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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웃는 자에게 승리 있으라 - 개그 야구 만화
야구 만화 같은 메이저 장르는 당연히 패러디와 코미디의 무대가 된다. 특히 마구를 중심으로 한 열혈 야구 만화는 그 열기가 식은 현재의 시점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엉터리 선수와 엉터리 감독, 도대체 이기자는 건지 놀자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러나 때로는 지나치게 진지해져버리는 개그 야구 만화의 세계다.
코미디 야구 만화 <번데기 야구단> <대머리 감독님>
박수동의 <번데기 야구단>은 야구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만화는 아니다. 단지 작가 특유의 명랑 만화 화법이 야구라는 소재와 결합하여 요절복통의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할아버지 감독님 밑에 모여든 개성 만점의 꼬마들은 ‘번데기 야구단’이라는 괴상한 이름의 팀을 만들고, 나름대로 전지훈련도 하고 전국의 강팀들과 야구 대회를 치른다. 자기들 나름의 마구도 만들고 국가대표 선수의 흉내도 내면서 승승장구, 급기야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폭렬 야구영웅전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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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의 눈은 작은 공 하나에 쏠리게 된다. 108개의 실밥을 가진 하얀 공은 팔색의 변화구로 갈라지며 수억의 가슴을 쥐었다 폈다 요술을 펼친다. 가을의 전설, 백구의 향연, 프로 스포츠의 꽃,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야구는 올해에도 새로운 전설과 영웅들을 만들어냈다. 한국, 일본, 미국의 프로야구가 서서히 마감하고 있는 이때, 야구 팬들의 마음속엔 짜릿함과 아쉬움이 오가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내년 봄까지는 무얼 보며 버티나? 그들에게 ‘시간제한이 없는 게임’의 묘미를 수백배 증폭시킬 수 있는 만화의 세계를 소개한다. 야구 만화는 단지 하나의 스포츠를 소재로 한 장르가 아니라, 수십년 간 시대를 꿰뚫으며 극한의 긴장과 쾌락을 선사해온 ‘만화 중의 만화’다.
1. 돈과 명예를 그대에게 - 프로야구 만화
야구 만화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은 1966년 가지와라 잇키/가와사키 노보루의 <거인의 별>로부터 출발한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 초반부터 야구
폭렬 야구영웅전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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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꼴통을 자처하는 한 정치인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내 비록 친미적이나, 중국에 견주면 미국이 ‘레스 이블’(덜 사악)하다고 본다. 미국은 시민사회의 통제 장치라도 있지만 중화주의와 공산독재가 결합된 중국은 쪽수와 힘으로 막갈 위험이 있다.” 미국에 당하는 것은 익숙해서 참을 만하다는 걸까. 그 말을 들은 뒤로 미국은 계속 싫었지만 중국은 자꾸 무서워졌다. 고구려 역사 왜곡이나 백두산을 자기네 3대 영산으로 발표하는 꼴을 보고서는 그런 심증을 더 굳혔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난 지 열흘 만에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그럴 리가 없다며 국내산 400여개 김치제품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김치뿐만 아니라 배추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 재배과정에서 오염된 듯한 개와 고양이 회충 알까지 나왔다니, 점입가경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집에서 담가 먹는 김치도
[이슈] 김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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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진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외화 시리즈 <로스트>의 DVD가 11일 압구정동 헤이스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통해 공개됐다. 언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 행사에서는 <로스트> 시즌 1 DVD 박스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함께 첫 번째 파일럿 에피소드의 상영이 이루어졌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인해 남태평양의 외딴 섬에 떨어진 사람들의 생존투쟁을 그린 <로스트>는 미국 ABC 방송국이 야심차게 제작한 미스터리 드라마. 영화 <아마겟돈>과 히트 드라마 <앨리어스>의 프로듀서 J.J. 에이브람스가 직접 연출을 맡았던 파일럿 필름의 경우 천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여, 여느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로스트>가 흥미를 끄는 것은 단순히 무인도에서의 생존투쟁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초현실적인 사건들로 인한 예기치 못한 전개와 거기에 맞서는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그들이 각자 가
