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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합작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가 재상영된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위치한 서울애니시네마는 <파이스토리>를 10월13일부터 22일까지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이경호, 존 폭스, 하워드 베이커가 공동연출한 <파이스토리>는 미국 동부에서 자란 엘리트 황새치 파이가 카리브해로 떠나며 겪는 모험담을 그렸다. 지난 6월 내부시설을 새롭게 단장한 서울애니시네마는 국내 유일의 애니메이션 전용극장이다.
<파이스토리>, 서울애니시네마에서 재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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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영화제가 한국독립영화 두 편에 주목했다.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제25회 밴쿠버영화제에서 용호상 경쟁부문에 초청된 김곡ㆍ김선 감독 <뇌절개술>과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이 특별언급의 영예를 차지했다. 두 영화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뇌절개술>은 <시간의식>, <반변증법>, <자본당 선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본주의 비판의 시선을 가다듬은 김곡·김선 감독의 영화. 한겨울 태백 탄광촌에서 벌어지는 의문사를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냈다.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은 한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을 단 세 컷에 담아낸 도발적인 영화. 30대 남성과 고등학생 주인공의 정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얼굴없는 것들>은 작년 가장 파격적인 독립영화 중 하나로 기억됐다. <뇌절개술>은 한국영상자료원과 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2005 온라인 상영회를 통해
밴쿠버 영화제, 한국독립영화에 손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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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일요일들>이 지방 관객들과 만난다. 인디스토리가 제작한 독립장편 <팔월의 일요일들>은 개봉 2주차를 맞이해 연장 상영에 돌입할 예정. 필름포럼에서 10월19일까지 상영되는 <팔월의 일요일들>은 10월26일에는 광주극장에서 개봉하며, 10월28일과 29일에는 강릉시네마테크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인디스토리가 제작한 <팔월의 일요일들>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에딘버러 영화제에서 호평받았고, 제작 1년 만에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 작은 영화다. <팔월의 일요일들>은 <돼지꿈>, <단순한 열정> 등의 단편으로 잘 알려진 이진우 감독의 연출과 양은용, 오정세, 임형국처럼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는 신선한 얼굴들이 함께 어울린 작품이다.
<8월의 일요일들>, 지방 연장 상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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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승이다. 개봉 2주차를 맞이한 <타짜>가 383만 7052명을 끌어모으며 추석 극장가의 ‘판돈’을 싹쓸이했다. <타짜>의 흥행괴력은 10월 5일부터 8일까지 추석 연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타짜>는 이 기간 동안 서울 46만 4743명, 전국 168만 9084명을 불러들였다. 추석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개봉 첫주 116만명에서 오히려 40% 가량 증가한 주말 관람객 숫자는 장기흥행의 기운을 느끼도록 한다. 첫주 410개였던 전국 스크린도 620개로 1.5배 가량 불어났다. 개봉 주말 100개가 더해졌고, 추석 주말 100개의 스크린이 늘어났다. 잘되는 영화에 몰아주는 극장업계의 심리와 흥행 영화에 쏠리는 멀티플렉스 관객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서울 스크린은 147개, 서울 관객은 112만 5419명.
당초 18세 이상 관람가, 139분의 상영시간 때문에 관객동원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충무로의 관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818만명을 동
<타짜>, 추석극장가 천하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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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용어에 '사사구통'이란 말이 있다. 멍따 4장, 띠 4장, 피 9장으로 모아놓은 패는 많은데, 하나씩 패가 모자라서 점수가 안나는 경우를 뜻한다. <거룩한 계보>는 딱 그짝이다. 코미디로도, 액션으로도, 또는 조폭영화로도, 탈옥영화로도 영 '안난다'. 가령 탈옥영화 <광복절 특사>, <홀리데이>, 오른팔이 보스를 작살내는 영화 <달콤한 인생>, 아예 탈옥해서 보스를 작살내는 영화 <강적> 등 어떤 것과 비교해도 더 재미있거나 진지하거나 멋지거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영화가 조폭사회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려 한다는 데 있다. 영화 <친구>가 제목과는 반대로 '우정 없음'을 일갈하였고, <비열한 거리>가 '의리있는 조폭영화'를 통째로 비웃은 이 판국에 다시금 조폭사회의 우정과 의리를 찾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장진식 유머 혹은 휴머니즘으로 보기도 난감하
[전문가 100자평] <거룩한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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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메이트. 영혼의 동반자라니. 그보다 더 낯간지러운 단어가 있을까. 하지만 마법처럼 다가온 상대 앞에서 여자는 그의 품에 안기는 대신 불편한 현실로 돌아갈 것을 선택한다. 운명을 믿되, 자신의 의지에 대등한 무게를 부여하는 것.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는 사랑을 향한 대책없는 환상도, 불모의 냉소도 거부하는 새로운 사랑학을 내밀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신드롬처럼 퍼져나갔던 그 사랑학의 중심에 이수경이 서 있었다. 털털하고 실수투성이에 때론 안쓰러울 정도로 어설프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여자. <타짜>의 화란은 이수경의 눈가에서 눈물을 걷어내고, 한층 단단하고 견고한 외피를 둘러주었다. 승부의 짜릿함에 모든 것을 내건 남자 고니(조승우)의 마음을 사로잡는 화란은 도박판의 큰손 정 마담(김혜수)과 맞붙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칠 만큼 당돌하고 야무진 여자다.
