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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길리엄 감독의 신작 <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에서 다시금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 모니카 벨루치. 그녀가 지난 2001년 출연한 프랑스 영화 <늑대의 후예들>은 <말레나>와 함께 DVD 타이틀로서 그녀의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품이다.
수수께끼의 창녀 실비아로 나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는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듯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게다가 DVD는 극장이나 비디오에서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뇌쇄적인 누드를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영화 본편에 실리지 못한 삭제장면들 중에서도 모니카 벨루치의 섹시한 모습을 담은 장면이 있다. 풍만한 가슴을 강조한 속옷 차림에 빨간 가면을 쓴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짜 괴물의 박제를 만들고 실의에 빠진 프롱삭에게 접근, 매음굴의 비밀에 대해 살짝 알려준다. 마을의 권력자들에게 쾌락을 제공해주면서 동시에 이중거울로 그들의 음모를 감시하고
<늑대의 후예들> 매음굴의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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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액션 스타 토니 쟈의 화려한 무에타이 기술로 주목을 받은 영화 <옹박: 두 번째 미션>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국내에 출시된다.
DVD와 VHS가 11월 중 출시되는데, 특히 VHS의 경우 본고장인 태국보다도 2주 앞선 11월 10일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안방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그런 혜택을 받게 된 데에는 씁쓸한 이유가 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연하고 있는 불법 동영상으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제작사의 자구책이기 때문. 불법 동영상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이 DVD 시장뿐만 아니라 영화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제작사의 노력과는 별도로 네티즌들의 각성도 절실한 시기다.
<옹박: 두 번째 미션>은 전작 <옹박>으로 스타덤에 오른 토니 쟈가 프라차야 핀카엡 감독과 다시금 손잡고 만든 태국산 액션 영화. 빼앗긴 코끼리를 되찾으려는 무에타이 고수 캄이
<옹박: 두 번째 미션> 세계 최초 국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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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계와 음반업계로부터 저작권침해 혐의로 제소당한 P2P업체 그록스터가 운영을 중단하고 피해보상금 5천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이 11월8일 보도했다. 그록스터는 앞으로 불법다운로드를 직간접적으로 조장하는 일체의 서비스를 영구히 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중단 결정은 지난 7월초 “개인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 P2P업체도 위법을 행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미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현재 폐쇄된 그록스터의 홈페이지에는 “우리가 그동안 제공한 서비스는 불법 판정을 받았다. 향후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공지만 올라있는 상태다. 개인간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업체인 그록스터의 이번 결정은 다른 업체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튜디오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미국영화협회(MPAA)의 댄 글릭먼 회장은 “대법원의 명확하고 강력한 판결 덕분에 P2P프로그램 사용은 ‘도둑질’이라는 인식이
그록스터, P2P서비스 영구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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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일본 아가씨
港の日本娘 | 1933년 | 감독 시미즈 히로시 | 출연 오이카와 미치코, 이노우에 유키코
시미즈 히로시의 영화들에는 추락해버려서 떠다니는 신세가 된 영혼들이 자주 나온다. <항구의 일본 아가씨> 역시 그런 주인공이 사랑과 우정의 문제로 동요(動搖)를 경험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요코하마에 사는 스나코는 헨리라는 이름의 멋지게 생긴 남성과 교제 중이다. 하지만 자신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그녀는 남자친구의 다른 연인을 총으로 쏜다. 세월이 흘러 스나코는 교도소를 나와 고베의 바로 흘러들어온다. 그 사이에 헨리는 스나코의 절친한 친구 도라와 부부 사이가 되어 있었고 고향에 돌아온 스나코는 그들과 재회한다. <항구의 일본 아가씨>는 이야기의 얼개만 놓고 보면 뻔하게 감상적인 멜로드라마를 예상할 수 있는 영화이지만 인물들의 심리보다는 어떤 환경 속에 놓인 인물을 관찰하는 시미즈 특유의 시선에 의해 세련미를 획득했
감독의 스튜디오, 쇼치쿠 110년 [4] - 쇼치쿠 대표작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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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견지에서 보자면, 후지산을 담은 쇼치쿠의 그 오래되고 친숙한 로고 숏은 이제 영화의 인장이 스타가 아니라 감독에게 속하게 되었음을 알리는 한 증표이기도 했다. 일본 영화사를 서술하는 이들은 그런 흐름이 대략 1920년대 초, 즉 쇼치쿠가 당시 할리우드에서 카메라맨으로 활동하던 헨리 고타니(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아홉살 때 부모와 함께 하와이로 이주했던)를 데려와서 영화에 대한 선진의 기술들을 전수받은 때로부터 발원했다고 쓴다.