미스터리 드라마 <로스트> DVD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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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잔영이 깔려 있는 비엔나에서 미국인 심리분석가 린든(아트 가펑클)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밀레나(테레사 러셀)란 여인과 우연히 알게 된다. 체코인과 결혼했던, 냉전시대에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이 여인에게 린든은 육체적으로 급속히 빨려든다. 하지만 육체적 몰입만큼 소유와 집착에 대한 심리적 압박 역시 도를 넘어서게 되고, 결국 연인은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파멸의 순간으로 내몰린다. 영국 출신 감독 니콜라스 뢰그의 1980년 작품 <배드 타이밍>은 데뷔작 <퍼포먼스> 이래 <워크어바웃> <지구로 떨어진 사나이> 등을 통해 독특한 시네아스트의 세계를 구축했던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극한적인 소재 선택과 실험적 영상, 시공을 뛰어넘는 복잡한 내러티브, 그리고 대담한 성의 표현 등으로 발표 당시부터 큰 반향과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배드 타이밍>은 정체성과 존재의 대립 그리고 이 사이의 소통의 부재를 즐겨 다뤄왔던
[해외 타이틀] 니콜라스 뢰그의 기이한 알레고리, <배드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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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회자되는 ‘검열에 의한 13장면 삭제’로 유명한 영화 <허튼소리>. 한국영화에 가해진 무자비한 검열의 역사 속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이 영화는 개봉 16년 만인 2002년 원판이 복원되며 극적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검열 이전에 ‘왜 하필이면 파계승 중광이냐’는 말로 요약되는 불교계의 반발 때문에 제작과정 역시 험난했다. 1980년대는 중광의 악명이 한창 높았던 때. 그가 첫 출가했던 통도사에 갔을 때조차 촬영은 여지없이 거부당했다. 절 바깥은 청주 법주사에서, 안은 수원의 용주사에서 찍어야 할 정도였고, 낙산사 홍련암에 갔을 때는 촬영팀이 시주까지 하면서 사정사정하여 겨우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찍은 영화는 ‘왜 제목이 허튼소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냐’면서 억지로 ‘중광의…’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하여 주요장면의 삭제라는 최악의 수난을 당하고 말았다. 중광이 전사 군인의 유골을 묻는 대목에서는 ‘국군이 인민군과 함께 묻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그가
[코멘터리] 13장면 삭제, 김수용 감독의 육성 증언, <허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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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이 세기말에 발표한 <Not Dark Yet>이 개인적 베스트가 된 지금이지만, 그의 황금시대가 1960∼70년임을 부인할 순 없다. <Freewheelin’> 앨범의 재킷은 여전히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으니, 차가운 거리를 연인과 걸어가던 더벅머리 남자는 바람에게 말을 걸고 소나기에 길을 물으며 시대의 정신을 밝힌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그의 팬들이 새 앨범보다 1991년 이후 출시되고 있는 ‘부틀렉 시리즈’에 더욱 열광하는 것도 수긍할 만한 일인데, 지난해까지 4개의 박스로 출시된 여섯개의 앨범은 미발표·희귀곡과 전설적인 공연을 차례차례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7번째에 이르러 드디어 영화와 조합되면서 혹시나 했던 부틀렉 영상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게 됐다. 게다가 <노 디렉션 홈: 밥 딜런>의 감독은 마틴 스코시즈! 딜런과 연이 깊은 ‘더 밴드’의 마지막을 <라스트 왈츠>에 담았던 사람도 스코시즈였으니 이보다 더 멋진 만남은
[명예의 전당] <노 디렉션 홈: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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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인종 차별을 소재로 했을 때 두 경우로 나뉜다. 심각할 정도로 진지한 사회고발 드라마거나 정반대로 코미디로 활용하는 것이다. <게스 후?>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로 딸이 사윗감이라고 데려온 백인 애인과 이를 절대 용납 못하는 흑인 장인과의 유쾌한 한판 승부를 그려내고 있다. DVD 타이틀에 수록된 부록은 조촐하지만 코미디영화다운 구성을 취했다. 배우들의 재미있는 표정을 볼 수 있는 4분여 분량의 NG장면, 감독의 해설과 함께 보는 7개의 삭제장면, 메이킹필름을 제공한다.
애시튼 커처의 달콤한 미소, <게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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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말기 선고를 받은 강력반 형사의 ‘보험금 타먹기’ 해프닝을 그린 코믹형사극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총알탄 사나이> 등 비슷한 상황의 영화들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 타이틀은 이영은 감독과 주연배우 이범수의 음성해설과 형사과, 수사과, 경무과, 단속과 등의 독특한 이름으로 제공되는 메이킹 다큐멘터리, 시사회 현장 풍경, 뮤직비디오 등의 스페셜 피처를 제공한다.
웃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이대로, 죽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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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으로 이사온 러츠 가족이 28일 동안 겪는 초자연적 공포를 그린다. <13일의 금요일> <할로윈>과 함께 최장기 시리즈로 손꼽히는 80년대 싸구려 영화의 리메이크. 오리지널보다 장르영화의 매력과 기술 발전 덕택에 시각적 볼거리는 더 나아졌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영화치곤 참신함이 떨어진다. DVD 타이틀의 화질과 음향이 뛰어나며,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까닭에 그와 관련한 ‘초자연적인 살인’이란 다큐멘터리 영상이 제법 흥미롭다.
