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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영화제를 즐긴다? 2005년 개관한 성남아트센터는 국내의 다양한 영화제 참가를 지원해주는‘영화제 나들이’라는 행사를 시작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하는 행운을 잡은 주인공들은 6명. 말년 휴가를 나왔다는 군인 정주환씨, 고등학교에서 영화 동아리 지도를 맡고 있는 김정옥씨 등 참가자들은 천차만별의 사연을 가졌지만, <빠오 이야기> <IT의 황제> <칸 쿠웨이> 등 다양한 영화를 함께 보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끈끈한 사이가 됐다. 김아름씨가 “영화를 통해 특별한 유대를 만들 수 있었다”며 만족을 표하자, 한지윤씨와 최혜정씨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입을 모은다. “평소 접하기 힘든 비주류 영화를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임을 강조하는 강영경씨, “주부의 일상에서 벗어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김정옥씨 등 참가자들은 열띈 얼굴로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군 생활 2년 동안 못했던 것을 한번에
성남아트센터 지원으로 영화제 참가한‘영화제 나들이’참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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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하는 사람들의 눈빛과 미소 때문이었을까..? 그 영화를 보다 문득 라다크가 생각났다.
라다크는 인도 속의 ‘작은 티베트’라고 불리우는 곳이다. 해발 4000m를 넘나드는 고원의 사막지대이자, 1년 중 8개월 이상 혹한의 겨울이 계속되는 척박한 땅이기도 하다. 라다크 사람들은 겨울이 아닌 3~4개월의 기간 동안 쉼 없이 일을 해야 최소의 생존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곳 사람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너무나 아름답다. 강한 태양과 추위로 인해 피부는 검고, 주름은 깊지만, 환한 미소가 있기에 그들의 얼굴은 너무나 아름답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그리 풍족하지 못한 생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 곳에서 지내는 동안 내가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건, 아마도 그들의 전염성 강한 미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미소가 그랬다. 일본 홋카이도 재일 조선인 학교 사람들의 이야기를
민용근의 부산유랑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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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I Don't Want to Sleep Alone
감독 차이밍량 / 대만/ 2006/ 115분/ 아시아영화의 창
샤오캉(이강생)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한 골목에서 깡패들에게 당한다. 라왕(노먼 아툰)은 한길에 쓰러진 샤오캉을 데려와 돌보며 마음을 준다. 샤오캉은 커피숍에서 일하는 아가씨 치이를 좋아한다. 치이도 샤오캉이 싫지 않다. 치이네 가게의 중년 여주인도 샤오캉을 맘에 들어 한다. 집 없는 샤오캉은 그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고 라왕과 치이와 가게 여주인의 품을 번갈아 떠돈다.
이 영화에서 이강생은 1인2역을 맡고 있기도 한데 그가 맡은 나머지 역할은 치이네 가게 여주인의 뇌사 환자 아들이다.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것 같은 이강생의 두 얼굴, 혼자 잠든 사람들을 응시하는 감독의 긴 시선, 무성영화에 가까운 침묵, 넘실대는 감정을 대신한 말레이시아 옛 가요들, 인물들의 심리적 풍경을 외면화한 물 고인 폐허건물, 사랑이란 감정의 언저리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차이밍량의 영화,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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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태어나지 않는다, 단지 만들어질 뿐이다. 씨네21과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하고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가 공동기획한 특별강좌 ‘스타시스템 대해부 - 스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10월 14일, 15일 양일간 장산CGV 에서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열렸다. 이번 강좌는 일반 관객이 스타 매니지먼트 전반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자리였다. 경영학과 대학생부터 패션브랜드 실무자, 영화관계자까지 100여명의 다양한 관객들이 참석했고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 정영범 대표가 강좌의 포문을 열었다. 정영범 대표는 스타 시스템의 기본 개념과 구조를 소개하고 스타시스템 중심으로 변화된 매니지먼트의 연대별 변천사를 언급했다. "스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 스타매니지먼트”라고 운을 뗀 정 대표는 기획, 현장, 홍보, 스타일, 트레이닝 매니지먼트 업무를 세분화하고, 기획이나 스타일, 트레이닝처럼 장기적인 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정대표는 기무라 다쿠야를 벤치마킹한 원빈, 비주
스타는 전략적 비지니스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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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의 스크린쿼터는 전세계 문화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주최하는 ‘FTA와 문화다양성협약 그리고 스크린쿼터 국제 컨퍼런스’가 10월15일 해운대 PIFF 파빌리온에서 열렸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방은진 영화감독, 클로드 미셸 프랑스 CGT 공연예술노조 위원장 등 7명의 발제자가 참석했으며, 제1부 ‘한미 FTA와 스크린쿼터:대표적 위기 사례’와 제2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왜 국제법상으로 무역협정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가?’의 순서로 진행됐다.
