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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은하씨!
이런저런 말보다 우선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결혼식에 직접 참여하여 얼굴 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예의인 줄 알지만
일면식도 없는 제게 청첩장을 보내실 리도 없고
설사 받았다 해도 그날은 제가 무척 중요한 일이 있어
결혼식에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홈쇼핑으로 주문한 이사벨 소이 소스 크랩- 일명 김수미 간장 게장이
배송되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하지만 은하씨의 결혼식은 운 좋게도 S방송사의 아침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예쁜 게 죄라면 정말 능지처참당할 만큼 아름다운 은하씨의 모습에 아침 댓바람부터
괜히 마음이 설레더군요.
이상타~ 이상타~. 분명 완전 비공개라고 했는데….
이렇게 속치마 까발리듯 낱낱이 보여질 수가 있는 걸까?
근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촬영을 위한 기본적인 조명조차 없는 구리칙칙한 화면발.
완전지루해주는 앵글, 학예회 수준의 구성… 옳타꾸나!
영민한 저는 순간적으로 은하씨의 친인척 가운데 한분이 캠코더로 촬영한 것
[이창] 은하씨의 행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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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사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 폭풍을 불러올 수 있을까? 흔히 ‘나비효과’라 부르는 표현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것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 작은 요인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강정구 파문을 보면서 이 기상학의 이론이 정치학에도 적용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난 일을 보자. 어느 교수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그러자 경찰이 조사를 하고, 검찰이 구속을 시도하고, 장관이 서면지휘를 하고, 검찰총장이 사퇴를 하고, 보수야당이 범국민 구국운동을 벌이고, 9천명의 노인들이 시국성명을 내고, 7천명의 우익들이 시청 앞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하고, 천 장관과 강 교수 앞으로 하얀 가루가 담긴 소포가 날아오는 유사 테러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초기조건의 과민함’은 국가보안법에서 비롯된다. 국보법이 없었다면, 강 교수의 글은 지금 그것이 가진 그 막강한 존재감을 갖지 못했을 게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나비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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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히치하이커>)>. 이 긴 제목의 영화는 SF와 코미디가 기묘하게 조화된 장르 영화로서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들만 아는 원작(더글러스 애덤스가 쓴 원작은 10년쯤 전에 번역본이 나왔고 최근 새로 나왔다) 팬들만 영화화를 반겼고, 막상 완성된 영화는 미국에서 흥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여기서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몇 안 되는 극장에서 역시 일부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을 뿐이다. 원작이나 SF 장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나 관심 없이 제목과 몇몇 비주얼만으로는 유치한 ‘공상과학 영화’ 정도로 보였을 법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맨 인 블랙> 같은 영화에서 <히치하이커>식 유머를 이미 본 적이 있다. 캐비넷을 열고 보니 그 속에 하나의 거대한 외계인들의 세계가 존재한다던가, 우리가 사는 태양계가 상상할 수 없이 거대한 외계인들의 구슬 속에 담겨 있다던가 하는 것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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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 가장을 한다고 내 아는 사람이 그랬다(정확히 자기 ‘가장’이란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겠다. 본인한테 확인했는데 본인도 잘 기억이 안 난단다). 그의 말뜻은, 실제보다 자신을 밝게 포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제보다 자신을 예민한 성질로 포장하는 사람이 있고 또 실제보다 우울한 태도로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영화제를 다녀온 뒤 1주일 내내 난 조증이었다. 심하게 조증이었다. 한톤 반 높아진 목소리로 종일 깔깔거리고 실실거렸다. 일 의욕까지 넘쳐 담당 영화기사를 “죽을힘을 다해 써보겠다”고 했다. 한 선배가 물었다. “너 무슨 좋은 일 있지?” 부산영화제 데일리팀에서 같이 일했던 선배는 담배를 문 채 반대로 말했다. “네가 지금 우울해서 그런 거 아냐?”