“과연 제가 화란 역을 맡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신인이 저밖에 없잖아요. 최동
편안할 때 가장 예쁜 우리의 솔메이트, <타짜>의 배우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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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의 세계는 남자들의 굿판이다. 남자들이 전쟁을 하고 남자들이 줄을 타고 남자들이 크게 라디오를 켠다. 그의 세계를 동성우((同性友)적인 동화의 세계라고 말하는 것도 크게 누가 되지는 않으리라. 그런데 이준익의 세계에 들어와 속깊은 여운을 또랑또랑 남기는 여인들이 있다. “호랑이는 가죽 땜시 죽고 사람은 이름 땜시 죽는다”고 외치던 계백 마누라가 그랬고, 장녹수가 그랬고, <라디오 스타>의 다방레지 김양이 그러하다. 손님없는 다방에서 커피를 나르던 김양은 주인공 최곤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해 김추자를 좋아하던 엄마 이야기로 영월과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당돌하고 철없고 촌스럽지만 진실한 페이소스를 간직한 캐릭터다. 딱 이준익의 여인네다.
이제 갓 1년의 경력을 채워낸 신인 한여운의 얼굴은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파티셰 ‘인혜’ 역과 스타 선발 리얼리티쇼 KBS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으로 수백만 시청자의 눈을 잡아챈
본능을 의지로 사수하는 옹골찬 신인, <라디오 스타>의 배우 한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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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인배우 노브레인을 만났습니다. 비주얼록의 반대말인 청년폭도 로커들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에서 강원도 영월의 유일한 록밴드 동강(이스트리버)으로 등장, 왕년의 록스타 박중훈을 형님으로 모시고 졸졸 따라다닙니다. 영화가 좀 짠∼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튀어나와 관객의 뇌수를 아스트랄의 행성으로 사출시켜버리는 골때리는 역할입니다. 영화사는 “평소 노브레인의 엉뚱하며 도발적인 이미지가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매치된다”고 캐스팅 사유를 밝혔더군요. 진짜 이유는 ‘록스타로 등장하는 자신의 미모를 좀더 빛내고 싶었던 박중훈의 계략’이라는 소문이 충무로 안팎에 흉흉합니다. 어쨌거나 보컬인 ‘청년폭도 바다 싸나이’ 이성우, 기타를 치는 ‘삼청교육대 리얼쌍놈’ 정민준, 베이스 주자 ‘미친 듯 놀자’ 정재환, 드럼보이 ‘넌 내게 반했삼’ 황현성. 도저히 정리되지 않는 네 사람의 말들을 도매금으로 묶어 담아냈습니다. 노브레인 레이스로 흘러가는 인터뷰 정리하다가 브레인 데
두 마리 토끼를 향한 노브레인 레이스, <라디오 스타>의 노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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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 소리가 울려퍼진다.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면 변기에 앉은 여자가 보인다. 그녀는 고통을 느끼고 있나, 쾌감을 느끼고 있나. “배설에는 눈물, 콧물, 땀, 대소변, 섹스 같은 게 있을 수 있다. 반면 사랑, 말, 언어는 배설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배설의 경계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서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 <배설의 경계>를 연출한 신재영 감독은 말한다. 고통과 쾌감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작 부분은 자못 충격적이다. 강렬한 영상은 계속된다. 신음하던 여자는 공중 화장실에서 손님을 받는 창녀다. 그녀는 어떤 남자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다 한 손님이 화장실을 찾는다. 그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자고 하지만 여자는 거절한다. 남자는 가차없는 폭력을 행사한다. 여자의 다리 사이에서 하염없이 핏물이 흘러내린다. 대사 대신 내레이션과 민감한 소리만이 흐르는 흑백 스크린 위에는 나체, 사랑, 폭력이 거침없이 담긴다.