PIFF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성기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문화다양성협약이 채택된 지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가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인삿말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첫번
“스크린쿼터는 세계 문화다양성 위한 상징적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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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Hana
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2006/127분/아시아 영화의 창
1702년 도쿠가와 막부 5대 쇼군 츠나요시 치하의 태평시대. 아오키 소자에몬(오카다 준이치)은 아버지의 원수 가나자와 주베이(아사노 다다노부)를 좇아 한 시골마을로 흘러든다. 집안에서 부쳐주는 돈으로 생활을 유지하며 세월을 보내던 그는 과부 오사에(미야자와 리에)와 사랑에 빠지고, 어느새 복수보다는 평화로이 정착할 것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어느날 가나자와의 소재가 밝혀지고, 소자에몬은 집안으로부터 복수를 서두를 것을 종용받는다.
<하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최초의 시대극이자 사무라이극이다. <디스턴스> <아무도 모른다> 등 전작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시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적인 필치로 그려냈던 그는 기존의 모든 클리셰를 지워낸 새로운 사무라이극을 창조했다. 현란한 검술을 자랑하는 영웅이 아닌 칼 한번 제대로 빼본 적 없는 유약한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누추하지만 소중한 삶의 감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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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한, 혹은 조 한. 린킨 파크의 DJ로, 화려한 스크래치를 구사하는 사나이. 한국인 2세로, 한국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아온 그는 그룹의 뮤직 비디오를 직접 연출해왔다. 하늘을 나는 고래(<In The End>), 거미와 코끼리의 하이브리드(<Somewhere I Belong>) 등 독특한 감성을 선보여 온 그는 첫번째 단편영화 <더 씨드>의 감독 자격으로 부산을 찾았다.
“거리의 노숙자를 보고,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출발점이 됐다.” <더 씨드>는 LA의 노숙자 ‘성’의 이야기다.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그를 둘러싼 군사적 음모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치닫는다. “액션, SF,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느낌을 통해, 계급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조 한은 만화가를 꿈꿨다. 미대에 진학해 그림을 공부하던 그는 곧 특수효과 프로덕션에 들어갔고, 린킨 파크에 합류하기 전까지
단편 <더 씨드> 감독으로 부산 방문한 린킨 파크의 DJ 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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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Stone Mountain
두 하이빈/ 2006/ 중국, 한국/ 123분/ 와이드 앵글-아시아 다큐멘터리4
폭발적인 경제 성장은 도시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대도시는 점점 더 커져야만 한다. 도시 외곽은 강박적인 개발 물결에 휩쓸린다. 그렇다면 도시 외곽에 살던 농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땅값이 올라 돈방석에 앉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는 나라, 중국의 농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두 하이빈 감독의 <돌산>은 땅을 잃은, 다시 말해 모든 것을 잃은 농민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들은 푸른 채소를 가꾸는 대신 회색의 채석장에서 일한다.
영화는 돼지머리를 빈약한 상에 얹고 고사를 지내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베이징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화강암이 많은 돌산이 있다. 카오 형제와 위, 그리고 장. 이 네 남자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땅을 빼앗긴 농부다. 40대의 나이, 이들은 오로지 수작업으로 채석에 나선다. 이 화강암은 베이징의 고급
땅을 잃은 농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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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그의 아내 My Friend & His Wife
신동일/한국/2006/110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2005년 <방문자>로 데뷔한 신동일 감독의 두번째 장편. 공항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재문은 미용사인 아내 지숙과 함께 미국 이민을 준비하지만, 이주 자금을 사기당해 좌절하고 만다. 재문의 군대 고참이자 절친한 친구인 예준은 한때 민중혁명을 꿈꾸었던 운동권이었고 재문의 아기에게도 민혁(민중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라고 조른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잘나가는 외환딜러다. 갓난아기를 돌보다가 지친 지숙이 미용박람회를 보러 파리에 가있는 동안 재문과 예준은 재문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신다. 재문이 불법주차한 예준의 차를 치우러 나간 사이 예준은 실수로 민혁이를 질식사시키고, 재문은 별다른 이유 없이 그 죄를 뒤집어쓴채 교도소에 간다. 지숙에게 마음이 있는 듯했던 예준은 홀로 남은 그녀를 돌보아야하는 입장이 된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폐쇄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헛된 죄의식이 어른거리는 영화, <나의 친구, 그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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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비쥬 비스와나스 감독은 부산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그의 단편영화 <여정>은 1999년 4회 행사에서 와이드앵글 부문에 출품됐으며, 장편 데뷔작 <데자뷔>는 2001년 6회 때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상영됐다. 그리고 그가 5년만에 만든 신작 <아주 특별한 축제>는 10월14일 부산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인구도 몇 안되는 오지마을에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비주 비스나왓 감독을 만났다.