우울해질 만큼 바다가 그리워서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것이 진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대답이었다. 물공포증이 심해서 지난해 겨울에야 수영하는 법을 배웠고,
[오픈칼럼] 바다를 믿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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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연기를 한다’는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일상생활에서 이 말은 ‘내숭을 떤다’, ‘위선적이다’로 바꿔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오래전 이미 <씨네21>을 통해 ‘할리우드 같은 년’임을 커밍아웃했던 바,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사람이 훌륭한 연기자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아 왔다. 훌륭한 연기자란 무엇인가. 무대나 스크린 위에서와 다르지 않다. 연기에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선배 앞에서는 근면, 성실, 겸손함을 연기했던 인간이 후배들 앞에서 무례하고 포악한 내면을 드러낸다든가, 가진 자 앞에서 하해와 같던 성품을 자랑하던 사람이 그렇지 못한 이에게 추상같이 냉혹해지는 ‘허점’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표리부동하다는 것은 연기력 미숙의 다른 표현이고 성숙한 인격이란 뛰어난 연기력과 다르지 않다. 공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공자였겠는가. 어린 시절부터 갈고닦은 연기의 무대를 바깥세상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 옮겨서까지
[투덜군 투덜양] 진짜 연기자란 이런 거지, <빙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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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미스터 소크라테스>) 비행기 타고(<플라이트 플랜>) 천국에 가서(<소년 천국에 가다>) 얘기하는 사랑이(<러브 토크>) 지워지지 않아요(<이터널 선샤인>)’ 이번 주말 개봉작을 한문장으로 풀이하면 이쯤 되지 않을까? 오랜만에 메이저 배급라인을 타는 영화들이 여러편 개봉했다. <미스터 소크라테스>, <소년 천국에 가다> 등 한국영화 두편과 <플라이트 플랜>, <이터널 선샤인> 등 외화 두편의 대결로 압축되는 양상인데 현재 주요 사이트의 예매율은 <플라이트 플랜>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미스터 소크라테스>가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소년 천국에 가다>도 비슷한 예매율을 보여 주말 극장가는 개봉 신작들이 고르게 관객들을 불러모을 예정이다
<플라이트 플랜>
태그라인
고도 37000피트,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그녀의 사투
[주말극장가] 소크라테스가 비행기 타고 천국에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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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솔리니 시대의 이탈리아엔 백색전화 영화란 게 있었다. 부르주아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애담이 주를 이루는 영화로 안락한 거실의 백색전화가 눈에 두드러져 붙여진 이름이란다. 백색전화는 궁핍한 대중에게 현실도피의 환상을 채워주는 당시 영화의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2차대전이 끝나자 이런 주류영화에 반기를 든 일군의 감독이 나타났다. 로베르토 로셀리니, 비토리오 데 시카, 루치노 비스콘티. 그들은 부자의 집에서 벗어나 거리로 뛰쳐나갔고 스타 배우들 대신 비전문 배우에게 연기를 시켰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시작이다.
1950년대 프랑스에선 <카이에 뒤 시네마>의 젊은 평론가들이 소란을 일으켰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글 ‘프랑스영화의 어떤 경향’은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프랑스영화의 주류를 형성하던 감독들을 맹렬히 씹었던 그는 이후 누벨바그의 주역 가운데 하나가 됐다. 독일도 비슷했다. 1962년 오버하우젠 선언은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선포했고 그뒤 전 세대와
[편집장이 독자에게] 부정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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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의 태흥영화 사무실에는 온화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연출부와 제작부로 보이는 청년들이 웅성거리는 테이블 주변의 벽에는 커다랗게 확대된 신별 분석표와 캐스팅표, 촬영 후보지의 사진 등이 단정하게 붙어 있었다. 이 가정집을 개조한 사무실 2층 벽이 빽빽하게 메워져 있다는 얘기는 거대한 작전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징표이기도 하다. 이 작전의 이름은 <천년학>이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연출작’이라는 부제급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게 될 <천년학>은 이청준의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삼으며, <서편제>의 맥락을 잇는 이야기다. <천년학>의 주인공은 의붓아버지 유봉의 광기어린 예술혼 때문에 눈이 먼 송화(오정해)와 유봉과 배다른 동생 송화를 떠났던 동호(김영민)다. 그러니까, <천년학>은 동호가 유봉과 송화 곁을 떠난 뒤부터의 이야기를 재구성하게 된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지, 어떤 영화
100번째 작품 <천년학> 준비하는 감독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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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친구> <웰컴 투 동막골> 등 모두 4편이다. 이 가운데 2편 이상의 영화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배우는 2명인데, 장동건이라는 ‘이름’이 순식간에 선명하게 떠오른 뒤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 떠오르는 ‘얼굴’이 바로 정재영(35)이다. 1996년 <박봉곤 가출 사건>의 불량배 역으로 시작해 버텨온 지난 10년이 머쓱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부지불식간에’ 한국 영화계의 큰 배우로 떠오른 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황병국 감독의 <나의 결혼원정기>(23일 개봉)로 다시 관객들을 찾은 정재영을 지난 9일 만났다.