“시야에 대한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흑백으로 찍었을
<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7. <배설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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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을 던진 건 분명 꿈속의 여인인데 잠을 깬 남자의 머리맡에 그게 놓여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헤매는 남자는 혼란스럽다. 마르셀 레르비에의 <기이한 밤>은 65년 전에 만들어진 기적이며, 도대체 영화가 진화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작품이다. <기이한 밤>이 멈추지 않고 던지는, 영화와 환영에 관한 원초적이고 심오한 질문은 이렇다. ‘극장의 불이 꺼지는 순간 마주하는 건 현실인가, 꿈인가. 꿈이 왜 현실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인가. 왜 인간은 꿈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이는가.’ <기이한 밤>은 노동자로 일하는 철학도 드니가 꿈에서 만난 여인 이렌느와 보낸 하룻밤과 그 전후의 이야기다. 꿈에서도 음모와 모험은 있는 법이어서, 마법사는 아버지 노릇을 하며 이렌느의 유산을 노리고, 드니는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신사도를 발휘한다. 더 흥미로운 건 현실의 인물이 꿈에 개입하면서부터다. 현실의 여자가 꿈에 등
[해외 타이틀]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모험, <기이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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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노동자들의 삶을 소박한 감동과 유별난 웃음으로 엮는 영국 코미디의 한 경향이 자리잡았다. 제화산업이 몰락한 노스햄튼에서 드랙퀸용 신발을 전문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작은 성공담 <킨키 부츠>도 그런 영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신발이라고 교육받으며 자란 제화 가문의 백인 남자와 어릴 때부터 소녀 복장에 빨간 구두 신기를 좋아한 흑인 남자의 만남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현실적인 동화다. 선진국에서 노동자의 위치와 공장의 생존 가능성, 아버지와 다른 삶을 원한 두 아들의 세상 마주하기, 다른 세상 사람에 대한 편견 같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별 힘 안 들이고 펼쳐놓아 친근감을 더한 것도 장점이다. 드랙퀸의 무대도 영국판 <헤드윅>으로 치켜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바카라 등의 옛 노래가 주는 감흥으로 충분하다. DVD 음성해설은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두 번째 시도한 것이란다. 처음 것이 너무 조용하게 진행되어 폐기처분됐다는 사실 때문인지 두 번째 음성
노동자와 드랙퀸이 마주하는 현실의 동화, <킨키 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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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그럴 때가 있다. 극장에서 본 영화와 DVD에 담긴 영화가 다르게 보이는 경험. <우리 개 이야기>도 그랬다. 수개월 전에 보았고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여서 그런지 이야기의 순서와 길이가 어딘가 다른 것 같다. 그건 물론 잘못된 기억 탓으로 돌릴 수 있겠으나, 아무리 봐도 몇몇 영상의 차이는 분명하다. <우리 개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면서 일부 어색한 효과가 눈에 거슬렸는데, DVD는 많은 부분 HD 카메라로 찍힌 원본을 손대지 않고 수록한 듯 영상이 말끔하다. DVD가 더 인상적인, 드문 경우라 하겠다. <우리 개 이야기>는 인간과 친근한 동물인 개와 얽힌 이야기를 11개 에피소드로 풀어낸 영화다. 분야별로 전문가의 손을 거친 애니메이션, 뮤지컬, CF, 코미디,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를 한 영화 안에서 본다는 게 색다른데, 그중에는 근래 사랑받고 있는 일본 감독 이누도 잇신의 것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애견가에겐 감동의 무게가 상당할
11편의 감동, 애견가라면 더욱 열광하길, <우리 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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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6월22일. 오전부터 종로경찰서는 비상이 걸렸다. 시내 경운정(현 종로구 경운동) 천도교 강당에서 일어난 정체 모를 괴화(怪火) 때문이었다. 오전 9시께 일어난 불은 천도교 조직부 최모씨가 일찌감치 발견해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배후에 정치적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신탁통치를 둘러싼 좌우익 갈등이 극에 달하던 상황이었다. 1945년 말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이라는 <동아일보>의 명백한 오보로 불붙기 시작한 좌와 우의 대치는 그야말로 ‘전쟁’ 수준이었다. 어느 쪽이 먼저든 린치에는 보복이 뒤따랐다.
천도교 방화 미수 사건을 두고 경찰이 정치적 배후를 의심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방화사건이 일어나기 아흐레 전인 1946년 6월13일에는 국제극장에서 조선 제일의 희극배우 신불출이 인기만담 프로그램이었던 <실실사전>(失笑辭典)을 공연하다 “태극기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우익 청년들에게 린치를
영화보다 더 영화 같던 40년대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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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Bob Dylan), 혹은 모던 음악의 종언
2000년대도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밥 딜런의 새 앨범을 듣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쨌거나 “발매 첫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 이른바 ‘핫 숏 데뷔’(Hot Shot Debut)라는 뉴스 때문에 노(老)대가의 신작을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밥 딜런의 디스코그래피를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밥 딜런의 앨범이 ‘1위’를 차지한 것은 1976년 <Desire> 이후 30년 만의 ‘경사’다. 음악 아티스트에게 ‘빌보드 1위’만큼 상징적인 가치가 있을까. 그만큼 말도 무성하다. 그 무성한 말 잔치 속으로 들어가보자.
#1 아메리칸 히어로, 그 부활의 (미)완성
밥 딜런의 32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Modern Times>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다. 65살의 밥 딜런은 그동안 무척 바쁘게 지냈다. 쉬지 않고 순회공연을 다녔고, 위성 라디오 XM에서 DJ를 맡았고,
밥 딜런의 새 앨범 <모던 타임스>의 다섯 가지 수수께끼