하지만 영화사 시스템의 중심을 스타에서 감독으로 완전히 옮겨놓은 이는 기도 시로(1894∼1977)라는 인물이었다. 도쿄제국대학을 졸업하고 1924년, 서른이란 이른 나이에 쇼치쿠 가마타 촬영소의 소장 자리에 오른 그는 신파극과 가부키의 묵은 유산을 털고 내용과 스타일 양면에서 ‘모던한’ 풍취가 나는 (순)영화들을 제작하고자 했다. 그의 영향을 받은, 또는 그와 뜻을 같이하는 쇼치쿠의 감독들과 조감독들은 기도 앞에서 토론할 기회를 가졌고 외국영화들을
감독의 스튜디오, 쇼치쿠 110년 [3] - 쇼치쿠가 사랑한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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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치쿠 누벨바그와 <남자는 괴로워>
1953년 텔레비전이 첫 등장할 때만 해도 영화계의 우려는 크지 않았다. 1958년 당시 관객은 현재의 10배인 연간 11억2745만명에 달했다. 민간방송 출범 당시 영화계도 미국에 시찰단까지 보냈지만 흐지부지되었고 방송국은 신문사들이 맡게 된다. “여기에서 영화계의 운명은 갈렸다”고 하마노 교수는 말한다. 1965년 관객이 3억6천만명으로 격감했고, 1975년엔 처음으로 일본영화 관객이 외국영화 아래로 떨어졌다. 장기가 TV의 홈드라마, 가정극과 가장 비슷했던 쇼치쿠가 가장 타격이 컸다. 이전까지 확고한 업계 1위였던 쇼치쿠는 1958년 이미 3위로 떨어졌다.
하마노 교수는 역설적이지만 “일본에 홈드라마라는 장르를 확립한 것”이 쇼치쿠의 기여라고 했다. 기노시타 감독은 1970년대 실제 <TBS>가 지원해준 기노시타 프로덕션을 통해 수많은 홈드라마들을 만들어냈다. 일본의 2대 드라마 작가 중 한명인 야마다 다이치는
감독의 스튜디오, 쇼치쿠 110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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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형제가 사람들에게 영화라는 멋진 신세계를 선사한 지 110년인 올해. 일본의 영화 메이저 스튜디오 중 하나인 쇼치쿠가 11월에 110주년을 맞는다. 쇼치쿠는 1895년 교토의 유명 가부키 극장을 오타니 다케지로가 인수한 데서 시작되었다. 쌍둥이 형인 시라이 마쓰지로 역시 극장흥행업주였는데, 1902년 <오오사카 아사히 신문>에 두 형제의 이름을 따 ‘쇼치쿠의 신년’이란 제목의 기사가 나며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다. 형제가 영화계에 뛰어든 건 1920년, ‘쇼치쿠 키네마 합명사’를 만들면서다. 1912년 일본 최초의 영화사로 닛카쓰가 태어났지만 중간에 문을 닫았던 데 비해 쇼치쿠는 중단없이 110년을 ‘생존’해왔다. 말이 쉽지, 100년 넘게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유지되어온 건 세계에서 드문 예다. 쇼치쿠의 부침의 역사는 일본 영화사의 부침과 궤를 같이한다. 이 오래된 일본영화의 시니세(대를 잇는 노점포)의 과거와 오늘을 들어봤다.