초자연적인 살인이란? <아미티빌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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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는 기출시된 고전영화 DVD 중 가장 사랑받은 작품을 대상으로 특별한 DVD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벤허>에 이어 선택된 작품은 <오즈의 마법사>다. 디지털 복원된 영상과 소리 그리고 오래된 영화답지 않게 훌륭한 부록을 자랑했던 기출시본을 다시 업그레이드한 특별판은 화려하기 그지없다(다만 한국판엔 미국판과 달리 원작자 L. 프랭크 바움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세 번째 디스크가 없다). 특별판은 색 표현이 더욱 화려해지고 섬세함을 더했는데, 기존판의 부드러운 영상과의 비교는 숙제로 남겨둔다. 부록의 경우 시간만으로도 4시간을 훌쩍 넘기는데, 전문가와 출연진 등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음성해설, 안젤라 랜스베리가 읽어주는 원작의 발췌본, 복원과정에 대한 기술적인 해설, 동영상에 내레이션을 입힌 출연진 소개, 메이킹필름, 제작에 참여한 사람과 가족들의 기억과 평가, 분야별 전문가의 영화에 대한 분석과 헌사, 영화가 다양하게 변형된
원작동화에서 TV만화까지, 4시간 특별 선물, <오즈의 마법사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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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예술가의 삶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여행과 같을지도 모른다. 끝도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 망망한 우주의 저편을 그리듯, 여행은 이름 모를 일상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우주를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오경환(65)의 작품에선 그런 예술가의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전해진다. 대형 캔버스에 검고 짙푸른 우주 공간과 화려한 빛을 발하는 행성들, 운석과 기하학적인 도형의 이채로운 만남 등 그의 붓끝을 통하면 우주의 풍경도 현실이 된다. 작가의 우주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인간이 달에 첫발을 디딘, 1969년 그의 첫 개인전부터이다. 이미 상상 속의 경이로운 신비감을 잃어버린 우주의 신비는 그렇게 오경환의 화면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오경환의 초기작에서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120여점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크게 두 가지에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하나의 호기심적인 대상을 넘어서 인간실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사유적으로 풀어낸 ‘오
우주를 품은 시공의 풍경화, <젊은 예술가의 초상: 오경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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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밝히고 잇속만 차리는’ 음반사 대(對) ‘음악밖에 모르는 순진한’ 뮤지션의 양자대립 구도(또는 여기에 ‘월권을 서슴지 않는 약삭빠른’ 프로듀서를 끼워넣은 삼각구도)는 음악팬들이 열을 내며 입에 올리는 얘깃거리다. 각을 세워 피아(彼我)를 구별하고 도마에 올리는 수모의 대상은 거의 언제나 음반사, 그리고 종종 프로듀서의 몫이다.
이런 ‘고전적’ 갑론을박이 올 초에도 인터넷에서 이슈화된 바 있다. 2003년에 녹음되었으나 미발매 상태이던 피오나 애플의 3집 <Extraordinary Machine>을 둘러싼 논란이 그것이다. 소속사(Epic/Sony)에서 대중성 부족을 이유로 발매를 연기하고 있다는 프로듀서 존 브라이언의 주장이 제기되고, 이에 소속사를 규탄하는 ‘넷심’이 일제히 발원하고, 음반을 발매하라는 이메일을 소속사에 보내는 운동이 벌어지고, 음원이 유출되어 광범하게 ‘공유’되는 현상이 급박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발매 지연의 진실은 소속사가 아니라 결과에 만족
그녀의 비범한 모놀로그, 피오나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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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레드 제플린의 <The Song Remains the Same> DVD를 샀다. 오래전 LP로 들은 적은 있지만,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로버트 플랜트, 지미 페이지, 존 폴 존스 그리고 존 보냄.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노래와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것이 좋았다. 존 보냄의 죽음으로,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레드 제플린의 음악을 듣는 것은 정말 황홀했다. 록음악은, 그 시절이 최고였다.
누군가가 그랬다. 모든 것에는 절정기가 있는 법이라고. 굳이 모든 것, 이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자주 그런 생각이 든다. 50, 60년대의 재즈라든가, 70년대의 록음악을 듣다보면 문득 그런 느낌이 온다. 카메론 크로의 <올모스트 훼이모스>는 찬란했던 록의 시대가 저물어가는 풍경을 멋지게 펼쳐놓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시들어가거나 죽어간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모든 생명의 법칙 아닐까?
[B딱하게 보기] 뿌리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