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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회자되는 ‘검열에 의한 13장면 삭제’로 유명한 영화 <허튼소리>. 한국영화에 가해진 무자비한 검열의 역사 속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이 영화는 개봉 16년 만인 2002년 원판이 복원되며 극적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검열 이전에 ‘왜 하필이면 파계승 중광이냐’는 말로 요약되는 불교계의 반발 때문에 제작과정 역시 험난했다.
1980년대는 중광의 악명이 한창 높았던 때. 그가 첫 출가했던 통도사에 갔을 때조차 촬영은 여지없이 거부당했다. 절 바깥은 청주 법주사에서, 안은 수원의 용주사에서 찍어야 할 정도였고, 낙산사 홍련암에 갔을 때는 촬영팀이 시주까지 하면서 사정사정하여 겨우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찍은 영화는 ‘왜 제목이 허튼소리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냐’면서 억지로 ‘중광의…’를 붙이는 것으로 시작하여 주요장면의 삭제라는 최악의 수난을 당하고 말았다.
중광이 전사 군인의 유골을 묻는 대목에서는 ‘국군이 인민군과 함께 묻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허튼 소리> 13장면 삭제, 김수용 감독의 육성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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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픽사의 도움없이 최초로 컴퓨터를 이용해 자체제작한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Chicken Little)이 11월 첫째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애초 3500만달러 전후일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상회하는 4008만달러 수입을 거뒀다.
하늘이 무너지는 위기(?)로부터 마을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모험을 감행하는 치킨 리틀의 이야기인 <치킨 리틀>은 디즈니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최근 몇 년간 픽사(<인크레더블>)와 드림웍스(<슈렉2><마다가스카>)에 뒤처졌던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수작업을 포기하고 최신 3D 기술을 도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 또 내년에 종료되는 픽사와의 협상테이블에서도 이 영화의 흥행결과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개봉 직전까지 나온 영화평은 ‘매우 유쾌한 가족영화’와 ‘끔찍한 영화’로 양분되어
<치킨 리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높이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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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는 기자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올해를 정리하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음악 쪽에서 트랜드를 이끈 가수를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그 때 필자가 할 수 있었던 대답은 “딱히 없는데요.” 뿐이었다. 트랜드가 없는 게 트랜드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올해는 음악계에서 주목할만한 새로운 흐름 같은 것도, 시장을 뜨겁게 달군 뮤지션도 등장하지 않았다. 김종국처럼 오락프로그램과 앨범 활동을 병행시켜 인기를 얻거나, SG 워너비처럼 R&B 창법을 쓰는 발라드 앨범을 내놓아 이지리스닝을 좋아하는 20~30대 발라드 팬에게 앨범이나 컬러링 판매를 하는 것이 오히려 트랜드로 보였을 정도다. 최대한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으로 승부한 가수들만 그나마 성과를 거둔 셈이다.
물론 이는 요즘 음악계가 최대의 불황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앨범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아예 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과거처럼 열광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다. 요즘 사람들은 음
강명석의 Shuffle! <이승환 ‘끝장’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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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첫 주 일본 오리콘 DVD 차트 1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타이틀 <기동전사 Z건담 - 별을 잇는 자>의 일본 내 출하 매수가 20만장을 돌파한 것으로 밝혀졌다.
발매사인 반다이비주얼측은 “초회판에 한해 증정되는 부록 디스크가 큰 영향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하는 한편, 후속편으로 현재 일본 극장가에서 상영 중인 <기동전사 Z건담 - 연인들>의 개봉과 맞물려 “작품의 인지도가 상승해 좋은 판매량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8일 발매된 <기동전사 Z건담 - 별을 잇는 자> DVD는 본편과 함께 ‘메이킹 오브 Z건담’이라는 제작 관련 부가 영상을 수록. 그 중에는 총감독을 맡은 토미노 요시유키와 주제가를 담당한 인기 로커 각트(Gackt)의 인터뷰, 기타 제작 현장의 모습 등이 수록되어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日 <기동전사 Z건담> 출하매수 20만장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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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별 도움 안 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눈물을 쏟다 죽을지도 모르는 월래스와 바지런하고 영리하며 충성심 강하기로는 충견 래시 뺨치는 그로밋의 팬으로서, 그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단편과 장편을 보고 또 봐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몇 가지 있다. 언 발에 오줌누기 격으로 잠시의 곤궁은 해소해도 결국은 스스로를 곤경에 밀어넣는 기괴한 발명품들을 전문적으로 고안해내는 월래스는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에게는 왜 가족이 한 ‘사람’도 없는 걸까? 게다가 월래스에게는 친구도 없다. 평범한 남자(?)라면 여자 옷을 투시해 알몸을 보는 기계를 고안하거나, 광속으로 달리는 스포츠카를 생각해내겠지만, 월래스는 어쩐 일인지, 치즈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우주선을 발명(<화려한 외출>)해 거대한 치즈 덩어리인 달로 떠나고, 그로밋을 직접 산책시키는 일도 귀찮아졌는지 생일선물이랍시고 산책용 전자바지를 만들어 선물할 뿐이다(<전자바지 소동>). 월래스보다 더
