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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이 번진 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빅터(제비어 알바라)는 이상한 결심을 한다. 자기의 목숨을 구하는 방법을 찾으려 하기보다 폐허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여자를 구하기로 한 것이다. 그의 여자 애나(아드리아나 다비도바)는 미용사지만 지독한 마약 중독자. 빅터는 언제나 몰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본다. 그러고는 마침내 구원의 손길을 뻗기라도 하듯 그녀를 납치하여 말 그대로 개목걸이를 채운 뒤 감금시킨다. 그러면서 영화는 의외의 방향으로 튄다. 애나는 금단현상으로 점점 힘들어하고, 빅터는 그녀의 정신을 구하기 위해 그녀의 육체를 혹사시킨다. 불행한 과거를 지니고 있는 애나의 정신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빅터가 죽기 전에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빅터와 애나는 서로 무언가를 이해하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스페인영화 <감각의 신드롬>은 숭고하지만 흔해빠진 말, 구원의 드라마를 펼쳐 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 처한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
숭고하지만 흔해빠진 구원의 드라마, <감각의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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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살던 미국인 카일(조디 포스터)은 남편이 추락사한 뒤 6살 난 딸 줄리아와 뉴욕의 친정집으로 향한다. 깜박 잠이 든 사이 딸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카일은 전직 항공사 엔지니어답게 기내 구조에 관한 지식을 총동원, 승무원들의 협조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상 항공사로부터 줄리아의 탑승 기록이 없다는 전갈이 날아오고, 기장 리치(숀 빈)를 비롯해 승무원들은 그녀가 남편을 상실한 충격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킨다고 여긴다. 기내 보안관 카슨(피터 사스가드)은 승무원들을 설득하는 한편 카일을 진정시키려 한다.
<플라이트 플랜>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이 스릴러는 영화 안에서 두 종류로 나뉘는데, 줄리아는 탑승한 적이 없고 모든 것이 카일의 착각이라는 분위기로 몰고가는 전반까지는 사이코스릴러에 가깝다. 카일이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는 순간과 사망 전날 남편과 함께했던 기억이 교차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호러영화의 공포심마저 유발한다. 그러다 줄리아의 탑승이 카일에게나 관
새롭지 않은 ‘비행기 영화’, <플라이트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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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기적은 그렇게 온다. “연탄 간다는 핑계로 학교를 땡땡이치는” 품행제로 소년 네모(김관우). 그의 꿈은 미혼모의 남편이 되겠다는 것이다.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면회하고 돌아온 뒤, 엄마가 정신을 잃고 목숨까지 버리자, 네모의 “골때리는” 꿈은 더욱 굳건해진다. 게다가 상대까지 만났다. 바로, 엄마가 운영하던 시계방 자리에 만화방을 차린 미혼모 부자(염정아). 스무살 많은 여인을 향해 연애편지를 보내는 네모의 엉뚱한 순정은 ‘어느 날 갑자기’ 현실이 된다. 부자의 어린 아들 기철을 구하기 위해 불구덩이 극장으로 뛰어들었던 날 이후, 네모는 보송보송 솜털 대신 까칠한 수염을 단 서른셋의 어른이 되어 있다.
<소년, 천국에 가다>는 몸은 어른이되, 마음은 아이인 네모(박해일)의 소동과 진심을 담으려는 성장영화다. 하루에 1년씩 늙어가는 시한부 삶을 결국 받아들이는 네모의 안간힘은 그저 사춘기 소년의 무모한 애정 때문만은 아니다. 기적 뒤에는 언제나 갈망이
기적을 불러낸 소년의 진심을 담은 성장담, <소년, 천국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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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실패한 사랑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한다. 그들도 처음엔 그랬다. 먼저 여자가 충동적으로 남자의 기억을 지워버렸고, 배신감을 느낀 남자도 여자의 기억을 지우려 한다. 문제는 멜로의 관객으로서 우리가 주인공의 이별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절박하게, 그 자신이 지나간 사랑과 추억을 되돌리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그 남자, 조엘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사랑의 추억들과 그것들을 부여잡는 남자의 안간힘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누군가의 의식과 무의식 위를 떠다니는 경험이란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의심스럽다면 이 조합을 눈여겨보라. 찰리 카우프만의 시나리오를 미셸 공드리가 연출했다.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 현상과 실재의 분열과 융합을 즐겨 다루는 그들이 손을 잡았다.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는 니체의 말이 ‘연애’의 실전에서 과연 유효한가, 하는 물음을 던지며.