도쿄의 긴자에서 몇분만 쓰키지
감독의 스튜디오, 쇼치쿠 110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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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살
감독 이치카와 곤 | 출연 스즈키 히로오, 후나코시 에이지 | 88분 | 제작 다이에 | 1962년
막 태어난 사내아기 타로의 독백이 영화를 연다. “발을 움직였더니 체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고독을 깨닫고 슬퍼졌다.” 아기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스타일이 에이미 해커링의 1989년작 <마이키 이야기>를 앞선 가족영화다. 그러나 아기를 관찰자로 내세워 결국 어른들의 사연을 풀어놓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 전체를 ‘육아’라는 테마에 바쳤다. 8남매를 둔 타로의 이모는 “애들이 빽빽 울 때면 한 셋쯤 죽여버릴까 생각도 해”라면서도 동생에게 아이를 더 갖지 않냐고 묻는다. 하지만 신세대 초보부모는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아기 기르기에 위험한 신식 가옥 구조부터 고부간의 육아 갈등까지, 고도 경제성장 시대 일본의 젊은 샐러리맨 부부가 첫 아이를 키우며 겪을 만한 시행착오들을 두루 보여주는 연출은, 다큐멘터리적 분위기를 낸다. 타로 역의 아기는 3240:1의 오디
제2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가이드 [3] - 프리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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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한 여자
감독 다카하시 반메이 | 출연 시모모토 시로, 야마지 가즈히로, 사노미 요시코 | 67분 | 제작 다카하시 프로덕션 | 1981년
걸출한 핑크 무비 감독 다카하시 반메이가 1981년 만든 수작. 그해 다카하시 반메이는 17편의 핑크영화를 연출했다. 띠동갑인 젠상과 히로시는 가출소녀 찾기부터 남창 노릇까지 공중전화로 잡다한 청탁을 접수해 먹고사는 해결사다. 둘이 자주 들르는 술집의 미미는 젊은 히로시를 짝사랑하지만, 정작 미미를 사모하는 남자는 젠상이다. 자기를 갉아먹는 삶에 지쳐가던 두 남자는 야쿠자 보스의 정사 사진을 찍으면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인생 역전을 꿈꾼다. 결국 히로시는 미미에게 희생을 부탁하고 두 남자와 ‘한패’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어온 미미는 순교자 같은 태도로 응한다. 짧은 러닝타임과 그 대부분을 지배하는 섹스신에도 불구하고 극히 단순한 장면으로 날것의 감정을 섬뜩하게 드러내는 화술과 돌파력이 인상적이다. <쉘 위 댄스>의 수오
제2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가이드 [2] - 프리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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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광식이 동생 광태>가 첫선을 보였다. 7일 메가박스 1관에서 오후 2시 기자 시사회를 가진 <광식이 동생 광태>는 지난 3월 7일부터 5월 14일까지 총 45회의 촬영을 마치고 5개월의 후반작업을 거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인사에 나선 심재명 MK픽처스 사장은 “2.35대1의 비율로 만들어진 영화라 사운드나 화면비를 고려해서 시사를 이곳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공들여 키운 자식, 최대한 예쁘게 보여드리고 싶은 부모 심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현석 감독은 “네번째 보는 것이다. 취재나 기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몰입하셔서 편하게 즐기셨으면 한다”는 말을 건넸다. 김주혁과 함께 주연한 봉태규는 “지금도 분위기 싸한데 진지하게만 보지 마시고 재밌게 봐 주세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주인공 광식(김주혁)이 짝사랑했던 윤경(이요원)과 마주 앉은 1997년의 동아리방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후 7년이 흐르고 두사람은 결혼식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지만 광식
