은 프리퀄의 감독은 <다크니스 폴스>의 조나단 리브스먼이며, 각본은 <크로우>를 썼던 데이비드 S. 쇼. 마이클 베이 감독의 프로덕션 플래티넘 듄스가 제작한다.
출연진으로는 <패컬티>에 등장했던 조다나 브루스터, 인기 TV 시리즈 <오렌지 카운티>의 테일러 핸들리, 한 때 <수퍼맨 리턴즈>의 수퍼맨 역
<텍사스 전기톱...> 프리퀄 촬영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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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라 드레이크>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이멜다 스턴튼이 <해리 포터> 시리즈 5편인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 출연한다.
그가 맡은 배역은 5편의 주요 배역인 돌로레스 엄브리지 교수로,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학생과 교수들을 폭압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인물.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시리즈 사상 가장 미움을 받고 있는 캐릭터로 꼽힌다.
엄브리지 교수 역을 맡은 이멜다 스턴튼은 <베라 드레이크> 외에도 <셰익스피어 인 러브> <크러쉬> <헛소동> 등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다.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연출하는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내년 초에 촬영을 시작하여 2007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멜다 스턴튼, <해리 포터 5>에서 엄브리지 교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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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뢰그가 메가폰을 잡는 스릴러 <퍼프볼>에 도널드 서덜랜드와 사만다 모튼이 캐스팅되었다.
<퍼프볼>은 페이 웰든이 198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한 부부가 영국 근교의 외딴 별장에 입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다룬 스릴러다.
영화판의 각본은 원작자의 아들인 댄 웰든이 썼으며, 촬영은 내년 1월부터 북아일랜드의 모나간주와 아마주 접경지역에서 시작된다.
도널드 서덜랜드는 니콜라스 뢰그 감독이 1973년에 발표한 걸작 스릴러 <쳐다보지 마라(Don't Look Now)>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다. 신작의 제목 '퍼프볼'은 영어로 '말불버섯'이라는 의미.
도널드 서덜랜드, 니콜라스 뢰그 감독과 스릴러로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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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영화사의 고전 공포 영화를 다시 만드는 <검은 산호초의 괴물>의 감독으로 <사하라>의 브렉 아이즈너가 발탁되었다.
<검은 산호초의 괴물>의 오리지널은 국내에 <해양 괴물>이라는 제목으로 DVD가 출시되어 있는 작품으로, 1954년 잭 아놀드 감독이 연출했다. 한 탐사대가 아마존강에서 반인반어의 괴인 ‘길맨’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는데 이 길맨은 해외에서는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소위 ‘유니버설 몬스터’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인기가 높다.
이 영화는 감독 선정에 상당한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브렉 아이즈너 이전에 물망에 올랐던 인물들은 존 랜디스, 기예르모 델 토로 등이 있다. 아이즈너는 전 월트 디즈니 대표 마이클 아이즈너의 아들로 <사하라>로 장편 데뷔하기 전에는 <테이큰>이나 <투명인간> 등의 TV 시리즈에서 기량을 닦아 왔다.
이번 리메이크의 각본
<사하라>의 브렉 아이즈너 감독, <검은 산호초의 괴물>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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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영화 논쟁에 휩싸이면서 출연했던 채민서를 곤혹스럽게 했던 영화 <망국의 이지스>가 내년 1월 1일 일본에서 발매된다.
<망국의 이지스>는 제작비 200억원 규모의 일본산 해양 블록버스터. 이지스함을 탈취하여 일본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들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이들의 대결이 주된 내용이다. 흥행작답게 본편 디스크만으로 구성된 일반판, 부록 디스크가 추가된 프리미엄 에디션, 그리고 콜렉터스 박스로 구분된 세 종류의 패키지로 출시될 예정이다.
10,290엔(약 9만4천원)이라는 고가로 책정된 콜렉터스 박스는 본편과 방대한 부록들이 수록된 3장의 디스크로 구성. 여기에 OST CD와 사진집 등 호화 아이템과 함께 밀리터리 마니아로 소문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그린 콘티북도 포함된다.