월래스와 그로밋: 하반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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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우두머리 허락거쳐 파벨라 내부 촬영
위험천만한 파벨라 안에서의 촬영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은 <시티 오브 갓>의 제작진은, 도시의 타락을 뒤에서 조정한 부패경찰이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방법은 도시의 실제 권력자의 허가를 받는 것뿐이었다. 다행히도 감옥에 있던 갱단 우두머리는 허락의 뜻과 함께 “영화를 만들되, 할리우드영화 같은 방법은 안 된다. 제발 진짜를 만들어달라”는 메모를 전해왔고, 제작진은 그의 부하 몇명을 스탭으로 고용했다. 이들은 제작진이 점심을 먹는 와중에, “잠시 장비를 테스트해도 될까요?”라고 물은 뒤, 조용히 총격전을 벌이며 촬영장소를 섭외(!)할 정도로 정중했지만, 끝내 네개의 구역으로 나뉜 시티 오브 갓의 한 구역 우두머리에게만 촬영허가를 얻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나머지 촬영은 하이시티 등 두개의 파벨라에서 이루어졌다. 제작진과 갱단의 밀접한(?) 인연은 개봉까지 이어졌고, 영화의 시사회장에서 전설적인 마약상이 경찰에 체
<시티 오브 갓> 탄생비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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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 최대의 빈민가. 신의 도시라는 의미가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역설로 다가오는 도시 ‘시티 오브 갓’. <신시티>는 차라리 장난이었다. 동정없는 아이들, 미래를 믿지 않는 아이들이 지배하는 이곳은 눈앞에 펼쳐진 지옥이다. 코흘리개부터 20살 가까운 청소년들까지, 온갖 종류의 총으로 무장한 채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은 슈퍼마켓과 여관, 동네를 지나가는 배달트럭을 털고, 마약을 배달하고, 서로에게 총질하며 젊음을 관통한다. 제아무리 성실한 삶도 앞뒤 가리지 않는 폭력과 무질서 속에 꿈을 저당잡히는 가운데, 이들 모두는 맨살을 드러낸 힘의 논리를 일찌감치 생존의 법칙으로 받아들였다. 정말 소름끼치는 것은 만화적이고 영화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했던 <신시티>를 능가하는 이 도시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영화 <시티 오브 갓>은 이처럼 모두가 외면하고 싶었던 브라질 슬럼의 탄생과 성장을 애증어린 시선으로 지켜본다. 그러나 전세계 대중과 평단의
<시티 오브 갓> 탄생비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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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터의 연극은 불안의 연극이다. <생일파티>는 핀터의 불안이 어떤 불안인지를 잘 말해주는 작품이다. 갑자기 주인공도 모르게 생일파티가 준비된다. 하지만 그 생일파티는 고통과 폭력의 축제이다. <귀향>은 안락한 집으로의 귀환이 아니라 형제들과 아버지가 아내를 호시탐탐 겁탈하고 창녀로 만들려는 지옥으로의 복귀다. 이런 예기치 못한 긴장이 핀터의 작품에 젊음과 활기를 준다.
그의 연극은 짝의 구조로 되어 있다. <생일파티>는 메그와 피티라는 하숙집 주인 부부, 골드버그와 맥캔이라는 청부살인업자로 이루어져 있다. 메그는 젊은 남자에 대한 환상으로 살고 피티는 아내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골드버그는 명령하고 비난하며 맥캔은 거기에 순응한다. 이 구조를 2명의 구조로 축소하면 <관리인>과 <벙어리 웨이터> 그리고 <정부>의 구조가 된다. 다시 늘려서 남녀 커플로 확대하면 <배신>이 된다. 핀터의 연극 속 한쌍은,
해롤드 핀터의 작품세계 풀이 소사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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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핀터(1930~)는 사뮈엘 베케트(1906~89) 생전에 많은 시나리오 각색 원고를 보내고 의견을 구했다. 마지막으로 핀터가 베케트를 만난 곳은 파리의 베케트 집이었다. 베케트가 매우 낙담해 집에서 가료를 받고 있을 때, 핀터는 ‘기분 전환을 위해 제가 카프카의 <심판> 시나리오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중부유럽 유대인 카프카의 정신적 혈연은 파리의 아일랜드 작가 베케트, 그리고 영국의 유대인 작가 핀터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의 부조리한 근대적 삶에 대해 그보다 더 부조리한 웃음으로 맞섰던 핀터에 대해 스웨덴 한림원은 뒤늦게 노벨상으로 치하했다. 극작가, 배우, 각색가, 연출가로 여전히 현역이기는 하지만 핀터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인 1957∼65년에 전성기를 누렸다. 불가해하고, 긴장이 넘치며, 느닷없는 ‘위협의 코미디’로 자신의 스타일을 구가한 그에게 ‘핀터레스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핀터레스크’에 각주를 더한 소사전과 그의 영화세계로
해롤드 핀터의 작품세계 풀이 소사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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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과 강동원이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연출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제작 엘제이필름, 공동제작 상상필름)의 주연으로 캐스팅 되었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올 봄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원작으로 하며, 세 사람을 살해한 사형수와 세 번의 자살을 시도했던 여자의 만남을 다룬다.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이후 올해 한 작품에도 출연하지 않아 근황이 궁금했던 배우 이나영은 겉으로는 부유하고 가진 게 많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독한 상처를 앓고 있는 대학강사 유정역을 맡는다. 강동원은 불우한 성장기를 보내며 밑바닥 인생을 살다 강도살해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청년 윤수로 분한다.