<광식이 동생 광태> 언론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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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딩가딩가 딩딩딩> <살아 있는 게 최고야 죽으면 끝이지 당선언> <당한 여자> <하늘이 이렇게 푸를 리 없다>. 이처럼 자못 예사롭지 않은 제목의 영화들이 몰려오는 축제는 11월1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리는 제2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주최 일본 문화청, 공동주최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일본 영상산업진흥기구 VIPO)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의 제목만이 아니다. 재미는 이번 영화제가 소개하는 대중 장르영화들의 다름 아닌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청춘물과 로망 포르노를 중심으로, 문화교류가 단절된 동안 만들어진 일본 대중영화 45편을 상영해 평균 좌석점유율 약 75%를 기록한 2004년 ‘사랑과 청춘 1965-1998’에 이어 열리는 제2회 일본영화제는 장르를 테마로 선택했다. “첫해의 대중적 호응을 이어가면서도 장르가 유난히 번성한 일본 영화산업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고, 서구의 필터로 걸러지지 않은 일본영화를 선
제2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가이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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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익스프레스>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탄탄한 드라마와 참신한 시각효과를 조화시키는 감각과 능력이 탁월한 연출가다. 이러한 특성은 <백 투 더 퓨처> 3부작과 <포레스트 검프> <콘택트> <왓 라이즈 비니스> 등의 대표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당대의 가장 첨단인 테크닉이 활용되었으면서도 적절한 드라마의 배분이 돋보이는 저메키스의 작품들은 때로 드라마를 놓치거나 아예 배제하기도 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저메키스는 <포레스트 검프>에서 시작하여 <캐스트 어웨이>로 이어져 온 톰 행크스와의 공동 작업으로도 유명한데, 이번에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동화를 바탕으로 실사 영화가 아닌 풀 3D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 지난해 겨울에 공개되어 가족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던 <폴라 익스프레스>가 바로 그것.
크리스마스를 믿지 않는 한 소년이 산타와 요정들이 살고 있는
<폴라 익스프레스> 더할 나위 없는 크리스마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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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는 기출시된 고전영화 DVD 중 가장 사랑받은 작품을 대상으로 특별한 DVD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벤허>에 이어 선택된 작품은 <오즈의 마법사>다. 디지털 복원된 영상과 소리 그리고 오래된 영화답지 않게 훌륭한 부록을 자랑했던 기출시본을 다시 업그레이드한 특별판은 화려하기 그지없다(다만 한국판엔 미국판과 달리 원작자 L. 프랭크 바움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세 번째 디스크가 없다).
특별판은 색 표현이 더욱 화려해지고 섬세함을 더했는데, 기존판의 부드러운 영상과의 비교는 숙제로 남겨둔다. 부록의 경우 시간만으로도 4시간을 훌쩍 넘기는데, 전문가와 출연진 등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음성해설, 안젤라 랜스베리가 읽어주는 원작의 발췌본, 복원과정에 대한 기술적인 해설, 동영상에 내레이션을 입힌 출연진 소개, 메이킹 필름, 제작에 참여한 사람과 가족들의 기억과 평가, 분야별 전문가의 영화에 대한 분석과 헌사, 영화가 다양하게 변
<오즈의 마법사 SE> 원작동화에서 만화까지, 4시간 특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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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잔영이 깔려 있는 비엔나에서 미국인 심리분석가 린든(아트 가펑클)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밀레나(테레사 러셀)란 여인과 우연히 알게 된다. 체코인과 결혼했던, 냉전시대에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이 여인에게 린든은 육체적으로 급속히 빨려든다. 하지만 육체적 몰입만큼 소유와 집착에 대한 심리적 압박 역시 도를 넘어서게 되고, 결국 연인은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파멸의 순간으로 내몰린다.
영국 출신 감독 니콜라스 뢰그의 1980년 작품 <배드 타이밍>은 데뷔작 <퍼포먼스> 이래 <워크어바웃> <지구로 떨어진 사나이> 등을 통해 독특한 시네아스트의 세계를 구축했던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극한적인 소재 선택과 실험적 영상, 시공을 뛰어넘는 복잡한 내러티브, 그리고 대담한 성의 표현 등으로 발표 당시부터 큰 반향과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배드 타이밍>은 정체성과 존재의 대립 그리고 이 사이의 소통의 부재를 즐겨
<배드 타이밍> 니콜라스 뢰그의 기이한 알레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