제작 과정을 꼼꼼히 담은 부록들 가운데에는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지스함에 관한 영상자료들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일본 내 군사 오타쿠
日 <망국의 이지스> 호화 사양으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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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선 좋은 영화만한 피로회복제가 없다. 하루 몇편씩 영화를 보는 일정을 계속하다보면 상당한 체력이 소진되는데 이럴 때 정말 눈이 번쩍 떠지는 영화 한편이 간절해진다. 맛난 음식이나 포근한 잠자리로 충족시킬 수 없는 갈증, 거창하게 말하면 이런 걸 ‘영혼의 허기’라고 하던가. 이번주 전영객잔에 정성일씨가 “진짜 재미는 그 영화들을 보기 위해 시간표를 짜는 순간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고 쓴 것도 영혼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시간표에서 이미 결정나기 때문일 것이다. 각설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내 영혼의 굶주림을 채워준 영화는 <쓰리 타임즈> <부운> <연연풍진> <용서받지 못한 자> <망종>이었다. 이중 ‘발견’에 해당하는 영화만 꼽자면 <망종>과 <용서받지 못한 자>이다.
<망종>이 어떤 영화인지는 이번주 특집기사에 실려 있다. 이영진 기자는 <망종>에 대해
[편집장이 독자에게] <망종>과 <용서받지 못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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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주연의 영화 <말아톤>이 내년 1월 27일 일본에서 DVD로 발매된다.
5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자 작품성을 겸비한 작품으로서 국내판 DVD 역시 그에 걸맞는 뛰어난 퀄리티로 출시된 바 있는데, 일본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주목된다.
일본판 <말아톤>은 본편과 부록으로 나눠진 2장의 디스크로 구성. 오리지널 한국어 외에 일본어 5.1 채널 더빙이 추가되었으며, 국내판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트랙과 감독, 주연배우의 음성해설이 지원된다.
부록 디스크에는 메이킹과 삭제장면, 조승우와 배형진 군의 만남 등이 수록. 그 중 일본판만의 독자적인 부록으로 일본 개봉 당시 방영되었던 ‘말아톤 특집 방송’이 눈에 띈다. 일본의 인기 탤런트 오토하가 <말아톤>의 주요 촬영지를 답사하고 정윤철 감독과 배형진 군과 만나는 모습을 찍은 부가영상이다. 가격은 3,990엔(약 3만7천원)에 책정됐다.
<말아톤> 日 출시, 초원이의 일어 더빙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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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의 영향으로 조선시대로 가버린 남북한 군인들. 그들은 그곳에서 백수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스물여덟의 청년 이순신을 만난다. 나라를 구한 영웅과의 감격스러운 만남이지만, 이순신의 행동은 예상과는 전혀 딴판이다. 역사 속의 인물을 영화화한 덕분에 DVD 타이틀에 수록된 부가영상도 그에 대한 배려가 되어 있다. 약 1시간 분량의 ‘그를 알아본다. 이순신!’ 코너에서는 아산 현충사와 진해 해군사관학교 방문을 통해 역사적 정보들을 알려준다. 그 밖에 실감나는 액션 연기와 지지도에 관한 ‘리얼 액션’이 볼 만하다.
1시간 짜리 부록의 압박! <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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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골 마을에 떨어진 유성의 영향으로 좀비가 된 마을 사람들과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벌이는 혈전. 톡톡 튀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하위 장르의 처절한 몸부림을 유감없이 보여준 저예산 좀비영화. 끝 모를 황당무계함과 피범벅 고어의 미학이 영화 곳곳에서 빛난다. 재미있는 본편 영화와 더불어 DVD 타이틀에 수록된 부록들도 꽤 즐겁다. 놀라운 것은 저예산영화답지 않게 부가영상들의 구성이 뛰어나다는 점. 메이킹필름을 통해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작품에 쏟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진짜 고어다, <언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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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당시 사라진 죽음의 함선을 찾기 위한 더크 핏 일행의 액션 어드벤처. 세기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모험영화의 공식을 철저히 따르는 <사하라>는 이국적인 풍광과 함께 스펙터클한 액션이 볼 만한 작품. 특히 DVD 타이틀의 화질이 매우 뛰어나, 붉게 물든 사막의 저녁노을처럼 한폭의 그림 같은 풍광에서 빛나는 오묘한 색채의 아름다움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부록으로 감독과 매튜 매커너헤이가 참여한 음성해설과 짧은 분량의 메이킹필름, 감독의 해설과 함께 보는 삭제장면을 제공한다.
한폭의 풍경화 같은, <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