<이터널 선샤인>의 도입부는
대단히 감상적이면서도 성찰적인 사랑 이야기, <이터널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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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혁(김래원)은 동료 깡패들마저 악질이라고 치를 떠는 나쁜 청년이다. 형사로 심어둔 끄나풀을 잃은 조직은 동혁을 그 대타로 키우기로 결정하고, 폐교에 가두어둔 채 조련사 범표(강신일)에게 훈련을 맡긴다.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동혁. 그는 차라리 죽겠다고 발버둥을 치지만, 마침내 검정고시와 경찰시험을 통과하여 순경이 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아무 놈이나 팰 수 있으니까” 형사가 돼도 좋다고 생각했던 동혁은 차츰 조직의 개보다는 형사로 살고 싶어진다.
형사와 깡패는 종이 한장 차이다.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깡패처럼 막무가내로 범인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형사의 모습을 <공공의 적> <와일드 카드>보다도 과감하게 밀어붙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구동혁은 타고난 나쁜 놈, 출신이 깡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분명한 전제인 ‘천하의 나쁜 놈’은 영화 내내 이리저리 방황한다. 구동혁은 진정 하늘도 눈을 가릴 패륜아였을까. 그
깡패의 자질을 발휘하는 형사 코미디, <미스터 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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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토크>는 <여자, 정혜>로 가능성을 보여준 이윤기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첫 장편영화 <여자, 정혜>에서 주목의 요점이 된 이윤기의 그 가능성이란 주인공 심정의 솜털까지도 만지는 듯한 세심한 관찰도와 정확한 재현력이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영화에 와서 보니 그 관찰과 재현의 관심이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지가 좀더 분명해졌다. 감독 스스로가 의식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두 번째 영화인 지금까지 그의 영화적 관심은 오로지 정박의 삶을 사는 사람들로부터 기인한다. 더러는 그 정박의 삶에 바탕하고 나서야 이야기이자 주제인 사랑의 시작과 또 다른 시작을 상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자, 정혜>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러브토크>에서 먼저 알아차려야 할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언제나,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어김없이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점은 이 영화를 볼 때 중요한 실마리다. <러브토크>는 인
정박의 삶을 털고 일어나다, <러브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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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무라카미 류가 자신의 소설인 ‘토파즈’를 원작으로 영화화 한 작품인 <도쿄 데카당스>의 개봉을 앞두고 방한한다. <도쿄 데카당스>는 SM클럽에서 일하는 22살의 고급 콜걸 ‘아이(사랑)’의 눈으로 섹슈얼 판타지에 매달리는 현대인들의 고독한 초상을 그려낸 작품. 심의과정에서 노골적인 성행위와 SM 장면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수입추천 불허를 받아 상영이 원천봉쇄 되기도 했으며 이후 3차례의 제한상영가 판정끝에 관객과 만나는 영화다. <도쿄 데카당스>는 씨네큐브 광화문 5주년 기념작으로 12월 2일 개봉예정이다.
<도쿄 데카당스>의 무라카미 류 감독 방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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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만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의 케이트 허드슨이 자신을 거식증 환자로 묘사한 사진과 기사를 내보낸 타블로이드 매체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유명배우 골디 혼의 딸이기도 한 케이트 허드슨은 “문제의 사진들이 심각한 섭식 장애를 겪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켜 어머니(골디 혼)와 가족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다”고 변호사를 통해 주장했다. 런던의 법률회사 쉴링즈는 “이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도 배우 경력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허드슨 양은 절대 거식증을 앓고 있지 않으며 비정상적으로 마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될 매체에는 미국의 <내셔널 인콰이어러>와 영국의 <히트>(Heat), <데일리 메일> 등이 있다. 특히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골디 혼이 딸 케이트 허드슨에게 좀 먹으라고 말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10월에 내보냈다.
케이트 허드슨, “난 거식증 환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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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청소년의 40%가 영화 속 흡연장면을 따라해 본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미국소아과학회지>에 발표됐다. 이번 결과는 영화 속 흡연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밝혀낸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11월7일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다트머스 의학대학 연구자들은 10~14살 652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흥행작 50편 중 학생들이 봤던 영화를 고르게 한 뒤, 이들의 흡연 경험을 비교한 결과 영화에서 가장 많은 흡연장면을 본 학생이 가장 적은 흡연장면을 본 학생보다 흡연을 시도한 횟수가 2.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는 학생 100명당 38명꼴로 영화에서 본 것을 따라했다고 답했다.