영화는 살아온 배경은 매우 다르지만, 세상을 원망하고 증오하며 죽음만을 떠올리며 살던 두 남녀가 일주일에 한번씩 교도소 ‘만남의 방’에서 만나게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 받고 삶과 세상을 새롭
이나영, 강동원, 대학강사와 사형수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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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래스와 그로밋 : 거대토끼의 저주> 각국 비주얼이 최초로 공개되었다. 각국 비주얼은 아드만 스튜디오와 공동제작사인 드림웍스가 글로벌 마케팅의 일환으로 관객에게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것. 월래스와 그로밋이 부엌에 앉아 음식을 먹는 장면을 비주얼의 기본 컨셉으로 설정하고 각 나라의 전통 음식 위에 국기를 꽂았는데 한국은 떡, 스위스는 퐁듀, 브라질은 전통 빵, 이탈리아는 피자, 멕시코는 또띠아 등의 자국 대표음식이 사용되었다.
<월래스와 그로밋 : 거대토끼의 저주>는 현란한 두뇌 플레이를 자랑하는 발명가 ‘월래스’와 본능적 동물감각을 지닌 보좌견 ‘그로밋’이 야채도둑인 거대 토끼에 맞서 수사를 펼친다는 내용. 미국, 영국, 프랑스, 멕시코 등지에서 이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고 국내에서도 이번 주말 개봉해 현재 세몰이가 한창이다.
<월래스와 그로밋> 각국 비주얼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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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9일 뉴욕에서, 마틴 스코시즈가 만든 밥 딜런의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이 조용하게 시사를 치렀다. 전설적인 포크록 뮤지션 밥 딜런은, 잘 알려진 대로 겸손한 적 없는 나르시시스트였고 방탕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밥 딜런의 음악은 미국 대중음악사를 새로 썼다. 기념비적인 음반 <Freewheeling of Bob Dylan>을 비롯해 60, 70년대에 그가 남긴 음악들은 중얼거리는 듯한 독특한 창법과 저항정신이 담긴 가사로 당대 대중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시대와 호흡한 뮤지션이자 화려한 삶을 산 스타의 족적을 수많은 주변인들의 인터뷰 그리고 공연클립으로 엮은 225분짜리 다큐의 평을 쓰며, 로저 에버트는 딜런의 음악이 “내 대학 시절의 사운드트랙”이라고 고백했다.
혼란스러웠던 미국의 60, 70년대를 딜런의 음악과 호흡하며 살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밥 딜런의 스튜디오 음반들이 로저 에버트에게와 같은 감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노 디렉
위대한 뮤지션의 진짜 초상,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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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보고에 따르면 도시의 그늘 여기저기에 새로운 ‘도회형 습지’가 형성되고 있어 별종 생명체들의 터전이 되고 있다고 한다. 곰팡이, 쥐며느리, 돈벌레 등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생명체들이지만, 우리의 보고자는 더욱 주목해야 할 특이종을 가리킨다. 비가 새는 반지하 셋방에서 라면 한 그릇을 나눠 먹으면서도 방 한구석에 주인처럼 누워 있는 빈대에 수시로 뜯기는, 그러면서도 절대로 펜 마우스를 놓지 않는 지방대학의 그래픽아티스트 지망생들이다. 이들의 궁상맞으면서도 절절한 삶의 장면들이 최규석의 <습지생태보고서>라는 다소 괴팍한 카메라에 걸려들었다.
최규석은 데뷔 직후부터 문제작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쥬>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만화가가 되어버렸지만, 이로 인해 그를 냉소적이고 암울한 언더 지향 작가의 틀에 가두어버릴 위험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그에게 주어진 일간신문 연재면은 여러 시각의 기대와 불안을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
도회형 습지의 궁상맞은 청춘들, 최규석의 <습지생태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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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던 관객이 환불을 요구한 소동으로 유명세를 떨친 <오픈 워터>. 영화는 바다 한가운데서 조난을 당한 부부가 극한 상황에서 맞이하는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혹 과잉된 홍보에 속아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와 같은 본격 ‘상어 영화’로 오해를 하고 영화를 보면 낭패를 보기 쉽다. 액션과 스릴보다는 바다를 무대로 한 재난영화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초저예산영화로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 화질과 음향은 무난한 정도. 부록으로 메이킹필름, 삭제장면 모음, 예고편을 제공한다.
재난의 극한 공포, <오픈 워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