우즈베키스탄으로 ‘결혼 원정’을 떠나게 된 서른 여덟살 농촌 총각 홍만택 역을 맡았던 그는 “딴 영화에서는 못생겨서 문제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덜 못생긴 게 또 문제였다”고 너스레를 떨며 말문을 열었다. “공감이 가고 쉽게 동화될 수 있
<나의 결혼 원정기>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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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성전(聖戰)이 시작됐다.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지휘하는 이슬람문화혁명최고위원회가 특정 외국영화의 전면 금지를 결정한 것. 앞으로 세속적이거나 페미니즘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거나 허무주의적이거나 동양 문화를 폄하하는 외국영화는 이란 안에서 배급과 상영이 불가능해진다. “폭력이나 마약의 사용, 그리고 세계 압제자를 위한 선동”이 포함된 것도 절대 금지. 이중 마지막 항목은 명백하게 미국영화를 겨냥한 것으로, 미국영화는 앞으로 이란 극장과 공중파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파에 속했던 모함마드 카타미 전 대통령은 비교적 문화애호가로서, 그 시절에는 <월드 오브 투모로우> <디 아더스> <에비에이터> 등의 미국영화도 합법적으로 상영과 감상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란인들은 성스러운 이란의 영토 위에, 코란에 근거한 이상사회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굳은 입장. 덕분에, 이란 내 DVD 암시장과 위성방송
[What's Up] 이란, 특정 외국영화 전면 금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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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공적인 영화시리즈 중 하나인 <터미네이터>가 TV드라마로도 선보일 전망이다. <터미네이터>속편들을 제작한 앤드류 바냐와 마리오 카사르가 워너브러더스와 손잡고 일종의 외전인 <사라 코너 연대기>(The Sarah Connor Chronicles, 가제)를 만든다고 <버라이어티>가 11월9일 보도했다. 이 TV시리즈는 <터미네이터> 2편과 3편 사이에 벌어진 일을 다룰 예정이다. 2편에서 여전사로 활약했던 사라 코너가 어린 아들 존 코너와 함께 어떤 일을 겪다가 죽게 되는지가 주내용인 것.
각본을 맡은 조쉬 프리드먼은 “코너 가족의 이야기를 어떻게 재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영화에 시간여행과 미래를 바꾸는 내용 등이 담겨있으므로 이 부분을 활용하되 최대한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액션과 가족드라마를 잘 배합할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TV시리즈의 특성상, 영화만큼 무차별 총기 난사 장면이나 추격신
<터미네이터>, TV시리즈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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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일본 극장가에서 주목을 받았던 장편 판타지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 - 샴발라를 정복한 자>가 내년 1월 25일 일본에서 출시된다.
국내에서도 케이블 TV 방영 및 DVD 출시로 인기를 얻고 있는 TV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뒷이야기를 다룬 작품.
‘연금술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계대전 발발 직전의 독일에 온 에드워드가 동생 알폰소와 만나기 위해 전설의 이상향 ‘샴발라’의 수수께끼를 파헤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TV판과 마찬가지로 재일교포 성우 박로미씨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으며, 지난 7월 일본 개봉 당시 90만이 넘는 관객 동원과 10억 엔이 넘는 흥행 수입을 기록한 바 있는 작품이다.
흥행작답게 일반판과는 별도로 고가의 한정판이 선보일 예정. 본편을 비롯해 음성해설, 메이킹 등의 부록을 담은 3장짜리 DVD로 구성되며 두 종류의 해설책자를 포함한 호화 패키지로 발매된다. 가격은 8.925엔(약 8만원)에 책정됐다.
극장판 <강철의 연금술사> 일본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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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사랑해, 말순씨> 행운의 편지로 인류를 말살 계획을?
[헌즈다이어리] <사랑해, 말순씨> 행운의 편지로 인류를 말살 계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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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박해일의 표정은 비껴간 것 같았다. 70년도 넘는 세월 동안 삼대에 걸쳐 운영된 작은 이발소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 박해일의 커다란 검은 눈동자는 장난감을 선물받은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유쾌함이 넘실거렸다. 사람들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서 천진한 표정을 요구받던 그는 멋쩍은 듯 웃다가도 초등학생 같은 표정을 천연덕스럽게 지어 보였고, 카메라가 다른 곳을 향해 있는 순간에는 오롯이 혼자 방 안에 있는 것처럼, 혼자만의 놀이를 생각해내는 양 골몰한 얼굴이 되곤 했다. 부모님과 누나가 집에 돌아오기 전, 어두운 방 안에서 불도 안 켜고 가상의 스파이더맨과 대결하곤 했다던 어린 시절에서 그는 멀리 떠나온 것 같지 않았다. <연애의 목적>에서 “지금, 젖었어요?”라고 대담하게 작업의 기술을 펼쳐 보이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하고 있는데, 그가 씩 웃는다. “(사진을) 여자 목욕탕에서 찍는 건 어때요?”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박해일은 우연한 사고로 순식간에
세상에서 가장 천진한 ‘선수’의 웃음, <소년, 천국에 가다>의 박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