조사를 시행한 소아과 교수 제임스 사전트는 “이 연령층의 아이들은 영화의 흡연장면에 노출되면 큰 사회적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영화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의식에 파고들기 때문에 부모나 친구가 담배를 피
美청소년의 40%, “영화 보고 흡연 따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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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용도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영화뿐 아니라 각종 연극 및 콘서트를 보여주는 극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 씨너스는 10월7일부터 30일까지 분당점의 한 관에서 매일 1회씩 <발칙한 미망인>이라는 연극을 상연한 바 있다. 관계자는 “186석짜리 소극장이지만 평균적으로 회당 50%가 넘는 관객이 왔다. 11월에는 앙코르 공연을 다시 할 것이다. 내년 3월에는 연극이나 콘서트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개관하는 극장에는 공연에 적합한 무대 조명이나 음향 시스템을 설비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시네코아 역시 1관을 개보수하여 ‘채플린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채플린 엔터테인먼트가 제공하는 코미디 연극 <마누라가 예뻐보여요>를 11월12일부터 1회씩 3개월 정도 상연할 계획이다. 극장쪽은 향후 라이브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이 밖에도 대학로에 자리한 멀티플렉스 극장 판타지움 5층 컬투홀에서 10월22일에 시작한 개그쇼는 11월30일까지 이어진다.
씨
[충무로는 통화중] 멀티플렉스의 이유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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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내내 승승장구를 거듭한 한국영화의 기세는 10월에도 계속됐다. CJ-CGV의 10월 영화산업분석자료에 의하면, 한국영화 전국 시장점유율은 75.9%를 기록하여 3개월 연속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순항을 이어갔다. 10월까지 누적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도 서울 55.0%, 전국 59.3%를 기록하여 2년 연속 50%를 넘기는 것은 무난하리라 예상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1월 -17%로 시작한 전년 대비 누적관객 수가 드디어 반전됐다는 점이다. 9월까지 전년대비 누적관객 수에 못 미치던 수치는 10월에 들어서며 1억1870만4738명을 기록했고, 이는 2004년의 1억1688만2322명을 1.6% 상회한 결과다. 이것은 1996년부터 매년 기록했던 전체 관객성장을 10년 연속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10월 국내 영화시장의 일등공신은 단연 멜로영화였다. 가을 멜로영화 삼총사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너는 내 운명
10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75.9% 기록, 3개월 연속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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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일본에서 방송된 이래 <기동전사 건담>과 함께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동전사 Z건담>이 20년 만에 극장판으로 제작되어 올해 5월 개봉했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될 이번 극장판은 완전히 새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예전 TV판의 영상에 신작 영상을 추가해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단순 재편집, 재구성으로 제작된 극장판은 절대 아니다.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는 이 작품에 'New Translation' 즉, 새로운 해석이라는 부제를 붙이며 21세기 감각에 맞는 새로운 Z건담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일단 1부에 해당하는 <별을 잇는 자>는 시리즈 도입부인 관계로 스토리 라인의 커다란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캐릭터 간의 인간관계가 TV판과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암시는 여러 장면을 통해 엿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인물은 주인공 카미유. TV판에서 반항적이고 타인에게 상처만 주던 '카미
박창선의 애니산책 <기동전사 Z건담 - 별을 잇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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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이 40%의 시청률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위 <슬픔이여 안녕>, 3위 <프라하의 연인>, 4위 <별난여자 별난남자>라는 상위권 순위도 3주째 변동이 없다.
KBS2의 주말연속극 <슬픔이여 안녕>는 꾸준한 시청률로 2위를 지켜가고 있으며, <프라하의 연인>은 12회에 처음으로 30%를 넘어섰으나 지난 주에는 또다시 시청률이 하락, 27.1%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 윤재희(전도연)가 사랑에 쩔쩔매는 모습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초반에 강점으로 작용했던 톡톡 튀는 대사들이 극 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대사만을 위한 대사가 되면서 식상해졌기 때문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밖에 KBS2의 개그콘서트가 고른 인기를 얻으며 2주 연속 5위에 올랐으며, SBS의 일요일이 좋다, KBS2의 스펀지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지난 주에 첫 방송을
<이 죽일 놈의 사랑>은 17위로 데뷔, 금주 새로운 드라마들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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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가로 유명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 자신의 신작 <다케시들의 것>까지 험담의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 5일 도쿄에서 열린 개봉 기념 무대인사에 참석한 기타노 감독은 “촬영 당시 머리가 이상했고 편집할 때는 조울증이 심했다”며 자신도 영화의 완벽한 스토리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베니스 영화제에 상영된 이래 수많은 인터뷰를 가졌지만 “평론가로서 이해한 사람은 6명 정도뿐, 다들 이해하는 척하기만 했다”면서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느끼기만 해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으로 영화평론가들을 향해 독설을 날리기도 했는데 “고다르나 펠리니 영화의 난해함에 비하면 내 영화는 100분의 1수준인데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글을 써댄다”며 뼈 있는 발언을 던졌다.
기타노 다케시, 자기 신작까지 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