- 14일 첫 상영에서 한국 관객들이 당신의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던가.
= 애초에는 조금 걱정을 했었다. 번역으로는 전달되지 않을 듯한 미묘한 뉘앙스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제대로 이해하면서 웃고 즐기는 것 같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영화란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보편적인 언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척 행복했다.
- <아주 특별한 축제>의 주인공은 자신의 영화에 아무도 관
<아주 특별한 축제> 감독 비쥬 비스와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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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히어로 끄리쉬 Krrish
라케쉬 로샨/인도/2006/174분/오픈 시네마
발리우드 영화는 흥겹긴 하지만 우리 입맛엔 맞지 않는다고? <수퍼 히어로 끄리쉬>는 이같은 통념을 깨줄 수 있는 영화다. 인도영화로는 특이하게도 슈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이 영화는 꽤 높은 수준의 비주얼 효과를 보여줄 뿐 아니라, 날렵한 코미디와 아기자기한 드라마, 볼만한 무술연기, 그리고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화려한 군무와 노래로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숨가쁘게 끌고 간다.
크리쉬나는 모든 분야에서 범상치 않은 능력을 소유한 소년이다. 크리쉬나의 놀라운 능력에 주변의 관심이 쏠리자 할머니는 크리쉬나를 데리고 산골 마을로 이주한다. 그의 부모가 바로 그 특별한 능력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다고 믿는 할머니는 크리쉬나를 외딴 곳으로 격리시키고자 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됐지만, 할머니의 과보호 때문에 크리쉬나의 친구는 동네 꼬마들과 자연 뿐이다. 그 또래의 청년이 그
풍부한 유머감각과 ‘닭살’스러운 재미, <수퍼 히어로 끄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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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통곡> Scream of The Ants
모흐센 마흐말바프/ 2006/ 이란, 인도, 프랑스/ 91분/ 아시아 영화의 창
한 여자가 철로 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녀의 두 눈 위에는 장갑이 놓여있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기차를 세우고 기차에 탄다. 기차에 탄 두 사람은 신과 종교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인도를 여행중인 이 이란 커플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남자는 신의 존재에 회의적이지만 여자는 신의 존재를 굳게 믿는다. 그들이 인도를 여행하는 이유는 여자가 만나고 싶어하는 '전능한 이'를 찾아서였다. 신혼여행길에서 두 사람은 신의 존재와 종교에 대해 끝없이 대화를 나누고 상념에 잠긴다.
여자는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인도 기자에게 자신들이 '전능한 이'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기자의 안내로, 두 사람은 눈으로 기차를 세우는 기적을 행하는 바바를 찾아간다. 과연,
삶과 믿음에 관한 물음표, <개미의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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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 하세요?
........................
<벌이 날다>의 벌은 무슨 의미인가요?
네?..............벌은 침이 있는데...........
그래서 어쨌다는 것입니까?
...........
주인공은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나요?
으음.............잘, 모르겠습니다.........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 <벌이 날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감독이 그런 질문에도 확실하게 대답을 못하자 그것도 모르고 영화를 만들었냐 하며 정말 두 손 높이 들고 완전히 항복한 모양의 얼굴이더군요.
참 난감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때 상황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관객과의 대화 후 진땀을 빼고 극장을 나오자 맑고 맑던 하늘에 불현듯 구름이 끼더니 하늘에선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나~
잠시 후 한참을 퍼붓던 소나기가 그치자 도심 하늘은 다시 화사하게 빛을 머금
부산의 첫추억| 민병훈 감독의 1998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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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과 주말을 빌미삼아 거리로 나온 사람들을 삼켰다가 토해내길 반복하는 스펀지. 그 반대편에서 한가로이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일요일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11시간을 바라본다. 그들은 영화를 보기위해서 멈추고 난 이곳에서 그들을 보기위해 멈춰있다. 이 멈춤이 모두의 행복이길 희망하면서.
휴일을 맞은 15일, 10개의 상영관이 있는 스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